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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혐오의 매커니즘으로 본 마스크걸
2023년 10월 24일 (화) 00:00:00 |   지면 발행 ( 2023년 10월호 - 전체 보기 )

혐오의 매커니즘으로 본 <마스크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김용훈, 2023)에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혐오’가 기저에 있다. 외모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가면 속에 숨어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만족을 찾아간다. 하지만 끝내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살인이라는 극단에 다다른다. 그녀만의 세계에서도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 순식간에 신상이 털리는 순간 현실의 외모 때문에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과 상반된 ‘혐오행위자’의 관점을 과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하려고 한다. 

정리 편집부 
자료 넷플릭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엠네스티, 동아사이언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모미(이한별 분)는 어릴 때부터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다. 자연스레 대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삶을 꿈꿨지만 성장하면서 걸림돌이 생겼다. 바로 외모, 점점 ‘못생겼다’는 질타로 돌아왔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꿈도 잃어가는 듯했던 어느 날, 인터넷 개인방송 BJ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다. 단 마스크를 쓰고 활동하는 것. 그녀는 ‘마스크걸’로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유명세를 떨친다.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BJ로 끼를 발산하는 이중생활을 선택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는 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다. 짝사랑하던 유부남 직장상사가 예쁜 후배와의 사적인 만남을 목격하게 되면서 분노한 모미는 악의적으로 회사 동료들에게 소문을 퍼트리고, 이 두 사람이 결국 회사를 떠나도록 만든다. 그러면서 실연의 아픔으로 방송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우울해하던 모미에게 접근한 팬과의 만남으로 불운이 시작이 된다.
마스크 속에 숨은 모미의 모습. (출처 : 넷플릭스)

신체에 남은 흔적 ‘혐오’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해 모미를 위기에서 구해내지만 결국 그녀에 의해 생의 끝을 만나게 되는 오남(안재홍 분)은 학창시절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성장해 모미와 같은 회사를 다니며 밤에는 일명 ‘오타쿠’ 문화에 탐닉하면서 결핍을 채워간다. 그 역시 ‘마스크걸’ 단골 애청자다. 사람들과 눈 마주치기를 어려워하며 생겨버린 습관이 사람의 손을 관찰하는 것. 그러다 마스크걸이 회사 동료인 모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료에서 단숨에 짝사랑하는 대상으로 바뀐다. 짝사랑하는 직장상사에 상처를 받는 모미를 위해 그녀가 마스크걸임을 폭로하겠다는 협박 문자도 서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촉발된 살인사건에 주오남도 엮이게 된다.
철저히 존재를 지우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주오남 (출처 : 넷플릭스)

폭력성, 혐오가 불러오는 여러 행동 유형 중 하나
모미와 오남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라 할 수 있을까. 이후 스토리는  오남의 어머니 김경자(염혜란 분)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숨어버린 ‘마스크걸’ 모미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범죄·탐정·스릴러 영화의 문법을 따르며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들로 가득 채우면서. 폭력성은 혐오가 불러오는 여러 행동 유형 중 하나다. 김경자가 오남을 키우며 억눌러왔던 욕망의 표출로 해석도 가능하다. 게다가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삶의 나날들,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모든 어려움 참고 견뎌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버팀목이 부러지는 순간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위기에 처했을 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은 두려움을 낳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됐을 것이다. 모든 폭력은 혐오에 기인한다. “너만 아니었으면 나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어!”라는 메시지를 김경자는 모미에게 뿐 아니라 자신에게 끊임없이 보내면서 살아가는 힘을 얻었을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개인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 사실을 잊기 위해 타인, 특히 사회적 약자를 비난하거나 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비난의 대상을 특정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사회심리학에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혐오의 메커니즘이다.

김경자는 왜 혐오 가해자가 됐나
뉴욕대 심리학자 존 조스트 교수에 따르면 어떤 큰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때, 나라 경제가 좋지 않다거나 취업이 잘 안 되거나 등등 그것에 처음부터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추상적이고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인지적으로 많은 능력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문제를 가급적 작고 구체적으로 명시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 문제의 원인이 거대한 구조에 있다고 인정하게 되면 무기력과 큰 불안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그것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무엇을 비난하는 것이 불안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외국인이나 여성 등 약자(?)를 공격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오남의 어머니 김경자는 아들의 황망한 죽음이 한국 사회에 쌓여온 혐오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라는 상상을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15년 넘게 흔적을 지우며 살아있는 혐오의 대상(모미)을 찾기 위해 그녀의 모든 삶을 쏟아붓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김경자가 선택한 억울함이나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은 분명히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흔히 ‘세상에서 내가 제일 억울하고 힘들게 살았고 남들은 몰라도 나는 더이상 피해를 볼 수 없다’는 피해의식과 이기심이 함께 발생하기 쉽다. 고통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보상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보상은 없고 그 이유가 내가 지위가 낮고 약해서라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고 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내가 당했던 것처럼 사람 위에 군림하며 권력의 힘을 즐기게 되는 것. 억울함이 이후 그 해결 과정이 올바른지 여부에 따라 한때 억울했던 일의 피해자가 불의의 가해자가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연구들도 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인생 편하게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는 추가적인 억울함이 소위 편하게 사는 것 같아 보이는 불특정 다수의 약자들을 향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너는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또는 ‘내가 힘들었을 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분노와 소외감은 종종 높은 공격성으로 나타나곤 하는데 그것들이 혐오의 한 동력이 된다.1)
‘익명성’의 가면을 쓴 캐릭터들
모미와 오남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란다.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는 모미는 자신이 마스크걸이라고 밝혀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얼굴을 가리고 자신을 상품화하는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댓글이 가지는 공격성, 수많은 혐오표현들, 신상털기 등 각종 위협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외모 때문에 자신의 삶이 이렇게 됐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그녀는 예쁜 가면의 뒤에서 하고 싶었던 춤과 노래를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방법을 선택했다. 혐오의 피해자로서 그녀는 최대한 자신의 실물을 드러내지 않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혐오의 가해자가 됐고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서 은둔자로 전락한다. 결국, 오남을 죽인 이유는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혐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남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운다. 뚱뚱하고 키 작다는 이유로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나쁜 기억이 있다. 외모로 인해 왕따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가 속한 무리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왕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경직된 집단주의가 작동하거나, 방관자가 되는 것만으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결국, 이들의 전략은 실패했다.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행위는 또 다른 사회문제인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한다.
‘혐오의 방향성’
사회심리학자 박진영은 사람이 혐오를 마음속으로 간직할지, 아니면 밖으로 휘두르는지를 결정하는데는 사회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혐오는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비도덕적인 행위(백인우월주의자들의 흑인에 대한 처형 행위)가 일어날 때 흔히 같이 일어나는 것이 비인간화(dehumanization)이다. 저건 인간이 아니라 ‘짐승’, ‘벌레’라고 생각함으로써 아무 감정 없이 사람을 벌레 대하듯 대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을 사람 이하의 것으로 만드는 혐오 발언이 무서운 이유다. 대상을 아무 죄책감 없이 탄압하고 처단할 원동력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끔찍한 일들이 ‘XX충들은 막 대해도 돼’ 같은 작은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인공 모미가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딸은 혐오의 굴레에 매어 살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딸 미모는 ‘마스크걸’이었던 엄마로 인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사투 끝에 딸을 혐오로부터 지켜내고 자신을 희생해 굴레를 끊어낸 것이다. 미모는 과연 혐오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혐오를 혐오로 인식하는 것이다. 최근 혐오 또는 갑질 등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부모가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혐오를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혐오는 이제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다. 알게 모르게 일상 속에서 잦아진 혐오표현과 행동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편견과 혐오의 아슬한 경계를 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회 분열적인 발언은 곳곳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소셜미디어는 이를 확대 재생산하며 혐오를 부추긴다.

책 <혐오의 과학>은 편견에 사로잡힌 사고가 어떻게 혐오에 가득 찬, 때로는 치명적인 행위로 이어지는지 인간 마음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본다. 혐오 감정이 어떻게 시작되고 범죄 행동으로 이어지는가를 탐구하는 이 책은 사례 분석을 통해 편견을 억누르는 우리의 능력을 감소시키고, 혐오를 촉진시키는 요소들에 대해 탐구한다. 혐오 행동을 벌인 이들의 개인적 역사를 탐구하며, 그들의 트라우마와 유년기에 경험한 깊은 개인적 상실이 어떻게 인생의 나중 시기에 혐오에 젖은 폭력적 방식과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특히, 좌절을 겪은 개인이 극단주의 집단과 같은 정체성 집단과 융합할 때의 문제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각종 온라인 혐오 발언의 위험성을 철저히 파헤친다.2) 저자인 매슈 윌리엄스는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을 선호하는 기질을 타고났다는 유력한 증거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혐오의 발현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때 생기는 편견적인 사고는 우리 뇌가 학습하는 것이지 타고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뇌를 넘어서 어떠한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요소들이 ‘우리’에 대한 선호를 편견과 혐오로 변환시키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혐오를 촉진하는 요소로서 가장 가깝고 당면한 문제는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으로 퍼지는 혐오 게시물이 아닐까. 저자는 “범죄자들을 사악한 존재들로 치부해버리지 않고, 그런 종류의 행동이라도 합리적인 대처가 가능하다고 여길 수 있게 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고 주장한다.
사람 마음을 병들게 하는 혐오표현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토대로 혐오표현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규정하고 입법 등 사회적 제도를 통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2016년 발생해 한국 사회의 남녀 혐오 대립과 갈등에 기름을 부은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뤄진 것이다. 인권위는 이와 함께 시민사회의 대응능력을 향상해 혐오표현이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여건을 만들어가는 형성적 규제들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요청으로 이번 조사를 수행한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혐오표현의 전반적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 조사 및 대면조사 방법으로 1,014건의 설문을 수집·분석했다. 또 혐오표현의 구체적인 양상과 영향력 등을 알아보기 위해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병행했고, 현대사회에서 온라인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해 온라인 혐오표현의 실태도 별도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집단에 대해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혐오표현의 유형을 ▲차별적 괴롭힘 ▲공개적인 멸시·모욕·위협 ▲증오선동 등으로 구분했다. 조사 결과 피해를 본 소수자 집단은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되어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고 지속적인 긴장 상태나 무력감에 빠지거나 자존감 손상으로 인한 자살충동, 우울증, 공황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입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극단적인 신념, ‘혐오’
혐오가 범죄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개인의 사회적, 역사적, 심리적 층위 등 다층적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그중에서도 특이적인 촉진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소위 인터넷에서 떠도는 무수한 혐오표현들로 인해 너무 쉽게 혐오를 행동에 옮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한국갤럽에 의뢰해 ‘혐오표현 관련 대국민 인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조사에서 ‘혐오표현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해 물은 결과(1순위), ‘혐오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이 26.0 %로 가장 높았으며,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21.4 %), ‘언론의 혐오 조장 보도 자제’(19.1 %), ‘인터넷 사업자, 커뮤니티의 자정 노력’(18.7 %)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1, 2, 3 순위를 종합한 결과로 보면 ‘언론의 혐오 조장 보도 자제’가 64.5 %로 가장 높았으며, ‘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강화’(57.5 %), ‘인터넷 사업자, 커뮤니티의 자정노력’(54.1 %)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대한 질문의 결과도 흥미롭다.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찬성했다. 반대는 19.4 %로 찬성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으며 2020년 대비 찬성 응답은 3.6 %p 증가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여성(85.2 %)’이 ‘남성(76.1 %)’보다 9.1%p 높았으며, 대체적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이외 특성으로는 직업별 ‘가정주부(89.3 %)’에서 높았으며, 최종 학력과 비례했다. 한편 ‘반대한다’는 의견은 직업별 ‘학생(30.2 %)’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질문은 혐오표현 경험에 대한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혐오표현을 접해 본 경험률(82.4 %)이 오프라인(76.7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혐오표현을 접해 본 경로로는 온라인은 ‘온라인 뉴스 기사(36.5 %)’, ‘온라인 카페/커뮤니티(27.1 %)’, ‘개인방송 사이트(18.6 %)’순, 오프라인은 ‘대중매체(45.7 %)’, ‘공공장소(29.4 %)’, ‘학교·직장(12.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상자 유형 기준으로 혐오표현을 접해 본 경험률을 살펴보면, 오프라인에서는 ‘정치적 이념 또는 지지 정당이 다른 자’에 대한 혐오표현 경험률이 49.7 %(일상적 경험률 : 항상 경험 + 자주 경험)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노년층’ 33.6 %, ‘여성’ 30.9 %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온라인에서도 ‘정치적 이념 또는 지지 정당이 다른 자’에 대한 혐오표현 경험률이 63.4 %(일상적 경험률 : 항상 경험 + 자주 경험)로 가장 높았으며, 2순위와 3순위는 오프라인과는 반대로 ‘여성’ 47.0 %, ‘노년층’ 40.4 %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혐오표현에 대해 응답자 중 대다수가 심각하다고 답한 부분에 있다.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표현이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 ‘심각함’이 94.0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50.3 % + 조금 심각한 문제이다 43.7 %)로 조사됐으며, ‘심각하지 않음(전혀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0.7 % +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5.3 %)’에 대한 응답은 6.0 %에 그쳤다. 특히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0.3 %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심각하다는 응답의 이유로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해서’응답이 44.0 %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등에서 무분별하게 확대되고 있으나 그 대응은 부족해 보여서(28.0%)’, ‘물리적 폭력과 차별적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어서(12.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혐오표현 유형으로는 ‘성별 관련’혐오표현이 37.1 %로 가장 많았고, ‘정치·이념·종교 관련(29.5 %)’이 뒤를 이었다. 이외 유형들은 한 자리수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혐오표현은 개인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힌다. (출처 : Pixbay)

혐오표현 제대로 알기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보기
지금까지 살펴본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책 <혐오의 과학>, <2022년 혐오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혐오로 인한 갈등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제도 마련, 대중의 인식 개선 등의 방법으로 혐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무수한 혐오표현은 정교하게 짜여진, 다시 말해 혐오가 문제 행동이나 범죄로 쉽게 이어지지 못하도록 하는 방어 기제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최근 흉기 난동 사건도 일종의 혐오 범죄로 해석할 수 있다. 과다한 혐오표현에 대한 노출은 스스로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다.

중요한 것은 혐오를 혐오로 인식하는 일이다. 때문에 혐오표현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위다. 국제엠네스티는 혐오표현을 단순히 기피, 분노, 분개와 같은 감정의 표현, 비도덕적이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혐오표현은 단순히 싫어하는 감정의 표출을 넘어 특정 개인, 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을 부추기고 정당화하는 표현이다.

사실 혐오표현이 무엇인지 헷갈릴 수 있는데, 국제엠네스티는 같은 표현이라도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따라 특정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혐오와 차별에 더 취약한 ‘사회적 소수자’가 될 수 있다. 다수가 아닌 ‘소수자’인 환경에서 자칫 오해가 될 수 있는 비하와 폄훼의 표현은 당사자에게 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전에 경험하거나 목격한 차별, 폭력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더욱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사회를 지배하는 질서가 무엇인지, 이와 다른 가치관과 입장을 가진 개인 혹은 집단, 즉 소수자 집단이 과거에 차별받아온 역사가 있는지, 현재 차별받거나 미래에 차별받을 수 있는 사회적 조건과 맥락이 존재하는지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혐오표현의 대상인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들을 때마다 역겹고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느낌”,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고 속이 텅 빈 느낌”, “더욱더 내자신을 감추고만 싶어지는 기분”, “답답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피곤하고 고통스럽다”, “내 존재는 처참히 없어지고 사라진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혐오 발언을 들을 때마다) 내 자신이 미워진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나 싶다” 등은 이들의 경험은 너무 심각해 보인다.

<마스크걸>의 모미와 오남은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었다. ‘못생기고 키 작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이들은 혐오의 피해자가 됐다. 모미는 마스크 또는 성형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했고, 오남은 익명성의 가면을 쓰고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방법을 선택했다. 반대로 오남의 어머니 김경자는 혐오를 범죄적 행동으로 이행하는 인물이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이들의 비극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와 개인 모두 혐오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대책을 마련할 때다.  


1) 출처 : [박진영의 사회심리학]‘한국사회의 혐오에 대하여’, 동아사이언스, 2019. 09. 07
2) 출처 : <혐오의 과학 : 혐오 범죄를 일으키는 인간 행동의 어두운 비밀>, 매슈 윌리엄스, 반니 출판사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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