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사람과 유사한 형태로 인간이 하는 일을 수행하는 로봇, 이른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산업환경에서 활용될 날이 머지않은 듯 보인다. 배터리, 자율주행, AI 기술 등이 집약된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앞으로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산업구조와 일자리는 물론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중요한 산업으로 보는 이유는 미래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출처 : SBS뉴스)

향후 10년간 폭발적인 성장 예상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AI, 자율주행, 산업 자동화 기술과 결합하면서 향후 10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23년 기준 약 16억 달러 규모였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하여 ’30년에 100억 달러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로봇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물류·제조·의료·서비스 분야에서 로봇의 상용화 속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액추에이터 및 AI 기반의 모션(motion) 제어 기술이 핵심이며, 자율주행 및 시각 인식(Visual SLAM) 기술이 상용화됨에 따라 로봇의 활용도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 ABB, 록웰 오토메이션 등이 자율 이동 로봇(AMR) 시장을 장악했으며, 테슬라, BMW, 벤츠 등이 로봇을 활용한 조립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물류 :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물류 기업들이 로봇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아마존은 ’26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업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되면서 로봇 배송 서비스도 확대되는 추세다.

▶서비스 : AI 챗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합된 고객 응대 로봇이 증가하고 있으며, 쇼핑몰이나 음식점에서 서빙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다.

▶농업 : AI 기반 로봇 자동 수확 시스템이 현재 개발 중이다. 농업용 로봇 전문기업 버단트 로보틱스(Verdant Robotics)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 의료 :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재활 보조 로봇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병원 및 요양시설에서 AI 간병 로봇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신인류가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에서 강연하고 있는 오준호 레인보우로보틱스 설립자 (출처 : heraldcorp)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이자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한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오준호 석좌교수가 2011년 창업한 로봇 플랫폼 전문기업이다. ‘휴보’ 로봇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협동 로봇, 모바일 로봇, 이동형 양팔 로봇, 사족보행 로봇, 초정밀 지향 마운트를 연구·개발하여 시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35%까지 늘려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AI·소프트웨어 기술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결합한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젤로보틱스 :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가 2017년 창업한 로봇 스타트업이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엔젤로보틱스는 보행 재활치료, 근력 증강을 위한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 협동 로봇 기술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삼성전자와 협력하며 주목받고 있다. 산업용 로봇에 이어 서비스 로봇까지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안정적인 사업 모델과 그룹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휴림로봇 : 서비스 및 산업용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AI 기술과 결합하여 물류 및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 성장과 맞물려 실적 개선이 기대되며, AI 및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려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이젠알앤엠 : 사족보행 로봇, 협동 로봇, 휴머노이드 등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로봇 산업 및 시장의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에는 정부와 국내 로봇·AI 산업계가 손잡고 『K-휴머노이드 연합』을 공식 출범했다. 4월 10일(목)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행사에는 서울대, LG전자,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40여개의 기업과 대학, 관련 단체가 참여하여 ’30년까지 1조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연합은 ’28년까지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로봇 제조사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으로, 각 로봇의 특성에 맞는 전용 AI를 개발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60kg 이하의 가벼운 무게와 2.5m/s의 빠른 이동속도를 갖춘 고사양 로봇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NVIDIA) : AI와 로봇 기술을 융합한 ‘Isaac’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로 자연어 이해, 인간 행동 학습, 환경 적응 등을 가능하게 하는 ‘Project GROOT(그루트)’를 개발했다. 또한 ‘젯슨(Jetson)’ 플랫폼으로 고성능 로봇 AI를 지원하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도 AI칩을 공급한다.

▶에이비비(ABB) : ’22년 AMR 전문기업 ASTI Mobile Robotics를 인수했다. 로봇이 자율적으로 공간을 인식하고 움직일 수 있는 Visual SLAM(동시 위치추정 및 매핑)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슬라, 포드, GM 등 글로벌 제조기업에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TESLA) : ’22년에 기존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발표했으며, 연내 혹은 내년 중으로 테슬라 공장 내에 작업자로 투입될 예정이다. 기존 전기차 사업과 로봇 기술을 융합하여 생산 자동화를 강화할 계획이며, 로봇 공장 도입이 성공하면 물류 및 서비스 시장으로 확장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록웰 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 : 클리어패스 로보틱스(Clearpath Robotics) 인수로 자율 이동 로봇(AMR) 기술을 확보했다. 제조업·물류·자동화 분야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자동차·반도체·전자 제조업체들과 협력하여 제조업 자동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 : 코리아넷뉴스)

글로벌 선두주자 노리는 중국
최근 뉴스에 의하면,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서 급격히 성장한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는 3월 30일자(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공장 실전 배치가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는 ’27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1380억 달러 규모의 국가벤처펀드 투자 우선순위를 ‘임베디드 AI’로 지정했으며, 이를 통해 민간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올해 약 5천대의 옵티머스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미국 시장을 선도하더라도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및 AI 조사업체인 <세미 애널리시스>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테슬라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고 가격경쟁력을 높인 것과 같이,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 매체도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보여준 파괴적인 영향력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일부 정밀 부품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고급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정교한 로봇 손 생산에서도 미국 경쟁업체에 뒤처진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공장의 실제 작업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데이터 학습에 있어서 유리한 환경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응용 사례와 결합해 실전에서 빠르게 반복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따라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제조업 역량을 고려했을 때, 현지에서 제조된 로봇이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로봇에 비해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제작될 수 있다. 중국이 부품 공급망의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더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 투입됨에 따라 부품 비용이 매우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은 부품 조달과 리쇼어링 또는 프렌드 쇼어링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계란을 집어들고(왼쪽 사진) 스쾃 자세를 취하는(오른쪽)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2세대 모델 (출처 : Tesla‘X’)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중요한 산업으로 보는 이유는 미래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낮은 출생률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저임금 노동력으로 인한 경제성장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25년 현재 중국의 부족한 노동력은 600만명으로 예상되는데, ’30년에는 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의 인력 수요와 공급 완화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훌륭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4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발전 회의』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당 시장 규모는 약 24억6천만 위안이며 ’29년에는 75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공업정보화부(MIIT)는 ’23년 11월에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발전 지침」에서 중국의 관련 산업은 ’27년까지 산업 규모화, 응용 가속화 등 실물 경제에 통합되어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각 지방정부들은 최근 들어 로봇 제조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중국의 로컬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칭화대학교, 상하이교통대학, 하얼빈공업대학교 등 명문대학 지원과 산업펀드 등의 자본금 지원하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주요 로봇 제조업체들의 시범 운영은 거의 반년 이상 진행되었으며, 테스트 단계로 막바지에 접어들어 조만간 양산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 기간에 방영된 특집방송 중 <양 BOT> 공연에서 16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민속의상을 입은 채 손수건을 들고 춤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해당 공연에 동원된 로봇은 YUSHU 社가 개발한 ‘H1’ 모델로, 3개월간 AI 기반 훈련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YUSHU 社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京?)>을 통해 해당 로봇을 판매했는데, 1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춘절 특집방송 <양 BOT> 공연에서 춤을 선보인 YUSHU 社의‘H1’휴머노이드 로봇 (출처 : 광명왕)

이처럼 세계 최대의 로봇 시장인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관련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술 협력, 유통 및 판매 파트너 협업,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