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테크포럼 성장 잠재력 큰 태양광, 회복탄력성도 갖췄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올 초부터 1주일 간격으로 각계의 전문가를 초청해 공개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매회 에너지 산업과 관련해 다양하고 중요한 현안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테크포럼’은 5회째를 이어오면서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계통연계의 문제서부터 태양광 산업의 현황과 미래, 건물 에너지 부문의 기술 동향, 여러 분야와 융합하며 획기적인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전기차, 탄소중립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의 동향 등이 포럼의 주제로 올라와 관련 전문가들의 깊은 통찰을 접할 수 있었다. 이들 모든 포럼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유튜브 계정에 공개돼 있어 언제 어디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개최한 포럼 두 편을 추려보았다.
글 강창대 자료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대표적인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 스페인 남부 세비야의 50 ㎿ 태양광 발전소(메인사진, 한화에너지)와 오스테드 혼시 프로젝트3(아래사진, RPS)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관성저하 해법’을 주제로 지난 2월 18일 각계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제1회 에너지전환 테크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공개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재생전원 보급률이 높은 아일랜드(Ireland)나 텍사스(Texas), 남호주(South Australia) 등의 경우 하루 중 특정 시간동안 주파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하와이(Hawaii)와 같은 소규모의 섬 전력 시스템은 이미 낮은 관성과 관련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가변 재생에너지(Variable Renewable Energy, VRE)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예측이나 유연성, 안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2015년 이전 같은 경우, VRE의 비중이 미미해 전력망 운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VRE 비중이 늘면서 변동성이 계통 운영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자 VRE 예측이 계통 운영의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VRE 비중이 더욱 증가하게 되면 변동성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는 전력망 유연성 확보가 중요해졌다. 2050년 이후 신·재생전원이 모든 전력을 생산하게 되고 VRE 부하가 커지면, 이때부터는 전력망의 안정성 문제를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력망 유지는 주파수 즉, 수급 조절이 관건이다. 전력망 유연성이 부하가 변동할 때 주파수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라면, 전력망 안정성은 발전기가 탈락했을 주파수를 유지하는 문제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개최한 제1회 에너지전환 테크포럼의 발제자로 참여한 연세대학교 강용철 교수(위)와 전기연구원의 전진홍 센터장(아래)
전력망 안정성 문제의 예로는 2020년 3월 28일에 발생한 신보령 1호기의 불시정지 사례가 있다. 당시, 신보령 1호기의 불시정지로 인해 계통주파수가 59.8 ㎐로 떨졌고, 신뢰도 기준인 59.7 ㎐까지 내려갔다. 이어서 태양광 발전설비의 인버터가 이를 위험신호로 인지하면서 탈락이 발생했고, 전력 생산이 중단되자 주파수 하락은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이러한 문제 해결을 놓고 신재생발전기 신규접속 설비의 계통연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한전의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을 개정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보다 앞서 2020년 1월 30일 새벽, 제주도 내에 있는 154 ㎸ 송전선로가 낙뢰로 인해 고장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운전 중이던 160 ㎿ 풍력발전 중 절반에 가깝게 탈락이 발생했다. 위기는 HVDC에서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해결됐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고립계통인 육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성관성과 계통 안정성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연세대학교 강용철 교수는 신보령 1호기의 불시정지 사고를 언급하면서 “당시 한국에 설치돼 있던 2.5 GW 풍력발전 설비 가운데 절반 정도가 운전 중이었고, 풍력발전단지들이 관성제어를 실시했다면 신뢰도 기준 이하로 주파수가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풍력단지 합성관성(Synthetic inertia) 제어 기술’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그는 “평상시에는 최대출력제어(MPPT)를 수행하고 있다가 전력계통에서 발전기가 탈락하여 주파수가 급격하게 하락할 때 풍력발전기의 운동에너지를 일시적으로 방출하여 주파수를 안정시키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방식이 “별도의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저비용의 안정도 확보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강 교수는 “풍력발전기 설치가 많아지면, 회전체가 증가하여 방출 가능한 에너지가 더 많아지므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경우 전력계통의 안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풍력발전기가 무거운 회전체를 이용하여 안정성뿐만 아니라, 유연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면서 세계 4대 풍력발전기 제조업체(GE, Siemens, Enercon, Vestas)는 이러한 합성관성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는 전기연구원의 전진홍 센터장의 가상관성 적용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모의실험 결과에 대한 소개로 이어졌다. 전 센터장은 “가상관성 기반의 태양광 발전시스템으로 전력계통의 주파수를 안정시킬 수 있는 복원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상관성에 대한 기술·제도적 준비 필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윤수 교수는 “현재 전력계통 주파수 유지기준 범위가 너무 좁으며, 안정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파수 유지기준 범위를 재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가상관성은 재생에너지 보급률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관성응답 예비력 보조서비스 시장 개설 시 진짜 관성을 가진 발전기에 대한 보상 문제도 같이 검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광운대학교 송승호 교수는 “인버터가 동기기보다 부족한 점도 있고 오히려 나은 점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항목별로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더 나은 것은 효과적으로 계통에서 활용 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윌링스의 오용승 연구소장은 “한전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기 계통연계 기준 개정에 대한 기술적 요구사항 검토 시 관성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 가이드라인에 포함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개최한 제1회 탄소중립 테크포럼의 발제자로 참여한 한국수출입은행의 강정화 선임연구원(위)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재호 단장(아래)
고려대학교 이병준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가상관성 역할을 하는 속응성 예비력(Fast Frequency Response Reserve) 자원이 필요하며, 우리나라도 인버터 접속 재생발전원의 가상관성에 대한 기술적, 제도적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이성호 단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 50% 이상 달성 가능성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관성뿐만 아니라 주파수, 전압, 무효전력 등 다양한 과제들이 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 이미 제기되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그리드 코드 정비와 제도 마련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무리했다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 다음은 지난 2월 26일 ‘2050년 태양광 산업의 미래와 기술 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열렸던 ‘제1회 탄소중립 테크포럼’이다. 이번 포럼 역시 공개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 한 해 동안 OECD의 순전력생산량은 2019년보다 2.7%가 줄었다. 특히, 각국의 봉쇄 조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4, 5월의 전력 생산량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량은 오히려 7.5% 증가했다. 전력믹스에서의 비중도 전년도보다 28.6%가 증가한 31.6%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풍력과 태양광의 생산량이 각각 11.6%, 20.2% 증가하면서 재생에너지의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비재생에너지 부문의 전력 생산은 전년에 비해 6.6%가 줄었다. 주된 원인은 석탄발전의 감소였다. 석탄 부문의 발전량을 2018년과 비교하면 무려 37.0%나 감소했다. 이는 OECD 각국이 탄소중립 또는 넷제로를 선언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이나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석탄 발전을 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태양광과 풍력은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핵심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사에서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10여 년 사이에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태양광은 약 7배, 풍력은 약 2배 정도 단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국가 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에너지 산업에서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재생에너지, 그 중에서도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수출입은행의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2040년까지의 세계 태양광 수요전망을 소개하면서 “글로벌시장의 큰 수요의 두 축이 중국과 미국에서 개도국 수요로 저변이 확대되어, 21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태양광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신규 진입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윤재호 단장은 태양광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전략으로 100 ㎿급 파일럿 라인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센터의 기반구축계획과 운영방안을 소개했다. 윤재호 단장은 해당과제를 통해 기업의 편의성을 증대하고 기업이 공동 활용이 가능한 준양산 수준의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매개로 국내 산·학·연 연계와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협력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술력 확보와 제도 개선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영남대학교 박진호 교수는 “태양광 보급에 대한 전망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으며, 모듈의 시장 확장의 전망 역시 굉장히 밝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급 확산이 제조업, 일자리 육성과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중국의 기술력과 자금력에 대응하여 기술력확보 방안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계통연계 문제도 역시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한화솔루션 김기홍 수석연구원은 “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국내기업의 기술우월성 확보가 중요하며,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Tandem) 셀의 개발속도와 상업화 속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소재·부품·장비의 기술개발 역시 병렬적으로 동시 진행해 국내기업이 기술경쟁력을 보다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이해석 교수는 “중국과 생산량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말하고 “향후 강한 기술력을 가지고 경쟁전략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100 ㎿ 파일럿 라인 기업들의 공동 활용 연구센터 구축과제 추진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의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 30% 효율을 갖는 실리콘기반의 탠덤기술을 빨리 상용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상민 연구위원은 “향후 탄소중립의 달성을 위해 태양광 보급 400 GW는 최소 수준이 될 거 같으며, 입지 다변화를 위해 BIPV(빌딩 태양광)나 영농형 태양광 등 최적화된 기술과 설비가 따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국내 BIPV 입지 잠재량은 수십 GW로 분석된다”면서 “이의 입지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같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좌장을 맡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이성호 단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향후 10년 내 가장 싼 에너지원으로서 태양광 발전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이번 포럼을 평했다. 이 단장은 태양광 발전을 위한 부지도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판단한다, 라고 말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한 기술력 확보와 태양광 산업생태계 구축의 기반이 되는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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