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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현실화냐, 물가안정이냐
2011년 5월 4일 (수) 10:37:49 |   지면 발행 ( 2011년 4월호 - 전체 보기 )



봄기운이 완연한 4월로 접어들며 우리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가는 지난겨울 전력 공급 문제를 되돌아보자. 지금까지 전력 공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대부분 여름철 냉방 수요 급증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겨울 강추위가 계속된 탓도 있었지만, 이례적으로 최대 전력 수요를 연일 경신하면서 전력 공급 문제가 대두했다. 이러한 전력 수급 불안의 원인은 난방용 1차 에너지인 등유 소비가 2차 에너지인 전력 소비로 과도하게 넘어오며 생긴 것으로, 원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전기요금 체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례다.
지난해 에너지원 소비 경향을 분석해 보면 2002년 대비 1차 에너지인 등유 소비는 50% 감소했지만, 2차 에너지인 전력 소비는 56% 증가했다. 그 원인을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에서 찾을 수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비효율적 대체 소비에 따른 손실은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 수준은 경제 외적인 정책적 고려에 의해 원가 미만으로 공급하고 있다. 2010년 말 현재 원가 보상률(추정 예측치)은 90% 수준으로 100원을 들여 전기를 생산해 90원에 판매한다는 얘기다.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는 32% 상승했고 국제 연료 가격은 226% 상승했으나, 전기요금 인상률은 16%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 대비 전기요금 실질 인상률은 -11.7%로 오히려 인하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다 보니 석유에 의존하던 난방 수요는 전기로 급격하게 넘어와 겨울철 전력 수급 불안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파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기 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중장기 투자 위축, 신인도 하락, 미래 성장 동력 저하로 이어져 전력 사업 전반의 안정성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전의 재무 실적 악화는 해외사업에도 문제다. 해외사업 입찰 과정에서 재무제표와 신용 등급만으로 부적격자를 솎아내는 적격심사(PQ)조차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벌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가 발주한 660㎿급 발리 석탄화력발선소 입찰과 같은 해 6월 이집트가 발주한 복합화력발전소 입찰에서 탈락한 결정적 원인도 결국 한전의 적자 구조 탓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기요금 저가 정책의 큰 문제점은 에너지의 과소비 생활화다. 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인 전기요금은 경제성장률보다도 높은 전력 소비 증가율을 보이는 기형적 구조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를 위해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우리가 저렴한 전기요금의 달콤함에 익숙해질수록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에너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요금 현실화에 앞서 이로 인해 고통받을 서민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이나, 이마저도 대상에 들지 못해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계층이 생겨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전기요금 현실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보다 다각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우나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와 함께 고려할 것이 바로 물가안정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인상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현실화를 급격하게 추진한다면, 다른 물가의 동반 상승을 부추겨 정부의 물가 인상 억제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해 전기요금 현실화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불, 석유,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에 이은 제5의 에너지는 바로 에너지 절약이다. 전력 소비도 이제 스마트하게 변화해야 하며, 전기요금 현실화가 자연스러운 변화를 유도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김재경 Profile
· 진주고등학교, 경상대학교 법과대학교,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경제법 전공), 중앙대학교 건설 최고 관리자 과정 31기, 고려대학교 건설 경영 최고위 과정 10기, IMI국제경영원 글로벌 최고 경영자 과정 58기,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최고 관리자 과정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청주 · 부산 ·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7 · 18대 국회의원(재선),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윤리관(현),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현), 국회 2012 세계박람회지원특별위원회 위원(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나라당 간사(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현),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회 지식경제정조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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