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진흥회 사업지원실 박병일 실장 해외진출 위해 꾸준히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중전기기 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자 국가 전력 공급망 구축에 필요한 장비를 생산 공급하기 위한 자본재 산업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안전성, 신뢰성이 요구되고 장기간의 검증과 국제적 인증이 필수인 특성 때문에 수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매년 수출 진흥을 위해 국내업체와 세계를 누비며 각국의 사정에 정통한 전기산업진흥회 사업지원실 박병일 실장을 만나 국내 중전기기 업체들이 나아갈 수 있는 해외 수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중전기기 국내 업체의 수출현황은 어떻습니까?
중전기기 시장은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전통적인 기간산업으로 내수 위주의 판매가 주를 이뤘습니다. 90년대 초 수출산업으로 육성되기 시작해 수출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지역으로의 기자재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90년대 이후에 범용 중전기기인 변압기, 개폐기, 차단기 등이 주를 이루고 최근 들어 전력 IT 기기 및 배전자동화 시스템, 원격검침 시스템 등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내 중전기기 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전력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데서 나옵니다.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은 한전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것만으로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 업체에서 해외 수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려운 환경인 것은 사실입니다. 수출 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현재 전기 제품의 해외 진출 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이 규격과 시험 인증 문제입니다. 국내 전기연구소의 인증만으로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전력 공급망 등 중요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제품에 따라 공인된 해외 인증기관에서의 실험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적게는 몇 천 만원에서 억대까지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업계에서 해외 수출을 피하는 원인이 되어 왔습니다. 물론 요즘은 국내 전기연구소의 해외 활동으로 인정받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전력 시스템 자체가 다양하고 송전 및 배전 시스템이 외국과 다른 경우가 많아 제3국의 실험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절차상의 문제를 어렵다고 피해가지 말고, 정면으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오너 입장에서 한번 받아놓은 인증으로 그 시장에서 커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을 꼽아 주신다면?
최근 급속하게 산업화되고 14억의 인구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대대적인 전력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 건설에 최소한 5년 이상이 소요되고 입안에서 실제 운영까지의 소요시간이 많기 때문에 각 공장에서 자체 발전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발전기 업체에서 호황을 누리며 수출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중국 자체에서도 생산을 하지만, 동남아 시장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우리 업체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90년대가 지나면서 배전자동화 시스템 등 정보기술과 합쳐져 전력IT 제품이 유력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선통신(PLC) 등은 타국에 비해 발전 속도가 빨라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 전기산업진흥회에서 전기산업의 수출 진흥을 위해 많은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협회에서는 해외 판로 모색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책을 운영 중입니다. 매년 해외 시장 동향 조사, 해외 전시회 참가, 수출 촉진단 파견, 수출 전문 인력 양성 교육 그리고 서울국제종합전기기기전을 개최해 해외 바이어와 직접 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별 수출 환경을 조사하고 진출 방안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성과를 말씀드리면 4월 '대만주요산업협회 한국방문단'을 초청해 국내 중전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양국간의 산업협력 방안을 모색했으며 디지털 IT기술이 접목된 신전력기기와 전력IT 산업의 기술 동향과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LG산전(청주공장) 견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5월에는 중소기업청 후원 하에 대한트랜스 등 11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중동지역 전기산업 수출촉진단'을 파견해 시장 진출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약 7천만 불 규모의 상담 실적을 올리는 등 현지 상담업체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같은 5월 한국전력공사 후원으로 중국 호북성 의창 삼협공정설비전시장에서 개최된 '제3회 삼협 국제 발·송·배전 전시회'에 (주)비츠로테크 등 9개사를 파견해 3천만 불의 상담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동 시기에 '일본 전설공업전 2004'에 국제전기(주) 등 8개사를 파견해 한일 전기 산업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진흥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서울국제종합전기기기전(SIEF)의 성공적인 진행과 국내 중전 산업의 우수성 등의 홍보를 위해 동남아 지역(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전기 관련 유관 단체를 방문해 국내 제품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제고 및 해외교역 협력기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합니다.
10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Power-Gen Asia 2004'에 이화전기공업(주)등 8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같은 달 베트남 호치민에서 개최되는 'Vietnam Electricity Expo 2004'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리비아, 터어키 등에 '중전기기 수출촉진단'을 파견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2004 서울국제종합전기기기전 & Korea Power-Gen 2004'에서 7천만 불 상당의 수출 상담이 성사되어 해외 진출과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수출은 직접 발로 뛰어 시장을 개척할 때 이룰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해외 판로 모색을 위해 다양한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믿을 만한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 적극적으로 업체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해외 수출을 준비하는 업체가 그 방향을 못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진흥회에서는 수출 증대를 위해 많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공업협동조합에서도 매년 수출을 위해 해외 수출방문단 파견, 전시회 참여 등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전시회에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수출 촉진단에 참여해 해외 상황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중전기기는 특성상 직접 제품을 들고 나가서 판매하기는 매우 힘이 듭니다. 수출 자료,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전력 산업 현황 등 정보 조사도 필수입니다.
한전이 해외 발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국내 업체에서 묵시적으로 동행해 컨설팅 기준에 우리 기준에 맞는 것을 채택해 국내 업체의 수출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프랑스의 전력회사가 많이 이용하는 방법인데, 무상으로 발전소를 세워주고 안의 기자재를 프랑스 기업의 제품으로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융합의 걸음마 단계이지만, 중소기업업체에서 꾸준히 수출길에 동참해 이러한 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감을 키워야 합니다.
▷ 수출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1975년 전국적으로 전기가 개통되면서 전기 산업은 꾸준한 증가세를 타며 호황을 누려왔지만, 현대화 작업하면서 포화 상태가 되고 있습니다. 업계의 기술력이 좋아져 제품 사용 수명도 늘어나고 있는 입장입니다. 국내 전기 산업은 업계에서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을 하게 되면 보다 효과적인 수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습니다. 보통 내수 70%, 수출 30% 정도에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수출시장을 두드려야 합니다.
우리 협회에서 매년 일본 전력회사 담당자들을 초청하고 있고, 일본측에서도 단품 위주로 국내 제품에 대한 호응도 좋은 편인데, 업체에서 일본의 까다로운 조건에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수출을 위해 바람직한 방법과 지양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장기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대기업인 LG, 현대, 효성 등이 제품 개발에 노력중이며 중소기업도 꾸준히 노력하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지양해야 할 점이 해외나가서 우리업체끼리 과당 경쟁을 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출혈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제품이 좋아 지역별로 수출하는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경쟁하더라도 국내 업체끼리 출혈 경쟁을 하면서 다른 업체에서 개척해 놓은 수출 길을 막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제품의 특성상 신뢰성을 얻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꾸준히 시간을 갖고 제품 시연을 하면서 홍보하고 샘플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길은 꼭 열릴 거라고 믿습니다.
▷ 업체도 해외 개척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구체적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해외 개척 시 특히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는 인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현지 튼튼하고 발이 넓은 에이전트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에이전트를 설치해놓고 전력 행사 입찰에 가격 조사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습관이나 속성에 관해 나름대로 연구하고, 해당 나라에 관한 애착을 갖고 우정을 쌓아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전기는 신뢰성, 안전성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채택에 오래 걸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번 채택되면 오랫동안 거래가 지속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나라별 기후 현황이나 특징에 맞는 제품을 연구하고 국제 입찰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제품을 수출한다는 경직된 생각을 버리고 제품의 기술 이전을 해주며 제품안에 부품을 수출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현재 국내 전기 기술은 정전 시간에서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정전 시간은 1년에 20분 미만인데 비해 동남아시아 국가는 100시간이 넘어가는 곳도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 기술이 첨단화되고 최근 급속하게 전력IT기술이 발달하고 있습니다.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간 전력 규격을 맞추자는 의견이 나와 2010년까지 전세계적 규격을 일원화하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그 규격과 수출하고자 하는 나라의 규격, 인증 등은 판매처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한번 인증을 받고 신뢰를 얻으면 오랫동안 구매처를 바꾸지 않는 제품의 특성을 보고 중소기업 업체분들이 먼 곳을 보고 한발 한발 내딛을 때 수출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글_이수연 팀장 / 사진_박형록 기자
<Energy News>
http://www.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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