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순환형 공급망 수립 & 원자재 공급국과 협력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 자원을 넘어 국가 간 분쟁의 ‘비대칭 전력(Asymmetric Capability)’으로 진화하고 있다. 희토류 패권 경쟁은 지정학, 기술패권, 공급망 이슈 등이 얽힌 다차원 고차 방정식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단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 및 자산화, 중기적으로 분리·정제 기술 내재화, 장기적으로는 기술적 대체 및 순환 경제 달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정리 편집부
참조 포스코경영연구원, KOTRA 외


중국의 절대적인 희토류 파워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발언을 전후로, 중국은 희토류를 국가의 전략적 레버리지로 삼고 30여 년간 집요하게 육성해왔다.
1단계(1980년대 후반 ~ 1990년대) : 저가 덤핑과 경쟁자 말살
느슨한 환경 규제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희토류를 대량 생산해 헐값에 공급함으로써 당시 세계 최대였던 미국의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을 비롯하여 서방의 광산 대부분을 문 닫게 했다. 동시에 〈희토류 분리 기술〉 연구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여 채굴(Mining), 야금(Metallurgical Engineering), 소재 과학(Materials Science)이라는 ‘3M’ 분야에서 서방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2단계(2000년대) : 무질서의 정리와 국가 통제 강화
중국 내 수많은 중소 희토류 광산이 난립하여 과잉 생산과 환경 오염, 밀수출이 횡행하자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희토류 전쟁’을 선포하고 내부 정비에 착수했다. 그 결과, 55개 이상의 영세한 채굴 및 제련소들을 강제로 폐쇄하거나 국영 대기업에 흡수시킴으로써 국가 주도의 공급량 관리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3단계(2010년~) : 거대 국영기업 ‘Big 2’ 탄생
’21년 12월 내몽골 지역의 경희토류1)를 전담하는 ‘북방희토류그룹’과 남부 지역의 전략적 중희토류2)를 전담하는 ‘중국희토류그룹’의 양대 체제로 재편했다. 이러한 국가대표 기업 육성은 중국이 글로벌 가격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서방의 무역 제재나 견제에 대해 희토류를 무기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희토류 전체 밸류체인 장악
주기율표의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더한 총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희토류는 지구상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채굴 단계에서 약 60%, 분리·정제 단계에서 약 80%, 최종 제품인 영구자석 제조 단계에서 약 90% 이상을 점유하면서 희토류 전체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희토류 통제를 강화해 왔는데, 초기에는 내부 산업 정비나 환경 보호가 명분이었지만, 점차 외교 분쟁이나 패권 경쟁의 직접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위협이 통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진동 모터부터 전기차(EV)의 구동계, 풍력 발전기의 터빈, F-35 스텔스 전투기의 전자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의 첨단 기술들이 희토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희토류 카드가 강력하다 해도, 중국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부메랑 효과로 인해 이 카드를 무분별하게 남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전면 차단보다 허가·라이선스 운용, 이중용도(군사·민간) 품목의 심사 강화 등을 통해 공급을 유연하게 조절·통제하는 방식을 상당 기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5년 10월부터 시행된 《희토류 가공 기술 및 영구자석 제조 기술 수출 금지》가 대표적인데, 희토류 자체는 수출하더라도 중국의 기술 없이는 고성능 자석을 만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서방을 중국 중심의 밸류체인에 상당 기간 묶어 두겠다는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상대국과의 쟁점 협상 시 “언제든 희토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시그널링을 통해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수단으로 그 유효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희토류 자립 의지 천명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희토류가 미국 첨단무기 생산에 치명적 아킬레스건임에도 불구,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종속을 끊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1차 무역전쟁 개시 전인 ’17년 12월에 이미 “핵심광물에 대한 해외 의존을 낮추고, 미국 내 탐사·채굴·가공을 확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의 희토류 보복이 오히려 미국 내 희토류 광산에 대한 환경 규제 완화와 개발 투자,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지지를 가져올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성과 복잡한 부메랑 효과를 고려했을 때, 중국도 희토류를 최후의 분풀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못할 것이며, 이로부터 충분히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중국 없는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전개 중이다. ’25년 재집권 이후 「미국 광물 생산 증대를 위한 긴급조치」 행정명령을 통해 민간 기업에 약 14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집중 투입했다. 또한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와 USA 희토류(USA Rare Earth) 등을 통해 ‘채굴-제련-자석 제조’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 일본, 호주, EU 등 우방국과 함께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inerals Security Partnership, MSP)』을 체결하고 공동 구매 및 비축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첨단기술 기반, 기술 우위 전략 승부수
미국은 중국이 장악한 전통적 생산 기술이 아닌,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체인저’ 기술 우위 전략을 추진 중이다.
① 미이용 자원 및 폐기물 추출 기술
- 석탄 폐기물(Fly Ash) 추출 : 애팔래치아 지역의 석탄재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수압 제련 기술이 상용 플랜트 수준에 도달했다. ’26년 현재 미국 내 희토류 수요의 약 15%를 석탄 부산물로 충당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었다.
- 바이오 침출(Bio-leaching) : 환경에 치명적인 화학 약품 대신 특수 박테리아나 곰팡이를 이용해 희토류를 녹여내는 친환경 공법이 파일럿 단계에 도달했다.
② 차세대 자석 및 희토류 저감 기술
- 입계확산(Grain Boundary Diffusion) 기술 : 고가의 중희토류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고온 내열성을 유지하는 기술로, ’26년형 전기차 모터에 본격 적용되었다.
- 니론 마그네틱스(Niron Magnetics) : 희토류 대신 ‘철’과 ‘질소’를 결합한 질화철 자석(Clean Earth Magnets)을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올해 1월 개최된 『CES 2026』에서 기존 희토류 자석에 맞먹는 자력을 가진 차세대 모터 프로토타입이 공개되었다.
- 희토류 프리(Rare Earth-Free) 모터 : 테슬라를 필두로 기존의 네오디뮴 자석 대신 페라이트 자석이나 유도 모터를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③ AI 및 로봇 기반의 ‘어번 마이닝(Urban Mining)’
- AI 선별 시스템 : 로봇이 폐가전 내 회로기판에서 희토류 함유 부품만 초정밀 인식하여 뽑아내는 기술로, 올해 초 오클라호마 공장 등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미 정부는 생산자가 폐제품 내에 포함된 희토류 회수를 책임지는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강화하여, 재활용 희토류 비중을 ’30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본의 희토류 자립 노력
일본은 2010년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국의 희토류 보복을 겪은 이후 ‘희토류 쇼크’라는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지난 15년간 희토류 자립을 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상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는 『3대 기술전략(저감, 대체, 재활용)』을 추진해 왔다.
① 희토류 저감 및 대체 기술 개발
- 중희토류 제로 자석 : 다이도 특수강과 혼다는 전기차 모터의 내열성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디스프로슘(Dy)과 테르븀(Tb)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고온에서 성능을 유지하는 영구자석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 희토류 미사용 모터 : 네오디뮴(Nd) 자석 대신 철-질소(Fe-N) 자석이나 페라이트 자석의 성능 향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 자동차 부품사 아스테모(Astemo) 등은 ’30년까지 네오디뮴을 쓰지 않는 전기차 모터 양산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② 희토류 재활용 기술
- 건식/습식 회수 공법 : 폐전기차 모터에서 희토류 자석을 자동으로 분리하고, 이를 1,400℃ 이상의 고온에서 녹여 희토류를 98% 이상 회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닛산자동차와 와세다대 공동 연구)
③ 공급선 다변화
- ’23년 3월, 정부 산하 기관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파산 직전이었던 호주의 라이너스(Lynas) 등에 약 2억5,000만 달러를 수혈하며 희토류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기업들도 베트남 동파오(Dong Pao) 및 인도, 카자흐스탄 등지의 광산 개발에 참여하며 중희토류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10여 년간 노력해 온 결과, 일본은 ’10년 당시 90%에 육박하던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26년 현재 60%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광석은 호주나 베트남에서 가져온다 하더라도, 이를 제련하고 가공하는 중간 공정에서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EU, 공급망 위기대응 다양한 조치 시행
EU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공급 구조를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24년부터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 Act, CRMA)」을 시행 중이다. 「CRMA」는 ‘핵심 원자재’와 ‘전략 원자재’를 지정하고, ’30년까지 핵심 원자재의 역내 채굴 10%, 가공 40%, 재활용 25% 조달 및 역외 단일 국가로부터의 수입의존도를 65%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25년 12월에 발표된 「RESourceEU」는 공급망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EU의 의지와 향후 정책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RESourceEU」는 공급망 위험 평가, 공동 비축 체계 구축, 민관 공동 투자 확대, 재활용·대체 소재 기술 개발,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전략 원자재 추출 등 다양한 조치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EU는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순환형 공급망 구조를 수립하고,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회계감사원(ECA)은 EU의 원자재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올해 2월에 발표된 보고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원자재 정책의 한계》에 따르면, “CRMA가 핵심 원자재로 지정한 33개 품목 중 10개 품목이 역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가 단일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핵심 원자재 중에서도 가공 단계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65%를 넘는 품목이 다수”라는 점을 지적하며 추가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ECA는 향후 원자재 정책에서 ▶핵심 원자재 관련 데이터 정교화 ▶원자재 파트너십 및 무역협정이 실제 조달에 미치는 영향 분석 ▶원자재 재활용 확대 및 대체재 개발 ▶민간 투자 유도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원자재 공급국과 협력 추진
EU는 정책적 취약점을 보완하고자 역외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년 2월 4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심광물 장관 회의』에서 영국, UAE 등 11개국은 미국과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U는 미국과 원자재 채굴·정제·가공·재활용 프로젝트를 공동 발굴하고, 공급망 교란에 대응할 수 있는 조기경보 체계를 갖추는 등 협력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EU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자 주요광물 보유국인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U-호주 FTA 협상은 ’23년 농업 시장 개방 문제로 협상이 중단됐으나, ’25년 협상이 재개된 이후 진전되어 현재는 마무리 단계에서 들어섰다.
호주는 자국 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정 원자재에 대해 내수용과 수출용 가격을 달리하는 「이중 가격제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데, EU에서는 호주에 이중 가격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협상이 타결될 경우, 세계 최대의 호주 리튬 매장량에 대한 유럽 기업의 접근권이 향상되어, 호주 정제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남미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와의 무역협정을 통해서도 핵심 원자재 공급처의 지리적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양측은 ’26년 1월 17일 협상안에 공식 서명했으며, 향후 리튬·니켈 등 핵심광물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EU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EU 수준의 환경 규범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하기 위한 가치 기반 통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프, 핵심광물·반도체 협력의향서 체결
한편, 우리나라 정부는 4월 2~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개최된 《한-프랑스 정상회담》(4월 3일 오전)에서 양국 정상 임석 하에 핵심광물과 반도체 분야에 대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먼저, 산업통상부는 프랑스 경제·재정·산업에너지디지털주권부(이하 경제부)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핵심광물 및 금속 분야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의향서는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3)·팍스실리카(Pax Silica)4) 등의 다자 차원에서 이어온 협력을 한국-프랑스 양자 간 협력으로 구체화 및 심화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핵심광물 제도 협력 ▶공동 프로젝트 개발 ▶지속 가능한 광업 관리역량 증진 ▶연구·교육 협력 확대 등이다. 특히 프랑스는 EU 내 핵심적인 희토류 정·제련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이번 협력의향서 체결을 통해 대(對) EU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프랑스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기반을 마련하고 양국 기업 간 연구·교육 협력 기회를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산업부는 과기부 및 프랑스 경제부와 함께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 기술 분야 3자 협력의향서』도 체결했다. 양측은 AI의 역할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AI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의 중요성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양국 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에 따라 정책 공유, 정부·민간 분야 교류 확대, 공급망 회복력 향상, 연구·혁신 협력 등에 대한 협력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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