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국립중앙과학관(관장 권성민)은 2025년 을사년 뱀띠 해를 맞아 1월 7일(화)부터 2월 9일(일)까지 약 한 달간 생물탐험관에서 『巳이언스, Science!』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국립부경대학교, ㈜앤씨비아이티 등 국내 유수의 산·학·연 연구기관이 뱀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개발 중인 다양한 첨단과학기술 성과품을 직접 보고 체험해볼 수 있었다.

뱀 로봇 분야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2011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재난구조용 뱀 모사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바퀴가 장착되지 않고, 작고 가벼우며, 강력한 관절 작동 메커니즘 등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전진, 옆 구르기, 측면 이동, 자벌레 이동, 기둥 오르기, 협소 공간 이동 등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하여 지진이나 화재 등 재난현장에서 사람 대신 머리에 달린 카메라로 좁은 공간을 탐색하거나 수직으로 놓인 배관 외부를 휘감아 기어오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서 2021년에 개발한 뱀 로봇은 기존 로봇의 기본 기능에 더하여 ▶생존자 탐지를 위한 다중 센서 운용 ▶장애물 제거를 위한 그리퍼(로봇 손) 운용 ▶생존자의 골든 타임 연장을 위한 약물 또는 영양 주스 공급 등의 기능도 추가되어 생존자 탐지뿐만 아니라 구조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뱀과 관련된 과학 기술 10가지를 소개했다.

과학관 곳곳에 내걸린 『巳이언스, Science!』 특별전 안내 깃발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이 2021년에 개발한 뱀 비늘 모사 신축성 배터리를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안정적인 성능 발현을 위해 단단한 형태로 제조되어 웨어러블 기기 적용에 필요한 유연성 확보가 어려웠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한 배터리는 뱀의 비늘 구조에서 비늘 및 비늘 사이의 주름을 모사하여 설계한 ‘제로 푸아송 비1)’ 구조체를 적용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늘어나면서도 높은 안전성과 성능을 확보했다. 이 배터리는 향후 소프트 로봇(soft robot)부터

웨어러블(wearable) 기기나 재난구조 로봇까지 다양한 형태의 장치에 적용하여 에너지저장 소자나 재난환경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뱀 로봇 ‘카네이크’(제공: 국립중앙과학관)

카네이크는 수직으로 놓인 배관 외부를 휘감아 기어오를 수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서 개발한 탐지·구조용 뱀 로봇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국립부경대학교가 지난해에 연구한 뱀 로봇 제어기술을 소개했다. 뱀 로봇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기 쉽지 않고, 움직임 특성상 회전이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로봇을 제어하기도 쉽지 않다. 모바일 로봇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카메라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뱀 로봇은 카메라와 함께 다양한 센서가 내장된 머리 부분이 계속해서 흔들린다.

국립부경대학교 필드로보틱스연구실(FRLab)에서는 뱀 로봇이 움직이는 도중에 발생하는 카메라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지능 기법인 ‘RBF 신경망’을 사용했다. RBF 신경망(Radial Basis Function neural network)이란 컴퓨터가 생물학적 뇌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도록 가르치는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의 일부로, 방사 함수를 활성화 함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방사형 기초 함수 신경망’이라고도 불린다. RBF 신경망은 시스템의 불확실성을 제어하는 이론 중 하나인 강인 제어(Robust Control)2)와 함께 뱀 로봇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뱀 비늘을 모사한‘유연 신축 배터리’는 한국기계연구원이 2021년에 개발했다. (제공: 국립중앙과학관)

뱀 비늘의 신축성을 모사한 기술을 그림으로 자세히 알려준다.

첨단바이오 분야에서는 ㈜앤씨비아이티가 지난해에 출시한 유전자 재조합 외과수술용 지혈패드 <스타패드(STOPAD)>를 소개했다.

뱀의 독(毒)은 크게 신경계통에 영향을 끼쳐 호흡장애 및 심장 활동을 마비시키는 신경독(코브라 등)과 혈관계를 통과해 신체 조직에 해를 끼치는 혈액독(까치살모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중남미에 서식하는 맹독성 독사 가운데 하나인 보트롭스(Bothrops atrox)의 독에는 강력한 혈액 응고 물질인 배트록소빈(Batroxobin)이 들어 있다.

배트록소빈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강한 빛을 받으면 매우 빠르게 피를 응고시키는 광반응성 지혈제라는 것이다. 레이저 포인터나 스마트폰 플래시로도 원하는 부위의 혈액을 응고시킬 수 있을 정도다. 뱀의 독에서 추출한 배트록소빈은 주사용 지혈제로 사용되지만, 인체 안전성 논란 및 대량 공급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앤씨비아이티는 세계 최초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전자 재조합 지혈효소(rTLH)를 효모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타패드(Stopad)>는 사람의 체내 지혈효소인 트롬빈과 유사한 뱀독 유래 단백질을 첨단 기술로 재조합한 rTLH 지혈효소와 바이오 폴리머를 융합한 바이오 의료기기로, 외과수술 시 발생하는 체내 조직 출혈의 지혈 목적으로 사용된다. 두 개의 시너지 기술이 적용된 이 제품은 천연형 단백질 표준화와 대량 생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동물 유래 바이러스 감염 위험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특허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 특별전에서는 뱀이 가지고 있는 매우 특징적인 감각기관인 ‘피트(Pit)’에 있는 온도 감지 세포를 이용해 먹이를 발견하는 원리를 모사하여 개발한 적외선(열에너지) 감지 센서를 현장에 설치해, 뱀이 항온동물의 체온을 감지하여 먹잇감을 정확히 구별하는 원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대행사로 뱀의 행동방식, 습성, 생태 등에 대해 관람객이 전문가 및 마니아와 함께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되었으며, 반려 뱀 마니아가 사육하는 살아있는 뱀과 뱀 화석, 뱀 골격 및 박제 표본 등을 함께 전시하여 뱀에 대한 해부학적, 생태학적 및 진화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국립중앙과학관 권석민 관장은 “뱀의 독특한 구조와 움직임 및 생물학적 특성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뱀을 모사한 첨단과학기술을 쉽게 이해하고, 뱀으로부터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올려보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앤씨비아이티는 세계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하여 외과수술용 지혈패드 <스타패드>를 개발했다.

이번 특별전을 준비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운영정책과 홍양기 박사가 ㈜앤씨비아이티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 한편에는 현대 과학이 싹트기 시작한 1800년대 이후 뱀띠 해에 일어난 주요 과학이슈를 짚어주는 도표가 마련되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 주요 사건 몇 가지에 관하여 상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1809년: 진화론의 창시자인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이 탄생했다. “가장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가장 똑똑하다고 해서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그의 말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현대사회에 더욱 큰 울림을 주는 명언이다.

▶1821년: 영국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전자기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하여 최초의 전기 모터를 발명했다. 또한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최초의 발전기도 만들었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발견은 전기공학과 현대 과학기술의 초석을 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의 이름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상징하는 하나의 이정표로 남아 있다.

▶1905년: 독일 태생의 유대계 이론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정립한 상대성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주요 분야 중 하나로, 특수 상대성이론(특수 상대론)과 일반 상대성이론(일반 상대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1905년에 발표한 특수 상대성이론은 일정하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 특히 빛의 속도로 접근하는 물체의 동작에 중점을 둔다. 이 이론의 가장 유명한 결과 중 하나는 <E=mc2>라는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은 질량(m)과 에너지(E)의 동등성을 표현하며, c2는 빛의 속도의 제곱이다.

전시회 한편에는 현대과학 태동 이후 뱀띠 해에 일어난 주요 이슈를 정리한 도표를 마련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1977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 탐사 계획인 「보이저 계획」에 따라 발사된 무인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목성과 토성 등 목성형 위성을 탐사하기 위해 ‘보이저 2호’와 함께 발사되었다. ‘보이저 1호’는 목성, 토성을 근접 비행하면서 관측과 탐사를 진행하고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우주로 진입했다. 2030년경 탐사선 원료인 플루토늄의 고갈로 전력 생산이 중단되어 지구와의 통신은 끊길 예정이다.

▶2013년: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가 실험적으로 확인되면서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퍼즐이 맞춰졌다. 1964년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Peter Higgs)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제안된 힉스 입자는 표준 모형 내에서 기본 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가지는지를 설명한다. 이 입자의 발견은 물리학계에서 큰 혁명으로 평가받았으며, 피터 힉스는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공로로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1) 푸아송 비(Poisson’s ratio)란 재료가 외부의 힘에 의하여 변형될 때 가로 방향 변형률의 비율을 의미한다. ‘제로 푸아송 비’는 이 비율이 ‘0’으로, 재료가 늘어나거나 줄어들어도 가로 방향으로는 변형이 없음을 나타낸다.

2) 불확실성을 명시적으로 다루는 제어기 설계에 대한 접근방식이며, 집합 내에서 불확실한 매개변수 또는 교란이 발견되는 경우 제대로 작동하도록 설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