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내곶면에 위치한 삼대전기는 트랜스포머와 리액터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력을 자랑하는 업체다. 전직원 18명으로 작은 규모인데도 불구하고 리액터 관련 기술력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중소전기제조업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도 16년째 트랜스포머와 리액터만을 생산하면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규모라서 가능한 일들이 더 많다는 삼대전기, 그들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활기 넘치는 생산현장올 봄, 삼대전기의 공장 안은 활기에 넘쳐난다. 신제품 출시와 함께 주문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재료인 동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으로 동종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삼대전기는 특화된 기술력으로 시장우위를 차지, 주문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직원들도 신바람이 난다. 3월 말에 완공되는 신축 건물로 일부 생산라인을 옮기게 되면 넓고 깔끔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고 휴식공간도 넓어진다.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 안에서 오국원 사장을 만났다.“회사가 작다 보니 대기업처럼 좋은 대우는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직원들이 기술을 익혀서 회사와 함께 더 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에 사장은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할 조건을 만들어주고 직원들은 일한 만큼 보람을 거둬 꿈을 키워나가는 회사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회사가 좋은 직장 아니겠습니까?”리액터 전문생산업체로 자리잡아삼대전기의 매출비중은 1990년 창업 초기에 산업용 변압기와 리액터가 70:30이었는데 현재는 30:70으로 역전되었다. 변압기는 전기기기 중에 제일 많이 사용되는 기기다. 변압기는 송전계통이나 배전계통의 일부로교류전압을 승압하거나 강압하여, 경제적인 송배전을 통해 산업설비나 공장에 혹은 가정에 필요한 전압을 공급하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시장 내에서 국내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고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오 사장의 설명이다. 반면에 리액터는 개척해 나갈 여지가 많은 분야다.리액터는 전기를 이용하는 각종 기계·제어 장비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전기를 이용한 각종 기계·제어장치가 이상 작동을 할 수 없도록 돕는 기능을 하고 있다. 각종 제어장치는 사용할 전류 외에 과다전류, 고조파 전류 등이 순간적으로 흐르는 노이즈 현상이 있다. 불순물 전류가 흐를 경우, 기계·제어장치가 오동작을 하게 된다. 리액터는 이런 이상전류를 흡수해 각종 설비가 이상 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부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반도체 및 제어소자에도 이용될 정도로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외산제품 대체에 큰 보람 느껴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외국 업체의 제품들이 리액터가 필요한 요소요소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 사장은 그런 장비들을 하나하나 국산화시키고 있다. 선진국 제품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터라 갈 길이 멀지만 외국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교체해 나가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현재 삼대전기의 거래선은 400~500개사에 이른다. 포항공대는 물론 주요 대학의 연구소와 실험실, 제철소, 발전소, 국책연구소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리액터에 관한 전문 업체로 소문이 나다보니 관련 기술을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여러 통 걸려온다. 오 사장은 기술관련 문의 전화가 걸려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반갑게 응대한다. 그동안 회사가 이뤄왔던 실적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삼대전기는 1994년 포스콘 연구소와 AC, DC 리액터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일본 후지 사에 수출했다. 또 1996년에는 포스코에 리액터를 납품하고, 한전에 리액터 입찰업체로 등록하는 등 기술력을 키워왔다.오 사장은 고조파전류와 관련된 기술이 발전해야 된다고 강조한다.“앞으로 고조파와 관련된 분야가 발전해야 됩니다. 전력의 품질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고조파전류관련 분야의 발전은 전기 분야의 전반적인 기술향상을 가능케 합니다. 전기설계라는 건 전기와 관련된 모든 기계들의 역학관계를 이해해야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리액터의 고장이나 불량은 단순히 제품 하나를 교환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독감이 심하게 걸린 환자한테 독감만을 낫게 하려고 위에 부담이 가는 약을 지어줄 수는 없는 거죠. 몸 전체를 생각하고 처방해줘야 됩니다. 리액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의 환경과 기계들의 역학관계를 계산해야죠.”원가절감을 위해 계획적인 생산체제로 오 사장은 영업은 물론 생산직 직원들에게도 제품의 설계에 대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교육한다. 삼대전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영업직이나 단순 생산직 직원에게도 설계기술을 가르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개인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오 사장의 경영마인드는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김 순정 차장은 오 사장을 직원들의 ‘맏형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 회사에는 장기근속 사원이 많습니다. 생산직 직원 가운데는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진심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삼대전기는 앞으로 원가절감을 위해 계획생산에 들어간다. 산업용 변압기와 리액터는 지금까지 대부분 주문생산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오 사장의 판단이다. 또 오 사장은 올해를 공격적인 영업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그동안의 영업스타일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삼대전기는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해왔다. 그가 경영스타일을 고집해온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형제들이 많은 집안의 맏이로 자랐습니다. 그래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죠. 또 전기업종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기까지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에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최우선이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기반이 잡힌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바꿔서 회사규모도 키우고 시장점유율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이제는 기술영업의 시대입니다. 물론 서비스는 기본이죠. 우리 회사의 영업은 제품의 특성상 꾸준한 서비스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똑같은 제품을 납품하더라도 사용하다 보면 같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건 제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환경적인 영향이 강한 거죠. 그럴 때는 다시 제작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환경에 맞춰줘야 합니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술력도 나아지는 겁니다.”중소업체들이 미래를 펼칠 수 있는 계획적인 지역개발정책 아쉬워최근에 삼대전기는 국제환경시스템, ISO 14000을 획득했다. 리액터 제조업체로는 빠르게 2000년 4월에 ISO 9001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또 PL보험가입은 물론 경기도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 사장에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1990년에 창업해서 1999년 김포로 이전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공장을 세우는 데 큰 제약이 없었는데 요즘 이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공장이전문제가 거론됩니다. 기업이 없으면 일할 곳이 없습니다. 그 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세제조업체들을 무조건 굴뚝산업으로 간주하는 지역님비현상은 곤란합니다. 우리 회사는 얼마 전에 국제환경시스템 ISO 14000을 획득했습니다. 가끔 지역민들이 공장을 찾아오곤 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 같은 경우에는 공연히 소모적인 시비에 휘말리곤 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업체입장에서는 억울한 경우가 생기는 거죠. 정부에서 기업들이 일하는데 몰두할 수 있게 정책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적인 지역개발정책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정부차원에서 기업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더 노력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글·사진_김기숙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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