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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시대, 전력 인프라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 편집부 기자
  • 입력 2026.10.0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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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시대, 전력 인프라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24/7 운영 시대, 전력의 ‘연속성’이 곧 경쟁력

과거에는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해진 주기에 맞춰 점검하는 것이 유지보수의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기 점검 또는 사후 정비’에서 ‘언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할 지를 미리 아는 것’으로 유지보수의 철학이 바뀌고 있다.

 

글 강원호(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파워시스템즈 사업부 매니저)

사진 슈나이더 일렉트릭

2026년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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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산업 전반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는 더 많은 서버와 GPU를 수용하고 있고, 반도체와 첨단 제조시설 역시 자동화·디지털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공통분모에는 ‘전력’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컴퓨팅 장비와 생산설비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처럼 24시간 연속 운영되는 시설에서 전력은 더 이상 단순한 유틸리티가 아니다. 짧은 전력 장애 하나가 전체 시스템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에 따른 손실 역시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커지고 있다. 전력 설비의 안정성이 곧 사업 연속성과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더 중요한 과제는 필요한 전력 용량을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확보한 전력을 24시간 365일 끊김 없이 공급하는 것이다. 서버와 GPU가 고밀도로 집적된 환경에서는 전력 계통의 작은 이상도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력 인프라는 용량 확대와 함께 설비 상태를 상시 파악하고 장애 가능성을 낮춰 계획/비계획 정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력 설비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해진 주기에 맞춰 점검하는 것이 유지보수의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기 점검 또는 사후 정비’에서 ‘언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할 지를 미리 아는 것’으로 유지보수의 철학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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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맞춘 유지보수의 한계

전통적인 전력 설비 유지보수는 일정 기간마다 설비를 정지시키고 상태를 확인하는 ‘운용시간 기반’ 또는 ‘정기 점검 중심’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검증된 관리 방법이지만, 설비가 복잡해지고 중단에 따른 비용이 높아질수록 한계도 명확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설비의 실제 상태와 정비 시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태가 양호한 설비도 점검 주기가 돌아오면 가동을 중단해야 하고, 반대로 점검 직후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다음 점검 때까지 이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처럼 중단 자체가 부담인 시설에서는 예방을 위한 점검이 또 다른 운영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전력 설비의 이상이 언제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접속부의 미세한 온도 상승, 주변 습도 변화, 차단기 부품의 마모, 절연성능 저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분방전 등은 장기간에 걸쳐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환경 규제’라는 새로운 변수도 더해지고 있다. 고압 전력기기에서는 그동안 우수한 절연 특성 등을 이유로 SF6 가스가 활용되어왔지만, 높은 온실효과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는 ’26년부터 24kV 이하 고압 스위치기어를 시작으로 불소계 온실가스를 사용하는 전력기기의 신규 가동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25년부터 신규 SF6 가스절연기기의 도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배전 설비는 단순히 ‘배전 기능에 충실한 장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경 규제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운영 상태를 스스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정비 기간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장기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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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반도 ‘보이는 설비’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디지털 스위치기어’다. 디지털 스위치기어는 기존 배전반에 단순히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설비 내부의 다양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분석 가능한 정보로 전환해 유지보수와 운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상태 모니터링(Condition Monitoring)’과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상태 모니터링이 센서를 통해 온도, 습도, 부품의 동작 상태와 같은 현재의 실제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라면, 예지보전은 축적된 상태 데이터와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와 적절한 정비 시점을 판단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즉 ‘현재 정상인가’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정상일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에코케어(EcoCare)는 설비의 스트레스, 마모, 노화 지표 등을 분석하는 Maintenance Index를 통해 연결된 자산별 다음 권장 유지보수 시점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시간 기반’ 유지보수에서 ‘상태 기반’ 유지보수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설비를 더 자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설비를 필요한 시점에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태가 양호한 설비의 불필요한 정지를 줄이고, 반대로 이상이 진행되고 있는 설비에는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유지보수 인력 역시 모든 설비에 동일한 시간을 투입하기보다 위험도와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데이터센터처럼 계획된 정비조차 서비스 연속성에 부담이 되는 시설에서는 이러한 전환의 가치가 더욱 크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설비만 정비할 수 있다면, 유지보수를 위해 발생하는 계획 정지와 현장 작업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배전반도 자신의 상태를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구현한 사례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디지털 고압 배전 시스템 ‘MCSeT with EvoPacT HVX’다. MCSeT Active는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 기능과 연결성을 내장한 고압 스위치기어로, 열 상태와 환경 조건, 차단기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Active Plus에서는 여기에 부분방전 모니터링이 추가된다. 해당 부분방전 모니터링 솔루션은 ‘Capacitive Coupler’ 방식을 사용하여 부분방전 시 발생하는 고주파 펄스를 감지하여 PRPD(Phase Resolved Partial discharge) 패턴을 만들어 낸다. 해당 지표는 클라우드 기반의 AI 분석을 통해 부분방전의 유형(코로나·표면·내부)과 발생 상을 식별한다.

 

이와 함께, MCSeT의 Active/Active+ 솔루션은 온도와 습도 등의 환경 데이터부터 접속부의 온도 이상, 차단기의 주요 부품 상태, 절연 열화 징후와 이로 인한 부분방전까지 하나의 설비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MCSeT에는 구성에 따라 최대 7종의 전용 상태 모니터링 센서를 활용할 수 있다. 열 모니터링 센서는 이상 온도를 감지해 접속부 이상이나 화재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고, 환경 센서는 주변 온도와 습도를 확인해 설비의 노화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 변화를 감시한다. 광학 센서를 활용한 내부 아크 감지와 절연 성능 저하에 따른 이상 활동을 추적하는 부분방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핵심 구성 요소인 디지털 진공차단기 EvoPacT HVX 역시 최대 5종의 내장 상태 모니터링 센서를 통해 실제 동작 상태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진공 인터럽터의 접점 마모 상태를 추적하고, 개폐 메커니즘의 동작 속도 변화를 감지하며, 코일과 모터의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 차단기가 배전반 내부에 정확히 장착됐는지를 확인하는 정렬 모니터링과 접속부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열 패턴을 확인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센서의 개수가 아니다. 개별 센서가 보내는 수많은 신호를 실제 유지보수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디지털 배전 시스템의 핵심이다. EcoCare에서는 이를 Health Index, Maintenance Index, 부분방전 모니터링, Electrical Fire Index 등으로 분석해 자산의 건강 상태와 정비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설비의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설비의 유지보수를 우선해야 하는지, 비정상적인 열 변화나 부분방전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실제 조치로 연결하는 구조다.

 

이는 결국 센서 → 데이터 수집 → 분석 → 판단 → 조치로 이어지는 하나의 유지보수 체계를 만든다. 전력 설비가 수동적으로 전력을 전달하는 장비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운영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환경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EvoPacT HVX는 SF6 가스 대신 진공 차단 기술을 활용하며, MCSeT은 모듈형 구조를 기반으로 센서를 추가하거나 노후 부품을 교체하는 방식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설비 전체를 교체하는 대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면서 사용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장비를 더 오래 사용하는 것도 지속가능성의 한 부분이다. EvoPacT HVX는 정격전류 운전 기준 12/17.5kV에서 최대 5만 회, 24kV에서 최대 3만 회의 전기·기계적 동작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제조사는 이를 통해 차단기 교체 주기와 유지보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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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설비를 얼마나 많이 짓느냐만큼 중요한 것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팹,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의 공통점은 전력 의존도가 높고 설비 중단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다운타임을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보다 ‘다운타임이 발생할 가능성을 얼마나 미리 낮추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유지보수 기술의 발전에 그치지 않는다. 설비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유지보수 인력의 업무 방식이 바뀌고, 부품 교체와 설비 투자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모든 설비를 일정한 주기로 점검하고 교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상태와 위험도를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SG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전력 인프라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설비를 불필요하게 교체하지 않고, 상태 데이터를 활용해 자산의 수명을 연장하며,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필요한 부분만 정비하는 것 역시 자원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MCSeT이 모듈형 업그레이드와 상태 기반 유지보수를 함께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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