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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공사 관련 직원 100여 명 줄줄이 붙잡혀, 불법 행태 관리 감독관이 비리의 중심에
2011년 10월 19일 (수) 15:40:20 |   지면 발행 ( 2011년 9월호 - 전체 보기 )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의 비리가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8월 10일 하청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한전 공사 감독관 등 100여 명을 붙잡았다. 나용찬 수사과장(경정)은 "수사 결과 이들은 전기공사 불법 하도급 실태 묵인 및 공사 편의 대가로 공사 대금의 2∼5%인 15억 원 상당의 뇌물 수수 및 향응을 제공 받았다"면서, "100여 명 중 1차로 5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계속 수사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전기공사 현장의 불법 행태를 관리 · 감독하는 직위를 악용해 다양한 수법으로 비리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한편, 한전은 사건 직후 '고강도 비리 근절 대책 마련안'을 발표하면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업체에 대해 계약 해지와 입찰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병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즉, 뇌물 및 향응을 받은 자와 준 자 모두에게 쌍벌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전기공사업계 한 관계자는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한전 측이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공사업계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8월 10일 한국전력공사 공사工事관련 뇌물 수수 사건에 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용찬 수사과장(경정)은 "한전에서 발주한 전기공사와 관련해 현장에 파견된 한전 감독관들이 불법 하도급 실태를 묵인해 주고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공사 대금의 2∼5%에 상당하는 뇌물수수와 술 ·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한 결과, 비리 관련 한전 공사 감독관 등 관계자 1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했으며, 그 중 뇌물 액수가 많은 한전 직원과 8억 원 이상의 뇌물을 준 업자 등 5명에 대해 1차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도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공사 관계자 12명에 대해서도 뇌물 공여 및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라고 덧붙였다.

한전 공사 현장은 비리 백화점인가
한전에서 발주하는 전기공사는 전기 전문 건설업자가 경쟁 입찰을 거쳐 수주해 직접 시공하거나 부분하도급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지 않아 직접 시공할 수 없는 원청업체가 수주를 받아 입찰가의 58∼70%에 일괄 하도급을 주어 왔다.
이로 말미암아 <전기공사업법> 위반 행위와 부조리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또한, 이를 은폐하고자 실제 시공한 하청업체는 소속 직원을 원청업체의 상무 · 부장 등으로 위장 취업시켜 시공해 왔다.
한전은 공사 현장에 4∼5급 상당의 직원을 현장 감독관으로 지정해 공사 감독을 맡겼다. 그러나 이들은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약점으로 잡아 불법 묵인 및 공사 편의 대가로 기성금을 신청하거나 준공 검사 시 공사 대금의 2∼5%의 리베이트를 받고 수시로 향응을 접대 받았다.
피의자들은 공사 감독관이란 권한을 악용해 공사관계자들에게 수시로 금품을 받았으며, 그중 가장 많이 받은 피의자는 2억 2,500만 원을 수수했다. 일부피의자는 수수 금액의 절반을 공사 감독관을 선임하는 상급자에게 상납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공사감독관이란 직책을 악용해 공사업체로부터 무이자로 1∼2억 원 상당을 차용했다 변제하기도 했다. 공사업체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도 감독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관계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피의자 일부는 결찰 조사에서 차용금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들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금 변제는 물론 이자조차 지급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불법 하도급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공사현장 감독관과 공사업체 간 이뤄진 비리 유형이다.

CASE 1 한전 감독관 K씨는 한전으로부터 18억 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업체에 수주 금액의 70%에 하도급을 주도록 알선하고, 그 대가로 8,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함.
CASE 2 한전 감독관 K씨는 특정 전기공사 업체에 지분으로 5,000만 원을 투자하고 배당금 등으로 6,500만 원을 받았으며, 그 회사에 부인을 취업시키고 월급 명목으로 월 200만 원씩 2년 6개월간 6,000만 원 상당을 수수했으며, 올해 3월 수사가 시작되자 퇴사함.
CASE 3 피의자 N씨는 처 명의로 서울 강남에 ○○주류백화점을 운영하며 공사 관계자들을 불러들여 양주를 시가보다 약 10배 비싸게 판매하는 수법으로 1억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함.
CASE 4 피의자 N씨는 친하게 지내온 서울 강남의 한 룸싸롱 여주인 돈을 시공사에게 빌려주고 높은 선이자(연 60%)를 받게 하고, 그 술집에서 상습적으로 접대를 받아 매상을 몰아주는 등 영향력을 행사함.
CASE 5 피의자 K씨는 관련 업체 여직원 차명 계좌를 이용해 공사 감독 업체로부터 검수비 명목으로 1억 1,4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함.

이밖에도 공사 감독관이 한전 사이트에 로그인해 직접 작성해야 하는 작업 지시서를 하청업체 직원에게 사원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대신 작성토록하기도 했다.
강서경찰서는 "현재까지 수사한 피의자 중 금품 수수 또는 뇌물 공여 금액이 많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로 신청하고, 나머지 금품 수수 액수가 적은 수사 대상자와 향응을 받은 직원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면서, "또한, 불법 하도급 실태 묵인과 저가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 공사 부분도 계속 수사하겠다"라고 밝혔다.

*

한전은 2009년 3억 원 이상 공사 발주 업무를 전담해 전문화하고자 경인건설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고액 공사를 한 부서에서 발주함으로써 오히려 건설단 소속 직원들이 로비의 타깃이 됐다. 비리 근절을 위해 공사 발주를 전자 입찰 방식으로 변경했으나, 현장에 파견된 감독관들의 비리는 뿌리뽑지 못했다.
강서경찰서는 "본 사건의 수사가 진행 중이던 5월 중에도 현장감독관과 시공사의 유착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면서, " 현장 감독 체계상 하청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관례로 인식해 부조리 척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너무 낮은 가격(발주 금액 60∼70%)에 의한 하도급으로 말미암아 부실 공사 우려는 물론 부실 공사 묵인에 따른 비리 요인이 상존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까지 한전의 비리가 계속 이어져 온 것은 부조리 가능성이 높은 동일 보직에 5년간 장기 근무토록 함에 따라 부조리 연결 고리를 차단하지 못했다"면서, "공사 현장 직원에 대한 감독 체제 개선과 부조리 가능 부서 장기 근속 개선, 내부 고발 인센티브 활성화 등이 요망된다"라고 밝혔다.

한전, 고강도 비리 근절 대책 나서
한전은 강서경찰서 수사 결과 발표 당일 '고강도 비리 근절 대책 나서'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전은 글로벌 클린 기업 위상에 걸맞은 도덕성과 윤리 문화 정착을 위해 엄정한 공직 기강 확립과 강력한 비리 행위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면서, "금품 · 향응 수수, 횡령 · 배임 행위 등 고질적인 부조리 행위자와 관련 업체에 대해 징계 양정量定을 대폭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금액의 대소에 관계없이 일벌백계로 징계 ▲동일 유형 3회 징계 시 해임 ▲소속 상급자도 관리 책임을 물어 엄중 문책(예외 없이 인사 조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업체에 대해 계약 해지와 입찰 제한 등 강력한 제재 병행 등이다.
한전은 과거 부조리 발생 사례가 있고, 장기간 보직 시 부조리 발생 개연성이 높아 주기적인 순환 보직이 필요한 직위 · 직무에 대해 순환 대상 직무 보직기간을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한, 수사가 시작되자 7월 5일자로 30여 명 규모의 상시 기동 감찰팀을 운영 중인데, 이들은 전국 송변전 · 배전 · 토건 · 통신 분야 공사 현장을 돌며 공사업체의 불법 하도급 · 부실 시공 및 이에 수반한 직원들의 금품 · 향응 수수 행위 등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취약 분야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기동 감찰 활동을 시행 중이다. 기동 감찰에 적발된 직원에 대해 즉각적인 중징계 조치와 함께 필요 시 형사 고발 등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정 조치해 비리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에 발생한 전기공사 하도급 비리와 관련 다음과 같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불법 하도급 방지를 위한 정기적 현장 점검 강화 | 현재 불법 하도급 여부에 대해 주기적으로 인력 · 장비 · 현장 사무소 현황 등 보유 기준 미달 여부를 확인하고 있음. 협력 회사의 경우 현장 점검을 반기 1회에서 분기 1회 이상으로, 입찰 공사는 공사 기간내 최소 2회 이상으로 강화하고, 필요 시 불시 점검도 시행할 예정임.
청렴 계약제 및 하도급 거래 규정 준수 각서 작성 | 입찰에 참여해 금품 · 향응 등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고, 이를 위반 시 입찰 참가 자격 제한, 계약 해제 등을 감수하겠다는 '청렴 계약 이행 각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음. '배전 공사 불법 하도급 방지 협약서'를 체결해 계약 상대자가 직접 시공함을 원칙으로 하고, <전기공사업법>에서 정한 하도급 제한규정을 준수토록 하며, 이를 위반 시 발주자가 계약의 전부를 해지토록 하고 있음.
하도급 대금 지급 확인 강화 | 원사업자가 대가 수령 시 15일 이내 하도급 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고, 5일 이내 한전에 지급 내역을 통보하도록 함. 공사 감독은 하도급 업자에게 하도급 대금 수령내역을 제출받아 지급 내역과 일치 여부를 비교 확인해 한전에서 원사업자에게 기성 및 준공 대가 지급, 계약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감 시 하도급자에게 문자 메시지, e-mail 등으로 통보하도록 개선함.
불법 하도급 신고 센터 및 신고 포상 제도 운영 | 인터넷, 전화, 팩스, 우편, 방문 등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다양한 방법으로 상시 불법 하도급에 대한 신고 접수를 받고 있음. 불법 하도급 신고 시 공사 계약 금액의 5% 범위 내에서 최대 2,000만 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함.
하도급 부분 원사업자 공사 실적 인정 제도 도입 | 적법한 하도급 정착을 위해 하도급 공사 실적을 원 사업자와 하도급 업자에게 모두 인정하도록 정부 및 공사협회 등과 협의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함. 또한, 불법 하도급 발생 개연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공사 현장과 가까운 지역에 주된 영업장을 보유한 공사업체가 근거리에서 공사에 참여하도록 지역 제한 입찰 금액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어, 정부 및 공사협회 등과 협의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함.
불법 하도급 현장 감시 · 적발 제도 도입 | 5,000만 원 이상 공사에 대해 감리업자가 시공업체의 동원인력과 장비를 점검 후 관련 시스템에 입력해 중복여부를 확인하고 만일 감리업자가 불법 하도급을 묵인하거나 허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면, 감리업체에게 부실 벌점을 부여하는 등 공사 관리를 강화할 계획임. 또한, 직원의 적극적인 청렴 활동 동기 유발을 위해 2009년부터 개인별 청렴 활동 보상 시스템인 '청렴 마일리지 제도'를 구축하고 자발적으로 청렴 활동을 시행한 직원에게 성과 보상을 시행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음.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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