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 아세안 등 신남방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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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 아세안 등 신남방 국가

2021년 6월 1일 (화) 00:00:00 | 지면 발행 ( 2021년 6월호 - 전체 보기 )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 아세안 등 신남방 국가

무역규모, 명목 GDP, 인구 등 최대 규모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체결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RCEP 협정은 역내의 시장개방은 가속화되고 투자 역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섬유의 경우 RCEP 협정 체결국이 한국 섬유 수출의 56%, 일반기계 수출은 44%, 철강 수출의 50%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RCEP 협정은 향후 한국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편에서는 RCEP 협정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정리 강창대 기자

RCEP는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의 영문 두음자 조합으로 우리말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의미한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아세안 회원국은 브루나이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이다.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위한 다양한 협정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관한 논의는 2000년대에 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은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 일본 등에 ‘동아시아 자유무역 지대’(EAFTA: East Asia Free Trade Area)를 제안했고, 일본은 여기에 호주와 뉴질랜드, 인도를 추가해 ‘동아시아 포괄적 경제 제휴 협정’(CEPEA: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in East Asia)을 제안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011년 11월에 열린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이듬해 11월까지 RCEP를 개시하자는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그 대상은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6개국이었다. 그리고 2012년 11월 20일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RCEP 협상의 개시가 선언됐다.

2013년 5월 협상이 개시된 이후 2019년 11월까지 28차례 공식협상과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가 열렸다. 이 가운데 2017년 11월 제1차 장관회의에서는 2018년 RCEP의 실질적인 타결의 지침을 세웠고, 이듬해 11월에 열린 제2차 장광회의에서는 RCEP의 2019년 타결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9년 11월 4일 제3차 정상회의에서 15개국의 협정문 타결이 이루어졌고, 대부분 시장개방이 마무리됐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RCEP은 약 7년여의 협상 끝에 15개국 정상간 20개 챕터의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고, 상품·서비스·투자 시장개방 협상도 이루어졌다. 당초 RCEP 참가국은 16개국이었지만 인도는 협정문에서 빠졌다. 인도는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중요한 이슈가 있었고, 해결의 위해 참여국들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해 추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FTA 최종 서명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은 2020년 11월 15일에 개최된 제4차 RCEP 정상회의에서 RCEP를 최종 서명했다. RCEP 협정문은 20개 챕터와 17개 부속서 등 총 1만 5,000페이지로 구성됐다. 협상의 마무리까지 한국은 2차례에 걸쳐 공식협상(2015년 부산, 2017년 송도)을 개최하였을 뿐 아니라,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는 비(非)아세안국(AFP : ASEAN FTA Partners) 조정국(facilitator)을 장기간 수행하면서, 원산지 등 주요 쟁점을 합의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인니·싱가포르 등 주요 아세안 국가들과 수시로 물밑 접촉을 통해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협상의 진전을 독려해 왔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정의 규모, 코로나 위기 극복, 한국의 통상정책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RCEP 협정이 큰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우선 규모를 보면, RCEP 협정은 무역규모, 역내총생산(GDP), 인구 측면에서 전세계의 약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FTA이다. 1994년에 발표된 USMCA(구 NAFTA 또는 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참여)이나 2015년 10월에 타결된 CPTPP(구 TTP 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과 비교해도 월등하다[표 1].

정부는 대규모 FTA 체결이 국제 통상의 불확실성을 완화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리고 자유무역을 확산하고, 약화되고 있는 다자체제나 국제공급망(GVC)의 블록화 또는 지역화 경향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의 주요 경제블록별 수출 규모를 비교할 때 2019년 대(對) RCEP 수출액이 2,690억 불(우리 전체 수출액의 50%)로에 이른다. 이는 USMCA(898억 불)과 CPTPP(1,260억 불) 수출 규모보다 커 향후 수출시장 확대 및 교역 구조 다변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다음으로, RCEP 협정은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은 30배, 투자는 40배 증가했으며 상호 방문객수도 4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RCEP 협정을 통해 아세안은 한국에 상품 시장 추가개방 뿐만 아니라, 게임과 영화 등 서비스시장도 개방했다. 이러한 상호 개방이 확대될 경우, 아세안과의 무역·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인력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협력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RCEP 협정을 계기로 역내에 통일된 무역규범을 마련하고, 규범 수준을 전반적으로 제고하게 됐다는 점도 큰 의의로 꼽았다. 예를 들어, 종래에는 중국, 아세안, 호주에 가전제품을 수출할 경우 원산지 기준이 각각 달라 불편함이 컸다. 그러나 RCEP 협정으로 통일됨으로써 기업의 편의성이 개선될 것이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장(챕터)을 새로 도입해 비대면 경제 대응 기반을 마련했고, 한류콘텐츠 보호를 위해 지적재산권 장을 개선했으며, 투자자유화를 강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규범 수준을 향상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RCEP를 체결함으로써 한국은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게 됐다. 일본과 FTA 체결 시 한국은 세계 경제대국 1∼5위(미국·중국·일본·독일·인도)와 모두 FTA를 체결하게 되며, 브라질을 제외한 10위 경제대국과도 FTA를 보유하게 된다.

시장개방 확대, 경제협력 고도화 기대

RCEP 협정의 주요 내용과 관련해 우선 상품 부문을 살펴보면, 정부는 이번 협정에서 기존에 체결한 FTA를 업그레이드해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확보하고 처음 FTA를 맺게 된 일본과는 한국의 민감성을 최대로 반영해 전반적인 이익균형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RCEP 협정으로 한-아세안 FTA에 따른 관세철폐 수준(79.1~89.4%)보다 품목별 관세를 추가적으로 철폐(1.7~14.7%)함으로써 국가별로 91.9~94.5%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자동차·부품, 철강 등 한국의 핵심품목 뿐만 아니라, 섬유와 기계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과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도 추가적으로 시장개방을 확보했다. 이로써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의 관세철폐 수준은 품목수로는 모두 모두 83%로 동일하나, 수입액으로는 일본이 우리에게 2%p 추가적인 관세철폐(韓 76%, 日 78%)가 이루어졌다. 공산품의 경우 관세철폐는 일본이 한국보다 2.4%p 더 높다(품목 기준 韓 91.7%, 日 94.1%). 반면, 한국은 일본에 대해 자동차, 기계 등 주요 민감 품목은 양허제외하고, 개방품목도 장기(10~20년) 및 비선형철폐를 다수 활용하여 보호되도록 했다. 그리고 양자 FTA가 체결되어 있던 중국(韓 92%, 中 91%), 호주(韓 98%, 호 100%), 뉴질랜드(韓 98%, 뉴 100%)와는 대부분 기존에 체결한 FTA 양허 범위 내에서 개방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농·수·임산물의 경우, 한국은 민감성 보호를 위해 대부분 기존에 체결한 FTA(한-베, 한-중 등) 범위 내에서 품목을 개방함으로써 현재의 수준을 유지했다. 서비스 부문은 문화콘텐츠·유통·물류 등에서 2007년에 발효한 한-아세안 FTA 대비 아세안 국가들이 시장 개방 수준을 확대했다. 그리고 투자 부문은 최혜국으로 대우하기로 했고, 외국인 투자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제하거나 로열티 상한을 제한하는 등의 요건(이행요건)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로써 한-아세안 FTA보다 높은 수준의 투자자유화 규범을 갖게 돼 역내에 투자의 활성화 여건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통일된 규범으로 안정적인 무역·투자 환경 조성

RCEP를 통해 협정국들은 원산지 등 통일된 규범을 마련하게 됐다. 특히, 10년 이상 경과된 한-아세안 FTA에서 더 나아가 9개 챕터를 신규로 도입함으로써 향후 변화하게 될 국제 통상환경에 대비했다. 새로 마련된 챕터는 ▲ 지식재산권, ▲ 전자상거래, ▲ 경쟁, ▲ 중소기업, ▲ 정부조달, ▲ 통관 및 무역원활화, ▲ SPS, ▲ TBT, ▲ 자연인의 일시 이동 등이다. 이로써 정부는 안정적인 무역·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챕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RCEP 협정에서는 FTA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원산지 기준과 절차를 개선하고, 역내 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15개국에 대한 원산지 기준을 통합하고, 원산지 증명절차를 개선해 기업들의 FTA 활용 편의성을 제고했다. 그간 아세안과 중국에 수출할 경우 원산지 증명의 기관 발급만 허용됐다. 그러나 원산지 자율 증명을 도입해 원산지 증명과 신고 절차가 간소화됐다. 아울러, RCEP 협정 참여국 전역에서 재료를 조달하거나 가공하더라도 재료누적을 인정받게 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역내 가치사슬 형성 및 역내 산업과의 연계 강화로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저작권·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재권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보호 규범을 마련하고 침해 시 민·형사 절차와 통관 등 구제수단을 마련했다. 특히, 온라인 지재권 침해에 대해서도 민·형사 구제 등 규범을 마련해 한류 콘텐츠의 부가가치가 보호되도록 했다.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 추세를 반영해 역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전자상거래 장을 새로 도입했다. 구글과 테마섹(Temasek)에 따르면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9년 382억 달러 규모에서 2025년에는 1,5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서명 이후 국회 비준 동의 등 국내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RCEP 협정은 아세안 10개국 중 6개국, 비아세안 5개국 중 3개국이 국내 비준 후 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하고 60일 후에 발효된다. 단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발효되지 않는다. 또한, 인도가 향후 RCEP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한다는 참여국들의 노력에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