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력망 운영시스템의 기술자립, 선택 아닌 필수
전통적 SCADA가 ‘보여주는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는 대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징후 탐지-원인추정-영향예측-복구지원》까지 연결되는 ‘판단하는 시스템(AI-ready)’으로 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데이터 저장, 정합성, 표준화와 추론 가능한 데이터 모델은 개념설계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송변전 SCADA 국산화’는 전력운영의 핵심 기반을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직접 개선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여 계통 안정성과 운영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확장까지 준비하는 작업이다.
정리 편집부
참조 한전 전력연구원 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전력을 생산·수송·공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생산은 전국 발전소에서, 수송은 각 전력관리처 및 전력소에서, 공급은 각 지사 및 지점에서 맡아 시행하고 있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동화 설비를 각각 급전자동화설비, SCADA 시스템, 배전자동화 시스템이라 부른다.
1970년 후반 들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비대해지면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복잡 다양한 송변전 설비들이 도심지에 밀집되었는데, 이 설비들의 운용에 많은 애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한전은 ’78년 7월에 전자설비를 이용한 『변전소 집중 원방 감시시스템(SCADA; 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시설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그해 12월 미국 Harris 社와 기술 제휴한 금성통신과 계약을 체결하여 본격 추진하게 되었다.
’80년 서울전력관리본부에서 시운전을 실시했고 ’81년 2월부터 정상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80년 1월 서울전력관리본부에 ‘제어과’를 발족시켜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했다. 당시 이 시스템의 총 투자액은 14억 7천만원이었다. 이후 ’83년과 ’85년 사이에 부산 및 영등포 지역의 SCADA 시스템이 시설되면서 계속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SCADA 시스템 4계층 구조
SCADA는 RTU(원격단말장치, Remote Terminal Unit), 급전분소, 급전소, 중앙 SCADA 등 4계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전력설비로부터의 접점 및 계측값을 입력받아 데이터로 가공하여 원격지에서 전력설비의 상태를 그래픽이나 이벤트 형태로 감시할 수 있도록 하며, 급전원의 제어 명령을 전달하여 전력설비를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 중앙 SCADA 시스템 : 본사에 위치하여 지역 급전소로부터 전력설비 정보를 수신받아 전국단위의 전력계통을 운영 및 감시, 계측기능을 수행한다.
▶ 지역 급전소 SCADA 시스템 : 지역본부 단위의 급전소에 위치하여 단위 지역의 전력계통 운영 및 감시, 제어, 계측기능을 수행한다.
▶ 지역 급전분소 SCADA 시스템 : 지역본부의 급전분소에 위치하여 전력(처)소 단위 지역의 전력계통운영 및 감시, 제어, 계측기능을 수행한다.
▶ 원격소 설비(RTU, 변전소) : 유·무인변전소에 시설되어 전력설비를 직접 감시·제어·계측하는 장치다. 상위 제어설비로부터 송출되는 명령을 수신한 뒤 그 명령을 분석하여 전력설비를 제어하고, 전력설비로부터 취득한 상태감시 및 계측정보를 제어설비로 송출한다.
① 대용량 RTU : 소용량 S-5000 원격설비를 대체한 국산화 설비로 한전KDN 및 SCADA 협력업체가 개발하여 보급했다.
② 다기능 RTU : 대용량 원격소 설비보다 최대 수용용량을 2배로 확장했으며, 설비운영 및 유지관리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③ SPS RTU : 고장파급방지 신호를 감지하고 설비차단 신호를 전달하는 원격소 설비다.
④ G/W형 RTU : 디지털 변전소용(SA)으로 개발되어 IED의 IEC 61850 통신 신호를 전달받아 DNP 프로토콜로 변환하여 상위시스템으로 전달하거나, 상위시스템의 DNP 통신 신호를 IEC 61850으로 변환하여 IED로 변환한다.
SCADA 시스템의 주요 기능
SCADA 시스템의 주요 기능은 전력설비 감시, 제어, 측정, 계산 등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 감시기능에는 전력설비(차단기, LS, DS, EDS, 리레이, 스위치 등), 건물 내 및 지중 전력구 화재감지설비(화재 감지기 센서, 할론 설비), 출입자 감시 설비(정문, 창문, 울타리 등) 등 현재 설비상태 및 동작 변동 사항 등이 있다.
▶ 제어기능에는 감시설비 중 원격제어가 필요한 설비(차단기, LS, DS, 화재감지 및 방지설비, 출입자 감시설비 등)의 ON/OFF 조작, 변압기 TAP 조정, 유·무효전력제어(STATCOM, SHUNT REACTER 설비조작) 등이 있다.
▶ 측정기능에는 345kV, 154kV, 22.9kV 등 송전선로, 변압기, 배전선로의 전압(kV) 전류(A), 유효전력(MW), 무효전력(MVar), 변압기 TAP 위치, 변압기 온도(TEMP) 등이 있다.
▶ 계산기능에는 송전선로, 변압기, 배전선로의 설비용량 대 현재 부하를 나타나는 현재부하율(%), 전류값, 역률, 일일 최대부하, 평균부하, 설비별·변전소별 합계 등이 있다.
한편, 컴퓨터 간 통신방식은 Harris 6000 프로토콜(1981년 SCADA, 미국), L&N 프로토콜(1979년 EMS SCADA, 미국), 도시바 프로토콜(1984년 EMS SCADA, 일본), BSC 방식(1981 SCADA), HDLC 방식 (1995년 SCADA) 등 5가지가 있으며,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00bps와 9600bps가 쓰이고 있다. 전송로는 통신 케이블, 전력선 반송, 광케이블로 Half Duplex, Full Duplex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SCADA 주장치와 RTU 장치 간 스캔 타임(Scan Time)은 상태감시(Status)는 2초, 제어(Control)는 1초 이내, 측정(Analog)은 10초이다.
송변전 SCADA 국산화 배경
현재 한전에서 ‘송변전 SCADA’로 부르는 시스템은 변전소 감시 및 제어를 위한 HMI와 급전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운영 서비스, 전력계통을 실시간으로 해석, 판단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SCADA 데이터를 활용하는 다양한 분석 시스템 간 정보연계까지 수행하는 전력계통 운영 플랫폼을 의미한다. 즉 한전에서 SCADA는 원격 감시, 제어라는 협의의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계통을 운영하는 체계로서 광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송변전 SCADA 국산화 개발은 단순한 ‘외산 대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전력운영 환경에 맞춰 계통운영 플랫폼을 미래형으로 재설계하는 전략 과제다. 재생에너지 변동성 확대와 HVDC, ESS, FACTS 등 신규 설비 확대로 전력공급 수요 밸런싱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급전원이 계통 상황을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현장 데이터를 통합 수용하고 판단을 지원하는 인프라가 필요해졌다. 동시에 AI 반도체, 희토류 등 핵심 품목의 무역 통제와 같은 탈(脫) 글로벌화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 운영시스템의 기술자립과 공급망 및 안보 리스크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더 나아가, 전통적 SCADA가 ‘보여주는 시스템’이었다면, 앞으로는 대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징후 탐지-원인추정-영향예측-복구지원》까지 연결되는 ‘판단하는 시스템(AI-ready)’으로 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한 데이터 저장, 정합성, 표준화와 추론 가능한 데이터 모델은 개념설계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 결국, 송변전 SCADA 국산화는 전력운영의 핵심 기반을 우리 손으로 설계하고 직접 개선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여 계통 안정성과 운영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확장까지 준비하는 작업이다.
한전 K-R&D의 우수성
송변전 SCADA 국산화 R&D의 우수성은 단순한 기능 대체가 아니라, 운영체계 전반을 미래형으로 재설계하는 ‘구조적 혁신’에 있다. 전력망 운영은 실시간성, 연속성, 안전성이 절대 조건이며, 한 번의 오동작이나 장시간 장애가 사회적 비용으로 직결된다. K-R&D는 이러한 특성을 출발점으로 두고 급전원, 운영자, 유지보수 기관의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신뢰성, 확장성, 미래 대응력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재화한다.
첫째, 핵심엔진 자체 설계를 통해 운영 주도권과 지속적인 개선 역량을 확보한다. 송변전 SCADA의 경쟁력은 HMI나 개별 기능보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 이벤트/경보 관리, 제어 안정성, 이중화/장애복구, 이력추적과 같은 핵심엔진에 의해 결정된다. K-R&D는 이 핵심엔진을 자체적으로 설계·개발함으로써 외산 시스템의 블랙박스 구조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취약점 대응, 기능개선 및 확장을 한전 운전환경에 맞춰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둘째, ’24년 초고속통신망 구축이라는 환경변화를 기회로 삼아 계층 구조를 최적화한다. 기존의 4단계 계층 구조는 단계적 저장 및 전송에 기반해 운영되었으나, 패킷 기반 직접통신이 가능해지면서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K-R&D는 데이터 전달 단계를 <변전소-계통운영센터-중앙 SCADA>의 3단계 구조로 축소하고, 급전분소는 원격접속 기반 운영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운영 구조를 단순화하여 장애 지점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59개 급전분소의 하드웨어(H/W)를 대폭 절감하여 약 170억원 수준의 구축비용 절감이 가능한 설계 대안을 포함한다.
셋째, 국산화의 목표를 ‘대체’가 아니라 ‘진화’로 설정하고 《AI-ready SCADA》를 핵심 차별화 요소로 반영한다. 전통적 SCADA는 데이터를 보여주고 판단을 운전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고속도로> 시대에는 이상징후 탐지, 원인추정, 영향예측, 복구지원으로 이어지는 지능형 기능이 요구된다.
K-R&D는 시계열 원천 데이터, 이벤트/경보 이력, 운전조작 이력, 설비 구성정보 등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축적하고, 학습·검증·재현이 가능한 품질로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을 설계에 포함한다. 이를 통해 지능형 운영 기능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며,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설비 복합화에 대응하는 운영 경쟁력을 확보한다.
넷째, K-R&D는 기술 요소만이 아니라 실증, 인수시험, 단계적 전환을 포함하는 현장 적용 가능한 개발 및 검증 체계를 지향한다. 운전 중단이 허용되지 않는 시스템 특성을 고려하여 병행운영과 전환 시나리오, 시험 및 인증 기준을 사전에 정립하고, 사내 적용 과정에서 축적되는 운영 레퍼런스를 통해 신뢰 자산을 확보한다. 이러한 접근은 한전 내부 확산을 넘어, 국내 유관 시장으로의 확장 및 사회 사업화 가능성까지 열어주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R&D 개발 현황 및 파급효과
송변전 SCADA 국산화는 한전이 전략 수립과 타당성 검증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체계를 정립해온 중장기 프로젝트이다. 첫 출발점은 ’24년 12월 수립한 「SCADA 국산화 기본계획」으로, SCADA 국산화 추진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추진 방향과 범위를 정리한 계획서다.
이후 한전 본사에 전담조직(T/F)이 구성되었고, 추진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투-트랙(Two-track) 방식의 사전검토가 병행 추진되었다. 하나는 한전 전력연구원이 수행한 ‘개념설계 R&D’로, 급전원, 운영자, 유지보수 등 현장 관점의 VoC와 기반 기술을 조사·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국산화 추진 시 적용 가능한 개념설계를 구체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다른 하나는 외부 컨설팅 기관을 활용한 경제성 검증으로, 사업 추진의 경제적 타당성과 투자 효과를 분석해 의사결정 근거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두 결과물을 종합하여 ’25년 11월에 「SCADA 국산화 중장기 전략」이 수립되었고, 이를 근거로 송변전 SCADA 국산화 추진이 최종 확정되었다. 12월에는 SCADA 국산화 개발 주관부서인 계통기술실이 기술기획처에 ‘R&D 요청서’를 제출함으로써 본격적인 R&D 절차에 착수했다.
송변전 SCADA 국산화는 기술적 효과와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엔진을 자체 설계·개발하면 외산 의존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취약점 대응 및 기능개선과 확장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전력 운영시스템의 신뢰성과 안전성이 강화된다. 계층 구조 최적화와 운영 단순화는 구축비·운영비 절감과 함께 장애지점 감소, 복구속도 향상으로 운영 리스크를 낮춘다.
또한 AI-ready 데이터 기반을 확보하면 이상징후 탐지, 원인추정, 영향예측 등 지능형 운영 기능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신규 설비 연계 등 변화하는 계통 환경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다. 나아가 국내 기술과 검증 체계를 바탕으로 산업 생태계가 확장되고, 관련 역량이 축적되는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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