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의 미래 그려보는 다양한 행사 열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미래 세상에 대한 대담한 상상”
기계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로서 개발돼 왔다. 시계의 톱니바퀴가 그런 것처럼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인간의 편리한 문명을 이루었다. 컴퓨터 역시 그 출발은 여느 기계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지능이라고 할 만한 기능을 갖추면서 인간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질문에 빠졌다. 지능은 무엇이고, 더 나아가 사고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급기야 기계는 인간처럼 정교하게 움직이고 말하기 시작했고,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직관과 예술의 영역에까지 기계의 침범이 시작되고 있다. 이제 인간은 기계를 통해 인간 실존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공학과 인문, 공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고민과 상상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KAIST 국제심포지엄’을 2021년 12월 10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행사는 인공지능연구원과 포스트(Post)-AI 연구소,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 등 KAIST에서 인공지능을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연구조직이 공동으로 주관하고 동원그룹이 후원했다.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KAIST 국제 심포지엄’포스터
인공지능을 위한 새로운 관점 처음 컴퓨터가 발명된 이래로 인공지능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KAIST는 인공지능 리스크를 포함한 자연 및 인적 재해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제시하는 도전과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기회와 위기를 전망하기 위해 심포지엄은 공정성과 윤리, 정책, 기후변화 등 인공지능을 둘러싼 네 가지 문제가 핵심 주제로 선정됐다.
기조 강연은 인공지능 분야의 교과서로 불리는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을 집필한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 미국 UC버클리대학교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증명 가능한 유익한 인공지능’(Provably Beneficial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주제를 갖고 진행했다. 인간은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던 앨런 튜링(Alan Turing)의 견해에 대해 러셀 교수는 “우려는 옳았지만, 결론은 틀렸다”라는 기조를 갖고 인간에게 유익한 새로운 종류의 AI 개발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러셀 교수의 기조강연에 따르면, 인공지능 분야가 막 시작됐을 때 합리성과 경제성에 맞게 기계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까지가 기계가 지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범용 AI가 새로운 목표로 등장했다. 즉, 범용 AI란 어떠한 업무 환경이나 임무 조건에서도 높은 수준의 행동을 신속하게 배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을 흉내 내는 AI도 나올 것이고, 이런 AI는 인종편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EU에서는 이런 식으로 인간을 사칭하는 AI의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계 자체가 사람을 흉내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고, 군사용 드론도 만들어져 대량살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러셀 교수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이러한 알고리즘들은 매우 간단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어떤 사람의 인지적인 수용 능력보다 더 뛰어난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최적화된 목적이 인간의 혜택과 합치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을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최악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 더 많은 해악을 가져갈 수도 있다.
러셀 교수는 “그래서 AI에 대해 다른 접근법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마며 우리가 추구하는 기계는 인간에게 유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험성 못지않게 AI는 인간에게 많은 잠재력을 가져다 줄 수 있고, 지속적인 모멘텀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더욱더 지능이 높은 그런 AI 시스템을 만들수록 실제로 이러한 AI 시스템에 대한 제어력이 뒤쳐질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현상이 현재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을 사용하게 되면 실제로 증명 가능하고 유익한 AI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또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모델이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AI 시스템은 인간이 좋아하는 것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인간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불확실성을 가진 기계를 만들어야 하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인간의 그런 행동은 실제로 이런 선호도에 대한 증거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KAIST 국제 심포지엄’연사. 왼쪽부터,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 UC버클리대학교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 털시 도시(Tulsee Doshi) 구글‘책임있는 인공지능과 인간중심 기술’팀 제품총괄, 케이 퍼스-버터필드(Kay Firth-Butterfield )세계경제포럼 집행위원 AI·머신러닝 총괄, 사이몬 체스터만(Simon Chesterman) 싱가포르국립대 학장 및 석좌교수, 에밀리 슉버그(Emily Shuckburgh) 캠브리지대학 산하 Cambridge Zero 센터장.
AI로 가능한 것과 가능해야만 하는 것 이어지는 주제연설은 총 네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인 ‘인공지능과 공정성’에서는 다양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당한 차이를 공정하게 처리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에 관해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인공지능 윤리’에서는 오랜 세월 분투해왔지만, 여전히 비윤리적인 행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인간이 과연 ‘윤리적인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인공지능 정책’ 순서에서는 각국 정부가 인공지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연구 개발과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기술 경쟁 구도 속에서 우리가 설계해야 할 자율적인 관리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다.
 KAIST‘인공지능과 예술 포럼’포스터.
마지막 순서에서는 ‘인공지능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다. 기후변화 연구는 항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기후 영향을 추적하고 예측하려면 상당한 양의 시공간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토론에서는 세계 각국이 최대의 공동 과제인 기후변화에 대응해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논의하고 해결방안에 관해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심포지엄은 AI로 가능한 것과 가능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나누는 계기가 됐다. 털시 도시(Tulsee Doshi) 구글 ‘책임 있는 인공지능과 인간 중심 기술팀’의 제품 총괄인 케이 퍼스-버터필드(Kay Firth -Butterfield) 세계경제포럼 집행위원을 비롯해, 사이몬 체스터만(Simon Chesterman) AI 싱가포르 AI거버넌스 선임이사, 에밀리 슉버그(Emily Shuckburgh) 케임브리지 제로 이사 등 인공지능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13명의 해외 전문가와 7명의 KAIST 교수가 참여해 인공지능과 미래사회에 대한 심도 있는 논도 펼치는 자리였다.
경계를 가로지는 석학들의 통찰과 전망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KAIST 국제심포지엄’에 이어 KAIST는 ‘인공지능과 예술(AI+ART)’을 주제로 국제포럼을 작년 12월 20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예술이라는 영역 안에서 인공지능의 역할과 미래의 방향을 살피는 이번 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예술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는 4인의 세계적인 석학이 모여 흥미로운 강연을 펼쳤다.
첫 번째 연사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전기·전자·컴퓨터·통신 분야 학회인 IEEE 및 ACM 석학회원이자 글로벌 IT기업 어도비(Adobe)의 수석 연구원인 애런 헤르츠만(Aaron Hertzmann) 박사가 참여했다. 헤르츠만 박사는 ‘기계는 예술을 만들 수 있는가?’를 주제로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의 개념과 인공지능에 의한 예술 창작의 가능성에 관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어, 세계적인 뉴미디어 아티스트이자 1754년 설립된 영국 왕립예술원(Royal Society of Arts)의 석학회원인 이진준 KAIST 미술관장이 ‘뉴미디어아트: 현대예술의 최전선’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관장은 인공지능과 예술이 만나는 뉴미디어아트에 대한 설명과 인간 예술가가 인공지능 연구원과 팀을 이루는 협업의 방향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세계적 권위의 미디어아트·테크놀로지 축제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의 수상자도 연사로 참여했다. 인터랙티브 아트 부문 최고 상인 ‘골든 니카’(Golden Nica)를 1998년에 받은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 홍콩시티대학 교수는 ‘현대미술의 ’트랜잭션‘ 미학’을 강연하며 AI·로봇·블록체인 등과 같은 첨단기술이 예술의 주체가 된 사례들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정보경험디자인(Information Experience Design) 과정 설립자인 케빈 워커(Kevin Walker) 영국 코벤트리대 교수는 ‘AI 아트의 정신에 관하여’를 주제로 인공지능과 예술이 만나는 방식과 그 만남의 가치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KAIST ‘AI+Art 포럼’ 참여 연사. 왼쪽부터, 애런 헤르츠만(Aaron Hertzmann) 어도비 수석 연구원, 이진준 KAIST 미술관장,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 홍콩시티대 교수, 케빈 워커(Kevin Walker) 코벤트리대 교수.
이번 포럼을 총괄한 이진준 KAIST 미술관장(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은 이번 포럼과 관련해 “KAIST 미술관이 준비한 첫 번째 공식 행사로 KAIST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장은 “예술과 과학기술의 최전선에서 경계를 가로지르며 활약하는 석학들의 통찰과 전망을 공유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이번 포럼을 평가했다.
한편, ‘인공지능과 예술(AI+ART)’ 포럼은 KAIST 전산학부가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다양한 영역(X)에서 고민을 나누기 위해 열한 번째 시리즈로 마련한 ‘AI+X 포럼’이다. 포럼은 전산학부·문화기술대학원 및 올해 신규 조직으로 출범한 미술관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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