
한국전기산업진흥회가 지난해 200개사를 대상으로 인력 수급 관련 실태 조사 결과, 전기산업 분야 대졸 인력은 과잉 공급되고 있으나 교육 이수 후 산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기초 및 실무 지식이 있는 기능 인력이 부족하다고 나타났다. 이러한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위주의 교육, 현장 우수 전문 인력을 교수 요원으로 적극 활용, 졸업반 현장 체험 실습 이수자에 대한 학점 제도 등 운영으로 현장 실무 능력 배양 등이 거론됐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교육을 진행하는 곳이 있다. 바로 2010년 마이스터고로 선정된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다. 2월 이 학교를 졸업하는 양기윤 씨는 수도공고를 다닌 덕분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산학 협력 수업 방식에 따라 만나게 된 한전 선배가 자신의 롤 모델이 되어 전기산업의역군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굳혔다고 한다.
글 박지혜 기자 사진 유미희 기자
서울 노원동 한국전력 인재개발원에서 3주간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는 양기윤 씨를 만났다.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져 기록적인 한파를 보인 가운데 개발원은 전력 피크 저감을 위해 오전 11시부터 점심식사를 시작했고 실내는 일제히 소등됐다. 추운 날씨에도 난방을 틀지 않아 개발원 내부는 싸늘했다. 개발원은 한겨울에도 웬만큼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한 난방을 가동하지 않는다. 사회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양기윤(19세) 씨는 새내기답게 특유의 자신감과 포부로 에너지가 넘쳤다. 엄밀히 따지면 그는 아직 교실에 남아 있어야 할 시기지만 일찌감치 한전 공채에 합격하고 12월 17일자로 입사해 신입사원 교육을 받는 중이다. 대졸자들도 문턱이 높아 전전긍긍하는 기업에 보란 듯이 입사하게 된 것은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다닌 것이 큰 작용을 했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마이스터고를 졸업해 4년간 직장에서 일하면 대학 4년 다닌 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취지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립한 제도다. 기술 인력의 전 생애 주기에 걸쳐 궁극적으로 최고의 기술 명장을 육성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산학 협력을 통해 수요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졸업과 동시에 우수한 산업 분야에 취업이 이어지도록 한다. 에너지 분야 마이스터고는 양 씨가 다닌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포함 전국에 세 곳 있다. 양 씨는 수도전기공고가 마이스터고로 선정된 후 배출된 첫 졸업자다. 마이스터고 제도의 취지대로 양 씨의 졸업 동기생들 모두 100% 취업했다. 이것이 가능한 요인은 학교는 국내 유수 기업들과'채용과 교육 지원'을 바탕으로 한 협약(MOU)을 통해 학생들의 안정적인 취업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며, 현재 한전을 비롯한 156개 기업 및 기관에 약 340명의 채용 약정이 돼 있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 선배를 만나 꿈에 한 발짝 더 "입학 때 경쟁률이 꽤 있었어요. 제가 다닌 전기에너지과는 경쟁률이 3대 1 정도였는데 지원서와 포트폴리오 같은 서류 심사 외에도 면접, 적성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입학이 까다로웠어요." 수도전기공고는 마이스터고로 개편된 후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교육 과정을 기획·편성했을 뿐 아니라 신입생 선발에도 산업체 인사를 초빙해 심층 면접을 진행하는 등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교사와 산업체가 참여해 20여 종의 산학 맞춤형 교재를 개발하고, 현장감 있는 실무 교육을 위해 산업체 우수 강사와 산학 겸임 교사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한다. "1학년 때는 이론 중심의 기본 교과를 배우는데 2학년 때부터 직업 교육을 시작해 실제로 한전에서 사용하는 기술 기준과 실무 그대로 배워요. 스마트그리드 실습실, 자동화 설비 실습실, 가공배전 실무실습실 등 실습 설비와 전기 기기도 대학교 실습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으며 최신 장비를 사용해요. 한전 현장 실습을 나갔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학교에서 배우고 봐 온 그대로여서 낯설지가 않았거든요." 학교 전체 실습실은 28개, 기자재 476종 3331점을 보유해 산업 현장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양 씨는 전공 자격증 과정을 따라야 하는 학교방침에 따라 전기기능사, 승강기기능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3개의 자격증도 이미 땄다. 동기들 모두 그 정도는 기본이라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란다. 3학년이 되기 전에 이미 진로는 결정된다. 3학년 수업은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갈 채비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기업체에 맞춘 수업을 받는데, 바로 채용으로 직결된다. "중학교 기술 시간에 전기 실습을 하면서 전기 분야에 흥미를 느꼈어요. 인문계냐 직업 전선이냐를 두고 고민했는데 마침 집 옆에 있는 수도공고가 마이스터고로 된다는 소식을 듣고 전기 쪽을 계속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어요. 인문계를 가면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잖아요. 게다가 마이스터고가 되면 더욱 미래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양 씨로부터 모교에 대한 애교심과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그처럼 학교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들 한다. 실제로 수도공고 관계자는 마이스터고 선정 후 학생들의 학업 수준과 교육 수준이 더욱 향상됐으며 더욱 다양한 업체로 취업문이 열려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산학 협력을 통해 현업에 몸담은 강사가 지도하는 수업은 마치 식물이 태양을 향해 광합성을 하듯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열의를 북돋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배전 분야 이충일 선생님, 지중 분야 박주완 선생님, 송전 분야 곽방명 선생님, 변전 분야 윤형희 선생님 등으로부터 수업을 받았는데, 소중한 시간이 었습니다. 현장의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돼서 정말 좋았어요. 진로를 한전 송변전 개발 분야로 선택한 계기도, 한전 개발 분야에 계시는 선배님과 진로 면담을 했는데 그때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그는 먼 미래에는, 그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해 준 산학 겸임 교사들을 본받아 후배를 양성하는 인물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전에 송전 분야 최고의 한전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이처럼 추운 날에도 사람들이 전기 덕분에 여유롭게 온기를 누리도록,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전기인이 되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한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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