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아서 전기 아끼고 실시간 출입 관리까지 주차·보안·공조·조명 등 통합 제어하는‘ 스마트빌딩’
효율적 에너지 활용은 최근 산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다. 탄소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친환경 정책이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과제로 주어지면서 에너지 활용법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스마트빌딩’은 네트워크를 통해 건물의 냉난방과 조명, 전력시스템의 자동화, 보안, 사무능률 환경개선 등의 기능을 갖춘 고기능 첨단 건물이다. 그간 미래 기술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으로 해당 기술이 실 적용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력(이하 한전)도 에너지효율화 사업 일환으로 스마트빌딩 구축사업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 제공자를 넘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컨설팅 사업으로 한전의 사업 영역을 확장한 셈이다.
글 김수진 기자 | 자료 한국전력
한전이 11월 5일 인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영종지사 신축사업에서 ‘KEPCO 에너지자립형 스마트 빌딩’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김종갑 한전사장과 송호준 삼성SDI 전무, 홍인성 인천 중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스마트빌딩에 구현된 스마트주차 시스템 스마티빌딩에 설치된 통합안내 키오스크
연간 6천만 원까지 절약, 똑똑한 빌딩
KEPCO 에너지자립형 스마트빌딩은 한전의 에너지관리시스템인 K-BEMS(Building Energry Management System)를 기반으로 주차, 보안, 공조, 조명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제어 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영종지사 신축사옥이 첫 준공이다. 한전이 개발한 BEMS는 냉난방 설비와 콘센트, 조명 등 건물 내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기에 계측 장비를 설치하고 동시에 통신망을 연계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정전에 대비해 경제적으로 에너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전 측 설명이다. 현재 K-BEMS는 나주 한국전력 본사를 비롯해 대학교, 산업시설, 빌딩 등 전국에 79곳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한전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K-BEMS로 절약한 전기량은 13.5 GWh로 한빛원자력발전소 하루 발전량 15.0 GWh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이산화탄소도 6,190 t을 줄였다. 이는 소나무 8만 2,500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해당한다.
이번 준공된 영종지사 에너지자립형 스마트빌딩은 에너지자립률 62%를 실현, 에너지효율 1+++와 제로에너지빌딩 3등급을 획득했다. 3,000 ㎡ 이상 업무용 건물 중 에너지자립률 국내 최고 수준이다. 또한, K-BEMS의 지능형 통합제어를 통해 건물에너지 소비량 51%를 줄일 수 있어 연간 전기요금 약 6,000만원이 절감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전은 KEPCO 에너지자립형 스마트빌딩 구축사업을 통해 그동안 개별로 관리되었던 건물 내 각종 시스템을 통합해 구축비용을 절감하고 AI기반 분석기법을 적용, 건물별 에너지효율향상과 수요자원 관리 및 개별 기기의 고장까지 예측해 고객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스마트빌딩에 구현된 시스템은 주차부터 안전까지 다양하다. 먼저 영상 분석과 센서를 기반한 스마트 주차 시설이 눈에 띈다. 사옥출입 등급에 따라 최적 주차를 유도하고 비정상 주차 차량의 경우 문자로 통보하는 등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보안 부문에서는 안면인식 솔루션을 기반으로 출입을 통제하며 실시간 영상을 분석하고 비상시 알람 등으로 관제실에 통보한다. 건물 내 공기질 향상에도 신경썼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센서를 활용해 실내 공기질 최적화와 영상분석 기법으로 재실 인원수에 따른 냉난방 설비제어가 가능하다.
조도 및 재실 감지 센서와 연계한 스마트조명 프로그램에 따라 시간대별, 상황별 조명 구현이 가능하다. 회의실에는 스마트 월패드와 태블릿를 활용했으며 조명, 공조, 블라인드를 원터치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통합안내 키오스크를 통해 방문자 출입을 등록하고, 한전 고객을 위한 요금 및 영업인반 등 통합민원 정보 안내와 실시간 에너지사용량, 공기질, 주차정보 등을 제공한다. 한편, 이번 스마트빌딩 구축사업에 참여한 한전과 삼성SDI는 영종지사 신축사옥에 ESS 화재예방 및 ESS 충방전 최적제어 기술 개발을 위해 ESS 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 개발된 기술과 사업모델은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산단 에너지플랫폼 구축사업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한전은 “앞으로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적극 추진해 전력원가 상승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고 효율적 에너지사용 환경 조성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빌딩에 구현된 보안 프로그램 스마트빌딩 회의실
전력피크 절감 시급한 해외서 러브콜
K-BEMS는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해 실제 적용된 에너지 최적관리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서울시 노원구에 ‘스마트 타운’을 준공하면서 처음 대중에 알려졌다. 특히 단일 건물을 대상으로 하던 K-BEMS를 9개 건물을 통합 관리하도록 설치해 전력과 냉난방 에너지를 종합 관리토록 해 적용 범위를 넓혔다. 당시 전력사용량 15%, 피크전력 10%을 각각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15%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시선을 끌었다.
해외에서도 K-BEMS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중에 첫 선을 보이던 2016년에 한전은 미국 메릴랜드에 위치한 몽고메리 대학에 스마트캠퍼스 구축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몽고메리 저먼타운 캠퍼스 6개 건물에 K-BEMS를 구축해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0%와 최대전력의 10%를 각각 저감한다는 계획으로 운영 중이다. 2017년에는 이란 전력공사 본사에 K-BEMS가 설치됐다. 태양광과 연계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최대전력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 하절기 전력피크 절감 방안이 시급한 이란정부가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2월에는 도미니카공화국 PUCMM대학에 K-BEMS을 구축하는 준공식을 진행하는 등 전력수요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안갤 카노 도미니카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은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효율적 에너지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K-BEMS이 많이 보급된다면 국가 에너지효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내에서는 사무실 에너지관리 모델로 선보이며 대중화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2018년 한전 서울지역본부 강북성북지사에 첨단 ICT와 K-BEMS를 접목한 에너지절약형 스마트 오피스 구축하기도 했다. IoT 기술을 통해 미사용중인 사무실내 OA 기기 및 조명을 제어해 전력소비를 줄이고 태양광 재생에너지를 스마트 오피스용 OA 기기 전원으로 활용한다. 또한 재택근무 등 원격업무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개선했으며 출장이나 이동 시에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시급한 산업단지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지난달 한전은 광주첨단 국가산업단지와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K-BEMS 기술을 적용해 산업단지 스마트 에너지플랫폼 구축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스마트에너지플랫폼 구축사업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사업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에너지관리시스템을 설치하고 이와 연계된 제조 데이터 수집·분석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 산업단지의 에너지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한전은 ICT를 기반으로 입주기업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기업 간 에너지를 공유·거래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은 향후 K-BEMS를 보다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전력과 열원의 통합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단독형, 클라우드형 플래폼 구축에 나선다. 또한 고객 시스템과 연계해 공정별 에너지 사용량 및 비용을 분석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 주요 설비에 대해서는 에너지 최적의 절감기법(ECM) 기술 구현이 가능토록 하고,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공조기기 이상 감지 및 진단(FDD)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의 스마트타운 시스템 모니터링 화면 K-BEMS가 적용될 광주첨단산업단지 모습
■ IN SHORT
"패시브하우스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시브(Passive)는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하는 기술을 의미하는데 냉난방을 위한 최대 부하가 1㎡당 10W 이하인 에너지 절약 건축물을 패시브하우스라 부른다. 이를 석유로 환산하면 연간 냉난방 에너지 사용량이 1㎡당 1.5리터 이하에 해당되는데, 한국 주택 평균 사용량(16리터)에 비교해 약 80% 이상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다.
적용되는 기술은 다양한데 이중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면, 3중 유리창 설치와 기존보다 두꺼운 단열재 설치 등을 들 수 있다. 또 폐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적용해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를 교차, 온도차를 최소화한 뒤 환기해 열손실을 막는다. 이를 통해 한겨울에도 실내 온도 20도씨를, 여름에도 냉방시설 없이도 약 26도씨를 유지할 수 있다.
그간 개인 주택에 적용돼 오던 패시브 공법은 최근 대규모 시설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단지 전체에 패시브 공법을 도입한 서울 노원 에너지제로주택단지가 대표적이며, 패시브 공법 뿐만 아니라 ICT나 IoT까지 함께 적용한 스마트빌딩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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