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는 밀양시 4개 면 주민대책위원회, 2013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 밀양 송전선로 문제는 7년간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단일 국책 사업 사상 최악의 고소·고발 사태로 치달았다.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한전과 시공사가 주민을 상대로 39건 고소했으며, 고소 대상이 210여 명에 이른다. 조경태 위원은 국회지경위에서 9월 5일 "한전은 고故이치우 씨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밀양 주민 19명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고 1인당 100만 원의 벌금부과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고소와 고발을 남발하고있다"면서, "다시 밀양주민을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준한 신부(주민대책위 공동위원장)는 "기름통과 유언장을 준비했다는 밀양 주민을 찾아가 최악의 사태를 말리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합의하지 못한 밀양시 4개 면 잔여 19개 마을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지경위 안으로 들어온 밀양 송전철탑, 과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사업 목적은 신고리원전의 발전력 수송과 영남 지역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2013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울주, 기장, 양산, 밀양, 창녕 5개 시·군을 경유하는 송전선로 90.5㎞(송전철탑 161기)를 건설하는 중이다. 밀양지역은 단장면, 산외면, 산동면, 부북면, 청도면 39.1㎞ 구간에 총 69기의 송전철탑을 건설할 계획이다. 전체 161기 송전철탑 중 약 43%에 해당한다.
한전은 2007년 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고 2008년 착공에 들어갔으나 밀양지역에서 사업 타당성, 경과지 변경, 보상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자, 이를 해결하고자 2009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국민권익위 주관으로 갈등조정위원회를 운영했으며 2010년 11월부터 경실련 주관으로 주민 대표, 국회, 지경부, 한전, 시민 단체 등이 참여하는 제도개선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현재 합의안을 도출해 정부에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올해 1월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한전은 장래위원회와 합의로 90일간 공사를 중단했으나, 이 기간 주민 대표와 원활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6월부터 공사 재개와 협상을 병행해 추진하는 중이다. 현재'공사를 진행하며 주민과 대화하겠다'는 한전과'당장 공사를 중지하고 주민과 직접 대화하라'는 주민대책위 사이에 대립 양상이 첨예하다.
밀양 송전철탑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국 30여 개 지역에서 송전선로 건설 사업과 관련해 한전과 지역 주민 간 크고 작은 갈등을 빚는 중이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시 지역 주민과 충분히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9년 1월 주민 참여제와 같은 절차를 시행하기 전에 승인받은 사업의 경우 주민 합의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밀양지역 송전선로 경과지는 2006년에 나온 환경영향평가 초안 최종안을 주민에게 공람했지만, 그땐 이미 송전선로 노선 경과지를 확정한 뒤였다. 환경청에서 경과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라는 권고에 따라 만든 밀양송전탑경과지노선선정위원회는 사실상 노선을 변경할 수 없는 노선검토위원회에 불과했다. 주민은 권리를 한순간에 빼앗길 수 있는 노선 결정에 애초 접근조차 못 한 것이다. 현재 주민이 765㎸ 송전선로 경과지를 담보로 은행권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권은 담보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전부 반려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시가 1억 5,000만 원인 경과지에 대한 피해보상금은 10분 1인 1,500만 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경과지가 아니면 보상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실정이다.
한전이 죽음을 무릅쓴 밀양지역 주민의 거센 저항에도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중겸 한전 사장은 9월 5일 국회 지경위에서 "일부 주민이 한전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송전철탑 백지화, 초전도 케이블, 노선 변경 등을 주장해 공사가 지연돼 2013년 2월 준공 차질을 우려한다"면서, "현재 전력 수급 불안이 계속돼 발전소 및 송·변전 설비 증설이 시급한 실정이며, 특히 영남 지역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본 사업의 적기 준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전의 공사 강행 논리에 대해 김준한 신부는 "신고리원전 3·4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은 기존 노선 외 선종 교체를 통해 보내고 5·6호기는 2018년까지 아직 시간이 많기에 냉각기를 갖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국회 중재를 통해 풀어야 하며, 피해가 극심한 밀양지역에 아직 상용화하지 않았더라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찾으면 초전도에 대한 가능성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맞섰다.
김중겸 사장은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마을별 지역 지원 사업비 상향 지원, 송전선로 근접 가옥 주거 환경 개선, 밀양시 발전 기금 지원 등 원만한 민원 해결 노력과 더불어 경실련 주관 보상제도개선추진위원회 활동을 통해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아직 합의하지 못한 밀양시 4개 면 잔여 19개 마을에 대해서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하겠으며,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가일층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준한 신부는 송전탑 백지화 외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대화하자고 그랬지만, 한전은 보상 외에 다른 안건으로는 대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의 전력난 해소를 위한 국책 사업 진행, 밀양지역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관련 민원. 지루한 평행선은 반목하고 불신할 뿐 좀체 어느 한 쪽으로 기울 기색이 없다. 대선 정국 시점에서 국회 지경위는 과연 어떤 중재안을 제시할까.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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