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를 응용한 원자로 내 보전 기술

기사 분류 > 전기기술

레이저를 응용한 원자로 내 보전 기술

2012년 11월 5일 (월) 15:50:23 | 지면 발행 ( 2012년 10월호 - 전체 보기 )

일본에서 전력공급의 기저부하를 책임지는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이다. 원자력 플랜트에선 설비 유지·관리를 위해 대략 1년에 한 번 원자로 가동을 멈추고 정기 점검을 하는데, 원자로의 경년 정도를 살펴 개량 또는 긴 수명을 위한 대책 공사도 이 시기에 실시한다. 정기 검사의 단축은 가동률 향상으로 이어지기에, 짧은 공기工期가 좋을 것이다. 원자로 내에서 하는 공사는 '수중', '협애함', '방사선'이라는 환경을 견디고 자동기기를 이용한 원격조작의 적합성을 요구한다. 이에 레이저가 가진 '무반력無反力', '높은 에너지밀도', '비접촉'의 우수한 특징에 착안해 원자로 내구조물의 응력부식균열(Stress Corrosion Cracking : SCC) 대책에 레이저를 적용하는 연구개발을 추진해 왔다.

응력 부식 균열(SCC) 대책
SCC는 원자로 내 구조물이나 배관의 용접 부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림 1>과 같이 SCC는 '재료', ' 환경', ' 응력'이 세인자가 중첩해 발생하기에, 각 인자에 대응하는 여러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제조 시 용접으로 말미암은 인장 잔류 응력은 SCC 발생 인자 중 하나다. 새 플랜트의 경우 대책을 세운 재료를 채용한 후 제조 시 공장에서 응력개선 처리를 하나, 그 이전에 제조한 원자로의 경우 어떠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검사'해 균열이 검출되지 않았다면 '예방 보전'을, 만에 하나 균열이 검출되면 '보수'를 하는 것이 표준적인 절차다.

레이저 초음파 탐상(LUT)
레이저 초음파 탐상(Laser Ultrasonic Testing : LUT)은 압전 소자를 사용한 접촉식 변환기 대신 레이저로 초음파 송·수신을 하는 비접촉식 탐상법이다. 표면 균열의 검출 원리는 <그림 2>와 같다. 초음파 송신엔 펄스 폭 수㎱의 레이저를 지름 1㎜ 이하로 집광해 플라스마를 발생시키고, 그 반력과 열왜형으로 생기는 표면파를 사용한다. 초음파 수신엔 레이저 간섭계를 사용해 초음파가 통과할 때 생기는 표면의 진동을 도플러 편이(Doppler Shift)로 검출한다. 의미 있는 균열이 존재할 경우 반사파가 검출되기에, 검출 시간차로 균열 위치를 산출할 수 있다.

표면파에 대해 균열은 저역 필터(Low-pass Filter)로 작용하기에, 균열을 통과한 표면파의 주파수 특성을 해석해 균열 깊이를 알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발생시킨 SCC와 방전 가공에 의한 슬릿Slit을 이용해 시험한 결과는 <그림 3>과 같다. 깊이 0.5~2.0㎜ 균열은 오차 ±0.2㎜로 깊이 측정이 가능하다.
LUT는 수중이나 공기 중에서 다 사용하며, 송·수신부를 소형으로 할 수 있어 협애한 곳의 원격 검사에도 적합하다. 또한, 압전 소자를 사용하는 접촉식 초음파 탐상에선 대상물과의 각도, 거리 등 위치관계에 제약이 많으나 LUT는 비접촉식이라 이러한 제약이 적다.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LUT를 가압 수형 원자로(Pressurized Water Reactor : PWR)의 안지름 약 10㎜인 배관 내면 균열을 검사하는 데 적용했다.

레이저 피닝(LP)
레이저 피닝(Laser Peening : LP)은 수중 대상물에 펄스 폭 수㎱의 레이저를 조사照射했을 때 발생하는 고압 플라스마를 이용해 표면에 압축 잔류 응력을 도입하는 기술이다(<그림 4> 참조). 수중에선 물의 관성이 발생한 플라스마의 팽창을 방해하기에 압력이 순간적으로 수 GPa에 이른다. 그 결과 재료표면이 소성塑性변형해 압축 잔류 응력을 형성한다.
원자로 내 구조물 재료로 사용하는 오스테나이트Austenite계 스테인리스강(SUS304)에 LP를 시행해 원자로 내 환경을 모의한 SCC 가속 시험을 했다. <그림 5>는 결과의 한 예다. LP로 SCC 발생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깊이 1㎜ 정도까지인 얕은 균열은 LP로 진전을 억제할 수 있음도 별도로 확인했다.
LP엔 시공 반력이 거의 없어 원격 자동 기기를 사용한 시공에 적합하다. 원자로에 LP를 적용한 초기엔 중공 파이프와 거울을 조합해 피크 파워 수십㎿의 레이저 펄스를 발진기에서 시공 장치까지 약 50m를 전송해 시공했으나, 협애한 곳에 접속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레이저 펄스의 공간 프로파일을 렌즈 어레이Lens Array로 균일화해 입사끝 면을 손상시키지 않고 광섬유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가반성可搬性을 높여 준비·철거 시기를 단축하고 여러 기기를 동시에 사용(병행 작업)해 공기를 단축하는 일을 목표로 장치를 눈에 띄게 소형화한 PLP시스템(Portable Laser Peening System)을 새롭게 개발했다. <그림 6>은 PLP 시스템과 비등 수형 원자로(Boiling Water Reactor : BWR)의 노 밑바닥에 적용 개념을 나타낸 것이다. 레이저 발진기에 진동이나 시공 동작에 따른 자세 변화 대책, 방사선에 대한 대책으로 레이저 발진기와 시공 장치를 일체화해 수중에 설치하는 구성이다. 그 결과 광로光路길이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레이저 전송 손실이 감소해 발진기와 시공 장치를 소형화할 수 있다. 또한, 원자로 내에서 여러 장치를 동시에 사용하는 병행작업도 가능해졌다. PLP 시스템에선 부품 가짓수가 확 줄어 시스템 조정 시간이 짧아지고 신뢰성도 높아졌다.

수중 레이저 용접(ULBW)
수중 레이저 용접(Underwater Laser Beam Welding : ULBW)은 용접 머리 부분에서 밀봉 가스를 분출해 시공 부분에 국소적으로 물이 없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레이저를 조사해 모재母材금속을 용융하는 용접 방법이다(<그림 7>참조). SCC대책재를 용가재鎔加材(용접 와이어)로 공급해 패딩층을 형성하고 SCC 발생을 예방하는 클래드 용접이나 SCC 개구부를 보수하는 밀봉 용접에 적용할 수 있다. 원자로 내 구조물에 적용할 경우, ULBW는 노 안의 물을 가득 채운 상태로 시공할 수 있어 공기 단축, 작업자의 피폭 저감에 큰 이점이 있다.

PWR 원자로 용기 냉각재 출입구 관대管臺안쪽의 600계 니켈기 합금 용접 금속에 SCC 감수성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그림 8> 참조). 이에 대책재가 되는 690계 니켈기 합금을 수중에서 클래드 용접하는 기술과 장치를 개발했다.
<그림 9>는 출입구 관대 안쪽 클래드 용접의 시공개념이다. 용접 머리 부분엔 원자로 바깥에서 광섬유를 사이에 두고 출력 3㎾ 정도의 레이저를 전송한다. 또한, 관대의 저합금강은 용접에 따른 열 영향으로 인성靭性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나, 시공 조건을 제어해 템퍼링Tempering 효과가 있는 템퍼 비드 Temper Bead 용접을 할 수 있다. ULBW 장치는 이미 수중에서 기능 시험을 끝냈다.

*

레이저를 원자로 보전에 응용한 사례를 간단히 소개했다. 원자력 플랜트는 가동률 향상과 긴 수명이 필수 명제로, 유지·관리와 함께 설비의 기능 회복과 개량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에 응하는 수단으로 레이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레이저는 20세기 최대 발명 중 하나라 할 수 있으며, 21세기는 빛의 시대라고도 일컫는다. 반세기 동안 레이저가 발전해 온 기세를 보면 앞으로도 쇠퇴하지 않고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예상도 못하는 레이저 기술이 개발돼 원자로에 적용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한수원, 실시간 중대사고 모의 가능 시뮬레이터 개발
세계 최초로 훈련용 시뮬레이터에 적용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중대사고'에 대한 운전원의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발판을 마련했다. 중대사고란 원자로 안전 심사 기술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에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종류의 사고다.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중대사고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 능력을 요구하는 가운데,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핵연료 손상 등 중대사고의 다양한 현상을 실시간으로 모의하는 '실시간 중대사고 모델(RSAM5)'개발에 성공하고, 세계 최초로 이를 고리원전 1호기 시뮬레이터에 실제 적용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한 실시간 중대사고 모델(RSAM5)은 기존 시뮬레이터로 불가능했던 원자로 노심 손상이나 용융물 이동, 원자로 용기 및 격납 건물 손상 그리고 그에 따른 방사선 피폭량 계산 등 각종 중대사고 현상에 대해 실제 상황과 같은 정밀한 모의가 가능하다. 특히, 최신 중대사고 해석 코드(MAAP5)를 기반으로 하는 실시간 중대사고 모델을 실제 훈련용 시뮬레이터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시뮬레이터는 고정밀로 원자로 내 핵연료의 특성을 3차원으로 해석하고, 냉각수 흐름을 정밀하게 모사한다. 또한, 고리원전 1호기는 기존 구舊제어 설비를 최신 설비로 교체하는 주제어실(MCR) 설비 개선 공사를 2013년 4월까지 마칠예정이며, 개발한 고리 1호기 시뮬레이터는 새롭게 개선하는 주제어실 설계를 이미 그대로 반영·개발해 운전원이 사전에 훈련하게 됐다.
시뮬레이터는 운전원 훈련뿐 아니라 면허 시험, 주제어실(MCR : Main Control Room) 설비 개선 공사에 따라 설치할 신규 제어반의 인간 공학(HFE : Human Factor Engineering) 통합 검증, 각종 운전 절차서 검증, 중대사고 관리 지침서(SAMG : Severe Accident Management Guidance) 검토 등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원전 비상 상황을 가정한 비상 방재 훈련에도 활용해 비상시 운전원의 대응 능력을 키우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발한 실시간 중대사고 모델과 관련 적용 기술은 해외 수출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중대사고모델의 기반인 중대사고해석 코드는 미국 전력연구원(EPRI : 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에서 개발했으며, 전세계 많은 발전 사업자가 원전의 안전성 분석에 사용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