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의 바나듐 대체 활성물질을 적용한 전지 개발 성공 대용량 ESS ‘비올로겐 레독스 흐름전지’ 대용량 ESS ‘레독스 흐름전지’의 활물질을 보다 저렴한 물질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에너지저장연구단 황승혜 박사 연구진은 ‘레독스 흐름전지’의 활성물질로 사용되던 고가의 바나듐 자리에 ‘비올로겐’ 분자를 대체하고, 용해도와 안정성을 개선하는 작용기를 도입해 성능과 수명을 대폭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저가와 장수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활물질 설계가 가능해져 ‘레독스 흐름전지’의 조기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 편집부
제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상 상황이 좋을 때 생산된 전기를 8시간 이상 저장하고, 필요 시 다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중 레독스 흐름전지(Redox Flow Battery)는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성이 낮고, 20년 이상의 긴 수명을 갖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 전후 보급을 위해 저가화·고효율화를 중점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레독스 흐름전지는 환원(Reduction), 산화(Oxidation), 흐름(Flow)을 합성한 용어로, 전극 표면에서 전해액 내의 활물질(Active material)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전지(Battery)다. 대용량화가 가능하며 전해액의 주기적인 교체를 통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며, 특히 화재 발생의 위험이 없는 것이 큰 강점이다.
비올로겐에 작용기 도입…에너지밀도와 안정성↑ 현재 레독스 흐름전지의 활물질로 바나듐(Vanadium)이 상용화되어 있다. 하지만 바나듐의 매장량이 한정적이라 최근에는 이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중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소, 산소 등의 물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비올로겐은 가격이 저렴하여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낮은 용해도로 인해 전체 에너지밀도가 낮아지는 점과 충·방전이 반복될수록 저장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황승혜 박사 연구진은 비올로겐에 ‘작용기’(Functional group)를 도입하여 이러한 단점을 해결했다. 연구진은 비올로겐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물에 친한 성질을 지닌 술폰, 에스테르 작용기를 도입했다. 작용기는 유기 화합물의 성질을 결정하는 원자단으로, 몇 개의 원자가 결합되어 있으며 화합물이 어떤 성질을 가지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비올로겐에 도입된 작용기는 마치 조립 블록처럼 비올로겐 안에 끼워져 용해도와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2개의 작용기는 비올로겐의 표면에서 물(전해액) 분자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힘을 발생시키고 비올로겐이 물에 쉽게 퍼질 수 있도록 돕는다.
99.4%의 쿨롱 효율 및 92.4%의 용량 유지율 비올로겐은 샌드위치처럼 2개의 분자판을 갖는 판상구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충전이 진행되면 판이 합쳐지는 반응(이합체화)이 빈번히 일어나 더이상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물 역할을 수행할 ‘알파-메칠 작용기’를 도입했다. 도입된 작용기는 판상구조에 뒤틀림을 주고, 분자 간에 반발력을 일으켜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에너지 저장의 효율과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연구진이 개발한 활성물질을 레독스 흐름전지에 적용한 결과, 바나듐 레독스 흐름전지 대비 에너지밀도가 2배 이상 향상된 것이 확인되었다. 또 200회의 반복적인 충·방전에도 99.4%의 쿨롱 효율(Coulombic Efficiency, 충전용량 대비 방전용량), 92.4%의 용량 유지율을 보여 성능과 안정성 모두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결과는 소재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IF 9.5)』에 게재되었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의 제1저자인 황승혜 박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긴 특성을 갖는 레독스 흐름전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저장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활물질 설계가 가능해져서 레독스 흐름전지의 조기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구자와의 인터뷰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의 제1저자인 황승혜 박사는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학사 및 박사를 수료한 뒤 LG화학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202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화학생물공학 분야 선임연구원을 역임 중이다. 활성물질을 비올로겐으로 대체하고 ‘알파-메칠 작용기’를 도입한 레독스 흐름전지를 개발한 이번 연구의 진행 과정을 들어보았다.
Q.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A. 지구온난화로 인해 재생에너지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하여 사용의 편의성을 올려주는 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한 적용이 대부분 리튬 이차전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리튬전지의 화재 위험성으로 인해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저장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했다. 레독스 흐름전지는 화재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긴 특성을 가져 에너지저장장치로 적합하지만, 비싼 활물질을 사용하여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이면서 안정성을 가진 유기활물질을 개발했다.
Q. 연구 전개 과정은 A. 새로운 에너지저장장치로의 적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상용화된 바나듐 기반의 활물질 대비 가격이 낮고 에너지밀도가 높아야 했다. 이런 특성들을 만족하는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작용기를 선정하고, 여러 작용기가 도입될 수 있는 활물질을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비올로겐은 작용기를 도입할 수 있는 여러 사이트를 가지고 있어 이에 적합한 소재다.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친수성 작용기를 비대칭적으로 선정했고, 비올로겐 물질의 고질적인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알파-메칠 그룹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기존 바나듐 대비 2배의 에너지밀도를 가지면서, 200사이클 동안 용량 유지율 92.4%의 신규 활물질이 적용된 레독스 흐름전지를 개발할 수 있었다.
Q. 연구 시 어려웠던 점은 A. 비올로겐은 작용기의 적용이 수월하지만, 반복적인 충·방전 중 퇴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지의 수명을 떨어뜨리게 되어 에너지저장장치로서의 적용 가능성을 낮추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비올로겐 충전 시 생기는 샌드위치 형태의 판상형이 서로 결합하여 물질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는 형태로 변하는 것이 퇴화의 주원인임을 확인했다. 그래서 결합을 방해할 수 있는 알파-메칠 그룹을 비올로겐에 도입하여 불안정성을 극복했다.
Q. 이번 성과의 차별점은
A. 기존의 연구는 바나듐 활물질을 대체하기 위해 저가의 높은 용해도를 갖는 물질 개발을 통해 에너지밀도가 높은 유기 활물질을 개발하는 데 그쳤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고에너지밀도의 유기 활물질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실제 전지로 적용할 때 전지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안정성 향상에 대한 개질도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Q. 앞으로의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A. 박사과정 때부터 저가의 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킬로와트(kW) 스케일에 실제로 개발한 물질을 적용하는 연구까지는 진행하지 못했다. 실험실 레벨의 물질 개발 연구에서 실제 우리의 삶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까지 확장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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