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2025년은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UN이 지정한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International Year of Quantum Science and Technology)’다. UN은 전 세계적인 행사를 통해 “양자과학과 그 응용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모든 수준의 활동을 통해 기념하기로” 결의(UN 결의안 A/RES/78/287)했다. 2월 5일(수)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IYQ 2025』 개막식에 맞춰, 같은 날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된 한국 선포식 현장을 다녀왔다.

『2025 IYQ 한국 선포식』에 참석한 학계 및 관련 단체 주요 인사들이 만세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물리학회(회장 윤진희)가 주최/주관하고, 경희대학교 양자물질글로벌연구센터, 한국양자정보학회, 서울대학교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센터, 성균관대학교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 KAIST 주관 양자대학원, 포항공과대학교 주관 양자대학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가 공동 주관한 『2025 IYQ 한국 선포식』에는 국내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들을 비롯하여 연구기관, 학술단체, 산업체 관계자들도 대거 참여하여 양자역학 100주년을 기념하고, 양자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공동 선언했다.

또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KOFST) 회장, 정우성 한국과학창의재단(KOFAC) 이사장, 김진상 경희대학교 총장,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등 정부 및 관련 단체장들도 참석하여 행사 취지에 공감하고 향후의 기술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IYQ 국내 주관기관인 대한물리학회의 윤진희 회장이 UN 결의안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같은 날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IYQ 2025』개막식이 생중계되었다.

가장 먼저 축사에 나선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미국이나 중국 등의 선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자기술 후발주자”라며 “올해를 대한민국 양자 연구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다가오는 3월에 예정된 <양자전략위원회> 출범을 조속히 진행시킬 것을 약속하며 “양자 과학 및 기술발전에 정부는 변함없는 의지와 열정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충권 국회의원(국민의힘)은 “양자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R&D 혁신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도약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양자컴퓨터는 향후 모든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한국의 아인슈타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태식 KOFST 회장은 “양자과학은 언제나 변화의 핵심이었다”며 “지난 100년간 과학기술 혁신에 양자과학의 성과가 없는 분야를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양자기술 발전의 원년이 될 2025년을 맞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며 박노해 시인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을 낭독하는 것으로 축사를 갈무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 (…) 아무 고난도 겪지 않으면 아무 창조도 이룰 수 없다 /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황정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양자컴퓨팅은 꿈의 기술로 향하는 의미 있는 한 발이 될 것”이라며 “양자 과학기술과 함께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KAIST대학원 물리학 박사 출신답게 황 의원은 “R&D 혁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꾸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포항공대 명예교수인 홍정기 원로과학자가 <Hong-Ou-Mandel 효과와 양자과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섰다. ‘Hong-Ou-Mandel 효과’는 1987년 홍정기(한국), Zheyu Jeff Ou(중국), Leonard Mandel(당시 美 로체스터 대학교수)이 시연한 양자 광학에서의 2광자 간섭 효과로, 선형 광학 양자컴퓨팅의 기본 얽힘 메커니즘과 2광자 양자 상태의 기초이다.

홍 교수는 로체스터 대학교 유학 시절 이 효과를 연구하게 된 배경 및 연구 과정을 전문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연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양자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많은 학자 및 관계자들이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학술단체 좌담에는 곽시종(대한수학회장/기초과학협회장), 윤진희(한국물리학회장), 정영욱(한국광학회장), 한상욱(한국양자정보학회장)이 참석했으며,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은정 회장이 좌장을 맡아 「양자 과학의 학술적 파급 효과」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곽시종 회장은 “수학은 물리의 가장 좋은 이웃사촌”이라며 “양자역학의 탄생에 수학도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본 협회도 2026년 창립 80주년을 맞아 양자 분과를 따로 만들어 의미 있는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진희 회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양자기술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물질의 기본적인 성질을 파헤치는 물리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정영욱 회장도 “광학 역시 양자역학과 전반적으로 많은 연관성이 있다”며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양자통신 등 모든 분야에 광학회의 역할이 필요할 테니, 앞으로 두 협회가 잘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기관 좌담

연구기관 좌담에는 오상록(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강승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원장), 노도영(기초과학연구원장), 노태원(고등과학원장)이 참석했으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호성 원장이 좌장을 맡아 「양자 과학 및 연구」를 주제로 좌담을 진행했다.

오상록 원장은 “세계적인 기술 승자독식 구조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의 하나로, 큐비트 수를 늘리기보다는 ‘오류 정정’ 등의 실용화(상용화) 기술 퀄리티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최근 딥시크(deepseek) 사태를 보면서 개방형 체제로 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양자 과학기술 역시 개방형 혁신체제를 체택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도영 원장은 “현재 본원의 30개 연구단 중 4개의 양자연구단에서 새로운 양자물성에 대한 여러 가지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연말쯤에는 ‘양자기초정보허브’가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노태원 원장 또한 “양자 인력 양성, 양자 인프라 활성, 양자 산업 육성 등 ‘퀀텀 사이언스 허브’를 만드는 것이 고등과학원의 목표”임을 밝혔다.

‘다정한 물리학자’로 유명한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양자역학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론일까?」라는 주제로 대중 강연을 펼쳤다.

양자 관련 단체 좌담에는 김은성(KAIST 양자대학원장), 김윤호(Postech 양자대학원장), 서호성(고려대 양자대학원), 최재혁(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이 참석했다. 김은성 원장이 좌장을 맡아 「양자 과학기술의 대중 참여 및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좌담 참석자 대다수가 ①대학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교육체계 필요 ②전문가에 대한 교육 우선 ③국제협력 중요 등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윤호 원장은 “해군에 입대하는 것보다 해적이 되는 게 더 낫다”는 스티브 잡스의 주장을 인용하며 “대중화보다 ‘소수의 체계적인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양자 산업체 좌담에는 정재호(연세대 양자사업단장), 김성혁(LG전자 상무), 정희정(파스칼-코리아 전무), 윤지원(SDT주식회사 대표), 김효실(미래양자융합센터장)이 참석했으며, 한국연구재단 백승욱 양자기술단장이 좌장을 맡아 「양자 기술과 산업 혁신」을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정희정 전무는 “양자컴퓨팅의 분야는 굉장히 다양하며 세분화되어 있다”며 “무조건 글로벌 리더들과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단장은 “대학의 역할은 산업혁신을 주도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Wants와 Needs를 명확히 구분해주는 것이 대학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루 종일 숨 가쁘게 이어진 좌담회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채은미 교수(고려대 물리학과)와 김상욱 교수(경희대 물리학과)가 대중 강연을 펼쳤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여 대중에게 친숙한 두 사람은 각각 「양자 과학기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양자역학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론일까?」라는 주제로 양자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어 “양자 과학이 우리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미래가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는 윤진희 대한물리학회장의 폐회사를 끝으로 공식 행사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