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전력, 석유, 가스, 담수 등 제품을 만드는 생산설비 또는 생산 시스템을 ‘플랜트(Plant)’라고 한다. 플랜트에는 여러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많은 프로세스에 자동 제어가 도입되었지만, 개중에는 제어의 복잡성 때문에 숙련된 운전원의 수동 개입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력 부족과 기술 전수 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연속 프로세스의 제어성 향상 및 자율화를 위한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플랜트에는 여러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플랜트의 대표적인 예인 에틸렌 플랜트의 경우, 원료인 나프타를 열분해하여 저분자 탄화수소를 얻는 ‘열분해 프로세스’와 분해 가스에서 메탄과 에틸렌 등을 얻는 ‘증류 프로세스’가 있다.

철강 플랜트에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선 프로세스’, 철강 덩어리인 슬래브를 압축해 얇은 판 모양으로 성형하는 ‘압연 프로세스’ 등이 있다. 플랜트의 프로세스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연속 프로세스(continuous process): 주로 기체나 액체 같은 유체의 화학 반응 등을 하는 것. 온도, 압력, 액위(액면 높이), 유량 같은 조건이 목푯값대로 되도록 필요한 조작을 하는 ‘조절 제어’, 그중에서도 목푯값과 측정값의 편차에 대응해 조작하는 ‘피드백 제어’가 중심이 된다. 석유정제, 석유화학, 화학, 제철, 종이 펄프 제조, 섬유, 발전, 정수 같은 플랜트에 많으며, 그 자동화를 프로세스 오토메이션(Process Automation, PA)이라고 한다.

▶ 이산 프로세스(discrete process): 주로 최종 제품의 재료 부품 등 고체의 가공이나 조립을 하는 것으로, 위치와 시간 등을 정해진 순서나 논리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시퀀스 제어’가 중심이 된다. 자동차, 전기·전자, 식품 같은 공장에 많고, 그 자동화를 팩토리 오토메이션(Factory Automation, FA)이라고 한다.

▶ 하이브리드(batch) 프로세스: 화학, 약품, 식품 등 다품종 소량 생산의 플랜트에 많으며, 액체나 분체(粉體)를 대상으로 피드백 제어와 시퀀스 제어를 조합해 제어한다.

플랜트에서 만들어지는 소재와 제품을 고품질로 효율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다양한 기기를 조합해 각 프로세스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먼저 기반이 되는 것이 프로세스의 상태를 측정하는 압력 센서, 유량계 같은 ‘계측기기’ 및 프로세스에 변화를 주는 밸브, 액추에이터(Actuator) 같은 ‘조작기기’다. 이를 통합해 ‘필드 기기’라고 한다. [그림 2]

또 프로세스에 원하는 동작을 시키기 위해 계측기기의 값을 인식해 조작기기를 조작하는 것이 ‘제어 시스템’이다. 연속 프로세스와 하이브리드 프로세스에서는 분산 제어 시스템(DCS)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사례가 많고([그림 3]), 이산 프로세스에서는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사례가 많다([그림 4]).

대규모 플랜트를 중심으로는 제어 시스템 상위에 제조 실행 시스템(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MES)을 구성해 재고 입·출고 관리, 생산 계획, 작업 진척 등과 연계한다. 또한 회사 전체에서 데이터 관리 일원화, 업무 흐름 표준화, 원재료 입하 로트 관리, 생산 실적 관리, 원가 관리 등을 하기 위해 MES 상위에 전사적 자원 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RP) 시스템을 구성하는 계층화된 생산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그림 5]

화학 반응 등 복잡한 현상을 다루는 연속 프로세스에서는 제품의 품질과 플랜트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에너지 절약 등 경제성을 높이고자 오랫동안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기본적인 제어와 제어성 향상 연구에 대해 서술한다.

연속 프로세스의 제어에서는 제어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DCS 같은 제어기기가 온도와 유량, 압력 등의 상태량을 계측기기에서 읽고 제어 연산을 한 뒤 밸브나 액추에이터의 조작량으로 조작기기에 출력하는 피드백 제어 루프를 형성한다. [그림 6] 하나의 플랜트에서는 수십에서 수백의 막대한 루프 수를 제어하지만, 기본은 한 점의 상태량에 대해 한 점의 조작을 하는 ‘싱글 루프 컨트롤’이며 이를 조합해 각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조절 제어한다.

싱글 루프 컨트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어 알고리즘은 PID 제어(Proportional Integral Derivative Control)이다. PID 제어는 온도와 유량 등의 목푯값과 측정값의 편차, 편차의 적분, 편차의 미분이라는 세 가지 항에 각각 계수를 곱한 조합으로 조작량을 결정한다.

제어 대상이 되는 프로세스의 특성에 맞게 적절한 계수를 어떻게 결정할지가 중요해서 숙련된 운전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측면이 많다. 또한 하나의 프로세스에는 여러 상태량이 관련된 경우가 많아서, 원하는 제어를 하려면 어느 상태량을 측정하고 어느 상태량을 조작할지를 선정하는 것도 높은 제어 성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제품의 품질 및 안전성의 담보는 제어의 제약 조건이 된다. 프로세스의 복잡성과 외란, 그 밖의 이유로 오차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오차의 영향을 가미한 만큼 제어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림 7] 그래서 에너지 절약이나 수율 등 경제성을 높이려고 싱글 루프 컨트롤 위에 제어성 향상이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다. 비선형 PID 제어, 비간섭 제어, 캐스케이드 제어, 피드포워드 제어, 오버라이드 제어, 지연 시간 보상, 비율 제어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들 덕분에 각 프로세스의 조절 제어 성능이 향상되었다.

석유정제, 석유화학, 화학 플랜트는 안정적인 조업과 에너지 절약 대책을 비롯한 플랜트 조업 효율의 향상이 중시된다. 그런 한편, 복잡한 화학 변화 등 여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싱글 루프 컨트롤을 주로 하는 고전적 제어만으로는 자동화가 어려워 고도화된 제어가 도입되고 있다. [그림 8]

그중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이 ‘다변수 모델 예측 제어’로, 프로세스의 많은 상태량과 조작량을 변수로 하는 예측 모델을 구축해 장래의 상태량을 예측함으로써 최적의 조작량을 산출하는 것이다. 최적화의 지표로 생산량 최대, 에너지 최소 등 임의의 목적 함수를 정하고 품질이나 안전성 담보 같은 임의의 제약 조건 아래서 선형 계획법 등으로 최적화 문제를 풀어 향후 최적의 조작량을 산출한다. 그 조작량의 현시점 값을 대개의 경우 DCS에 입력한다.

고도 제어에서는 ‘소프트 센서’라는 것도 많이 쓰인다. 제품 조성처럼 직접 측정할 수 없거나, 측정한다고 해도 분석에 시간이 걸리는 상태량을 제어하고 싶을 때 측정 가능한 상태량 가운데 연관성이 높은 것, 예를 들어 화학 플랜트의 증류 프로세스에서는 증류탑 내 어떤 개소의 온도를 대체 상태량으로 제어하는 방법이 있는데, 다른 상태량의 영향도 가미해야 해서 그만큼 여유 있게 관리해야 한다. 만약 측정 가능한 여러 상태량에서 본래 관리하고 싶은 상태량을 산출하는 추정 모델을 구축해 이를 제어한다면, 앞서 설명한 대체 상태량을 제어하는 방법보다 여유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고도 제어로 제어성이 향상되면 더 높은 경제성을 추구할 수 있지만, 효율적인 제조 조건은 일정하지 않고 원료나 수요 변동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프로세스의 운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가령 수익이 최대가 되는 최적 운전 조건을 실시간으로 산출해 이를 고도 제어의 설정값으로 부여하는 ‘실시간 최적화’도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 고품질을 확보하고 경제성을 높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동 중인 플랜트의 복잡한 프로세스 탓에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운전원의 개입이 필요하고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게다가 비즈니스의 고부가가치화에 따라 플랜트의 조업 환경도 단일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변량 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 이전보다 더 고도화된 제어가 요구되어 운전원의 수동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다. 그래서 연구되고 있는 것이 설계한 대로 시스템이 움직이는 ‘자동화’에서 시스템 스스로 방식을 도출하는 ‘자율화’로의 전환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모방 학습은 기계 학습의 하나로 ‘이 상황에서 전문가라면 이렇게 행동한다’ 같은 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켜 그 전문가의 행동을 모델화하는 것이다. 이를 플랜트에 적용해 숙련된 운전원의 조작을 AI 모델로 대체하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그림 9]

먼저, 숙련된 운전원의 수동 개입이 불가피한 플랜트에서 과거 운전 시 각종 센서에서 취득한 온도와 압력 같은 데이터 및 숙련된 운전원의 조작 이력 같은 데이터를 모방 학습을 통해 AI에게 학습시킨다. 이렇게 해서 생성된 AI 모델은 숙련된 운전원의 조작을 모방한다. 그리고 실제 플랜트에서 조업 데이터를 이 AI 모델에 입력하면 현장에 있는 운전원에게 실시간으로 조작 추천값을 가이드하거나, 운전원 대신 직접 조작(추천값을 DCS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게 된다. 이로써 숙련된 운전원을 통한 젊은 운전원의 육성과 기술 전수를 지원하고, 운전원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순차적으로 변화하는 플랜트의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재학습해 AI 모델을 갱신할 수도 있어, 플랜트 제어의 자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또한 기계 학습의 하나로, 어떤 행동을 취해서 일어난 상태 변화에 대한 ‘보수’를 정의함으로써 AI가 시행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보수가 높아지는 행동을 자율적으로 탐색해 모델화하는 것이다. 사실 모방 학습도 강화 학습의 일종으로 분류되지만, 모방 학습은 교사 데이터(teaching data)를 부여해야 하는 반면에 강화 학습은 교사 데이터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학 플랜트에서 증류탑의 열 회수 프로세스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그림 10] 이 프로세스는 제품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배출되는 열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으로, 그동안은 숙련된 운전원의 수동 개입이 불가피했다.

프로세스 도입 시 우선적으로 할 것은 대상 플랜트의 시뮬레이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품 품질 확보를 위해 ‘증류탑 내 액면 레벨을 유지할 것’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가급적 배출된 열로 증류탑을 가열할 것’이 양립하는 보수를 정의하고, 강화 학습 AI가 높은 보수를 얻는 밸브 조작을 시뮬레이터 상에서 탐색한다. 생성된 AI 모델을 숙련된 운전원이 평가해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실제로 AI 모델이 출력한 밸브 조작량을 직접 DCS에 입력한다. 이는 실증 시험을 거쳐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품질과 에너지 절약처럼 상호 간섭하는 목표를 양립한다는 점에서는 앞서 설명한 고도 제어의 최적화 문제와 비슷하지만, 조작량의 도출 방법이 다르다. 또한 숙련된 운전원의 노하우를 학습시키는 모방 학습과도 달라서, 향후 숙련된 운전원의 기능 전수 문제를 해소하고 숙련된 운전원을 넘어선 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인력 부족과 기술 전수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숙련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자율 제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은 품질과 경제성 같은 기존 지표뿐 아니라 환경 대응, 안전 위생 등 사회의 요구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인간은 경영 지표를 설정하는 고도의 업무로 역할이 옮겨가고, 진화된 AI를 통해 학습 능력과 적응 능력을 갖춘 플랜트가 그 지표에 맞춰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세상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