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제조비용은 낮추고 친환경성은 높이고 역발상 제조 기술, 유해한 성분이 없는 소재 기술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은 그동안 고효율 태양전지 공정 중 발생하는 불량으로만 취급됐지만, 국내 연구진이 역발상을 통해 공극률을 극대화함으로써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이 소식과 함께 우수한 성능과 함께 친환경성을 갖춘 태양광 소재 개발 사례를 소개한다. 최근 들어, 페로브스카이트가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서 각광받고 있지만, 납 기반의 소재라는 점이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비(非)납계 소재인 안티모니 칼코아이오다이드가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진의 성과와 더불어, 포항공과대학(POSTECH) 연구진의 또 다른 친환경적 소재 연구 소식을 전한다.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국내 연구진이 역발상을 통해 실리콘 태양전지 및 반도체소자의 핵심 소재인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를 원재료의 낭비 없이 제조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충북대학교가 주도한 공동연구팀은 단결정 실리콘을 모체 기판 위에 상향식으로 성장시킨 후, 기존에 다공구조로 인하여 불량으로 여겨졌던 플라즈마 에피탁시(epitaxy) 실리콘을 역이용해 마치 절취선을 따라 떼어내듯이 실리콘 웨이퍼를 간편하게 박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1)
에피탁시는 라틴어 ‘위에’를 의미하는 ‘epi’와 ‘정렬된’을 뜻하는 ‘taxis’에 유래한 용어로, 반도체 소재나 소자분야에서 단결정기판위에 단결성소재를 성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그리고 플라즈마 에피탁시는 에피탁시를 구현하는 방법 중에, 플라즈마를 이용한 가스분해반응을 이용해 단결정기판위에 단결정소재를 성장하는 방법이다.
실리콘 웨이퍼 제조, 결함 역이용 이 기술의 핵심은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의 다공구조를 제어하고 위에 성장시킨 단결정 실리콘 웨이퍼를 통째로 떼어내는 방법으로 제조 공정을 혁신한 것이다. 기존의 에피탁시 실리콘 웨이퍼 제작 방식은 모체 기판 상부에 다공 구조의 실리콘 분리층을 하향식으로 형성하고, 단결정 실리콘을 성장한 후, 박리를 통해 분리한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는 모체 기판 표면의 일부가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모체 기판이 조금씩 손실된다. 따라서 여러 차례의 박리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모체 기판이 소모되고, 이는 제조비용 증가의 원인이 됐다.
한편,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 연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졌지만, 높은 결함밀도 및 다공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태양전지 공정 중 발생하는 불량으로 취급됐다. 따라서 이 물질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물질 내부의 결함 및 공극률을 저감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오히려 플라즈마 에피탁시에 대한 역발상을 구사해 결함 밀도를 증가시키고, 계면의 공극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즉, 마치 빵 반죽에 기포가 발생해 부드러워지듯이 실리콘 웨이퍼 제작 시 결함과 구멍을 이용해 떼어내는 부분을 약하게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모체기판 위에 다공구조의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을 성장시킨 후 열처리 과정을 거쳐 중간에 떼어내기 쉬운 얇은 틈을 만들었다. 이후 다시 결정질 실리콘을 그 위에 두껍게 증착시키면 태양전지나 다른 반도체 소자로 쓸 수 있는 웨이퍼는 절취선을 따라 쉽게 떼어내듯 분리할 수 있고 모체기판은 손상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법으로 성장시킨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의 나노 다공구조 특성 및 공극이 재구성되어 나노-틈(Nano-gap)을 형성하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다. 고온에서 물질 내부에 나노 크기의 공극들이 서로 결합하는 것과 같이 고체에서도 고온의 수소 환경에서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공극들이 서로 합쳐지고 표면으로 이동해 없어지는 나노 다공구조 제어를 통해 그 위에 성장한 실리콘을 지지하는 몇 개의 기둥만 남겨 떼어내기 쉬운 구조가 된다.
이로써 원재료의 낭비도 획기적으로 줄이고 태양전지 제조 단가를 절반으로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플라즈마 에피탁시 실리콘 및 단결정 실리콘 성장을 널리 쓰이고 있는 화학기상증착법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에도 응용이 가능해 산업적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비납계 태양전지 소재 조성 기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융합연구부 최용찬 박사팀이 차세대 태양광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안티모니 칼코아이오다이드(Antimony chalcoiodide, Sb(S,Se)I)2)의 조성을 제어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납을 포함하지 않는 차세대 비납계 태양전지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DGIST 연구팀은 2단계로 나눠진 용액공정을 통해 안티모니 칼코아이오다이드의 조성을 제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안티모니 칼코게나이드(Sb2(S,Se)3)를 제조한 다음, 2단계에서 이를 삼아이오딘화안티모니(SbI3)와 반응시켜 안티모니 칼코아이오다이드로 변환시켰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해당 공정을 통해 소재의 단순한 조성을 넘어서 소재의 결정과 형상, 그리고 전자 구조가 모두 잘 제어된 안티모니 칼코아이오다이드 Sb(S1-xSex)I 소재 제작에 성공했다. 또한 연구팀은 전자 구조 분석을 통해, 이 소재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고성능 태양전지 제작을 위해 필요한 적절한 계면층을 제시하기도 했다.3)
테트라센 결정, 태양 전지 광흡수층으로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탄소’(C)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흑연으로부터 탄소 원자 한 층의 두께를 분리해낸 것이 바로 그래핀이다. 이렇게 같은 원자로 이뤄져 있더라도 그 수와 배열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물질로 구분된다. 최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이 최초로 2차원 물질 사이에 샌드위치된 단일층 분자 결정을 구현했다.
화학과 류순민 교수·통합과정 구성현씨 연구팀은 화학과 심지훈 교수 연구팀, 일본 물질재료연구기구(National Institute for Materials Science)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약한 반데르발스 결합(van der Waals)을 하고 있는 테트라센(tetracene) 결정을 단일층으로 구현해 광학적 물성을 보고했다. 이는 2차원 분자 결정 분야에서 첫 사례로 꼽힌다.4)
연구팀은 그래핀이나 육방정 질화붕소(hBN)과 같은 2차원 무기 결정을 기판으로 사용해 단일층 테트라센 결정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또한, 여기에 건식 전사법을 이용해 hBN을 덮어 열과 빛에 대한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수십 마이크로 미터 크기의 단일층 테트라센 결정의 2차원 형태를 얻어내기 위해 연구팀은 원자 힘 현미경(AFM) 및 광역 발광 이미징(wide-field photoluminescence imaging) 방법을 도입했다. 시료의 전자 구조를 알아내기 위한 편광 분리된 광학적 흡수, 방출 스펙트럼은 현미경이 결합된 마이크로 분광 장치로부터 얻었다.
연구팀은 2차원 테트라센 결정의 흡수와 방출 스펙트럼을 입사광의 편광에 따라 얻은 결과, 특정 각도에서 흡수와 방출이 최대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물질이 결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테트라센 결정의 배향을 흡수와 방출을 통해 실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3차원 결정보다 크게 증가된 다비도프 분열(Davydov splitting)은 2차원 결정의 고유한 물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2차원 테트라센 결정을 육방정 질화붕소나 그래핀 사이에 가둠으로써 물질의 구조를 보존하고 광(光)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결정의 광역 광발광 이미징 기법과 광학 2차 조화파를 이용해 수십 마이크로 크기의 테트라센 필름이 단결정화 됐고, 질화붕소 기판 위에 성장할 때 특정한 배향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제일원리 계산을 통해 적층 구조에 대한 이론적 타당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빛과 상호작용하는 2차원 테트라센 결정의 모식도
이처럼 같은 유기 결정의 두께가 물성을 능동적으로 변조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유기 결정을 이용한 OLED, 유기 광전 변환 공학 등으로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순민 교수는 “테트라센 결정에서 일어나는 엑시톤의 비선형적인 증식이 태양 전지 효율의 열역학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친환경적인 연구로 각광받고 있다”며 “2차원 테트라센 결정은 태양 전지의 광흡수층을 이루는 주요 물질로 사용될 수 있고, 저차원 분자 결정의 구조와 물성 연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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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기술개발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성과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선정돼 10월 14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Fully Bottom-Up Waste-Free Growth of Ultrathin Silicon Wafer via Self-Releasing Seed Layer”이다.
2) 칼코아이오다이드(chalcoiodide): 칼코겐화물(S, Se)과 할로겐화물(I, Br, Cl)의 혼합물질인 칼코할라이드(chalcohalide)의 일종으로, 칼코겐화물과 아이오딘화물로 이루어진 혼합물질.
3)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 및 DGIST 융합연구원 기관고유사업인 ‘차세대 에너지소재 원천기술 개발’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ACS 어플라이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CS Applied Energy Materials) 11월 16일자 온라인에 게재됐으며, 더불어 추가표지(Supplementary Cover) 논문으로 채택됐다. 논문의 제목은 “Compositional Engineering of Antimony Chalcoiodides via a Two-Step Solution Process for Solar Cell Applications”이다.
4) 이 결과는 나노분야의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7월 20일자에 “Extraordinary Photostability and Davydov Splitting in BN-Sandwiched Single-Layer Tetracene Molecular Crystal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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