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1】 장점 많은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용성 높이는 기술
2021-11-01

장점 많은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용성 높이는 기술 
결함과 독성은 없애고 안정성은 높이는 합성기술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우수한 광물리적, 전자수송특성을 가지는 것이 알려지면서 차세대 태양전지로 쓰일 물질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유무기 하이브리드 페로브스카이트는 안정성이 낮고 납을 이용했기 때문에 독성이 문제가 되곤 했다. 이에 납을 포함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면서, 순수 무기물로만 구성되어 안정성이 높으면서, 효율이 높은 광전자 소자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이번 편에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메인 이미지: 광활성층(페로브스카이트)과 전자전달층간의 중간층 형성. (a) 계층화된 전자(electron) 전달층, 새로운 중간층, 페로브스카이트층, 정공(hole) 전달층의 그림. (b) 중간층 형성의 이론적 시뮬레이션. 자료: UNIST)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는 두 개의 양이온(A, B)과 하나의 음이온(O)이 결합된 ABO3 구조를 지니는 물질을 말한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을 흡수해 전자와 홀을 생성시키는 광활성층(또는 광흡수층)이라는 핵심적인 물질을 포함한다.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물질을 광활성층으로 활용한 태양전지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라고 한다. 다층 박막 구조를 이루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계면의 결함에 의해 성능과 안정성이 좌우되기 때문에, 이러한 결함은 태양전지의 발전효율을 좌우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이종(異種) 소재를 무결점으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발전효율 기록을 경신했다. 이 연구는 10월 20일 〈네이처〉(Nature) 온라인에 소개되기도 했다.1)

전지효율과 전자전달층의 결함
입사각에 큰 영향을 받아 설치 장소에 제한을 받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건물외벽이나 차량 선루프 등에서 설치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광전변환효율이 높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저온에서 제조가 가능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다만 다층 박막 구조를 가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층간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능과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결함(defect)은 주로 층간이 맞닿는 계면에서 오기 때문이다.

대개 결정성을 갖는 물질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규칙적인 격자(lattice)구조를 이룬다. 그런데 이 구조 내에서 원자 배열이 삐뚤어지거나, 원래 원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 원자가 없거나(vacancy), 또는 그 위치를 다른 물질의 원자가 차지하고 있는 경우를 결함이라고 한다.

다층 박막 구조의 제조 공정상 페로브스카이트층 위에 있는 정공전달층(hole transport layer)과의 계면은 결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있지만, 페로브스카이트층 아래에 있는 전자전달층(eletron transport layer)의 사이에 있는 계면은 그렇지 않다. 최근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크게 증가시킨 기술 중 하나는 페로브스카이트층과 전공전달층 사이의 계면의 결함을 줄이는 것에서 기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성능과 안정성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페로브스카이트층과 전자전달층 사이의 결함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극결함 줄여 광활성층 효율 향상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석상일 특훈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층과 전자전달층 사이에 일관성, 동일성을 가지는 중간층을 형성시킴으로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연구팀은 우선, 박막 태양전지 구성층 사이에 집중된 결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간층의 생성원리를 밝힌 다음, 이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적용해 25.8% 효율을 갖는 전지를 개발했다. 이는 논문으로 공식 보고된 세계 최고 효율이라고 한다. 미국 재생에너지연구소(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으로부터는 인증된 공인기록도 25.5%로 이 역시 가장 높은 효율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중간층은 박막형태의 이종소재 구성층 사이에서 완충재 역할을 해 결함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이 결함은 전지의 내구성뿐만 아니라, 전자(전기입자)의 흐름을 방해해 효율도 떨어뜨리는 특성이 있다. 특히 구성 원소와 원자가 배열된 모양 자체가 다른 이종 소재가 맞닿는 지점(계면)에서는 배열이 찌그러져 원자가 빠지는 등의 결함이 쉽게 생긴다. 구성층 끼리 약한 물리적 결합으로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전자전달층과 페로브스카이트 광활성층간에 생성된 이 중간층 물질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확인 결과 이 물질은 전자전달층과 광활성층을 원자 수준에서 결함 없이(atomically coherent)연결했다. 이때 포항가속기연구소 X-선 빔라인 등을 실험에 활용했다.

이러한 중간층은 전자전달층의 주석 성분 덕분에 만들어졌다. 주석(Sn)은 2가 양이온 (Sn2+)인 동시에 4가 양이온(Sn4+)이 될 수 있다. 또 전자전달층내 산소이온뿐만 아니라 페로브스카이트의 염소이온과도 결합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바로 이 두 가지 원리에 착안해 전자전달층과 페로브스카이트를 원자단위에서 결정구조학적으로 연결하는 중간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마의 효율’이라 불렸던 20%를 처음 넘긴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공인 효율을 스스로 다섯 차례나 경신했다. 이는 지난 2012년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페로브카이트 이종접합태양전지 구조 덕분이다. 현재 24%가 넘는 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대부분은 이 구조를 갖는다.
첨단 극미세 분석 장비로 광활성층(페로브스카이트)과 전자전달층 사이의 중간층 존재 확인. (a) 광역 X-선 흡수 미세구조 분석, (b) 2차원 스침각 X-선 회절 분석 및 투과 전자 현미경 관찰 사진(자료: UNIST)

 
독성과 불안정성 넘어서기 위한 연구
한편,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독성과 낮은 안정성 등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에 MA3Bi2I9, Cs3Bi2I9, Cs3Sb2I9 등 Bi 혹은 Sb와 같은 3가 금속 양이온을 이용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연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우 밴드갭이 커서(~1.9eV) 태양전지로서의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또한 Cs2BiAgCl6, Cs2InISbIIICl6, Cs2InIBiIIICl6 등 더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가진 물질이 연구되기도 했다. 하지만 BiAg를 기반으로 한 더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가진 물질은 간접 밴드갭을 가지는 문제가 있고, InI를 기반으로한 더블 페로브스카이트는 InIII로 산화되기 쉬워 화학적인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1.3 eV의 적절한 직접 밴드갭을 가지면서 열역학적으로 안정적인 물질을 찾는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18년 4월 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납 없이도 고효율의 태양에너지 전환율을 갖는 친환경 무기물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이론적으로 제시한 화학과 김형준 교수와 전기및전자공학부 장민석 교수 공동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2)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팀은 무기물질로만 구성된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들의 광학적, 전기적 특성을 이론적으로 파악해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 고안정성 페로브스카이트 신소재(Cs2Au2I6)를 제안했다. 연구팀은 물질의 전자구조와 광학적 특성을 예측하는 제일원리 계산과 소자의 광흡수율 및 에너지 변환 효율을 예측하는 광학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소재와 소자를 연계하는 멀티스케일 해석 기법(Multiscale Simulation)을 정립했다. 멀티스케일 시뮬레이션은 소재가 갖는 다양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하여, 다양한 길이 및 시간 스케일에 대한 서로 다른 시뮬레이션 기법을 순차적/통합적으로 적용하여 시뮬레이션 하는 방법이다.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와 전기및전자공학부 장민석 교수 공동 연구팀이 발굴한 무기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구조 및 전자 밴드 구조(자료: KAIST) 

납을 사용하지 않은 페로브스카이트 합성기술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201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김태욱 센터장 연구팀은 전남대학교 이상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납을 사용하지 않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3)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시도 끝에 극저온 분광학적 방법으로 납 대신 희토류계 원소인 이터븀(Ytterbium, Yb, 원자번호 70번)을 사용해 높은 균일도를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소재를 합성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광검출기 소자를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이터븀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소재의 전하 운반체 동력학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기자-포논(phonon) 커플링 효과를 관찰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해당 소재가 가지는 우수한 양자 효율과 더불어 좁은 파장 너비에 대한 원리를 효과적으로 규명할 수 있었다. 여기자-포논 커플링 효과는 물질이 빛을 흡수함으로써 생성된 여기자(전자-정공의 쌍)와 물질의 격자 진동에너지를 뜻하는 포논의 겹침 현상을 말한다.
이터븀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소재를 활용한 그래핀/페로브스카이트 나노소재 하이브리드 광검출기 소자 (Photodetector)의 측정 결과. 해당 소자는 뚜렷한 on-off 스위칭 현상을 보이며, 높은 광응답성(Photoresponsivity, 2.4×103 A/W-1)및 외부 양자효율 특성
 
(External quantum efficiency, EQE, 5.8×105 %)을 보였다. 을 보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자료: UNIST) 
 

1) 이 연구에는 UNIST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신태주 교수(UNIST 연구지원본부 본부장), 포항가속기연구소 김민규 박사, UNIST 민한울 연구원, 이도윤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 국방과학기술연구소(ADD) 미래도전 국방기술사업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의 제목은 “Perovskite solar cells with atomically coherent interlayers on SnO2 electrodes”이다.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프론티어 사업 및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 연구의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2018년 3월 22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논문의 제목은 “Perovskite Solar Cells: Mixed Valence Perovskite Cs2Au2I6: A Potential Material for Thin-Film Pb-Free Photovoltaic Cells with Ultrahigh Efficiency”이다. 

3)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어드벤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Rare-Earth-Element-Ytterbium Substituted Lead-Free Inorganic Perovskite Nanocrystals for Optoelectronic Application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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