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 시스템 전반 혁신 필요해” 2021 P4G 서울 정상회의…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한국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하고 오는 11월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제시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계획을 국제사회에 밝혔다. 이를 위해 해외 신규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 중단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세부 사항도 전했다.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전 세계 50여 개 국가정상과 20여 개 국제기구 수장이 서울에 모이는 환경 분야 정상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포용적 녹색회복’과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 공동대응’‘기후행동 강화 및 민관 협력 확산을 위한 노력’등이 논의됐다. (메인 이미지: 지난 5월 30일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 청와대)
글 김수진 기자 자료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부, 주한 덴마크 대사관
탄소중립, 새 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이틀차인 5월 31일 에너지 세션을 개최했다. 파티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 마이클 블룸버그(Mike Bloomberg) 블룸버그 LP 대표, 한화솔루션 김동관 대표 등 기업과 정부, 국제기구 전문가 21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혁신적인 에너지 솔루션으로 더 푸르른 지구”라는 주제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혁신적인 에너지 해결책을 공유하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 기업의 혁신과 전환, 제도와 인프라 혁신, 개도국의 청정에너지 중심 성장을 위한 선진국과 국제사회의 협력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탄소중립을 기존 산업의 축소가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국은 작년 7월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특히, 에너지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력망 인프라 확충, 섹터 커플링 구현, 그린수소 상용화를 위한 투자 확대 등 여러 난제들의 극복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구현을 위해 제도와 인프라를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면서, 개도국이 청정에너지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협력, 투자확대, 금융지원 등 선진국과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파티비롤 IEA 사무총장, 마이클 블룸버그 대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오스트리아의 철강기업인 뵈스트알피네(Voestalpine)의 허버트 아이벤스타이너(Herbert Eibensteiner) 대표가 기조연설을 발표했다.
파티비롤 총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I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로드맵(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을 발표했다”고 말하며,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기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차세대 배터리, CCS와 같은 첨단기술을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대표는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탄소감축 목표 설정뿐만 아니라 성과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한국이 해외에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기업들도 탄소저감 목표에 적극 나서겠다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 대표로 나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가스터빈에서 수소를 활용하는 H2GT(Hydrogen to gas turbine technology) 기술, 빅데이터·AI를 활용한 에너지 관리 소프트웨어 등이 탄소저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친환경 에너지기술을 산림조성에도 적용해 전 세계에 약 50여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며 “인류의 가장 중대한 도전인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협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버트 아이벤스타이너 대표는 뵈스트알피네가 “석탄 기반 용광로에서 점진적으로 전기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린 전력과 그린수소 사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철강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31일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폐회식. (자료: 청와대)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부대 행사‘한국 해상풍력, 12 GW 그리고 그 너머’(Offshore Wind Korea, 12 GW and Beyond)에서 야콥 라스무센(Jacob Rasmussen) 주한덴마크대사관 에너지 참사관이 국내 해상 풍력 발전 가속을 위한 균등화 발전 원가(LCOE)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자료: 주한 덴마크 대사관)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부대 행사‘한국 해상풍력, 12 GW 그리고 그 너머’에 참가한 주한덴마크대사관, 주한네덜란드대사관, 한국에너지공단 및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고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 주한 덴마크 대사관)
탄소중립 위한 세계 각국의 사례 이어 열린 P4G 허브세션에서는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위한 혁신적인 투자 촉진 모델과 P4G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발언 및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세션에 참여한 기업 및 정부들은 에너지 전환을 통한 경제 기대 효과 등을 설명하며 탈탄소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모습이었다. 덴마크의 에너지 공기업인 외르스테드(Orsted)의 매즈 니퍼(Mads Nipper) 대표는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에너지전환은 P4G와 같은 협업 플랫폼을 통해서 더욱 빠르게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앤 하주카(Ana Hajduka) 아프리카그린코(Africa GreenCo) 대표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투자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안정적으로 청정에너지를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2030년까지 1.5 GW 이상 신재생 설비를 확대해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댄 요르겐센(Dan Jorgensen)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덴마크는 풍력분야에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덴마크 대표 에너지기업인 외르스테드가 전통적인 석유·가스 기업에서 세계적인 풍력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기업들과 13개의 기후 파트너십을 만들어 지금까지 400개의 제안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ESCO(Energy Service Company)기업 EESL(Energy Efficiency Service Limited)의 사우라브 쿠마르(Saurabh Kumar) 부회장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지난 5년간 약 3억 개 이상의 조명을 고효율 LED로 교체했다”며 “인도 농촌 지역에 0.5~2 ㎿ 규모의 태양광 및 소형 배터리를 설치해 공공조명 및 조리용 전력을 보급하는 등, 분산 전원을 통해 전력사정이 열악한 지역에 전력을 공급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칠레 에너지부 연료 및 신재생에너지부문장인 막스 꼬레아 아추라(Max Correa Achurra)는 “칠레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 석탄발전 단계적 폐기,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70% 확대, ▲ 전력망 확충을 위한 투자 확대, 그리고 ▲ 산업, 수송, 건물분야의 전기화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린수소 상용화 전략을 소개하며 “2025년까지 5 GW 용량의 그린수소 전해조 개발을 위한 국가 전략을 마련했다”면서 “2030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2040년까지 그린수소 주요수출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소개했다.
재생에너지 관련 펀딩 현황도 발표됐다. 리사 애쉬포드(Lisa Ashford) 에너자이즈아프리카(Energise Africa) 대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형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기 어려운 태양광 기업들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 지역 주민들이 청정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금까지 15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3,1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5,0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시스템 대전환’을 주제로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토론에 참석한 기업들은 대부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풍력발전, CCUS, 그린수소 등을 강조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탈의 스테판 미셸(Stephane Michel) 가스·재생에너지 부문 사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CCUS 개발 사업을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산림 조성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등 탄소중립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중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수소, 연료전지 업체인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앤드류 마시(Andrew Marsh) 대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그린수소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2028년까지 약 1,000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2050년이면 전 세계 에너지 중 18%가 수소로 공급될 것이며, 공업용 열 공급, 철강, 배터리, 발전 등의 분야에서 수소가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소중립 관련 금융지원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홍 패터슨(Hong Paterson) GCF(녹색기후기금) 최고재무관리자(CFO)는 “GCF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소외계층에 대한 전력공급을 위해 보조금, 대출, 보증과 지분투자 등의 금융지원을 통해 투자자들의 위험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를 2℃미만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분야의 탄소감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현재 중앙집중형,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시스템을 저탄소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유럽과 협업해 풍력발전 기술 속도 높여야 한편, 한국의 해상풍력 산업 발전 현황과 해결책이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부대행사로 열린 ‘한국 해상풍력, 12 GW 그리고 그 너머’(Offshore Wind Korea, 12GW and Beyond)에서는 덴마크-네덜란드 공동연구 보고서 〈파트너십을 통한 국내 해상 풍력 발전 가속화〉(Accelerating South Korean Offshore Wind Through Partnerships)가 발표됐다. 이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과 균등화 발전 비용(LCOE) 및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분석했다. 이들은 한국이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 개발 비용을 낮추는 핵심 방안으로 유럽 해상 풍력 기업들과의 협업을 방안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해상 풍력 산업이 아직 초기 발전 단계에 있지만 기존 철강·조선·케이블 공급망 역량이 강하므로 산업 전망이 매우 밝다고 봤다. 다만 새로운 산업 분야를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특히 한국 정부 목표인 2030년까지 총 설비 용량 12 GW의 해상 풍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통한 제도 개선 및 해상풍력 산업으로의 공급망 역량 적용 등과 같은 과제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는 외국 해상 풍력 기업들과의 협업을 한국이 산업 발전 속도를 큰 폭으로 올리고 개발 비용을 줄일 가장 효율적 방안으로 꼽았다. 특히, 오랜 해상 풍력 노하우를 지닌 유럽 기업들과 협업 시 글로벌 지원 체계가 갖춰지고 이들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 한국이 짧은 시간에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이번 연구는 해외 기업들과 협업 시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제한되는지 여부에도 초점을 맞췄다. 연구는 프로젝트가 국내 기업으로만 진행되는 경우와 해외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경우, 총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예상 일자리 창출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국내 기업으로 한정된 프로젝트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한된 공급망으로 100% 국산화를 목표로 할 경우 실현 가능한 해상 풍력 프로젝트가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외국 기업과 협업하면 공급망 제한이 없어 설치 용량을 빠르게 늘리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트레이닝 및 기술·지식 이전을 통해 국내 전문가 육성과 인력 확대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연구는 주한덴마크대사관, 덴마크에너지청 및 네덜란드 외교부 공식 지원 하에 컨설팅 기업들인 아에기르(Aegir), COWI 및 폰데라(Pondera)가 진행했다. 결과 보고서는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검토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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