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Trend Report // 유럽의 ‘에너지 전환’ 주도하는 독일의 뚝심과 향후 과제

2025-05-19

유럽의 ‘에너지 전환’ 주도하는 독일의 뚝심과 향후 과제 정부의 구체적 지원정책 및 전력망 개선과 현대화 필요 지난해 독일에서는 총 431.7TWh의 전기가 생산되었는데, 이는 450.5TWh를 기록했던 2023년에 비해 4.2% 감소한 수치였다. 발전 에너지원 중 재생에너지원에 의한 발전량이 254.9TWh로, 전체 발전량의 59%를 차지하며 ‘에너지 전환(Energiewnwde)’의 진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력망 안정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 등의 다양한 과제가 남아 있다. 정리 편집부 참조 독일 연방 네트워크청, KOTRA 외 육상풍력 설비 보급을 위해 독일 전체 토지의 2%가 활용된다. (출처 : utoimage) 재생에너지원 중 육상풍력이 25.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24년은 전년보다 바람이 약했던 영향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한 11.9TWh의 발전량을 기록했다. 반면, 태양광발전은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13.6% 증가한 55.7TWh를 기록했다. 이는 설치된 순 공칭 용량1)의 증가와 함께 지난해 여름 이례적으로 높았던 일조량의 영향을 받은 결과였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의한 발전량은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76.8TWh를 기록했다. 갈탄 발전량은 8.8% 감소한 71.0TWh, 유연탄 발전량은 31.2% 감소한 27.3TWh로 나타났다. 반면, 천연가스 발전량은 8.6% 증가한 56.9TWh로 전체 발전량의 13.2%를 차지했다. 이는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하루 전 도매 거래의 평균 가스 가격이 전년에 비해 약간 낮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독일 작센주 도르프헴니츠(Dorfchemnitz)의 풍력 발전소 (출처 : Reuters) 전력 소비 전년 대비 증가해 한편, 전력 소비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646.4TWh로 집계되었다. ’24년 하루 전(Day Ahead) 도매 전력의 평균 가격은 78.51€/MWh로, ’23년 평균 가격인 95.18€/MWh보다 17.5% 하락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 가스 가격 하락과 함께 유럽 내부 시장에서 저렴한 전력 조달 가능성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24년 마이너스 가격 시간은 457시간으로 전년 대비 51.8% 증가했다. 마이너스 가격 시간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특정 기간 전력 도매시장에서 전력 가격이 마이너스로 책정된 시간이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공급 과잉이 발생하긴 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력망과 저장기술 부족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반면, 100€/MWh 초과 시간 수가 44.1% 감소했다는 점은 시장의 가격 변동이 줄어들었음을 나타낸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장기적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 시장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전력 대외 무역 현황 2024년 독일은 총 67.0TWh의 전력을 수입했으며, 이는 54.3TWh를 기록했던 전년보다 23.2%나 증가한 수치이다. 프랑스가 15.8TWh로 독일의 최대 전력 공급국이었고, 덴마크가 13.3TWh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독일의 전력 수출량은 전년 대비 10.0% 감소하여 35.1TWh를 기록했다. 독일 전력의 최대 구매국은 9.2TWh를 수입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오스트리아였다. ’24년 독일 전력 시장은 “재생에너지원 확대와 전력망 개선의 필요성을 동시에 드러낸 한 해였다”고 평가받았다.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59%를 차지하며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마이너스 가격 시간 수의 증가로 전력 과잉 공급 및 전력망 유연성 부족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전력 저장기술 강화와 전력망 개선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또한 독일의 전력 수입이 많이 증가한 이유는 평균 전기 가격이 주변국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독일은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해 저렴한 전기를 수입하는 선택을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재생에너지법」 통해 전력공급망 전환 독일은 2000년에 「재생에너지법」을 도입한 후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정부의 지출과 에너지 비용 또한 증가했는데, 이에 독일 정부는 에너지 전환의 부분변화로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촉진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그중 첫 번째는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며, 이에 따른 보상은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었다. 노후된 원전부터 차례대로 가동을 잠정 중단하며, 정부 보상금 지원하에 비상가동용으로 전력 부족 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2015년에 8기의 원전이 가동 중지되면서 독일 내 원자력의 에너지수급 비율은 7.7%로 축소되었다. 2009년에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시대의 도래를 준비하고, 독일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강조하는 「에너지 구상 2010」을 통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립 및 추진했다. 「에너지 구상 2010」은 단계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에너지 소비 감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수요 측면에서는 에너지효율 개선을 주축으로 다루고 있다. 2017년에는 「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시장 내 통제 가능한 시장경쟁체계 도입과 함께 전력공급망 구성을 전환했다. 시장경쟁체계는 에너지발전시설 운영자 간의 입찰경쟁 장려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충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안 개정 이전 재생에너지 전력은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통해 정부가 정해준 보상 가격이 적용되어 왔으나, 개정 이후에는 시장 내 입찰을 통해 확정하도록 했다. 당시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규모가 총 전기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었기에 이러한 시장경쟁체계 도입이 가능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전력공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채울 계획이다. (출처 : utoimage)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민 만족도 높아 한편, 당시 북부에서 풍력 에너지원을 이용해 생산한 전력을 남부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던 독일은 전력공급망의 개선이 필요했다. 이에 남부 지역에 신규 전력공급을 위해 풍력설비를 증축하는 동시에, EU 통합전력망(ENTSO-E)을 활용하여 상호 의존적인 전력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ENTSO-E는 독일의 부족한 발전량을 충당할 수 있는 대체전원이 되었으며, 이는 독일의 조기 탈원전을 가능하게 한 뒷받침이었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독일 국민의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포츠담 지속 가능 연구원(IASS)>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에너지 전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한국에 비해 4배가량 비싼 전기요금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응답이 나온 것은, 오랜 기간 이루어진 에너지 전환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발전차액 지원제도」 같은 제도적 대비가 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독일은 ENTSO-E를 구축·운영하는 동맹체의 일원으로서 인접 국가와 상호 의존적인 전력공급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재생에너지 전원의 불안전성을 해소하고, 상시적인 전력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전력 과잉 수요를 대비할 수 있기에 국민들의 긍적적인 반응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이 시민 에너지(Bürger energie) 형태이다. 에너지협동조합은 대표적인 시민 에너지로,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송전·배급 부분에 시민들이 참여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체다. 독일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 지난해 독일은 에너지 위기를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완전히 이루는 과정에서 여전히 경제적 및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 독일의 경제 일간지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25년 1월 5일자 기사 <2025년 에너지 업계가 직면한 도전 과제(Diese Aufgaben kommen 2025 auf die Energiebranche zu)>라는 기사에서 독일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독일 연방정부가 마련한 「발전소 안전법(Kraftwerkssicherheitsgesetz, KWSG)」은 새로운 수소 기반 가스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규 가스발전소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에서 충분한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때 보완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고, 따라서 제한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는 발전소 운영자들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구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발전소가 건설되기까지는 최소 6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행정 절차와 승인 과정에서 추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크다. 보다 신속히 수소 기반 가스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정치적 합의를 하고, 구체적이며 실현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② 수소에너지 시장 구축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하여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미래 에너지 전환의 핵심 구성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수소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이며,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대표적으로 독일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ThyssenKrupp)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생산 공정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가 ’24년 10월 중순 해당 계획을 철회한 사례를 들 수 있다. 그린수소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생산비용과 엄격한 규정이다.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조금 확대, 기술 혁신 지원, 규제 간소화와 같은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③ 태양광 산업을 위한 대책 현재 독일의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태양광 관련 제품 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어려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제품 가격이 약 56% 하락했는데, 중국산 제품의 과잉 공급으로 인한 가격 경쟁 심화와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에 태양광 설치율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4년 5월 기준으로 이미 연간 설치 목표를 달성했는데, 이는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이 개인 소비자들의 소규모 발전소 설치를 촉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태양광 설치 확대에 따라 패널 수요의 증가가 예상되지만, 중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독일 기업들의 부진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독일 태양광 기업들의 공급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④ 풍력 산업 경쟁력 강화 지난해 독일에서 풍력 터빈에 대한 수요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풍력 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독일의 풍력 터빈 제조사들은 지난 수년간 공급망 혼란,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독일 기업들이 풍력 산업에서 생존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⑤ 전력망 강화 독일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 전력망의 대대적인 개선과 현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 싱크 탱크인 <Dezernat Zukunft>에 따르면, ’37년까지 대규모 전력 전송망 확장을 위해 매년 약 24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전력망을 현대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국가적 재원을 마련하고, 전력 운영사의 투자를 촉진할 구체적인 대책과 정책이 필요하다. 독일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1,100km(683.5마일)의 남북 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진은 프랑크푸르트 근교 훽스트(Hoechst)에 있는 열차용 수소충전소 (출처 : Reuters) 에너지 관련 품목 수요 증가 기대돼 에너지 산업이 모든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독일은 에너지 산업 발전과 관련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젝트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력 케이블, 발전 장비, 에너지저장장치, 전력 반도체, 인버터 등 에너지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품목들의 수요가 독일에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 관련 품목을 다루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독일의 정책 동향과 시장 변화를 기민하게 관찰하며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이에 적합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여 시장 진출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 공칭 용량이란 사용 가능 여부와 관계 없이 배터리가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총량을 의미한다. < Energy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