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는 상품이 아닌 기본권이다
2011-04-21




정태근 국회의원

최근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국가에서 교육과 의료 등 국민이 생활하는데 기본적인 부분들을 어느정도까지 보장해야 하느냐의 논쟁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 · 의료 등과 함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 요소가 에너지다. 지난 겨울 유래 없는 한파가 계속됐는데, 난방비 걱정으로 보일러를 돌리지 못하는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 에너지 문제는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에너지 복지는 소득에 관계없이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도록 최소 수준의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복지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2000년대 중반 소득의 양극화 심화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에너지 소비 여건이 악화되면서부터다. 특히, 2005년 7월 여중생 촛불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참여정부는 2006년〈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해 에너지 복지정책의 법적 근거를 최초로 마련했고, 2007년 이후 광열비를 포함한 생계 급여외에 다양한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현행 에너지 복지정책을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과 보완할 정책적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먼저 지원방식 측면에서 보면 가격 지원 위주의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현행제도로는 소비량이 많을수록 지원을 많이 받는 구조이며, 지원 효과도 해당 에너지 소비자에게만 국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면 전기 난방 소비자는 한전의 전력요금 할인 혜택을 보고, 가스 난방 소비자는 가스공사의 도시가스요금 할인 혜택을 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지원 대상의 문제점인데, 대부분의 지원이 기초생활 수급자에 집중되고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상태다. 이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안 됐기 때문인데, 현행〈에너지법〉제4조 5항을 보면"국가, 지자체, 에너지 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기여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으며, 이를 근거로 에너지 복지정책을 시행한다. 하지만, 하위 법령이나 관계 법률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법제화하지 못했고, 아울러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법상 정의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부에서 에너지 빈곤층을 난방 · 취사 · 조명 등 최소한의 에너지(광열비 기준)를 구입하기 위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계층으로 규정했으며, 전체 가구의 7.8%인 약 120만 가구로 추정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지원 체계상으로 보면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 사이의 유기적인 협조 부족으로 정책들을 주먹구구로 시행한다. 그 결과 투입 재원 대비 에너지 복지의 효과성 측정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복지 전달체계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에너지 복지도 전달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상의 문제점을 극복해 바람직한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려면 우선〈에너지복지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며, 다음의 3가지를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전면적인 에너지 실태 조사를 통해 에너지 통계와 기준을 마련하고, 에너지 빈곤층의 범위와 복지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2300여 개 유효 표본을 대상으로 저소득층 에너지 소비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힘들 것이다. 따라서 대안의 하나로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센서스를 실시할 때 에너지 복지 관련 문항을 포함시켜 조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둘째, 소비 중심의 지원보다 에너지 수요 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이고 평면적인 에너지 복지사업 대신 단열공사와 고효율 보일러 보급을 통해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과 같은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복지단체 등에 전기장판 보급과 같은 공급자 위주의 복지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셋째, 여기저기 산재한 에너지 복지 재원들을 모아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전력 · 가스 · 연탄 등각 에너지원 사용자 간 형평성을 높이고,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에서 제공하는 가격 보조에 의한 소비의 왜곡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비효율성을 회복해야 한다.
에너지는 이제 더 이상 상품이 아닌 기본권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매년 단전된 집에서 촛불을 켜고 생활하다가 화재가 나거나, 난방비 걱정으로 추위에 떨며 겨울을 나는 일들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작년 정부에서〈에너지복지기본법〉용역을 거쳐 정부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를 실시했으나, 복지의 방향성과 재원 마련 등 관계 부처 간 이견 및 시민단체 등의 이의 제기로 국회 제출이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국회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해〈에너지복지기본법〉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정태근 Profile
· 서울 출생(1964년) · 홍익사대부고 졸업,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 현現18대 한나라당 성북구갑 국회의원,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 국회일자리만들기특별위원회 위원 · 전前국회 운영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기획위원장, 한나라당 서울시당 뉴타운대책소위원장, 대통령 당선인 러시아 특사단, 2007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 수행단장,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경선 선거대책위원회 인터넷본부장, 한나라당 성북구 갑 당원협의회 위원장,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 한나라당 당개혁과 정치발전을 위한 특위 인터넷위원장, 미래연대공동대표, 한나라당 16대 대통령선거 대책위 기획위원, 인터넷 부본부장,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정치분과위원, 한나라당 성북구갑 지구당 위원장, 한반도 평화재단 이사, 미래정치문화연구회 정책실장, 민주개혁정치모임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 연세대 총학생회장

트윗터 페이스북

< Energy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