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무인선박기술과 관련 산업 및 법제도 동향 정부의 핵심기술 개발 지원 및 세계 표준화 추진 필요 주요 글로벌 조선·해운 강국들의 선박 무인화를 위한 자율운항기술 주도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노르웨이, 일본 등 조선·해운 선도국에서는 자율운항 기술 개발 및 시범 운항을 통한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제협약 개발에도 활발하게 참여 중이다. 국내에서는 대형 조선사들이 국내외 기관들과 협력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 확보와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 실증을 통한 신뢰성 및 안전성 보장과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R&D 지원과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요구된다.
참조 KASS, KISTEP 외
자율운항선박의 정의는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양하나, 공통적으로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하여 운항하는 기술’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센서 등을 융합하여 지능화·자율화된 시스템을 통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 및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정의하고 있다.
운항 및 운용 자율화 분야의 핵심, 자율운항기술 자율운항기술은 선박을 중심으로 한 운항 자율화와 운용 자율화 분야의 핵심기술, 해운산업과 연관된 항만 인프라 연계 자동화, 무인 운항 관련 법제도 마련 및 정비로 구분할 수 있다.
자율운항기술의 개발 선도 국가들은 현재 상황인식과 자율항해, 육상 원격제어를 기반으로 한 운항 자율화 관점의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연안 도서 지역에 대한 운항 수요가 많아 페리나 차도선 및 중소형 컨테이너 선박의 원격 운항기술의 개발과 운용에 집중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운항을 위한 필수 인프라 기술로는 끊김이 없는 LTE, 위성통신 기반의 고신뢰 통신네트워크와 사이버 보안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승무원이 없는 무인화에 따른 각종 장비의 고장 진단 및 예측, 유지 보수를 위한 운용 자율화 기술도 필요하다. 자율운항선박은 안전성·경제성 향상 및 첨단기술·장비의 발전 등 여러 가지 배경에서 등장하게 되었는데, 주요 목적과 배경은 [표 1]과 같다.
상황인식을 위해 요구되는 보다 세부적인 기술로는 다양한 센싱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시스템과 센싱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상 객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식별하는 알고리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물체의 움직임과 의도를 추정하는 기술 등이 있다.
자율항해는 유인 항해사를 대신하여 항만 입출항부터 연안과 대양 항해에 이르기까지 안전하고 경제적인 항로를 선박이 스스로 판단하여 항해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선 센서, 항해 기기, 선박 내부 기기의 상태 정보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상황인식 및 상태 예측이 필요하다. 또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선박의 항로를 설정하고 엔진과 추진기를 제어하여 설정된 경로를 추종하는 기능이 구현되어야 한다.
운용 자율화를 위해서는 선내 장비의 고장 진단/예측 및 예방 정비가 필요하다.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고장과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기술로는 자가진단(Self diagnosis) 및 디지털트윈,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상태 기반 고장 진단·예측, 클라우딩 서비스, 증강현실 기반 원격 유지·보수 지원 기술이 개발·활용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산업 국제 동향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 규모는 2019년 71억 달러로 추산되었는데, 2030년에는 143억 달러로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박은 건조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명주기도 길기 때문에, 자율운항 시스템 의무 장착이나 보급지원 등의 정부 정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자율운항선박 도입 확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기술/시장 문제 이외에 규제, 법률, 보험 등 기술적인 문제들도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단기간 내에 급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정보관리시스템, 평형수관리시스템, 추진제어시스템, 기관부관리시스템, 스러스터제어시스템, 전력관리시스템 등 각종 선박제어시스템이 자율운항선박 전체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화물선 선주들이 무인화에 따른 불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화물선보다는 여객선에서 도입이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운항선박 시스템은 ‘원래 없던 부품을 추가로 장착하는’ 레트로핏(Retrofit) 시장보다는 ‘생산라인에서 장착되는’ 라인핏(Line Fit) 시장이 압도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선박을 개조 또는 업그레이드하는 것보다는 신규 선박에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이 비용적인 면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해운 강국들이 몰려있는 유럽과 아시아가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가장 큰 수요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한국·중국·일본이 세계 3대 자율운항선박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입법 동향 2019년 4월 25일 일본 국토교통성 해사국은 <원격조종 소형 선박에 대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원격조종이 가능한 소형 선박의 검사를 직접 실시하고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하여, 장관이 인정한 운항 매뉴얼에 따라 운항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해당 선박의 무인운항을 허가키로 했다.
2020년 8월 19일에는 <자율운항선박의 실용화를 위한 안전 기준>을 발표했다. 2020년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설계 및 운항에 관한 지침을 정하고, 이를 통해 기술 개발을 진전시켜 2025년까지 「선박안전법」에 근거해 구속력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국 입법 동향 중국은 2020년 3월 1일부터 선급협회를 중심으로 지능선박에 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규정에서는 지능선박이 갖춰야 하는 요구사항, 시스템, 승선 인원 등에 대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능형 항해, 지능형 선박의 선체 구성요소, 지능형 에너지 효율 관리, 지능 화물 관리, 지능형 통합 플랫폼, 선박의 원격제어 및 자율운항 장비의 성능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EU 입법 동향 EU에서는 EU 위원회 및 유럽해사청(EMSA)의 자율운항선박 전문위원회의 작업에 기초하여 자율운항선박 실증 시운전 관련 사안을 담고 있는 <MASS>를 개발했다. 이 지침은 자율운항선박의 실증이 해상 관제구역 내에서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회원국의 행정 당국과 신청자에게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침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실증 신청자는 자율운항 실증이 해상 교통상의 위험 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유효한 선박보험과 책임보험 등 재정 보증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신청자는 실증과 관련된 비상계획과 해양 오염 방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벨기에 입법 동향 벨기에는 플랑드르(Flanders)에서 수행되는 자율운항선박의 시범 운항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Smart Shipping Code of Practice for Testing in Flanders」을 개발했다. 이 코드는 자율운항선박의 잠재적 위험 식별 및 안전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코드에 따르면 벨기에 연안에서 시행되는 시범 운항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시험기관에 있고, 실증 시험기관은 적절한 증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이 코드를 준수한다 해도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이 코드를 이행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실증 시험기관은 반드시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관련 보험증권을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노르웨이 입법 동향 「Harbour and Fairway’s Act Section 27」에 따르면, 자국 수역의 보안이나 항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노르웨이 해안관리국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이 필요하고, 각 테스트는 개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독립적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다.
2016~2017년에 걸쳐 트론하임(Trondheim)과 호르텐(Horten) 해역 등에 대해 「Harbour and Fairway’s Act Section 27」에 따라 자율운항선박 실증을 위한 시험 운항 구역을 지정했다.
2020년 8월에는 노르웨이 해사청(NMA)에서 자율운항 및 무인선박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자율운항/무인선박의 안전성이 기존의 유인선박과 동일하거나, 더 안전함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는 자율운항선박 운항을 위해 <도선사 승선 요건(70미터 이상의 선박) 면제 신청 가능> 사항을 포함한 노르웨이 자국 기본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핀란드 입법 동향 핀란드는 야콘메리(Jaakonmeri) 지역을 자율운항선박 실증을 위한 시범 운항 지역으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신청 절차를 제공하고 있다. 시험기관은 시범 운항에서 발생하는 직간접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시험기관은 시범 운항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재정보증 형태의 보증금을 기탁해야 한다.
국내 입법 동향 국내에서는 자율운항선박과 관련하여 「지역특구법」에 따라 경남 지역에 ‘무인선 규제자유특구’만 지정되어 있을 뿐, 자율운항선박의 정의, 임시 항해 기준의 근거와 상용화의 전제가 되는 운항구역, 안전 기준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자율운항선박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실증·시범운항 등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율운항선박의 개발 촉진과 상용화를 위한 법률의 필요성이 인지되었다. 「자율운항선박 개발 및 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안)」, 일명 「자율운항선박 촉진법」이 2023년 12월 8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5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자율운항선박 촉진법」은 자율운항선박 기술과 핵심 기자재의 개발을 지원하고, 해상 물류 체계 구축을 통한 상용화 촉진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또한 자율운항선박 시범운항과 실증 관련 규제 특례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율운항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주요 목표 중 하나다.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경쟁국 중국,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기술·생산력이 뛰어나고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을 건조하여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 조선업체들의 저가수주 공세에 최근 몇 년간 선박 수주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통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인 조선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친환경’과 ‘자율운항’으로 전환됨에 따라, 경쟁의 판도도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나 자율운항선박 원천기술이 부족한 우리나라 조선 업계가 앞으로 기술 개발에서 뒤처질 경우, 핵심기술은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국내에서는 선박 껍데기만 제조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조선 산업에서 국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자급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범용 선박의 경우 소부장 자급도가 80~90%에 육박하지만, LNG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은 50~60%로 자급률이 떨어진다는 점 또한 불안요소 중 하나다. 현재 해양플랜트의 위치제어시스템과 같은 핵심 기자재 상당수는 노르웨이 등 외국산이다.
국내 자율운항선박 개발의 방향성 산-학-연-관이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형 조선 3사가 개별적으로 국내외 기관들과 협력해 독자 플랫폼 및 솔루션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을 출시한 이후 항해지원시스템(HiNAS), 이접안지원시스템(HiBAS), 선박운전최적화시스템 등을 잇달아 개발 완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원격 유지·보수 지원, 최적 경제운항지원 등이 가능한 스마트십 솔루션 DS4를 개발하여 국제 선사 HMM에 인도한 컨테이너선에 탑재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며, 2022년 자사 원격자동운항시스템(SAS)의 상용화를 목표로 다양한 크기 선박의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은 유럽·일본보다 5년 정도 뒤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당분간 핵심 기자재와 기술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율운항선박의 소부장 자급률은 LNG운반선보다 더 낮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차적으로는 핵심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나아가 개발된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적극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일본 정부는 SSAP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기술 성과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하여 자국의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게 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또한 개발된 기술을 실제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 테스트베드 해역을 조성하고, 기업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미리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도록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해양·선박 빅데이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자율운항 솔루션을 학습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계의 경우 선박에 탑재되는 상업용 시스템의 개발을 추진하되, 정부 주도로 시스템을 검증할 수 있는 핵심기술의 개발, 이러한 시스템이 운용되기 위한 원격운용기술과 인프라의 구축, 그리고 상업용 시스템의 운용 가능 영역 확장을 위해 예상되는 기술적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는 진일보된 원천기술의 개발을 진행한다면 관련 첨단기술의 확보와 산업계 지원을 달성하여 결과적으로 자율운항선박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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