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미국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신규 발전용량 추가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한 전력망 인프라와 용량 부족으로 인해 전력망 연계 과정에서 많은 프로젝트가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 내 HVDC(고압직류송전) 송전망 구축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초고압 변압기, 고압 송전 케이블 등 국내 전력망 송배전 기자재가 미국 전력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주(州)간 전력망 (출처: government technology)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 감축, 2035년까지 전력 부문 탈탄소화 실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에너지 공급 체계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청정에너지 발전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 노후된데다 수요에 비해 부족하기까지 한 미국의 전력망 인프라가 효율적인 전력망(Grid)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전력망 확충과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전력망 병목현상을 해소하면서, 청정에너지 등 분산에너지원(DER)의 효율적인 통합을 촉진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최근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1), 산업 전반의 전기화(electrification), AI 데이터센터 확장 등의 요인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기 위한 신규 발전용량 추가를 가속화하고 있다.

美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20.2GW의 유틸리티 규모 발전용량을 추가했다. 올해 말까지 42.6GW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발전용량 확대 추세에도 불구하고, 노후한 전력망 인프라와 용량 부족으로 인해 전력망 연계 과정에서 많은 프로젝트가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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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DOE) 산하의 로렌스 버클리(Lawrence Berkeley)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젝트는 약 11,600개에 달한다. 이는 미국 전체 발전용량의 약 2배에 해당하는 2,598GW 수준이다. 그러나 전력망 연결 가능 인프라 부족과 인허가 지연에 따라 이 프로젝트들이 최종 상업운전에 이르기까지는 평균적으로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DOE의 또 다른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송전선의 70%가 최소 25년 전에 설치되었고, 대형 변압기의 평균 사용연령은 40년을 넘었다. 때문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청정에너지 확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미국 내 전력망 인프라 노후화와 용량 부족 상황은 각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요 지역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로 인해 지역 간 전력 불균형과 전력 계통의 안정성 문제를 심화시켜, 미국의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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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포함한 분산에너지 전반의 안정적 통합과 전력 수급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1년 11월에 발표된 「인프라법(IIJA)」을 통해, 미국 정부는 전력망 확충 및 개선을 위해 1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법안을 기반으로 <전력망 복원력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GRIP)>에 105억 달러, <송전 원활화 프로그램(TFP)>에 25억 달러를 배정하여 전력망의 복원력을 강화하고 송전 용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10월 3일, DOE는 <송전 원활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4개의 대형 프로젝트에 15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루이지애나, 메인, 미시시피,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6개 주(州)에 걸쳐 약 1천마일의 신규 송전선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약 7,100MW의 신규 발전용량을 수용할 예정으로, 추후 미국 전력망 확충과 현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4개의 프로젝트 중 특히 <서던 스피릿(Southern Spirit) 프로젝트>는 그간 독립적인 전력망 구조를 유지했던 텍사스 전력망(ETCOT)을 타 지역과 최초로 연계하는 프로젝트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약 320마일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라인을 건설해 텍사스와 미국 남동부 전력망을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텍사스 전력망이 기후나 전력 수요 급증 등의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타 지역 전력망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지역 또한 전력이 부족할 때 텍사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향후 미국 중·남부지역의 전력을 안정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10월 18일에는 42개 주에 걸친 35개의 전력망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전력망 복원력 파트너십 프로그램(GRIP)>을 통해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기존 송전선 교체, 그리드 강화기술 적용 등을 통해 송전선 950마일의 개선, 신규 송전선 300마일 건설을 통해 전력망 용량을 7.5GW 이상 확대해 전력망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GRIP을 통해 104개 전력망 프로젝트에 총 76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중 추가 자금 지원 프로젝트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정책적인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2024년 7월,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전력망 연결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발전원의 계통 연계 간소화 규정(Order 2023)」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규정은 전력망 사업자가 여러 프로젝트를 묶어 한 번에 전력망 접속을 검토하도록 하며, 태양광, 풍력, ESS와 같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의 연계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를 포함한다.

그에 앞선 5월에는 전력망 구축 장기 계획 수립 의무화, 장기 이익 고려, 전력망 확충 비용 분담 방안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전력망 구축 계획(Order 1920)」을 승인했다. 이어 9월에는 태양광, EV 충전기 등 분산 에너지 자원의 상호 연결을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을 포함한 「i2X 프로그램」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DOE가 발표한 「국가 송전 계획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송전망 시스템이 2020년 규모의 최대 3.5배까지 성장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망에 HVDC망을 구축하여 장거리 송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여러 민간기업들 또한 HVDC 송전망을 통해 전력망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주를 연결하는 <SOO Green HVDC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주요 전력 계통운영자인 MISO와 PJM을 연결함으로써, 풍력 자원이 풍부한 중서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청정에너지를 수요가 높은 시카고와 동북부 지역으로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일렉트릭 미국 판매법인은 2024년 8월, 텍사스주 오스틴시가 소유한 전력회사‘오스틴 에너지’와 변압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출처: 더구루 유뷰트)

미국 내 HVDC 송전망 구축 확대 전망에 따라,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초고압 변압기, 고압 송전 케이블 등 국내 전력망 송배전 기자재가 미국 전력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6월 미국 전력망 프로젝트 3건을 연이어 수주한 데 이어, 7월에는 동부에서 1,900억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역대 최대 수주를 달성했다. 11월에는 서부 지역에서 케이블 장기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지난 한 해 미국 시장에서 누적 7,200억원의 수주를 달성했다.

한편, 미국 전력시장은 상당수의 바이어들이 과거 입찰 경험을 매우 중요시하고, 설치 및 유지·보수가 가능한 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바이어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현지 운영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의 사업부 시절이던 2011년 국내 전력기기 제조사 가운데 최초로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2018년에는 미국 법인에 550억 원을 투입해 전력변압기 생산능력을 50% 늘려 연간 생산능력을 105대로 올렸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전력기기 호황이 찾아오자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이 되었다.

효성중공업 역시 전력기기 호황이 오기 전인 2019년 12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를 인수하면서 미국 생산기지를 확보했고, 이후 수차례에 걸쳐 꾸준히 증설하고 있다. 2026년 증설이 완료되면 기존보다 변압기 생산능력이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S일렉트릭은 2023년 7월 텍사스주 배스트롭에 생산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를 매입한 뒤 기초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문은 고압 변압기이지만, 배전 부문의 중저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LS일렉트릭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제품들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배전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 고압용 차단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MV LIS(Load Interrupter Switch) 신제품을 출시했다. (제공: LS일렉트릭)

이처럼 미국의 전력망 현대화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전력산업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미국 전력망 관련 사업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기업들은 관련 정책 및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술 개발을 강화하며,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향후 새로운 기회를 빠르게 포착한다면, 미국 전력망 현대화 프로젝트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기업이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자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현상 (출처: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