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하 전력망특별법)」,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고준위특별법)」,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해상풍력특별법)」 등 이른바 ‘에너지 3법’이 지난 2월 27일(목) 제422회 국회(임시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에너지 3법’ 제정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첨단산업의 대규모 전력수요 대응,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무탄소 전원 확대,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의 확대와 AI,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국가전력망 확충의 긴급성이 부각되었다. (출처 : pixabay)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의 주민수용성 저하로 인해 무탄소 전원의 전력계통 연계, 첨단산업에 대한 전력공급 차질 등이 우려됨에 따라 법 제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전력망특별법」은 지난 2023년 10월 27일 김성원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하여 489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위원회 설치 ▶인허가 의제 확대(기존 18개 → 35개) ▶주민·지자체 보상 및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 시행 시 345kV 이상의 국가 핵심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의 확대와 AI,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국가전력망 확충의 긴급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기반으로 한 전력 생산은 첨단 산업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핵심적 수단으로 부각되었다. AI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전력 수요를 촉진하며, 이는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특별법 제정의 기초가 된다.

기존 전력망의 노후화는 에너지 효율성과 안전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다. 노후화된 송전선로와 변전설비는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며, 발전과 소비가 집중된 지역 간의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킨다.

「전력망특별법」의 주요 목적은 대규모 전력망 확충을 통해 첨단산업과 재생에너지의 전력 수급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AI와 반도체 같은 고전력 소비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필수적이다. 특별법은 이러한 산업들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전력망 구축을 주도함으로써 해당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주요 법적 조항으로는 전력망 확충에 따라 발생할 주민 및 지자체의 반발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의 강화가 포함되어 있다. 지정된 전력망 건설 계획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진행한다. 이러한 조치는 지역 사회의 수용성을 높이고, 정책의 투명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특별법에 따라 송·변전 설비의 입지선정과 관련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는 특례가 마련되었다. 입지선정을 위한 기초조사와 실시계획의 수립 과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며, 이는 전력망 확충의 신속화를 위한 핵심 절차로 꼽힌다. 이러한 절차의 간소화는 전력망 개발이 직면하는 허들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전력망위원회>가 설치되어 전력망 확충을 주도한다. 해당 위원회는 국가 차원의 전력망 정책 조정과 전략적 결정을 책임지며, 제정된 기본계획은 향후 5년간 전력망 확충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전력 생산 및 송전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한편, 특별법은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하기 위한 제도도 강화했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법안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주민 참여율의 목표치를 50% 이상으로 설정, 보다 많은 시민의 목소리가 전력망 확충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하면서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보장하고 있다.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 및 지원도 확대한다. 전력망 확충에 따른 역경을 체감할 수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차별화된 보상책과 지원방안을 제시하여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해당 법안은 환경영향평가(EIA) 절차를 대폭 강화하여 환경보호 조치를 30% 이상 개선할 계획이다. 새로운 세부 절차는 전력망 주위 지역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여,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표를 수립하는 데 중점을 둔다.

법안의 시행으로 국가 전략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고, 4%였던 산업 성장률을 60%까지 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송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전력공급 안정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5년 내 송전선로가 20% 증가할 경우, 전력공급 안정성은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특별법은 지역 사회의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며, 약 1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망 건설 및 유지 보수 작업, 새로운 전력 관련 산업의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무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의 원전 내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국립부산과학관)

「고준위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의 안전한 관리 및 영구처분을 위한 법이다. 원전 내에 임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법 제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 법안은 첫 발의 후 3000여 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16년 11월 2일,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지 정확히 3039일 만이다.

해당 법안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건설방안, 유치지역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 ▶<고준위 방폐물 관리 계획> 수립·시행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의 부지 적합성 조사 및 부지의 선정절차 규정 ▶관리시설 유치지역 지원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관리 기술개발사업 및 전문인력 양상사업 등이 있다.

또한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의 용량은 원전 설계수명 중 발생 예측량으로 한정’하기로 되어있는 조항은 ‘원전이 처음 가동될 때 허가된 수명만큼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원전 학계와 업계는 “원전의 수명이 10년 단위로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경북은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있다. 월성 2·3·4호기는 신월성 1·2(경수로)와 달리 중수로 방식의 원전으로, 경수로에 비해 방폐물이 더 많이 발생한다. 때문에 한수원은 월성 2·3·4호기의 10년 계속운전을 추진 중이다. 월성원전은 이미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맥스터)을 운영하기 때문에, 「고준위 특별법」이 시행되면 추가 저장공간이 확보되지 않을 시 계속운전이 사실상 불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상북도는 월성 2·3·4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하여, 「고준위특별법」의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부지 내 저장시설의 용량을 최초 허가된 설계수명에 맞춘 것을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에서 여건 변화가 있으면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관계부처 또는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 운영’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법 시행에 맞춰 부지선정 절차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국내 해상풍력발전사업은 통합법 없이 다수의 개별 법률에 근거하여 진행되면서, 복잡한 인허가와 규제가 국내 해상풍력 보급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또한 민간 주도사업으로 인하여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 등 지역 현안이 발생함에 따라,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정부 주도 입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해상풍력특별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계획입지 등을 담은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안」이 그 시작으로, 2021년 5월 18일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첫 발의한 지 1381일 만에 통과되었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해상풍력발전위원회 설치 ▶정부 주도 주민수용성·환경성 확보된 계획입지 발굴 ▶인허가 의제 지원 ▶해상풍력산업 육성 등을 포함하고 있어, 법안 시행 시 신속하고 계획적인 해상풍력 보급과 관련된 산업육성 등이 기대된다.

현재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려는 자는 「전기사업법」에 따른 발전사업허가 등 다양한 인허가를 개별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해상풍력특별법」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의 입찰에 사업자로 선정된 자는 실시계획 승인을 받을 경우 「전기사업법」에 따른 발전사업허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유수면의 점용허가 등 총 28개의 인·허가를 의제 받을 수 있다. 실시계획의 승인을 신청할 때는 환경성평가서와 의제되는 인·허가 및 협의 등을 위해 제출하는 서류를 같이 제출해야 한다.

법안이 공포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전기사업법」에 따른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자(기존 사업자)는 종전법에 따라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기존 사업자도 산업부 장관에게 ‘풍력사업자’ 지정 신청을 할 수 있고, 그 신청이 지정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산업부 장관은 해당 기존 사업자를 풍력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해당 기존 사업자의 종전 사업부지는 발전지구로 지정된 것으로 본다.

산업부 장관은 경제성, 수용성, 전력계통 연계 등을 모두 충족하고 민관협의회의 협의를 거친 예비지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발전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 발전지구를 지정하기 전, 송전사업자인 한국전력공사에 해당 입지의 계통연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여 계통접속을 확보해야 한다.

법안 공포 후에는 발전지구 외에 신규로 해상풍력발전사업 목적의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법안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가 아닌 지역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신규로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법안 제23조>에 따라,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장은 발전지구 내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이 특히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업에 대하여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법안 제24조>에 따라, 산업부 장관은 풍력사업자 선정 시 200MW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소유한 공공기관에 대해 우대할 수 있다.

한편 ‘에너지 3법’은 향후 정부 이송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전력망특별법」과 「고준위특별법」은 공포 6개월 후, 「해상풍력특별법」은 공포 1년 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산업부는 법안 시행에 맞춰 관계부처 협의,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에너지 3법’의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