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 위원장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 Green'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기술 개발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새싹이나 초원, 자연을 연상시키는 '녹색'에서 싱그러움이나 상쾌함, 안정감과 같은 심리를 느끼곤 한다. 그런데 이런 '녹색'이 요즘 단순한 색의 이미지를 넘어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위기감 고조에 따라 기존 산업과 성장 패러다임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기후변화를 염두에 둔 정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약 도출을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열린 날,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의 김세동 위원장을 만나봤다.
중요핵심단어, ' Green'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05년까지 6개 지점(서울, 인천, 강릉, 대구, 목포, 부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0.74℃)의 2배에 달하는 수치로,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계속 된다면 2100년에는 한반도에서 겨울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의식하면서도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당장의 편리함만을 쫓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세동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 위원장은 "가정에서부터 학교, 사무실, 사회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녹색'이라는 단어를 중요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이미 도래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는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산 · 학 · 연 공동연 구를 위해 10월 9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엄찬왕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을 비롯한 이광식 한국조명 · 전기설비학회 회장, 윤종민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해 창립을 축하했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력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도 전력산업은 당면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그리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책 중 하나로 등장한 것이 일명 똑똑한 전기, '스마트 그리드'이다. 즉, 기존의 일방적인 전기 공급에서 벗어나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양방향 통신을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로 제주가 선정되어 착공에 들어가는 한편,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된 각계각층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 가운데 한국조명 · 전기설비학회 내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가 지난 10월 9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김세동 위원장은 연구회 설립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계에서도 산 · 학 · 연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역할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으며, 시기적으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설립하게 됐다"
우리에게 유리한 스마트 그리드
김세동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로 첫째, 빈약한 천연자원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 경제를 논할 때 늘 불안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결국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 스마트 그리드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해 준다. 둘째,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이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 통신 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 그리드에 있어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IT 기술은 물론, 이미 발전소, 송 · 배전설비 등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된 전력망을 가진 우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세계 최초의 국가단위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스마트 그리드 로드맵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전체적인 진행 방향은 옳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스마트 그리드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참여하지않으면성공적인구축은어렵다"며, " 최종소비자의 이해를 돕고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주요 정책들은 최종 로드맵 확정까지 남은 공청회와 각 방면의 전문가 견해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충분히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 일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를 둘러싼 주도권 논쟁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일축했다. "하나의 가전제품 안에는 제품의 성능이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다양한 요소 기술들이 들어가 있다. 스마트 그리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그리드라는 하나의 커다란 제품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순수 전기산업 외에도 반도체, 저장, 통신 보안 기술 등을 필요로 한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기반산업이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함께 발전을 꾀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주도권 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두고 공동의 목표 아래 상호 협조와 지원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창립총회와 함께 열린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 세미나에서 한전 전력연구원의 송일근 박사가 '스마트 그리드 R&D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과제
스마트 그리드의 성공적인 구축과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표준화 추진을 비롯해 스마트 그리드 관련 기술을 누가 더 빨리 개발해 상용화 시키느냐가 시장 선점의 관건이다. 이미 스마트 그리드는 선택의 문제를 넘어 치열한 속도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반을 조성한다는 비전으로 정부는 5대 추진분야를 선정, 단계별 목표와 세부 실행계획을 세웠다. 앞서 말했듯이 스마트 그리드는 다양한 요소 기술의 복합체로, 이러한 5대 분야가 조화를 이뤄 잘 추진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의 전력계통은 컴퓨터 시스템을 통한 제어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EMS(Energy Management System, 에너지 제어 시스템), SCADA(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송 · 변전 자동화 시스템), DAS(Distribution Automation System, 배전 자동화 시스템), 원격검침 등과 같은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현재 그 성능을 인정받아 국외로도 수출되고 있어 향후 사업 전망을 한층 밝게 해 준다. 세계 기술 수준에서 노력이 요구되는 일부 기술 분야에 대해 김세동 위원장은 긍정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조금 뒤떨어져 있다고 해서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며, "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고 충분히 극복가능한 기술개발이 지금 이 시각에도 각 연구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원공과대학의 전기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세동 위원장은 모든 산업의 근간을 형성하는 전기공학의 필요성과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 · 학 · 연의 협력 체제가 관건
스마트 그리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도 중요한 과제이다. 두원공과대학의 전기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세동 위원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전기공학을 그저 어려운 학문으로만 이해하고 학생들이 기피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폭발적인 사회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는 아니겠지만 오늘날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산업이 없을 정도로 모든 산업의 근간을 형성하는 전기공학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요즘 대학에서는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보다 쉽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교재 및 교육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전기 분야뿐만 아니라 공학을 전공한 기술자를 배려하는 정부 정책을 당부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세동 위원장은 "아직 스마트 그리드에 대한 큰 그림만 그려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을 잘 이해하고, 본 연구회를 중심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많은 의견과 관심들을 모아 전력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의 위원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연구회는 보다 실질적인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 분야의 기술 개발 현황과, 에너지제로하우스, 스마트 빌딩 및 스마트 팩토리 기술 등의 적용 가능성, 스마트 그리드 전기설비 기준 및 규격 현황 등에 관한 전문적인 학술연구사업의 활성화와 기술 전파 활동을 목표로 현재 2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글, 사진_전화영 기자 <한국조명 · 전기설비학회 (02)564-6534 / www.kiie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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