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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관리, ‘포괄적 안보’의 틀에서 준비해야
2011년 6월 23일 (목) 15:55:05 |   지면 발행 ( 2011년 5월호 - 전체 보기 )

이병석 국회의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4월 22일 저녁, 광화문 일대와 전국 곳곳이 잠시 어둠에 묻혔다. 41회'지구의 날'을 맞아 정부종합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행한 10분간의 소등행사였다. 충분히 준비하고 홍보했기에 불상사는 없었다. 만일 이것이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더욱 긴 시간, 더 반복적으로 소등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그 속에서 우리 생활은, 산업과 경제는 과연 어떨까?
사실 에너지 위기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고유가와 원전 사고, 즉 화석연료의 수급 불안과 원자력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의 에너지 정책은 어떤 담론에서 접근해야 할까?
나는 이 문제를 이른바'포괄적 안보'의 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른바'자원전쟁'은 각국이 기존 전통적 안보 개념에 치우쳐 에너지 문제에 접근함으로써 나타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 시대, 세계화 시대에 에너지 안보는 국가 간 갈등을 전제로 하는 전통적 안보 개념만으로 풀기 어렵다. 국가적 차원과 동시에 세계적 수준 그리고 개별 국민적 수준에서 포괄적 안보관을 전제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에 대해 전 세계가 함께 추진할 첫 번째 화두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자연으로부터 자원을 개발해 소모하는 현 에너지 체계는 환경과 불가분의 관계가 필연이지만, 인류는 너무 늦게 대응을 시작했다.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과 탄소 배출 · 급속한 기후변화는 농산물 등 1차 자원의 생산을 위협하고, 이상 기온 등으로 말미암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했다. 이를 극복하는 가장 적극적인 대응이 바로 '저탄소 녹색 성장'이다. 2009년 말 코펜하겐 협정은 비록 각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소기의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지만, 전 세계가 처한 에너지-환경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녹색혁명임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교통 · 물류, 산업 · 경제 구조는 물론 생활 전반의 에너지소비 구조를 더욱 빠르게 녹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녹색 성장의 의제와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세계 속에서 에너지 강국으로 당당히 버텨나갈 수 있다.
다음으로 원자력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국가 단위 노력은 물론, 동북아와 이를 넘어 전 세계적 협력 체계 구축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3월 1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우리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원전 안전 문제로 세계 곳곳에서 원자력 정책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은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어떤 에너지원보다 다루기 까다롭고 위험함에도, 그 경제적 효용으로 말미암아 결코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력 생산비용을 보면 원자력이 40원인데 비해 태양력은 770원으로 무려 20배 차이가 난다(국내 원전의 생산 전력은 시간당 1474억㎾로 이미 전체의 34%를 차지하는 데 비해, 아직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비중은 2%, 전기 보급률도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우리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태양력 · 풍력같은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데에도 입지 등 많은 제약이 따른다. 결국,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원자력보다 안전하고 무한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유가급등과 화석연료 위기에 직면한 이상 단기적 · 중기적으로 원자력 의존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원자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배가해야 한다. 이미 한국형 원전 수출의 개가를 올린 만큼 그 성과를 거두어야 함은 원전 수출국으로서 당연한 국제적 책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수급과 소비 체계에 대한 분배 문제를 검토하고 체계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에너지는 이제 단순한 생산과 소비를 넘어 국가 안보는 물론, 곧바로 국민 개개인의 생활과 생존으로 이어지는'국민적 안보'의 문제다.
국민의 안보는 이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지만, 에너지 위기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 최근 포항의 오징어잡이 배들은 치솟는 유가 때문에 두달째 출어를 포기했다. 김해의 화훼 농가는 애써 키운 장미를 팔면 팔수록 적자를 내고 있다. 하루 2만 원 버는 화물트럭 기사는 찜질방에 갈 돈도 아까워 차에서 새우잠을 자는 실정이다. 이미 국민 생활의 양적 · 질적 측면뿐만 아니라 생존 그 자체가 에너지 수급과 고유가에 휘청거리고 있다.
에너지 문제는 더 이상 시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 현 정권까지 정부는 에너지 기본법 등을 통한 각종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 빈곤층에 대한 일방적 · 시혜적 복지 정책의 하나로 시행함으로써 우리나라 복지 정책의 딜레마, 즉 전달 체계 등 정책 효과와 효율성의 문제를 그대로 떠안고 있다. 이러한 정책만 가지고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에너지 위기로부터 대다수 중산층과 빈곤층이상의 서민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순화시킨 에너지의 생산-소비 개념을 넘어서, 에너지 수요를 소비유형과 에너지원 등으로 더욱 세분화해 그것에 맞게 에너지공급과 유통, 지원 체계를 효율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에너지는 새로운 안보 개념을 적용해야 할 대표적인 문제다. 특히 우리처럼 자원이 부족함에도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는 나라는 더욱 그렇다. 국가나 국민 개개인 모두 에너지에 대해 안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자원 부국이 에너지 강국이던 시대는 지났다. 에너지 강국은 기존 자원을 확보하는 외교력,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기술력 그리고 확보한 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총체적 관리 역량을 보유한 국가다. 21세기 에너지 강국은 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병석 Profile
· 1952년 8월 흥해 출생 · 포항 동지중 · 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졸업(정치학 석 · 박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졸업 · 前14대 대통령 정무비서관, 포항 동지중고 총동창회 회장, 제16 · 17 · 18대 국회의원, 국회 예산결산특위 · 정치개혁특위 위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 산업자원위원회 간사,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국민통합특별위원회 총괄간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 · 現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 독도영토수호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한 · 중의원외교 협의회 부회장, 한 · 베트남 의원친선협회 회장, 한나라당 독도 등 우리 땅 우리 역사 지키기 특별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직능특별위원회 위원장, (재)독도의용수비대기념사업회 회장 · 주요 저서《대통령과 권력》,《 토지개혁과 정치발전》,《 내일에서 온 편지》,《 몸을 낮추면 하늘에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어느 날, 엎드려 흐르던 강이 솟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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