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수배전반 사업과 함께 새로운 부가가치 아이템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근광 ㈜S.I.E 대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세계적인 경제 한파에 너나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여전히 경기는 불안정하고 시장은 위축되어 있지만 오히려 이렇게 어려울수록 경기가 회복된 때를 대비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지난 7월 초 제2공장을 이전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S.I.E다. 남양주시 진접읍 연평리로 보금자리를 옮긴 제2공장에서 정근광 ㈜S.I.E 대표를 만나 기술 개발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부가가치 상품으로 경쟁
98년도에 설립된 ㈜S.I.E는 수배전반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업체이다. 기술기반이 충실한 지적재산권을 다수 보유(특허건 7건, 상품의장권 4건, 실용신안권 9건, 특허출원 7건)하고 있으며, 부가가치가 있는 신규 아이템으로 디지털 제품군 개발에도 열정을 아끼지 않는다. 작년부터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개발해 온 '전자접촉기의 전기적 수명 예측 기능을 갖춘 디지털 모터 제어반'이 올해 특허를 획득했다. 현재는 성능인증을 비롯한 후속 절차 부분을 진행 중에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상용화를 위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근광 ㈜S.I.E 대표는 "단순히 전자접촉기의 접촉 횟수만으로 수명을 판단하기에는 흐르는 전류의 종류와 양, 시간, 역률 등 전자접촉기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적 요인이 너무나 많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전자접촉기가 1회 동작을 할 때마다 그 수를 누적하여 누적값이 전자접촉기에 미리 설정해 놓은 동작 횟수의 기준치를 초과하면 외부에 출력하는 방식으로 기계적 수명의 소진을 알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준치를 채우기도 전에 수명이 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기존 방식은 전자접촉기의 전기적인 사용 환경에 따른 내구성 변화가 제품 수명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지적되어 왔다.
남양주시 진벌리에서 연평리로 자리를 옮긴 ㈜S.I.E 제2공장의 내부 전경
㈜S.I.E의 전자접촉기 수명 알고리즘 예측 기술은 모터 제어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에 걸쳐 산업설비의 기초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전자접촉기의 특성상 활용방안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도심의 가로등을 제어하고 있는 가로등 제어반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무선 데이터를 통해 전송되는 전자접촉기의 수명 상태를 중앙에서 일괄로 받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교체 주기까지 자동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S.I.E가 힘을 쏟고 있는 또 다른 디지털 제품군에는 DMCR(Digital Motor Control Relay)이 있다. 이미 다른 업체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는 제품이기는 하지만 ㈜S.I.E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편의성,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매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I.E 제2공장의 외부 전경
다양한사업으로의 확장
㈜S.I.E는 2006년 9월 신재생에너지업체로 등록했다. 작년 경주 세무서에 20㎾ 태양광발전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남양주시 삼봉리 현장에 30㎾ 규모의 태양광발전을 계약하고 10월 말까지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정부의 태양광발전 차액 연도별 지원한계용량 설정을 놓고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양광시장이지만, 정근광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 유망한 에너지원으로 태양에너지를 꼽았다. 정 대표는 "현재 태동 단계에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이미 모든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석유에너지와 경쟁해서 지금 당장의 큰 경제적 효과를 얻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늘고있다"며, " 그 중에서 도태양에너지는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로 5~10년 이내에 발전효율이 30% 가까이 접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최근 ㈜S.I.E는 전기공사업체로도 등록해 공사업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하여 유비쿼터스(Ubiquitous) 기술을 이용해 자동화 화훼단지 IT사업을 수주, 11월 준공 예정에 있다.
틈새시장을 노려라
정근광 대표는 '부가가치'와 '틈새시장'을 강조한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는 부분을 진출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실적으로도 초기 인프라 구축에 중소기업이 진출하기란 쉽지가 않다. 정 대표는 "다들 막연히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유망하다고 말은 하지만 그속에서진정으로할수있는일을찾아야한다"며, " 중소기업이 일부라도 참여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반드시 존재하며 그 안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올해 특허를 받은 기술 역시도 대다수의 디지털 모터 제어반이 모터 보호에만 치중한 데 반해 ㈜S.I.E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모터 제어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전자접촉기에 주목한 하나의 틈새 시장 공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 대표는 "100만원도 투자하기 어려운 기업에 중소기업청과 같은 곳에서 연구개발을 위한 일부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된다"며, " 실제로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는 이런 정부의 지원을 통해 연구하고 제품화에 성공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난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중소기업이니까 정부가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흔히들 산업의 뿌리라고 일컫는 중소기업이 잘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형성해 주는 일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본 토양이 마련된다면 그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경쟁을 통한 중소기업 각자의 몫"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패에서 더욱 빛나는 도전정신 산업발전에 따른 전기 수요 증가는 상대적으로 전기로 인한 사고의 발생도 증가시켰다. 그 중 전기화재사고가 국내 전체 화재사고 가운데 약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절반 이상이 말단 배선에서 누전이나 과열, 과부하 등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 이에 ㈜S.I.E는 전력선통신(PLC, Power Line Communication)을 이용해 별도의 선로 포설 없이도 기존에 설치된 전기배선으로 말단 전력 데이터를 분석해 전기화재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2007년 산업기술평가원의 과제수행평가에서 '성공' 판정까지 받았지만 지금도 상용화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중이다.
말단에서 발생하는 각종 화재시험 예 ① 합선에 의한 아크(초기) ② 강제합선에 의한 전선 변경(전원 개방 후) ③ 강제 누전(초기)
정근광 대표는 "PLC 통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한계 등으로 인해 통신 성공률이 90% 초반 대에서 머무르고 있다"며, " 거리상의 제약과 함께, 각종 부하를 거쳐 말단에서 중앙으로 취합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데이터가 손실되거나 유입되는 등 사용 환경에 따른 변수도 많아 아직 제품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자금 확보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현실은 또 그렇지 못하다. 자금이 마련되면 연구를 진행했다가 자금이 떨어지면 다시 멈췄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나 "새롭게 노이즈를 잡는 기술이 개발되면 그것을 접목시키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연구를 시작하기도 하고, 그렇게 실험을 통해서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좌절의 그늘을 찾아보기란 쉽지않다.
보다 나은 미래로 한걸음씩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전기 분야에서 일하면서 현실화로 이루어내고 싶은 기술과 욕심이 많다는 정 대표에게 그런 열정과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 지 궁금해졌다. " 끊임없이스스로에게되물어본다. 지금올바르게 가고 있는 것인지,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렇게 궤도를 수정하고 나아갈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는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전을 계속 하고 있다."때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정열적으로 연구에 몰두했다가 실패를 맛본 경험도 있지만 실패에서도 분명 얻는 것은 있다고 정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현재 ㈜S.I.E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수배전반과 관련된 몇 건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과제가 성공한다면 또 한 번 수배전반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배전반의 경우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 개발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신규 거래처 발굴에 중점을 두고 올 하반기에도 ㈜S.I.E는 작년도 매출액을 목표로 열심히 뛸 준비를 갖췄다. 회사가 나아갈 비전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그 공감대 속에서 직원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길 바란다는 정근광 대표. 뜨거운 열정과 땀이 배어나오는 공장에서 그러한 노력들이 풍성한 결실로 맺어질 그 날을 그려본다.
글, 사진_전화영 기자 <㈜S.I.E (02)2214-6091 / www.s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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