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질주, 전기자동차]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 모바일용 전지와 판이한 게임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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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2 오후 3: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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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전지 사업으로 주요 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입하고 있다. 국가 차원으로 육성하겠다는 발표도 계속 들려온다. 비록 현재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전기차의 높은 성장성과 부가가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규모를 계속 키워갈 것이지만, 충전 인프라의 구축과 맞물려 성장은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전지 기업이 전기차용 전지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완성차 기업과 전지 기업 간의 주도권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전기차용 전지의 내부 경쟁은 향후 4∼5년간 완성차 기업과의 밀접한 파트너십 구축 여부가 주목할 만한 포인트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완성차 기업의 가격 수준에 맞는 셀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소수 기업이 시장을 과점할 가능성도 있다. 충전 편의성 향상과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요인으로 전지의 표준화 이슈는 계속 제기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전기차 시장 초기 구매 비용의 직접적 지원에서 점차 인프라 구축, 원천 기술 개발 등 투자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용 전지 사업에서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품질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며 극한의 내구성과 안정성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리튬이온전지, 저탄소 녹색 성장의 기대주 금융 위기를 극복하며 국가 차원의 신성장 동력을 찾던 일본은 지난해 4월 '차세대 자동차 전략 2010'에서 2차 전지의 가격과 용량을 혁신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7월 '2차 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2020년까지 2차 전지산업에 15조 원의 투자를 공표한다. 우리나라의 발표를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은 8월 '리튬이온전지를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라고 선언한다(<표 1> 참조).
기업들도 앞다투어 전기차용 2차 전지에 대한 사업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일본의 Panasonic과 Hitachi, 중국의 BYD과 ATL, 미국의 A123 등 전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마치 경쟁자의 기를 꺾으려는 듯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과거 2차 전지 사업에서 철수했던 Toshiba도 가세했으며,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던 국내 주요 기업들과 IBM · 3M · DOW · BASF 등 글로벌 기업들도 진출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표 2> 참조). 리튬이온전지를 대표주자로 삼은 2차 전지 산업은 이처럼 역동적이면서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매력적인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시장 규모가 주력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18% 수준에 불과하지만, 주요 기업들은 물론, 국가들까지 본격 양산을 앞둔 전기차의 높은 성장성과 부가가치, 전력망 에너지저장 시스템까지 확대 가능한 잠재성을 주시하며, 리튬이온전지 시장 선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물론, 전기차용 2차 전지 솔루션으로 리튬이온전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Toyota와 Panasonic의 합작사에서 생산 중인 NiMH전지가 있고, 길게 보면 연료전지도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수요 시장의 확장성, 참여자들의 투자 집중도, 성능 향상 및 원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산업의 선순환 고리가 다른 솔루션에 비해 매우 빠르게 형성되기에, 전기차용 2차 전지의 주도적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의 본격적 보급과 함께 성장 국면에 접어든 전기차용 전지 산업의 전개 방향은 관련 기업들에 있어 첨예의 관심사다. 성장 전망과 경쟁 판도를 살펴보고, 사업 성공 요인이 무엇인가를 연관된 사업의 관점에서 짚어보자.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 산업의 전개 방향 1920년대 에디슨에 의해 소개됐으나 2차 전지의 성능 부족으로 시장에서 사라진 전기차는 고유가로 말미암은 차량 유지비의 상승과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미 최고급 차량에서는 전자 부품의 비중이 전체의 40%에 이를 만큼 부품의 전자화가 진행된 것도 전기차의 새로운 등장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된 2차 전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동력 체계가 등장하며, 전기차는 화려한 부활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전기차용 전지는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시장의 성장과 경쟁, 인프라구축 가능성 그리고 정부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전기차는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 전기차의 유망성에 대해서는 주요 기업과 국가들의 적극적 행보를 고려할 때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다만, 얼마나 성장할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구매가 쉽지 않은 제한적 접근성, 안전성의 미검증, 충전인프라의 미비 등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10%미만의 점유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현재 대비 90% 이상 낮아지는 전지 가격과 검증된 안전성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의 성숙으로 인한 충전 인프라 구축의 가속화로 10년 내 30% 가까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Nissan의 CEO인 카를로스 곤은 2020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1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Ford의 CEO는 2020년 자동차의 25% 이상이 첨단 전지 장착 차량이 될 것이라 발표했다. 이처럼 다양한 성장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전기차의 승패가 전기차원가의 50%에 달하는 전지의 경쟁력에 달렸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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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기존에 타던 자동차를 단순히 대체하는 것 이상의 전기차를 원한다. 현실적으로, 친환경성보다는 저렴한 구매 및 유지비용, 높은 안전성 그리고 사용의 편의성 등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이동 수단을 바라고 있다. 높은 구매가격은 당분간 정부의 지원으로 상쇄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전기차용 전지 산업의 선순환 구조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기업들의 꾸준한 연구 개발 투자로 단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가격과 안전성으로 인해 모터로만 구동하는 순수 전기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적어도 10% 이상 점유할 것이고 첨단 전지를 채택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감안하면 30% 수준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을 것이다. 충전 인프라의 구축 여부와 충전시간의 단축 등 사용자의 편의성을 올리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충전소를 설치할 것이며, 공공재인 전기를 어떤 수준의 가격으로 공급할 것인지, 더 나아가 표준화된 전지를 공공의 자산으로 여기고, 전지의 공용화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뚜렷한 합의점이 현재로서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고민이다. 결국,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투자, 참여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한 충전 시간의 단축 그리고 이를 통한 사용 편의성이 단계적으로 개선되면서 서서히 성장할 것이다.
완성차 기업과 전기차용 전지 기업의 역학 관계는? 우리나라 완성차 기업들의 부품 내재화 비율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60%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4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엔진을 제외하면 직접 제작하는 부품을 찾기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의 심장인 엔진은 완성차 기업이 절대 양보하지 않는 영역이다. 전기차 동력부의 핵심인 전지도 완성차 기업이 비록 지금은 여력이 없지만, 전지의 특성과 가격에 대해서는 직접 통제하고자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내재화 움직임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협력 업체 관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인정될 만큼, 구매자와 공급자가 명확히 구분되는 산업이다. 구매자로서 완성차 기업의 권한은 막강하고, 공급자는 한정된 이익만을 가져간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적절한 수준의 전지를 대규모로 공급할 역량을 갖춘 전지 기업은 얼마나 될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20여 곳에 이른다지만, 양산 대응이 가능하면서 10여 년간의 보증기간을 감당할 만한 기업은 손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전지 기업이 전기차용 전지 시장의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나 제품의 특성을 결정할 때도 완성차 기업과의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지의 셀이 표준화되거나, 완성차 기업이 전지에 대한 이해도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일정부분 내재화를 한다면 전지 기업과 완성차 기업의 주도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지 기업은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에 대한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고,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 강자인완성차기업도가만있지는 않을것이다. 물론, 전기차용 전지는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기업이 전지를 기존 자동차 부품처럼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는 못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는?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국가별, 지역별로 로컬 기업의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자유무역주의가 널리 퍼지고 국가 간 장벽이 사라져도, 기간산업으로서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려는 정책적 의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기차용 전지 시장 경쟁 또한 다소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대해 중기적 관점에서 향후 5년, 장기적 관점에서 10년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중기적으로 신흥국과 일부 선진국에서는 지역별 주도권을 행사하는 완성차 기업의 파트너인 특정 전지 기업과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지 기업이 공존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사업 관점에서 제품이 안정되는 데 최소 2∼3년이 필요하고, 시장의 반응이 누적되며 소비자 반응도 호기심에서 실제 구매로 전환되는 데에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전지 사업 관점에서도 이 기간은 글로벌 전지 기업과 로컬 전지 기업 간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것이다. 핵심 소재 개발에 최소 3∼4년이 필요한 전지 산업의 특성상,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의 차별성도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향후 4∼5년은 밀접한 파트너십의 구축 여부가 경쟁에서 유리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서 전기차가 일상에 등장하는 시점에 이르면 전지 기업 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될 것이다. 전지도 자동차 부품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자 대규모 증설 및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치사슬 단계별로 소재 전문, 셀 전문 그리고 셀에 각종 보호 및 제어회로를 부착한 모듈 전문 기업이 등장하며 셀의 부가가치는 차츰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기업의 가격 수준에 맞는 셀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소수의 글로벌 기업은 높은 진입 장벽을 구축하며 시장을 독차지하려 할 것이다. 신규 진입 기업들은 2015년을 전후해 차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산업이 장기적으로는 성숙기에 진입할 것이지만, 경쟁력 있는 전지 소재를 독자 개발하는 데 최소 4∼5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지 사업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들은 늦어도 2015년까지는 시장 진입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된다면 지역별 기반을 갖춘 신규 진입 기업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전기차 프로젝트에 탑재되는 전지를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고, 자국산 제품의 비율을 일정 비율 이상 구매하도록 정해 놓은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의 정책이 전기차 전지에도 확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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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인프라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시장 성장의 또 다른 축인 충전 인프라 문제를 살펴보자. 미국에서 Nissan 리프의 판매가격은 3만 3,000달러로 책정됐다. 캘리포니아 주민이 구입한다면, 7,500달러의 연방정부 보조금과 5,000달러의 추가 보조금으로 2만 500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세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시장에서 전기차의 매력도는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당장 Nissan은 2012년까지 연간 50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5년까지 전기차 생산을 10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전기차 시장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 저렴한 운행비용에 대한 기대 효과로 시장 규모가 일시적으로 커질 것이다. 하지만,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30분 넘게 걸리고, 충전소를 찾기도 쉽지 않다면 시장 매력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나마 도시 지역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설날이나 추석 등 '민족 대이동'이 발생하는 명절 때마다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기 어려운 지역에는 '전기차 몰고 귀경하지 않기'캠페인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정부의 지원 및 규제 정책으로 충전소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3시간 이상 걸리는 충전 소요 시간의 해결은 아직은 요원하다.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Better Place 충전 모델은 2차 전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충전시간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기차용 전지에 대한 공공성 부여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등 많은 난관에도 전지 교체형 모델의 적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차종에 관계없이 표준화된 전지의 교체 외에는, 현재의 주유 시스템 같은 편의성을 갖춘 충전 솔루션의 등장이 당분간은 어렵기 때문이다(<그림2> 참조). 한편, 전지의 표준화는 충전 편의성뿐 아니라 전지의 원가 혁신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 한층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기차 시장 초기에는 자동차 부품으로 전지의 표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부품산업은 원래 표준화와 거리가 있는 산업이다. 윈도우 브러시와 리어 미러 등 간단한 부품도 제조 기업별로 제각각 만든다. 자동차 기업의 수익 구조상 유지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전기차에서 50% 이상의 원가를 차지하는 전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표준화된 셀의 대량 생산이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위해 정부가 강력하게 표준화정책을 유도하고, 기업 간 유기적 협력이 이뤄진다면, 표준화도 가능하리라는 예측이다. 채택 제품에 따라 제각각이던 소형 리튬이온전지도 노트북용 전지의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참여기업 간 협력으로, 적어도 셀 단계에서 표준화는 이루어졌다. 전지 소재의 혁신적 솔루션으로 충전 소요시간이 1분 미만으로 짧아지고, 수년간에 걸쳐서 충분한 실증이 될 때까지, 표준화는 충전 편의성의 핵심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전기차 모델의 판매가 임박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가 바로 정부의 지원 정책이다. 많은 국가가 전기차 보급에 대한 금융과 세제 지원을 계획하고 실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왜 개인의 편의를 위해 구입하는 전기차에 막대한 지원을 하는 것일까? 자동차 산업은 한 국가의 주력 산업으로 그 자체가 막대한 매출을 일으키고 수많은 협력 업체까지 먹여 살리는 기간 산업이다. 게다가 전기차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익히 간파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 시장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 주요 국가들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긴 미국, 도요타 사태를 겪으며 흔들렸던 일본, 한발 앞선 친환경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유럽 그리고 전기차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 등 각국은 전기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전기차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전지가 기초 체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태양광 발전에 국가가 지원하는 모델과 유사한 형태로 지원 시스템이 가동 될 전망이다. 시장 초기에 정부의 역할은 보조금 지급과 세금감면 등 직접 지원의 형태를 띨 것이다. 하지만, 그 지원 기간은 한시적일 것이다. 시장이 커가면서 정부의 역할도 점차 간접적 지원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충전 인프라 구축, 전지 소재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의 자생적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통한 수요 촉진도 나타날 것이다. 한시적 지원 정책과는 다르게 상당 기간 지속되는 연비 규제, 배출 기준 도입 등의 정책으로 전기차에 대한 자발적 수요 증가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표 4> 참조).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 사업의 필요조건 지금까지 전기차의 시장 전망과 전기차용 전지의 전개 방향을 살펴봤다. 전기차용 전지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기업들이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섣불리 결론짓기는 어렵지만, 참여 기업들과 연관 산업의 시각을 고려해 볼 때 전기차용 전지는 전지 사업의 기존 특성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품 그리고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복합적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자.
기존 리튬이온전지 사업의 관점-막대한 품질 리스크 감내 1990년대 초반 Sony에 의해 소개된 리튬이온전지는 우수한 휴대성과 높은 에너지 밀도로 모바일 IT 기기에 빠르게 채택됐다.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5개 안팎의 기업들로 경쟁 구도가 정착된 형국이다. 소형 리튬이온전지 관점에서 전기차용 전지의 주요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막대한 품질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소형리튬이온전지를 최초로 개발했고, Nissan과 전기차 공동 개발을 최초로 시도한 Sony는 2005년까지만해도 노트북용 리튬이온전지와 휴대폰용 리튬이온 폴리머전지의 최대 생산 설비를 자랑하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Sony의 전지를 채택한 노트북의 폭발사고는 Sony의 전지 사업에 회복하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 사업의 급격한 위축으로 더 이상의 투자를 할 수 없던 Sony는 아직까지 전기차용 전지에 대해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해당 고객의 특정 제품만 회수하고 보상하면 되는게 아니라, 직접 관련이 없는 고객과 제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지 사업의 품질리스크는 막대하다(<표 5> 참조). 두 번째, 시장 진입과 안정적 성장을 위해 아이디어를 함께 내며 개발하는 내부 고객(Captive 고객)이 필요하다. 내부 고객이 없다면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파트너라도 있어야 한다. 내부 고객을 발판으로 시장 진입의 문턱을 넘을 수 있고,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2007년 소형 전지 사업에서 철수한 NEC, 방대한 사업군과 풍부한 투자 여력을 자랑하는 Hitachi 등이 고군분투한 것도 혁신적 제품을 시험하며 사업을 같이 키울 확실한 내부 고객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내부 고객으로 글로벌 기업을 가지고 있는 LG화학과 삼성SDI는 경쟁사보다 비교적 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했다. 중국의 ATL이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Apple이라는 전략적 파트너가 있기 때문이고, 한때 부동의 1등 전지 기업이었던 Sanyo가 Panasonic에 흡수된 것도 결국 운명을 같이해 온 Nokia의 구매 정책 변화가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전지 사업에서 검증된 솔루션에 기반을 둔 조립 및 공정관리의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 최근 주요 전지 기업들이 매월 생산 가능한 수량은 평균 7000만 셀을 넘어섰다.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수준은 6시그마 품질관리에 나오는 3.4ppm 수준이 아니라, 10억 셀 중에 한두 개의 불량을 허용하는 ppb 수준이다. 물론, 전지의 용량은 반도체나 LCD처럼 주기적으로 집적도가 커지고, 화면이 넓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점 때문이라도 전지사업에서 대규모 물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공정 및 품질관리의 경쟁력은 필수적이다.
자동차 부품 사업의 관점- 극한의 내구성과 안전성 Apple의 아이폰에 사용되는 전지의 보증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GM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볼트의 전지와 전기 운전 시스템에 대해 8년 또는 16만㎞의 품질보증 정책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과감하지만 당연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만 보증되는 휴대폰 부품이 아닌, 자동차부품 사업의 관점에서 전기차용 전지의 필요조건을 살펴보자. 무엇보다 전기차용 전지는 자동차의 부품으로 극한의 내구성이 요구된다. 자동차는 평균수명이 2∼3년에 불과한 휴대폰과 달리 10년은 기본이고, 15년의 평균수명과 20년의 사용 수명이 요구된다. 사용 환경도 몸에 지니는 모바일 기기와 다르게 극지방 또는 적도 지방에서도 변함없는 성능을 발휘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비싼 전기차용 전지는 전기차를 폐차한 이후에도 재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로 규모의 경제에 기인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자동차 부품 업계의 평균 이익률은 5% 안팎이다. 낮은 수준의 이익률을 극복하며 지속 성장하기 위해 부품의 대규모 생산을 통한 원가 경쟁력은 자동차 부품 사업의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세 번째, 부품의 기계적 특성에도 익숙해야 한다. 자동차는 2만 개 이상의 부품이 모여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제품이다. 전기차로 진화하면서 부품 수는 혁신적으로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부품 간 조립공차 또는 마모에 따른 조립품의 성능 이상에 대한 변수는 상존한다. 제품의 초기 성능이 사용 기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전자 부품과 달리, 자동차 부품은 사용 초기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연관 부품들의 기계적 성능 조화는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개별 부품으로서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의 사소한 품질 문제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규모 리콜을 단행한 도요타가 리콜의 원인을 미국의 부품회사에서 만든 가속 페달때문이라고 밝힌 것처럼, 완성차 기업은 가격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바탕으로 부품 업체에 리스크를 일정 부분 전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품질 문제로 인한 안전성 결함이 부품 업체에 가져오는 파장은 모바일 기기보다 훨씬 파괴적이다.
에너지 사업의 관점- 안정적 공급 인프라 필요 모바일 기기에 필요한 '전원'을 제공하는 소형 전지가 아닌, 자동차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전지를 에너지사업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ARAMCO가 정의한 에너지 사업의 성공조건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Availability), 적절한 가격(Affordability), 신뢰도(Reliability) 그리고 소비자의 수용성(Acceptability)이다. 에너지 수요의 꾸준한 증가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석유 가스 위주의 기존 에너지 산업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석유의 고갈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어렵게 하고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소비자의 수용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전기차용 전지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자동차 에너지원으로서 전기차용 전지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충전 시스템과 전력망에서 나온 전기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지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필요한 경우 전지에 남아 있는 전기를 전력망에 거꾸로 공급해 에너지 수요 공급의 균형에도 기여할 수 있기에 전기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충전 효율을 높인 공급 체계는 필수불가결하다. 이를 통해 현재의 주유소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소비자들이 전기차의 효용을 불편함 없이 만끽하도록해야 한다. 두 번째, 친환경 특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혜택을 통해 사용자의 수용성을 적극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기존에 친숙한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낯선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주저하게 할 가능성이 크기에 전기차로 인한 불편한 경험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를 위해 정부와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까지 전지 사업, 자동차 부품 사업 그리고 에너지 사업 관점에서 바라본 전기차용 전지 사업의 필요조건을 살펴보았다. 요약하자면, 전기차용 전지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전지 사업에 필요한 품질리스크에 대한 대응 역량, 내부 고객의 중요성, 조립 및 공정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의 내구성, 원가 경쟁력, 부품의 안전성과 에너지사업에서 필요한 공급 안정성과 사용자의 수용성만족 등의 요소를 충족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Game Rule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 주된 시장이 모바일 기기 일변도에서 자동차산업으로 그 범위를 넓혀 가는 리튬이온전지 산업에 새로운 경쟁의 법칙이 형성될 것이다. 다수 기업은 도태되거나 합병되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어려운 싸움에서 이긴 소수 기업은 안정된 고객 구조를 바탕으로 전기차의 성장 속도를 즐기기도 할 것이다. 리튬이온전지 이외 대체 솔루션이 없는 모바일 기기와 달리, 우리에게 익숙한 내연기관은 전기차의 파워트레인과 공존할 것이다. 전지의 용량과 충전속도 등의 기술은 시장의 니즈 변화에 늦지 않게 발전돼야 하지만, 냉정하게 시장이 원하는 기술이 구현 가능한지 판단하고, 또한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지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에너지 산업에서는 사용 경험에서 우러나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튬이온전지는 전기차의 성능개선에 기여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데 역할을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제품화로 진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리튬이온전지도 에너지 산업의 거대한 무대에 등장하게 됐다. 손안에 들어가는 전지가 아닌, 전체 에너지 수요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석유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이동 수단의 핵심 중의 하나로 진화하고 있다. 전지는 기존 소형 모바일 기기용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더 높은 수준의 니즈에 부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거대한 수요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고, 그에 맞는 자기만의 실력을 꾸준히 키워서 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글 신장환<LG경제연구원 책임원구원>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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