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과 안전대책 안전 예방법규 개정 & 관련 법안 마련 시급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의 일차전지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수명, 작동 특성, 메모리 효과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사용 범위와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고온 사용, 과충전, 과방전, 물리적 충격, 전기적 충격 등이 가해지면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에 대해 알아보고, 추후 어떤 안전대책이 필요한지 짚어보았다.
정리 편집부 자료 화재보험협회 외
 경기도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리튬이온 일차전지 공장 화재로 사상자 발생 지난 6월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당 공장은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 및 판매하는 곳으로, ‘스마트 그리드’라고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에 사용되는 스마트 미터기 등을 주로 제조하는 업체다. 소방당국은 사망자 모두 화재 발원지인 2층에서 발견됐으며,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실이 있지만 탈출하지 못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견을 밝혔다.
불은 해당일 오전 10시 30분께 리튬 배터리 완제품 35,000개가 보관된 공장 3동에서 발생했다. 최초 발화가 일어난 2층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던 도중 배터리 온도가 급상승했고, 이에 따른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2층에서 대피한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시작되었다. 현장 작업자들은 일반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려고 했으나 불을 끄는 데 실패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50대와 145명의 소방관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불길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이튿날인 25일 오전에야 “화재 발생 22시간 만에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고 발표했다.
화재감식학회 관계자는 “배터리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다 급격하게 발화하면서 작업실 전체를 뒤덮는데 약 1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작업자들이 분말 소화기를 가져와서 뿌리는데, 리튬의 특성상 잘 꺼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소견을 밝혔다. 그는 “오히려 그 시간에 빨리 대피했으면 생존자가 많았을 것”이라며 “안전관리와 작업자에 대한 교육이 안 되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반응성의 전극과 가연성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어 특수한 상황에서 발열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출처: 아리셀)배터리 온도 급상승으로 인한 과열이 원인 해당 공장은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에 몇 차례 위험 징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공개한 3월 28일자 「아리셀 소방 활동 자료조사서」에 따르면, ‘다수 인명 피해 발생 우려 지역’ 부문에 이번 사고가 발생한 ‘3동’을 기재했었다. 6월 초에는 아리셀에 직접 방문하여 화재 예방 컨설팅을 하며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해당 공장에서는 대형참사 이틀 전인 6월 22일에도 불이 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는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하여 큰 피해 없이 상황이 종결되었다.
이번 사고에 대해 한 화재전문가는 “배터리가 3만개 넘게 쌓여있었던 데다 누설전류가 흐르는 등 절연이 잘 안 되는 환경이었다”며 “일차전지는 완전충전 상태이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높아 불이 번지기 더 쉬웠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아리셀 측은 “직원들에게 안전교육도 충분히 했고, (리튬) 보관 상태도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형상에 따른 리튬이온 배터리 구분 (출처: IEEE) 사용량 증가할수록 안전에 대한 우려 커져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수명, 작동 특성, 메모리 효과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최근 휴대용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노트북,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사용 범위와 빈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롤랜드버거(Roland Berger)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총 보급량은 2023년 717GWh에서 2030년 3,100GWh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고온 사용, 과충전, 과방전, 물리적 충격, 전기적 충격 등이 가해지면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반응성의 전극과 가연성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어 특수한 상황에서 발열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분리막이 손상되거나 내부 단락이 발생할 수 있다. 내부 단락이 발생하면 배터리의 전압이 하락하거나, 내부 전해액이 외부로 방출되거나, 고온 및 고압의 열폭주(Thermal Runaway)가 발생할 수 있다.
열폭주가 발생할 경우, 주변 배터리로 전이되어 심각한 화재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재를 진압하더라도 재발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진압하기가 매우 어려운 특징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시험 결과 보니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각형(Prismatic), 파우치형(Pouch), 원통형(Cylindrical)으로 구분된다. 화재보험협회 산하 방재시험연구원에서는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시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약 120℃ 부근에서 내부 단락이 발생하여 전압이 0V로 떨어졌으며, 약 156℃ 부근에서 Vent가 발생하여 내부에 기화된 전해액이 외부로 방출되었다. Vent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표면의 온도는 약 5℃ 이상 내려갔다. 이후 약 171℃ 부근에서 열폭주가 발생했으며, 열폭주 발생 시 짧고 강렬한 폭발과 함께 연소생성물이 소량 발생했다. 열폭주 발생 시 최대 74.7℃/sec의 온도 변화가 발생했고, 표면 온도는 최대 551℃까지 상승했다.
▶ 각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약 183℃ 부근에서 Vent가 발생하여 전해액이 외부로 방출되었고, 표면의 온도가 약 5℃ 이상 내려갔다. 이후 216℃ 부근에서 내부 단락이 발생하여 전압이 0V로 떨어졌으며, 이후 약 217℃ 부근에서 열폭주가 발생했다. 원통형보다 용량이 더 큰 각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속시간이 더 길고 강한 폭발 형태로 열폭주가 발생했으며, 연소생성물도 대량 발생했다. 열폭주 발생 시 최대 381.5℃/sec의 온도 변화가 발생했고, 표면 온도는 최대 768℃까지 상승했다.
▶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약 195℃ 부근에서 Vent가 발생하여 전해액이 외부로 방출되었고, 표면의 온도가 약 10℃ 이상 내려갔다. 이후 246℃ 부근에서 내부 단락이 발생하여 전압이 0V로 떨어졌으며, 이후 약 247℃ 부근에서 열폭주가 발생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폭발적인 열폭주보다는 지속시간이 길고 약한 폭발 형태로 열폭주가 발생했으며, 연소생성물이 대량 발생했다. 열폭주 발생 시 최대 130.7℃/sec의 온도 변화가 발생했고, 표면 온도는 약 556℃까지 상승했다.
직접 불 끄려는 시도 및 발화지점 접근 안 돼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폭주 시 가스만 발생한 경우 폭발 위험이 매우 크고, 화재일 경우 내부 에너지가 소진될 때까지 진화가 어렵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열폭주 전에 재빨리 몸을 피해야 한다. 특히 폭발은 어떠한 보호장비를 착용해도 사망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는 직접 불을 끄거나 발화지점 근처에 접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간혹 전동킥보드나 전기차 화재 시 불을 끄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독성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수도 있고 현장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계속 발생하므로 매우 위험하다.
미국의 경우, 2019년 애리조나주에서 APS사가 운영하는 ESS에서 화재가 발생한 일을 계기로 ESS 화재를 화학·생물·방사능·폭발물·대량살상무기와 같은 ‘특수재난사고(HazMat Incident)’로 분류하고 있다. 뉴욕 소방의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ESS 등에 대한 대응규제로 청정소화약제와 더불어 수계소화설비를 동시에 설치하도록 했다. 또 폭발 배연 설비를 의무화했으며, 특히 소방관들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했다.
ESS 및 전기차 화재를 ‘단순 화재’로 여기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한 안전 예방법규 개정이 없다. 정부 주무부처에도, 배터리를 제조하는 기업 내에도,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발생한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세부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는 말이다. 자타공인 ‘배터리 강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은, 무책임하고 방만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내재된 위험성을 알리고, 비상상황 시 합당한 안전예방설비를 갖추도록 하는 법안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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