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뉴런’으로 읽어보는 영화 <다음 소희> 우리 사회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소위 ‘괴롭힘’, ‘갑질’ 현상은 언제 어디서부터 연유한 것일까. 가해자들은 어떤 심정으로 타인을 괴롭힐까. 이런 질문들을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사회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계속 반복될 것’이라거나, ‘인간의 동물적인 자기 보호 본능에 따른 것이라서 통제하기 어렵다’거나, 결국 현실은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의 말들. 사회와 시스템에서 단지 일개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으로서 인간성을 지켜내고 지켜주는 것.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누구의 몫일까. 영화 <다음 소희>에서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갑질’사회에서 공감은 구원의 빛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정리 편집부 자료 다음영화, IBS 영화 <다음 소희> (출처 : 다음영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소희는 춤을 좋아하는 밝고 쾌활한 성격의 학생이었다. (출처 : 다음영화)
최근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학부모들의 갑질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학부모의 ‘갑질’ 행태가 조명되고 있다. 7월 29일 폭염에도 수많은 동료 교사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교육부의 책임 있는 행동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풍경은 우리 교육현장에서 ‘괴롭힘’이라는 병폐가 얼마나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시각을 좀 더 넓혀보면 학교뿐 아니라 조직을 갖춘 어느 사회집단에서든 이 같은 비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소희는 실습 나간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부당한 처우를 받게 되자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출처 : 다음영화)
공감·배려·시스템의 가치를 높인 〈다음 소희>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2022 )는 사회가 한 개인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민낯이 드러났지만, 영화 제목이 암시하듯이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시급한 것은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어딘가에서 들려온다면 그 사회는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호에서는 영화에서 드러난 좀비처럼 획일화되고 맹목적인 시스템 문제를 짚어본다. 더불어 사람의 뇌에서 발견된 공감능력을 관장하는 일명 ‘거울뉴런’ 이론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획일화된 시스템은 인간을 무능하게 만든다
영화는 2017년 전주 콜센터에서 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소희(김시은 역)는 춤을 좋아하며 성격이 밝고 쾌활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면도 있는 강인한 캐릭터다.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는 소희는 졸업하기 전 실습을 나가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담임 선생님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한 대기업 자회사의 콜센터에서 실습을 시작한다. 말이 실습이지 사실은 정직원과 거의 같은 일을 한다.
콜센터는 직원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욕설이나 성희롱 그리고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진상 고객들의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가입해제를 원하는 고객이 해제하지 못하도록 내부 전화를 수십 차례 돌려야 한다. 고객의 해제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금기다. 이는 콜센터의 일상적인 풍경들이다. 소희가 일하는 동안 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회사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들의 실적을 더욱 강요하고, 단기간에 그만두는 직원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야 할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일삼는다.
소희는 팀장의 죽음 이후 달라졌다. 오히려 최고 실적을 올리며 동료직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던 어느 날. 인터넷 해지를 원하던 남자 고객은 불안한 목소리로 해지 의사를 간절하게 재차 요청한다. 소희는 회사의 고객 응대 방침대로 전화를 붙잡고는 끝끝내 다른 상품가입 안내에 대한 말을 꺼낸다.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던지 고객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장면은 내내 이 사람에게 다급한 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소희는 그런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텔레마케터로서 그런 고객의 사정을 외면했던 것일까.
이후 회사 방침에 의구심과 불만이 커간다. 매뉴얼을 지켜 실적도 올렸지만 결국 실습생이라는 한계선에 저지당한다. 팀장과 인센티브 문제로 크게 다투고 정직 3일 징계를 받는다. 담임 선생님은 그저 학교의 취업률 하락을 걱정하고 이후 그 회사가 소희의 학교 학생을 받지 않을지 모른다는 점에 불안해한다. 회사 복귀 전날 저녁 친구들과 낮술을 한잔하고 혼자 가게 안에서 맥주를 주문해 마신다. 문 틈새로 가늘고 찬란한 빛 한줄기가 바닥에 드리워져 소희의 맨발에 닿았다. 그 빛을 좆아 올려다보는 메마른 눈의 소희. 도롯가를 터덜터덜 걸어가는 소희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겨울의 차가운 저수지로 향했다.
‘권력은 공감능력을 떨어뜨린다’ 사건을 맡은 형사 유진(배두나 역)은 회사 측에서 소희의 죽음과 관련한 사실들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수사 범위를 회사, 학교, 관할 교육청으로 확대하며 진실에 점점 더 다가간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온갖 부당행위를 가했으면서도 뻔뻔하게 소희 개인의 문제로 몰아간다. 학교는 취업률에 따라 교육청의 평가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함으로써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관할 교육청은 관리하는 학교의 취업률이 저조하면 상급 기관의 교육부의 지원이 끊기고 결국에는 해당 학교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같은 상황은 취업률 하나로 ‘줄 세우기’하는 평가시스템과 상하급 기관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지적하는 것으로 읽힌다.
관할 교육청에 찾아간 유진은 장학사에게 “애초에 소희가 다녔던 회사 같은 곳에는 아이들을 보내지 않도록 학교를 감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장학사는 “적당히 하십시다. 일개 지방 교육청 장학사가 뭔 힘이 있습니까. 그래서요 이제 교육부 가실랍니까. 그 다음은요?”라고 대답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스템을 잘 만들고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시체계도 꼼꼼히 갖춰야 한다.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높은 도덕성과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학교를 취업률 하나로 줄세우고 이를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시스템은 모든 이성이 마비된 체 오직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좀비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다음소희>에 등장하는 사장, 선생님, 교장, 장학사 등은 좀비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갑질의 사회심리학적 관점은 ‘타자화’와 통한다 <다음 소희>의 실제 사건이 알려지며 우리 사회에는 ‘감정노동’이라는 표현이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콜센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행해지는 언어폭력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격려하며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여전히 진상 고객들이 존재하고 어린 학생들을 값싼 임금으로 착취하는 악덕 업자들이 활개 친다. 교실의 왕따와 학부모의 갑질, 교권의 학생 인권 침해와 학생의 교권 침해, 직장 내 갑질과 성폭력 등 위계와 권력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회심리학에는 이런 문제들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존중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어린 학생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어떤 누구도 가해자가 될 수 없고 이를 방관하는 급우와 선생님도 없을 것이다. 현실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과 나보다 우월한 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피해자들을 나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밀어내 버린다. 이는 일종의 ‘배제’행위다. 성인들이 모이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일반적으로 ‘타자화’라고 하는데, 개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이다.
 뇌과학 분야에는 아직 미스터리가 많지만,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미스터리가 점점 밝혀지고 있다. (출처 : IBS. unsplash)
‘갑질’과 공감능력의 관계에 대한 연구 영화 <다음 소희>에서는 고객들의 갑질에 고통받는 소희를 포함한 콜센터 상담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고객들은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상담원이 어떤 고통을 받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에서 형성되는 상하 관계는 권력을 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콜센터에서 고객은 ‘갑’(권력자)으로 상담원은 ‘을’로 구별된다.
한국 사회에서 갑질로 사람을 괴롭히는 상황은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약 8년 전 국내 굴지의 항공사 간부가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를 회항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비행기 이상이 아니라 단지 그 간부의 갑질 때문에 비행기가 되돌아온 것이었다. 이후 우리 사회는 갑질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갑질은 사회의 상식과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백화점 고객이 주차원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행하는 갑질은 고귀한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이다. 명백한 폭력이고 벌을 받아야 한다. 고위공무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갑질과 괴롭힘을 행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을 쉽지 않다. 단순히 ‘나쁜X’, ‘악마’등으로 규정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갑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해냈다. 오래전부터 뇌신경생물학, 뇌과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공감능력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거울뉴런’공감을 유도하는 신경세포 이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뇌신경 일부인 ‘거울뉴런’이다. 거울뉴런은 상대방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경험처럼 느낄 수 있는 신경세포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과정은 어떻게 뇌에서 작동하는 것일까. 신경과학 분야에서 선구적 인물로 꼽히는 마르코 야코보니(Marco Iacoboni)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모방하는 동안 거울뉴런과 감정을 느끼는 뇌 영역의 해부학적 연결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들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관찰하는 동안 자기영상공명장치로 뇌의 활동을 측정해 거울뉴런 영역, 뇌섬엽, 변연계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권력에 취한 사람일수록 공감의 중추 역할을 하는 거울뉴런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다른 뇌 영역과의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캐나다 윌프리드로리어대 제레미 호기븐 교수와 토론토대 마이클 인츠리트 교수 공동연구팀은 권력을 가지면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게 하는 거울뉴런이 잘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남에게 의존했거나 또는 남에게 지시를 내렸던 경험을 글로 쓰게 한 뒤 손으로 고무공을 쥐는 영상을 보여줬다. 그 결과 권력이 있었을 당시를 회상한 실험 참가자는 거울뉴런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반대 그룹은 거울뉴런이 활발히 작동했다.
다커 켈트너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권력에 취하면 타인과 동료를 괴롭히며 모욕을 더 많이 준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켈트너 교수는 이 모습이 마치 눈 바로 뒤편에 위치한 뇌 부분인 안와전두엽이 손상된 환자의 행동 방식과 비슷하다며 권력에 취한 행동과 뇌질환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권력에 취하면 오만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적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일까. 그러나 모든 권력자들이 권력에 취하거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권력추구의 욕구와 인간으로서의 정의를 추구하려는 의지 사이에서 늘 갈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감능력 차이 결정하는 메커니즘 규명 국내 연구진은 공감능력이 뇌 신경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명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대뇌에서 공감능력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관련 신경회로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공감능력 조절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처음 밝힌 것이다.
공감은 타인의 기쁨, 슬픔, 혹은 공포 같은 정서적인 상태를 공유하며 이해하는 능력이다. 공감능력이 결핍되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을 경우 사회성과 정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공감은 매우 복잡한 고등 인지 영역으로, 공감능력을 형성하는 유전자 및 뇌 신경회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진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생쥐에서의 ‘관찰 공포(observational fear) 행동 모델’을 이용해 공감 능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생쥐는 공포를 느끼면 동작을 멈추는 행동을 뚜렷이 보여 공감 능력을 측정하기 용이하다. 관찰 공포 행동 모델은 챔버(상자 모양의 실험 장치) 속 두 생쥐 중 한쪽의 생쥐에게만 전기 충격을 주고, 다른 쪽 생쥐는 이를 관찰하게 하는데, 관찰하는 쪽의 생쥐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받는 생쥐의 공포를 얼마나 상상하고 공감하는지를 측정한다. 생쥐의 공포 공감능력은 상대의 고통 관찰 시 동작을 멈추는 행동의 정도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공포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는 정도로 나타난다[그림 1]. 생쥐가 이 모델에서 보이는 공포에 대한 공감은 인간이 느끼는 공감 패턴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18종의 생쥐들을 대상으로 위와 같은 관찰 공포 실험을 진행했다. 이 중 오직 한 종류의 생쥐 그룹만이 공포에 크게 공감하는 행동을 뚜렷이 보였는데,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그룹의 생쥐만 ‘Nrxn3’라는 유전자가 변이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종의 생쥐들에게도 Nrxn3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한 결과 이들의 공포 공감능력이 높아짐을 확인했다. 이로써 유전자 Nrxn3가 공포 공감능력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임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가 뇌에서 작용하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기 위해 전두엽의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1) 부위에 있는 모든 종류의 뇌 신경세포(뉴런)에서 Nrxn3 유전자를 제거해 생쥐의 공감능력을 비교 실험했다. 전대상피질은 관찰 공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특정 종류의 뉴런(억제성 SST 뉴런)2)에서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경우에만 생쥐의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돼 공포 행동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였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 뉴런의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측정한 결과 Nrxn3 유전자가 제거된 SST 뉴런은 다른 뉴런들의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GABA (Gamma-aminobutyric acid) 분비 능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관찰됐다. GABA 분비의 감소는 공감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Nrxn3 유전자는 SST뉴런의 시냅스 전달 기능을 조절해 공감 능력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그림 2].
연구진은 전기·생리학적 신호 측정으로 관찰한 현상을 검증하기 위해 광유전학 방법을 이용해 빛으로 직접 SST 뉴런의 활성을 조절해보았다. SST 뉴런의 활성을 빛으로 억제하는 경우에도 Nrxn3 유전자를 제거했을 경우와 똑같이 생쥐의 공포 공감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Nrxn3 유전자의 역할을 검증한 것으로, SST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임이 검증된 것이다.
이 연구는 공포 공감을 조절하는 중요 유전자를 밝혀내고 전대상피질의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신경회로의 작용기전을 구체적으로 규명한 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신희섭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공포 공감을 관장하는 유전자의 발견은 인간의 위로, 동정, 및 이타심 같은 다른 형태의 공감능력 차이를 결정하는 기본적인 신경회로와 기전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공감은 신경학뿐 아니라 심리학적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타인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읽어내는 능력을 ‘마음이론(Theory of Mind, ToM)’이라고 한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감각 운동과 변연계의 감정 정보가 함께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읽어내는 마음이론의 사고 과정에 엄청난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접근이 과연 또 ‘다른 소희’를 구해낼 수 있을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유전자 치료나 수술을 통해 갑질을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해법은 제대로 된 사회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개인들은 공감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뇌의 기능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음 소희’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말이다.
1) 전대상피질은 관찰 공포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흥분성 및 억제성 뉴런들로 이루어진 미세 신경망의 연산처리에 의해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유입되는 복잡한 신호를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2) 억제성 SST 뉴런(Somatostatin+ inhibitory neurons) : 대뇌에 존재하는 억제성 신경세포의 한 타입. SST를 표지단백질로 발현하며 다른 뉴런의 흥분을 억제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여 대뇌의 정보 처리과정 중 들어오는 신호들의 강약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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