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경제적으로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전국의 전력 설비를 감시하고 제어하며, 전력 계통을 해석하고 모의하는 첨단 IT 기술과 고급 전력 계통 기술의 융 · 복합체 EMS. 상태 추정, 상정 사고 분석, 경제급전, 예비력 관리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전력거래소가 EMS를 정상적으로 운용하지않아 9 · 15 순환 정전을 유발했으며, 예비 전력을 400만kW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발전기를 무리하게 공회전시켜 연료비를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는 대한전기학회에 전력거래소에 대한 EMS 기술 조사를 요청했으며, 전력거래소도 이를 통해 EMS의 정상적 기능을 입증하기로 했다. EMS는 과연 멍텅구리 기기일까, 스마트 기기일까. 그 논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전력 공급의 신뢰도(Reliability)와 안전성(Security)은 매우 중요하다. 이근준 충북도립대교수(대한전기학회 전력계통연구회 위원장)는 대한전기학회가 9월 14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신뢰도와 안전성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신뢰도는 정규적인 환경에서 그리고 상정 상태에서 자기 기능을 수행 유지하는 시스템 능력으로, 최종 수요자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능력이다. 높은 신뢰도는 발전력과 수요의 적정성, 전력망의 에너지 전달 적합성으로 정의한다. 낮은 신뢰도는 발전 용량의 수요일치, 에너지를 부하에 전달하기 위한 배전망 용량을 포함한다. 그리고 안전성은 탈락에 대한 보호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전력망 기반의 건전성으로 정의하며 적절한 성능과 부속 서비스를 보장하는 개념이다. 안전성 달성 목표는 단시간 운용 조작으로 설정범위 내로 복귀하는 것이다. 안전성과 관련한 운전조작은 과부하 예방을 위한 수요 차단, 감축, 단시간 내 발전기 추가 등이다."
대한전기학회 9 · 15 정전조사위원회는 2011년 12월28일기자회견에서 "전력거래소가EMS(Energy Management System: 전력계통운용시스템)를 제대로 운용하는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EMS는 전력의 핵심 제어 시스템으로 전력 계통의 안정성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EMS가 무엇인지, 전력거래소의 EMS 개요와 기능,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의 EMS 구성 요소와 EMS 기능의 순환 과정에 관한 설명을 차례로 들어보자.
"EMS는 전기를 경제적으로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국의 전력 설비 감시하고 제어하며, 전력 계통을 해석하고 모의할 수 있는 첨단 IT기술과 고급 전력 계통 기술의 융 · 복합 시스템이다. 주요 기능은 ▲전력 계통 실시간 감시 - 발 · 변전소 운영 데이터 2초 단위로 취득 ▲발전기 출력제어 및 배분 - 전력 수급 균형을 맞추고 설비를 경제적으로 운영 ▲전력 계통 분석 - 상태 추정을 통해 현 계통 상황을 분석하고 사고 시 영향을 평가 ▲ 시뮬레이션 - 전력 계통 모의 테스트 및 급전원給電員훈련 기능 등이다."- 전력거래소
"EMS의 구성 요소는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전력 계통의 전압(크기와 위상) 및 모선의 부하를 파악하는 '상태 추정', 발전기 및 송전선로의 탈락 영향 등을 파악하는 '상정 사고 분석', 계통의 연료비가 최소인 발전기별 출력을 계산해 발전기에 지시하는 '경제 급전', 운전 예비력이 적정한가를 감시하며 급전원에게 알려주는 '예비력 관리'등이다. EMS 기능의 순환 과정은 ▲전력 계통의 상태를 추정하고 ▲발전기 고장으로 인한 탈락 또는 송전선 문제 등의 사고를 고려했을 때 대안을 찾고(상정 사고 분석) ▲이러한 제약 조건에서 최소 비용으로 발전기를 가동하도록 경제 급전 신호를 발전기에 보낸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전력 계통에 연결돼 가동 중인 발전기에 한해서만 EMS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9 · 15 순환 정전 당시 전력거래소는 EMS를 과연 정상적으로 운용한 것일까. 이 물음이 유재국 입법조사관과 전력거래소 간 논쟁 사항이다. 문제의 발단은 박준호 교수(정전조사위원회 위원장)가 9 · 15 정전조사위원회 기자 회견 당시 전력거래소를 찾았을 때, 전력거래소에서 EMS 설치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는 데서 비롯한다.
"EMS의 실제 기능과 활용도에 대한 심층 조사를 못 했다. 이는 전력거래소가 EMS 설치 장소 접근 금지, 지역별 부하 데이터, 안전도 제약 경제 급전, AGC(Automatic Generation Control) 운전 중인 발전기 상태 등에 관한 정보 제공이 원활치 않았기 때문이다." ※ AGC는 주파수 조정을 위해 또는 EMS의 제어 신호값을 맞추기 위해 작동되는 발전기 조속기에 의해 조정되는 기능을 뜻함.
의문 1 | EMS 미사용 - 9 · 15 순환 정전 유발?
유재국 입법조사관은 대한전기학회가 9월 14일에 '9 · 15 순환 정전 그 이후 1년'이란 주제로 개최한 패널 토론회에서 전력거래소에서 EMS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나라는 SCED(Security Constrained Economic Dispatch : 안전 제약 경제 급전)가 안되는 EMS든 EMS와 MOS(Market Operation System : 시장 운용 시스템) 연계든 그 역할을 못하고, EMS의 중요한 기능을 모두 정지시킨 채 오히려 불필요한 4초 신호를 EMS 신호라 하여 EMS가 계통 주파수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EMS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근거는 9 · 15 정전 사고 당시 급전원의 순동 예비력(주파수 조정용 예비력) 확보에 대한 정보 부재, EMS에서 생성되는 원시 데이터 비공개, 공학적인 설명 부족, AGC 예비력 요구량 계산 방법 이상, 발전소 AGC 신호 주기 이상, 대한전기학회의 EMS 관련 의견, 전력거래소의 주파수와 예비력 실제값과 보고 내용하고의 불일치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이다. EMS 미사용 원인은 기술력 부족, 관리 부실, 법규 미비, 설비 예비력과 순동 예비력의 혼돈, 사용 부서(급전실)의 업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IT 부서의 업무 추진 등이다."
유재국 입법조사관의 설명처럼 전력거래소에서 EMS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비상 시 대응 미흡, 과잉 대응, 발전기의 무리한 운전, 연료비 낭비, 전력 산업 구조 개편 진행 불가, 불안한 전력 계통 운용, 전력 시장 운영의 불공정성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유 입법조사관은 "지금이라도 EMS에 대한 정기적인 기술 평가와 급전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의 전력설비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左).
"EMS에 대해 그것이 그 동안 제대로 작동해왔는지 전력난을 풀어가는 고리를
EMS에서 부터 찾아보겠다"는 전정희 의원.(右)
의문 2 | EMS 미사용 - 연료만 먹는 발전기?
정치권에서 EMS 출력 신호에 따라 발전기를 운전했다면 예비력 파악이 가능했기에 무계획적인 9 · 15 순환 정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엄청난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MS 기능 중 하나인 경제 급전과 관련해 살펴보면 2011년 한전이 발전사에 정산한 금액은 약 36조 8,400억 원이고, 소비자 판매 금액이 약 40조 6,470억 원에 달했다. 발전사 정산 금액 36조 8,400억 원의 70%를 연료비로 보면, 이 중 1%만 절약해도 2,580억 원이다. 이 금액은 한전이 올 상반기 전력 수요 감축에 따른 지원금 2,200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전력거래소,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대한 의견
보고서 | 급전 지시 대부분이 EMS 자동 급전이 아닌 전화를 이용해 수동으로 이루어짐.
전력거래소 | 현재 운전 중인 대부분의 발전기는 연료비를 최소화하도록 EMS를 통해 자동 급전을 수행(원자력 제외 시 자동 발전 비율은 약 94% 수준임)한다. ※ 자동 제어가 부적절한 원자력, 노후 발전 설비 등 일부 설비 제외(총 38기). 전화로 급전 지시하는 경우는 발전기 기동 또는 정지 시(전 세계 동일), 전력 계통 긴급 발생으로 필요시 급전원 판단에 의한 수동 급전이다. 전력거래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품질(주파수, 전압)을 유지하며, 여기에 EMS가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보고서 | EMS 정보 미공개가 현재 전력 위기의 본질.
전력거래소 | EMS 정보는 정보공개위원회를 거쳐 공정하고 투명하게 제공한다. 전력 IT의 안정성 및 보안성 확보를 위해 사전 약정 대상에게 제공한다. 한전, 발전사 등은 받은 정보를 설비 운영 및 비상조치에 활용한다. 9 · 15 이후 실시간 전력 수급 현황 정보를 확대해 제공하는 중이다.
보고서 | 중앙관제센터 계기판 자료는 비과학적.
전력거래소 | 중앙관제센터 계기판 자료는 EMS가 발 · 변전소 현장 실측 데이터를 실시간(2초)으로 취득 및 산정해 표시하는 수치다. 비중앙 급전 발전기를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전 세계 동일). 9 · 15 이후 계통 운용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미취득 대상(비중앙 급전 발전기)에 대해서도 계량 자료를 취득해 활용함으로써 정확성을 높였다.
보고서 | 거래소 제공 부하 자료는 5분 평균 자료인 과거 자료.
전력거래소 | EMS 부하자료는 2초 단위로 계산하는 실시간 자료다. 경향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전력거래소 및 대외 기관 홈페이지에 제공하는 부하 자료는 해당 시스템의 사정과 보안을 고려해 실시간 데이터를 5분 주기로 제공한다.
보고서 | 상태 추정 미작동에 따른 사고 분석 불가.
전력거래소 | 상태 추정 기능은 매 2분 주기로 정상적으로 수행한다. 통신선 장애 혹은 발 · 변전소 데이터 누락 및 오류 발생 시 상태 추정값으로 대체 활용한다. 전력 계통의 안정성, 신뢰성 분석 시 기본 자료로 활용한다. 사고 분석을 각종 정보, 로그 및 데이터를 저장하며 EMS의 시뮬레이션 기능을 활용해 사고를 분석할 수 있다. |
전정희 의원(민주통합당)은 7월 30일 국회 지경위 전력거래소 업무 보고에서 "전력거래소는 EMS를 통해 전력 계통을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예비 전력 400만㎾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쓸데없이 발전기를 공회전시켜 연료비를 낭비하고, 이 같은 연료비가 곧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발전기의 출력을 낮게 운전해도 공회전시킬 순 없다"면서, "전력은 순간적으로 자꾸 차이가 나므로 전력 소비가 적을 때 당연히 출력을 낮게 운전해야 하기에 소내所內전력(발전소 내에서 발전기가 소비하는 전력)이 약간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일부러 전력을 낭비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MS를 정상적으로 운전하면 운영 예비력 400만 ㎾는 불필요한 것일까. '전력 시장 운영 규칙(운영 예비력 400만㎾ 기준)'에 따르면 운영 예비력은 주파수 조정 예비력과 대기 · 대체 예비력을 합한 것이다. 주파수 조정 예비력은 전력 계통에 병입해 운전하는 발전기의 자동 발전에 제어(AGC) 또는 주파수 추종(GF) 운전에 따라 순시에 자동으로 응동할 수 있는 예비력(수요 변화 및 원활한 계통 주파수 조정을 위한 적정량 확보 운영)이고, 대기 · 대체 예비력은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 후 120분 이내(동 · 하계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은 20분 이내) 확보 및 이용이 가능한 예비력이다. 운영 예비력 400만 ㎾는 주파수 조정 예비력 150만㎾와 대기 · 대체 예비력 250만㎾다.
지난해 9 · 15 정전 사태 시 주파수 조정 예비력은 100만㎾ 이상이었으나, 2011년 12월 2일 150만㎾로 운영 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면 주파수 조정예비력을 상향 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정희 의원은 제2의 9 · 15 정전 사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한다.
 "9 · 15 정전 당시 공급 예비력이 24만㎾까지 떨어짐에 따라 전력 수급 심각(RED) 단계를 발령해 블랙아웃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 부하 조정(순환 정전)을 시행한 바 있다. 또다시 이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순시 예비력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순시 예비력과 20분 안에 발전기를 가동하는 대기 예비력은 발전기가 계속 켜진 상태에서 일종의 공회전하는 전력이다. 불필요하게 발전기를 실시간 가동하면 엄청난 연료비를 낭비한다. 2011년 말 순시 예비력 기준을 높이면서 소내 소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주파수만 일정하게 유지하면 순시 예비력이 50만㎾이거나 100만㎾이거나 전력 공급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EMS만 제대로 가동한다면 전력 계통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상태 추정 기능과 예비력 관리 프로그램으로 예비력을 정확히 계측해 운전원에게 현재 상태에 대한 정보를 보내기에 그에 따라 부하량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전력거래소는 EMS를 통해 전력 계통을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예비 전력 400만㎾를 공회전시켜 연료비를 낭비하고, 이 같은 연료비는 곧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정희 의원은 "지금까지 한전은 물론 지경부도 EMS 운용에 관한 검증을 시도한 적이 없기에 경제 급전을 통한 연료비 절약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EMS에 대한 기술 평가제를 도입해 미국처럼 계통 현실에서 경제 급전할 수 있는 연료비를 산정하도록 하고, 경제 급전 기준을 통해 계통 운전을 실시하며, 그 성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MS와 관련해 전력거래소측의 계속된 거짓해명이 불신을 키웠다"면서, "EMS 기술감사와 관련해 시기, 구성원 등에 관해 전력거래소 측을 배제하고 지경부와 국회 주관으로 진행해야 하며, 전력거래소 측은 감사와 관련한 자료 공개 및 협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는 "지경부는 7월 27일 대한전기학회에 전력거래소에 대한 EMS 기술 조사를 요청했으며, 전력거래소는 금번 기술 조사를 통해 EMS의 정상적 기능을 입증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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