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의 고품질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9 · 15 순환 정전. 대한전기학회(회장 김문덕)는 12월 28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9 · 15 정전 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 토론회'를 가졌다. 9 · 15 순환 정전의 기술적 원인을 대한전기학회 정전조사위원회가 조사해, 그 결과와 이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고, 각계 전문가의 토론을 통해 전력 기술 발전과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대한전기학회는 지경부의 자문 요청으로 지난해 9월 26일 정전조사위원회(위원장 박준호)를 구성해 9월 29일부터 10월 14일까지 전력거래소, 한전, 발전 6사를 방문해 수요 예측, 예방 정비 계획, 전기요금 제도, 기술 인력의 전문성 등을 조사했다. 김문덕 대한전기학회 회장은 12월 28일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전력 기술 발전의 전기 마련'이란 주제로, 그 결과를 발표했다. 김 회장은 9 · 15 순환 정전의 원인으로 수요 예측과 공급 능력 판단 오류 그리고 위기 대응 시스템 작동 미흡 및 대국민 홍보 지연을 꼽았다. 수요 예측 오류 | 늦더위 예상에도 불구하고 최대 전력을 6400만㎾로 예측했는데 실제 6726만㎾에 이르렀다. 당시 수요 관리 및 순환 정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6900만㎾ 이상 도달했을 것이다. 잦은 이상 기온 현상으로 수요 예측 불확실성은 증대했으나, 예측 기법은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지 못했으며 가동할 수 있는 발전기도 준비를 소홀히 해 순환정전을 유발하는 계기가 됐다. 공급 능력 오류 | 202만㎾는 2시간 이내 공급 가능한 운영 예비력이 아니나, 이를 구분하지 않고 공급능력으로 계상計上하고 운영 오차(실제 발전량 오차) 117만㎾를 감안하지 않음으로써 총 319만㎾ 차이가 발생했다. 예비력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사용한 점이 긴급 대응 및 보고 체계에 혼선을 야기했다. 위기 시스템 작동 미흡 | 전력거래소는 전력 위기 상황 진행에도 매뉴얼에 따라 정부와 한전 등 관계 기관에 경보 상황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공조가 곤란했다. 최종 수요자와의 접점은 한전의 관리 하에 있으며, 한전이 보유한 홍보 조직을 통한 국민 홍보와 영업 조직을 이용한 대규모 고객 전기 담당자에게 절전 요청 시기를 놓침으로써 피해를 키웠다. 한편, 김 회장은 "9 · 15 당시 수급 불균형에 의한 인위적 순환 정전은 대규모 정전으로 진행할 확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위기 시스템 작동 미흡 | 전력거래소는 전력 위기 상황 진행에도 매뉴얼에 따라 정부와 한전 등 관계 기관에 경보 상황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공조가 곤란했다. 최종 수요자와의 접점은 한전의 관리 하에 있으며, 한전이 보유한 홍보 조직을 통한 국민 홍보와 영업 조직을 이용한 대규모 고객 전기 담당자에게 절전 요청 시기를 놓침으로써 피해를 키웠다. 한편, 김 회장은 "9 · 15 당시 수급 불균형에 의한 인위적 순환 정전은 대규모 정전으로 진행할 확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한 개선 대책 김문덕 회장은 9 · 15 순환 정전 원인 발표에 이어, "문제의 원인을 바로잡으려면 정교한 수요 예측 및 예비력 산정 기법, 공급 설비 확충 및 수요관리 역량 강화, 관리 분석 및 적절한 정책 수립, 운전원의 면책 규정 확보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수요 예측과 예비력 산정 | 전력 수요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정교한 수요 예측 및 예비력 산정 기법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말미암은 수요의 기상 민감도(㎾/℃) 등 여건 반영 및 예측 기법을 개선해야 한다. 실제 발전기의 가능출력 모니터링으로 정확한 예비력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 설비 확충과 수요 관리 | 장기 수급 안정을 위한 공급 설비 확충 및 수요 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공급설비 확충(발 · 송 · 배전 설비)에 국민적 협조가 중요하다. 수급 계획 절차와 기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발전 · 송전 설비 이행성 강화를 위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전기요금을 다른 에너지원 가격과 비교해 가치 시그널로 작동하도록 한계비용을 반영하는 원가형 요금제로 전환해야 한다. 부하 관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시행 예고 기능을 강화하고, 상시 수요 관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관리 분석과 정책 수립 | 전력 정보 관리 분석 및 적절한 정책 수립을 위해 전력 계통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진단하는 상설 신뢰도 기구 설립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 전력 계통의 신뢰도와 안전도는 고도의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전문가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신뢰도 기준 정립 및 평가 등으로 공적 기능의 실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김문덕 회장의 기자 회견과 박준호 정전조사위원회 위원장의 9 · 15 정전 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산업계, 연구계, 시민단체, 언론계에서 대책 토론을 펼쳤다.
운전원 면책 규정 | 해당 업무 전문 기술자의 과도한 문책 조치는 상황 발생 시 과중한 스트레스 판단력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규정 절차에 의한 조치의 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매뉴얼에 따른 급전 지시 및 조치 사항에 대해 운전원의 면책 규정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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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기학회는 이번 9 · 15 순환 정전 원인 조사결과와 개선 대책을 정부에 건의해,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전력 기술 발전의 전기轉機를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 9 · 15 순환 정전 재발 방지를 위한 14개 세부 개선 대책을 포함했다. 큰 줄거리는 9 · 15 순환 정전 후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 국정감사 답변내용과 대동소이했다. 소득 수준 향상과 낮은 전기요금으로 말미암은 전기 냉 · 난방 제품 사용 급증, 민원 문제로 말미암은 발전 · 송전 · 배전 설비 확충 차질 … 전자는 전기요금 현실화로, 후자는 토지 공개념을 통한 제도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왜, 굳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먼 곳에 대형발전소를 짓는 것에서 답을 찾으려는지 의문이다. 소비지 근처에 지자체와 소비자조합 혹은 민간이 운영하는 분산형 소형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게 낫지 않을까. 12시간 간격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춰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없을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였지만, 현재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 덴마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원전 사고 후 유증에 시달리는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한편, 운전원의 면책권은 물 밑에선 몰라도 물 위로 떠올리기엔 시기상조라고 본다. 자칫 제 식구 감싸기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또한, 9 · 15 순환 정전은 위기 대응 매뉴얼이 없었기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처음 겪는 일이라 순간적인 판단 오류로 때를 놓쳤기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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