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P26, 6년 진통 끝에 기후변화협약 타결 석탄발전 ‘감축’, 내연기관차 ‘퇴출’…1.5℃ 원칙 재확인
6년간 긴 협의 끝에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이 완성됐다.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3일까지 약 2주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5℃ 이내로 지구 온도상승 억제를 위해 197개국이 범세계적 기후행동 강화를 약속했다. 특히 지난 6년간 치열히 협상을 진행했던 국제탄소시장 지침이 타결돼 자동차 시장과 개도국 수송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로써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속도는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석탄발전은 퇴출이 아닌 ‘감축’으로 문구가 수정됐다. 이 와중에 한국은 글로벌 탈석탄 에너지전환 선언에는 참여했지만 탈석탄동맹에서는 빠졌다.
글 김수진 기자
영국 글래스고(Glasgow)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국: 영국)가 11월 13일(영국 현지시각 기준) 폐막했다. 이번 회의에는 197개 당사국 정부대표단을 포함해 산업계,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에서 4만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교체수석대표 김효은 기후변화대사)로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석했다. 특히, 2015년 당사국총회 이후 6년 만에 개최된 특별정상회의에서는 120개국 정상들이 모여 지구온도 1.5℃ 이내 상승 억제를 위한 범세계적 기후행동 강화를 약속했다.
한국 온실가스 감축 비율 높아질 듯 이번 당사국총회의 최대성과는 지난 6년간 치열한 협상을 진행했던 국제탄소시장 지침을 타결해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Paris Rulebook)을 완성한 것이다. 특히, 메탄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이번 총회 직전까지 107개 국가가 ‘글로벌 메탄 서약’에 이름을 올렸고 총회 후 110개 국가로 참여 수가 늘었다.
서약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한다.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은 참여국들이 메탄을 30% 감축하면 석탄화력발전소 1,000개를 폐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고, 이를 통해 지구 평균기온을 0.2℃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의 내용은 담은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자료: 청와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1월 1일 오전(현지 기준 31일 오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 환경부)
현재 메탄서약 참여국들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경제 규모는 글로벌 경제의 70% 규모다. 특히 메탄 배출량의 상당비율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 총회 막판에 메탄 감축에 협력하기로 약속하면서 배출량 감축 기대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30% 메탄 감축을 시행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700개 폐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참여국 모두가 공감했지만 실제 참여에 대해서는 이견이 오갔다. 실제로 한국은 총회에서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럽연합과 미국이 50% 넘는 감축목표를 내놓으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주요국들이 이렇게 높은 감축목표를 제시한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 상승폭이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2030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대비 13.7%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지구온도 상승폭이 1.5℃를 넘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한국에 최소 45% 온실가스를 감축하라고 압박하며 총회 끝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총회 기간 각 당사국은 내년 연말까지 감축안을 다시 조정,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한국은 45%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40% 감축량도 버거운 상황에서 45%까지 더 높여야 해 한국 산업계 전반으로 탄소배출 관련한 목표를 재설정해야 할 상황이다. 때문에 각 산업별 목표가 재설정되면 탈원전, 석탄발전, 신재생발전 시장 또한 크게 지각변동이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운송 부문의 동력은 빠르게 전기로 전환되고 있다. (자료: wekipedia)
석탄발전은 ‘퇴출’에서 ‘감축’으로 수정
이번 당사국총회의 핫이슈 중 하나는 석탄발전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당초 ‘퇴출’로 합의될 것으로 예측됐던 석탄발전은 폐막식에 인도가 ‘감축’으로 요청하면서 폐막식이 연기되기도 했다. 결국 문구를 ‘석탄발전 감축’으로 수정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됐다. 석탄과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산업국은 “개도국은 발전과 빈곤 근절을 위해서라도 선진국과 입장이 다르다”며 마지막까지 강하게 항의했다.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세분화된 논의가 진행돼 ‘글로벌 탈석탄 에너지전환 선언’이 이뤄졌다. 전 세계 47개 국가과 5개 지역이 참여한 이번 선언 내용은 ▲ 2030년대 석탄화력발전 퇴출(단 개도국은 2040년대 연장), ▲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 투자 중단, ▲ 친환경 발전원 확대, ▲ 노동자와 공동체를 위한 전환 등이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도 출범했다. ‘탈석탄동맹(PPCA)’은 48개 나라와 48개 지자체가 참여했다. 특히 신흥 산업국이자 전 세계 3위 수준의 석탄발전망을 갖춘 베트남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며 선언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베트남의 이번 행보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의 석탄발전에 대한 세계의 압박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 10개 나라는 ‘탈화석연료 동맹’을 구성하기도 했다. 화석연료 생산 자체를 줄이겠다는 모임이다.
한국은 글로벌 탈석탄 에너지전환에 참여하면서도 탈석탄 동맹에서는 빠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미국, 호주, 일본 등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단, 한국 정부는 빠졌지만 대구광역시, 강원도, 경기도,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전라남도, 서울특별시, 충청남도가 동맹에 가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2050년 탄소중립과 석탄발전 폐지 및 해외 석탄금융지원 중단 등의 정책을 위해 동참했지만 2030년 석탄발전 퇴출을 명시한 탈석탄 동맹엔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시장이 침체될 수 있고 내년도 대선과 총선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더클라이밋그룹은 한국 등 주요 산업국이 탈석탄동맹에 미가입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한국과 폴란드가 막판에 서명 이후 내놓은 발언만큼이나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중단 선언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프랑스, 영국, 에티오피아, 피지 등 국가들과 유럽투자은행, 프랑스 개발청 등 기관 등 39곳이 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2022년 말까지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솔라 임펄스, 2015년 세계 일주를 한 전기 항공기 (자료: wekipedia)
영국, “상용차도 내연기관 Out!” 한국은 “글쎄”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은 거의 확실시 보인다. 이번 총회에서는 탄소배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연기관 및 무공해 자동차와 관련해 논의가 뜨거웠다. 총회 기간 동안 무공해차 전환선언이 진행됐다. 이미 자동차 시장이 형성돼 있는 영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시장 성장기인 인도, 케냐, 멕시코, 칠레, 우루과이 등 30개국이 ‘무공해차 전환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영국은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용차도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보여 시선을 끌었다. 영국은 2035~2040년 동안 디젤 트럭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스페인 카탈루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등 100여개 도시가 영국과 뜻을 모았다. 해당 도시들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 세계 시장의 20% 가까이 되고, 인구수도 20억 명이 넘는 만큼, 그 여파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세계은행은 앞으로 10년간 2억 달러 규모의 신탁 자금을 제공하고 무공해차 전환 위원회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무공해차 전환에 더 많은 국가와 지자체의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게 세계은행의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은 “내용에 대해 공감하지만 이행 시기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불참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무공해자동차 전환시점에 대해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회의 모습. (COP26 공식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회의 후 사진촬영 모습. (COP26 공식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무공해차 판매량을 전체 판매량의 30%로 하고 유럽연합 규제 맞춰 2035년부터 유럽에는 무공해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2040년까지 무공해차 판매비중을 80%,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국내 내수시장과 해외 시장과의 간극을 조정하지 못하고 해외시장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에만 탄소 감축을 압박하면서 국제 사회 분위기에만 휩쓸리는 모습으로는 중장기 계획을 설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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