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을 목청껏 외치며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곤 했던 추억이 있다. 시장 말고도 학교, 병원, 사무실 등 원하는 곳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그곳에 존재하는 사물을 리듬에 맞춰 쭉 나열해 가는 단순한 놀이인데, 그 재미에 빠지면 은근히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생각난 김에 이 놀이를 오늘 한번 해 보는 건 어떨까? 단, 장소는 '서울 상암동'이다. 가장 먼저 월드컵 경기장이 떠오를 테고, 서울 지리에 밝은 사람이라면 난지 캠핑장이나 근처 마포농수산물시장 등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런데 이것 외에도 상암동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있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연료전지, 전기차, 준공을 앞둔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지자체나 기업에서 에너지 홍보 시설건립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요즘, 실로 생활 속 가까운 곳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접할 수 있는 체험 현장이라 하겠다. 정말 그런 곳이 있는지긴가민가한 당신을 위해 이번 달은 특별히 상암동 그중에서도 월드컵공원으로 떠난다.
글 전화영 기자 사진 윤홍로 기자
[1] 월드컵공원 맞은편에 자리한 서울월드컵경기장. [2] 하늘공원 둘레를 따라 난 메타세콰이아 길. 이 길을 따라 노을공원으로 향하면 수소스테이션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마포자원회수시설에 이른다
불모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월드컵공원 난지蘭芝는 예로부터 난초와 지초를 아우르는 말로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비유할 때 쓴다. 철따라 꽃이 만발한다 하여 '꽃섬', 오리가 물에 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오리섬', 한강을 찾은 철새가 이곳부터 내려앉기 시작했다고 하여 '문섬'등 어여쁜별칭을 가진 난지도 역시 그 이름에 걸맞게 온갖 꽃과 철새의 보고였다. 이런 난지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서울시민의 쓰레기 매립지가 되고부터다. 1993년 매립이 종료되기까지 15년 세월 동안 쓰레기 9200만 톤을 이곳에 묻어 해발 98m의 거대 쓰레기 산 2개를만들었다. 주변은 악취와 침출수, 먼지, 파리가 들끓었다. 그야말로 더 이상 생명이 자라지도 찾지도 않는 죽음의 땅이 돼 버렸다. 난지도는 1996년부터 쓰레기 매립지를 안정화하면서 또 한 번 변신을 꾀한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빚은 부정적 단면의 상징이었던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를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복원하는 일이서울 도시 관리 정책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하여 버려진 땅 난지도를 환경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고 '월드컵공원'으로 명명했다. 월드컵공원은 평화의공원을 비롯해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5개 테마공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총 면적 347만 1090㎡에 야생 동·식물400여 종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이와 더불어미래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신재생에너지를 실생활에서 친숙하게 접하도록 공원 일대를 신재생에너지랜드마크로 꾸며 나가고 있다.
[1]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전경. [2] 이상일 감독관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전기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이제는 수소 에너지 경쟁 시대 수소는 물(H₂O)을 원료로 하며, 사용 후에도 산소와 결합해 물로 환원되는 무한 청정 에너지원이다. 암모니아, 메탄올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주로 사용해 왔으나, 고유가 시대에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미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월드컵공원에선 수소 관련 시설을 두 곳이나 만날수 있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자리한 수소스테이션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다. 수소스테이션은 수소 생산과 충전 기능을 갖추고지난해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과거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서 나오는 매립가스(LFG :Land Fill Gas)를 세계 최초로 활용한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도시가스나 LPG를 주 원료로 하는 것이보통이나, 이곳에선 매립가스에서 메탄가스를 정제한 후 물과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한 수소는 압축을 통해 저장한 뒤 수소연료전지차에 충전한다. 하루 생산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720N㎥로 이는 수소 차량 1대가 7000㎞를 운행하는 양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는 용융 탄산염 연료전지(MCFC) 2.4㎿(1.2㎿×2기)로 포스코에너지에서 운용 중이다. 연료전지는 작은 설치 면적에 수소와산소의 전기 화학 반응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발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열을 난방에도 활용할수 있어 '도심형 에너지원'으로 평가 받는다. 이상일 감독관은"발전 효율이 47%로 높고, 기존 화력발전 설비와 달리 기계적 구동 장치가 없어 소음이작은 데다 고온 연소 과정이 없어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1] 풍력 발전기가 있는 하늘공원은 난지도 제2매립지의 척박한 땅에서 초지草地공원으로 바뀌었다. [2] 노을공원 주차장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3] 노을캠핑장으로 향하는 맹꽁이 전기차. [4] 온종일 월드컵공원을 오간 전기차가 전기 충전으로 하루 업무를 마감한다. [5]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생활 폐기물 소각 후 발생하는 소각재와 소각열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6] 마포자원회수시설 내증기 터빈 발전기.
환경 보존과 신재생에너지를 동시 체험 이 밖에도 월드컵공원에는 깃대종인 맹꽁이를 테마로 외관을 꾸민 맹꽁이 전기차를 운영해 관람객과 캠핑장 이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며, 소형 풍력발전기(10㎾×5기)로 하늘공원 내 가로등과 탐방객 안내소 등에 쓰이는 전력을 생산한다. 공원 곳곳에서 마주치는 태양광 발전 시설 역시 월드컵공원내 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며,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전광판에서 생산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자리한 마포자원회수시설은 매립 전 단계에서 폐기물을 소각 처리하는 곳으로, 소각 시 발생하는 열 에너지를 회수해 전력을 생산하는 한편, 인근 지역 냉·난방열 생산 시설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적극 활용 중이다. 특히 평화의공원에 건설 중인 에너지 제로 하우스는 첨단 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미래 건축물의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면적 3794㎡에지상 3층 규모로 꾸민 건물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모양을 형상해 외관을 설계했으며, 내부는 홍보·체험관, 기획 전시관, 회의실, 사무실 등으로 꾸밀예정이다. 단열, 밀폐, 자연 채광, 폐열 회수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을 70%로 저감하는 한편, 옥상과 지상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272㎾)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 에너지자립을 높인다. 주말 성수기 땐 하루 10만 명이 찾을 정도로 큰사랑을 받는 이곳. 공원 여기저기를 누비다 보면 지금 밟고 선 땅이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사실은 어느새 까맣게 잊고 만다. 월드컵공원은 시민 휴식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쓰레기 매립지에서 환경 생태공원으로, 신재생에너지 랜드마크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환경 보존과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동시에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환경 교육의 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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