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 전략 대전환’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 제5회 국제포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한국의 첨단기술 경쟁력과 기술혁신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온라인 국제 포럼을 10월 28일 개최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 전략 대전환’을 주제로 열리는 제5회 ‘GSI-2021 국제포럼’은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Global Strategy Institute, GSI)가 주최하고, KAIST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와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날 포럼에는 미국 MIT대 스콧 스턴(Scott Stern), 듀크대 애론 차터지(Aaron Chatterji), 코넬대 사라 크렙스(Sarah E. Kreps) 등 관련 분야 전문가가 참석했다. 이에 기조연설자들의 강연을 간추려보았다. (메인 사진: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는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글로벌전략연구소 제5회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글로벌 기술 경쟁의 승패에 따라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므로 기술 패권이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되면서 첨단기술의 중요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해 한국의 주요 첨단기술에 대한 기술혁신 역량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국가 차원에서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가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 전략 대전환’이라는 주제를 갖고 ‘글로벌전략연구소 제5회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기술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정세 속에서 글로벌 기술경쟁에 대한 기술정치학적 상황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를 위해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는 저명한 국내·외 연사를 초청해 ‘글로벌 안보 외교-과학기술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 ‘새로운 기술지정학적 패러다임과 국가 전략의 대전환’ 등 두 가지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AI는 범용 발명도구, 문제해결 방식 바꿔 특히, 첫 번째 기조연설 부문에서는 MIT의 스콧 스턴(Scott Stern) 교수가 기조연사로 나서 기술가치사슬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향후 20년 동안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다수의 범용 목적 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기술이 부상함에 따라 인공지능·생명과학·지속발전 가능성 관련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 사슬이 어떻게 형성될지에 관한 통찰력을 제시했다.
 MIT의 스콧 스턴(Scott Stern) 교수
스턴 교수는 한국에서 로봇, 무인자동차, 머신러닝, 인공신경망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일고 있으나, 이러한 기술적 변화에 도취돼 ‘기술적인 변화의 중심’을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인공지능 기술의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AI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예측”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정보를 활용하여 기존에 없던 정보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공지능이 “범용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공지능을 ‘새로운 범용 발명 도구’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는 “그저 기존에 있던 데이터셋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이루어내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혁신 프로세스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가 연계된 공급체인, 인위적 구분 문제 이와 함께 듀크 대학의 애론 차터지(Aaron Chatterji) 교수, 코넬 대학의 사라 크렙스(Sarah E. Kreps) 교수도 첫 번째 기조연설 부문 연사로 참여해 가열되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과 이를 둘러싼 국제관계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논의했다. 크렙스 교수는 기술 패권 경쟁이 국제화를 통한 경제통합의 시대에서 자국보호주의와 기술보호주의로 전환되는 새로운 글로벌 환경을 조성했다는 견해와 함께 이를 극복할 제3의 대안을 제시했다.
 듀크대학(Duke University)의 아론 차터지(Aaron Chatterji) 교수
애론 차터지 교수는 인위적으로 구분했던 공급체인의 한계를 우선 지적했다. 그는 “기존까지 이러한 공급 체인은 개인과 기업, 산업 차원에서 연구”돼 왔다면서 “기업 간의 연결, 전 세계 공급체인간의 연결성은 여태까지 주요 연구 분야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터지 교수에 따르면, 공급체인은 세계가 하나로 연계돼 있다.
그 예로 올 봄에 발생한 목재 가격 급등이나 현재 겪고 있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다. 최근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베트남, 말레이시아, 동남아시아 등의 많은 반도체 부품 공급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포드와 같은 자동차 회사들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이에 반도체 공급 체인에서 병목현상이 주목을 받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차터지 교수는 “공급체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주체를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공급체인들이 민간부문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솔루션은 정부의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생적으로 생성되는 요인은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를 넘어 공급체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기술적인 솔루션이었다고 한다. 그는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자연언어 프로세싱 등의 기술 등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세계 반대편에 있는 공장이 미국의 자동차 생산에 어떠한 효과를 미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 공급체인의 태스크포스가 출범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터지 교수는 인위적인 산업별 분류에 따라 태스크포스가 형성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차터지 교수는 “공급체인은 모두 연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항만에서 겪는 문제가 다른 산업 부문의 공급 체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은 자동차 산업 부문에서 많은 반도체 칩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칩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도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한미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견실하고 회복력있는 글로벌 공급체인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의 회복력 있는 공급체인 마련을 위한 노력과 기술적으로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술경쟁, 우방 간의 신뢰관계 활용해야 코넬 대학의 사라 크렙스 교수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관련해 “20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하면서 이렇게 전면으로 중요해진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말로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크렙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를 인용하며 미중기술경쟁에서 “중국이 이기고 있다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런 경쟁에서 자칫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략적으로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크렙스 교수는 세 가지의 가능한 전략을 제시했다.
 코넬대학(Cornell University)의 사라 크렙스(Sarah E. Kreps) 교수
하나는 봉쇄 정책이다. 즉, 중국이 부강해지면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그 외의 지역에도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부흥을 늦추려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크렙스 교수는 이 전략을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점점 더 양 측이 첨예하게 대립할수록, 기후변화와 같은 당면한 국제문제에서의 협력에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봉쇄정책은 시기적으로도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산업 정책이다. 80년대에 산업 분야별로 정책을 세워 국가 정책에 맞추게 했던 것처럼, 교육이나 세제 혜택 등의 정책을 통해 특정 분야를 지원함으로써 그 분야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반도체에 관해 세제혜택을 주는 등 미국 상원에서 혁신정책법을 통과시킨 것은 이러한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크렙스 교수는 “공급망의 문제가 여러 나라에 걸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은, 특화를 하게 되면 상대적 우위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특정 업계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있는 전략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크렙스 교수는 미국이 발전시켜 온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같은 가치관을 가진 미국과 미국의 우방을 함께 놓고 보면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고, 미국과 중국만을 볼 때와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전략은 미국뿐만 아니라, 관계를 가진 나라들도 유익할 수 있는 윈윈(win-win)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렙스 교수는 “우방간의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우방들의 생산 시설을 합하면 훨씬 탄력성(resilience)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렙스 교수는 “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미국과의 연결 고리 혹은 협력 관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덧붙이며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이어지는 두 번째 기조연설 부문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격려사를,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민·관·학을 연계하는 첨단 기술 분야의 데이터 수집과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과학기술 인재 양성 및 이를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 집단에 자유 부여해야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잘 알 필요가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 회장은 그간 한국이 성장해 온 비결이 “계획적 개발, 중간 진입 전략의 적절한 이용, 대기업 지원, 그리고 국민적 노력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의 부작용으로 매뉴얼 중심, 도전 기피 등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성공의 함정에서 탈피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회장은 진단이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나타난다. 이 회장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정권과 무관하게 5년마다 1% 포인트씩 추락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물적자보에 의존해 왔던 한국이 한계 생산 체감 법칙에도 걸려 들었다고 보았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따라서 이 회장은 “모방 인적자본에서 창조형 인적자본으로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공업생산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때 이에 발맞추지 못한 국가들이 뒤쳐졌던 것처럼, 인공지능이나 양자컴퓨팅, 기후변화, 감염병과 같은 게임 체인저들이 등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식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생산량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또 다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 회장은 유형자산의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무형자산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은 여전히 유형자산이 중요한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1인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문제를 비롯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대변환이 필요하다면서 “이제는 빠른 추격자의 전략에서 대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육 혁신과 R&D 시스템의 구획화 폐지, 정성적 평가의 도입, 학문적 융합, 과학기술의 국제화를 이루어야”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전 지구적 문제들에 대한 미션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에 핵심은 전문가 집단에 대한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 기조연설 이후 최병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김보원 KAIST 대외부총장·김소영 KAIST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장·윤영관 서울대학교 교수·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김이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김원준 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장 등 국내 교육계 주요 인사들이 기조연사들과 함께 부문별 주제를 심화하여 탐구하는 토론에 나섰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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