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필룩스 조명박물관
2011-07-05



'달빛 아래 두 연인'이란 멋들어진 제목의 그림—조선시대 최고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은 요염한 초승달 아래 스산한 밤안개가 드리워진 후미진 담 모퉁이에서 남녀가 밀애를 즐기는 장면을 담았다. 그런데 잠깐. 그림에서 남자는 분명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그림 속 남자의 손을 클로즈업해 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그렇다.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데 사용하는, 손으로 드는 등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수등手燈이 그 주인공이다. 초를 넣으면 초롱이요, 등잔을 넣으면 등롱이다. 오랜 세월 우리 생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조명은 이렇듯 옛 그림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조명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조명박물관이 경기도 양주에 있다.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의 공간을 전통조명관, 근현대조명관, 조명아트관, 감성조명체험관으로 꾸며 인류와 함께 성장한 빛 문화를 다각도로 소개한다.
국내 유일의 조명박물관인 이곳은 조명 제조업체 필룩스가 2005년 건립했다.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라 사람에게 이로운 빛을 만들겠다"라는 노시청 조명박물관장(㈜필룩스 대표이사)의 평소 신념을 반영해 탄생했다. 노 관장은 "처음 빛이 등장해 어둠을 밝히고 세상을 일깨웠던 순간의 감동과 함께, 인간을 위한 건강한 빛과 조명의 미래를 제시하고 싶다"라고 박물관 건립 이유를 밝혔다.

조명의 역사를 한눈에
조명이라고 하면, 흔히 백열전구와 형광등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러나 조명의 역사는 1879년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개발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명박물관의 '전통조명관'에서 태곳적부터의 조명을 만나볼 수 있다. 홰(횃불), 관솔 등의 원시 등화구에서 토기 등잔, 청동 촛대, 유기 촛대, 등가와 등경, 접시형 등잔 등 역사적인 조명구照明具를 전시해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엿보도록 구성했다.

빛과 함께한 문명은 산업 발달로 이어진다. '근현대조명관'에서는 오일램프와 남포등뿐만 아니라 희귀한 마차등부터 자동차등, 철도등, 선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통 조명이 관람객을 반긴다. 또한, 근대 조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디슨의 초창기 전구를 비롯해 최초 전구 발명 특허 복사본등과 백열전구, 형광등, 광섬유, LED 등을 전시하고 있다.
조명 예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조명아트관'을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감성조명체험관'이 기다린다. 자연 빛에 가까운 조명 환경을 집과 병원, 학교 등의 생활공간에서 체험하도록 조성했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직접 스위치 설정을 바꿔가며 사람의 기분이나 사용 환경에 따라 조명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1] 심지꽂이 뚜껑이 있는 목이 긴 등잔으로, 주로 책을 읽을 때
사용해 '서등'이라 명명했다. [2] 희귀한 마차등.
[3] 라이트 테라피Light Therapy는 인공 조명이나 자연광을 이용하는
빛 치료로, 우울증과 수면 장애 등에 안전하게 사용되는 자연 치료법이다.

조명의 진화, 감성 조명
막무가내로 울며 떼쓰는 아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엔 욕설과 주먹이 먼저인 아이, 절대로 밥을 먹지않는 아이 등 상상을 초월한 말썽꾸러기들이 등장하는 한 TV 프로그램이 있다. 몇 년 전 소개된 사연 속 아이는 잠 때문에 고생이었다. 당시 전문의는 엄마에게 아이와 함께 하루 1~2시간을 밖에서 보내라고 조언했다. 밤마다 잠투정이 심했던 아이는 개선 첫째 날 만에 엄마가 동화책 읽어주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방송 이래 최단기간을 기록한 변화였다. 적정량의 태양빛 노출이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생성해 불면증 해소에 도움을 준 것이었다. 이처럼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조명과 달리, 태양빛은 만물의 생명 유지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명아트관'에서 만난 빛과 조명을 활용한 예술작품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태양빛보다 인공조명 아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감성 조명'이다. 다른 업체보다 한발 앞서 이 분야의 연구 개발을 시작한 필룩스는 "단순히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이 일반 조명이라면, 감성 조명은 자연 조명인 태양빛의 변화를 실내에 구현하고 조명의 밝기와 색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해 사람의 감성을 편안하게 하는 조명을 말한다"라고 설명한다. 조명의 진화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1] 2010 빛공해사진공모전 최우수상(김선희, 축제의 불빛) [2] 우수상(최상식, 빛의 매트릭스)
[3] 장려상(장현정, 만물이 소생하는 봄빛) [4] 장려상(서경석, 무제)

빛 공해를 아십니까?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름 밤 매미 울음소리가 도로변 자동차 주행 소음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에 매미가 우는 지점의 가로등 조도를 측정한 결과, 153~212lx였다. 매미가 울지 않는 지점(52.7~123lx)과 비교해 상당히 밝음을 알 수 있다. 비단 매미뿐만이 아니다. 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철새들은 이동 경로를 상실했으며, 여러 생태계 교란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불필요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명빛이 인체나 자연 환경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빛 공해'라고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이러한 빛 공해를 이미 법률과 가이드라인 등으로 관리 중이며, 지난 해 7월에는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빛 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관리 조례'를 제정하고 공포한 바 있다.
노시청 관장은 "빛 공해는 빛이 나빠서 생기는 공해가 아니라 빛을 나쁘게 사용하기에 생기는 신종환경 공해다"라고 말한다. 조명박물관에서는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빛 공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시키고자 매년 6월 5일 환경의 날을 기념해 '빛공해사진공모전'을 개최한다. 올해 수상작은 6월 13일부터 8월 31일까지 조명박물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화려함을 추구하며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온 빛의 세계. 그러나 이제 이 세계가 추구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인류와 자연의 상생을 꾀하고 보다 건강한 빛으로 나아가는 것. 그러한 움직임의 선두에 조명박물관이 있다.

글 · 사진 전화영 기자 취재 협조 조명박물관 (070)7780-8911 www.lighting-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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