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기본법」 국회 통과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경제·사회 전환의 법제화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제외한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를 일컫는다. 기후변화 분야의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1.5 ℃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세계 모든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2018년 10월에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유엔에 제출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통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으며,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은 이번에 2050 탄소중립 이행을 법제화함으로써 탄소중립을 달성해나가기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수단을 마련하게 됐다.
정리 강창대 기자
환경부는 지난 8월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탄소중립기본법」은 탄소중립을 달성해나가기 위한 법정 절차와 정책수단을 담고 있다. 지난해 9월 24일, 국회는 기후위기비상대응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여·야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모두 8건의 법률안을 발의했고,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배정되어 8월까지 총 세 차례의 공청회와 다섯 차례의 소위를 거치면서 8건 법안에 대한 심사와 통합 작업이 진행됐다. 통합된 법률안은 지난 8월 19일에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8월 25일 법사위 의결을 거쳐 이날 지난 8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의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은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년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명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전략,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점검 등의 법정 절차를 체계화했다. 2030년 감축목표 2018년 35% 이번 「탄소중립기본법」 제정과 함께 2050년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하는 중간단계 목표가 설정됐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기존(2018년 대비 26.3%)보다 9%p 상향한 35% 이상 범위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 2018년부터 2050년까지 선형으로 감축한다는 가정 하에 2030년 목표가 37.5%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5 % 이상’이라는 범위는 2050 탄소중립을 실질적으로 지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탄소중립기본법」은 미래세대, 노동자,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협치(거버넌스)를 법제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따라 지난 5월에 발족해 운영 중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법률에 따른 위원회로 재정립하게 된다. 특히, 기존에는 전문가와 산업계 위주로만 참여해왔던 협치의 범위를 미래세대와 노동자 등으로 확대하게 된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국내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대통령령에 근거하여 2021년 5월 29일에 공식적으로 출범했으며, 탄소중립에 대한 국가비전과 계획 등을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무엇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은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수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선, 국가 주요 계획과 개발사업 추진 시 기후변화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가 마련됐다. 기후변화영향평가제도는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위험의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계획의 수립과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도록 하는 제도다. 예산계획에 감축목표 설정 이와 더불어, 국가 예산계획을 수립할 때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점검하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 제도’가 도입된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도에 따라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예산 편성에 반영하고, 적정하게 집행되었는지를 결산에서 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산업구조 전환과 산업공정 개선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도 신설됐다. 기후대응기금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금이다.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과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 등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산업전환과 기업 온실가스 감축활동 등을 지원하게 된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 수단 이외에도, 탄소중립 과정에 취약지역·계층을 보호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구체화했다는 점도 「탄소중립기본법」의 특징이다. 기존의 석탄기반 산업이나 내연기관 산업 등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과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지구 지정, 지원센터 설립 등 정의로운 전환의 정책적 수단을 이번 법제화를 통해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기본법」을 통해 중앙 일변도의 대응체계를 중앙과 지역이 협력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지방 기본계획, 지방 위원회 등 지역 이행체계를 마련하고, 중앙과 공유하거나 환류(피드백)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지역 온실가스 통계 지원, 탄소중립지원센터 등 지원기반을 확충하고,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등을 통한 지역 상호간 협력체계도 마련했다.
예산안에 담은 탄소중립 실현의지 환경부는 2022년도 환경부 소관 예산 및 기금안의 총 지출을 11조 7,900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은 전년도 10조 1,665억 원 대비 6,102억 원(6%)이 증액된 10조 7,767억 원이고, 기금안은 전년도 1조 49억 원 대비 64억 원(0.8%)이 증액된 1조 133억 원이다. 환경부 총 지출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내년에 신규로 조성되는 기후대응기금(2조 5,000억 원 규모)에도 6,972억 원을 편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는 탄소중립 주무부처로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행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환경부의 탄소중립 예산안은 약 5조원 규모로 정부 전체 탄소중립 예산안 12조원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무공해차(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공공부문 온실가스 감축, 녹색산업 및 녹색금융 활성화, 탄소흡수원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탄소중립 사회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깨끗한 물과 공기 확보, 홍수나 폭염 등 기후위기 대응, 안정적 폐기물 처리 등에도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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