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방울로 등을 켜고, 밤에도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 IoT를 위한 전원, 전력망의 균형에 기여하는 기술
때때로 내리는 비를 보며 누군가는 문학 작품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작곡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학자들은 떨어지는 물방울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를 구상하거나, 밤에도 작동하는 태양전지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한다. 물방울 기반의 이 발전기는 IoT를 위한 센서나 애플리케이션의 독립전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밤에도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발전함으로써 전력망이 균형을 이루도록 기여할 수 있다. 정리 강창대 기자
일본과 홍콩의 연구팀이 물방울 기반 발전기(DEG: Droplet-based Electricity Generator) 기술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DEG는 작은 물방울의 움직임만으로도 전기를 생산하는 효율적인 기술이어서 에너지하베스팅 기술로서의 잠재력이 있다. 에너지하베스팅은 특히, 사물인터넷(IoT) 장치의 전원으로서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DEG는 재충전이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방법으로 전자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황화몰리브덴을 활용한 나도 발전기 나고야 대학(Nagoya University)과 규슈 대학(Kyushu University)의 공동 연구팀은 액체 방울의 작은 움직임에서 5 V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를 개발해 그 연구결과를 과학저널인 <나노에너지>(Nano Energy)에 “MoS₂ 단일 레이어상의 액체 운동으로부터 5 V 이상의 높은 출력 전압(High output voltage generation of over 5 V from liquid motion on single-layer MoS2)”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
이 장치는 신축성이 있는 박막으로 만들어졌다. 물방울이 장치의 표면을 미끄러져 내려오면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 기술은 공장 폐수를 감시하는 센서나 액체에 사용하는 자체 동력장치에도 적용하는 등 응용 범위가 매우 넓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작은 액체의 흐름은 공장 파이프 내부에서부터 마이크로 유체 장치까지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세한 액체의 흐름을 발전에 이용할 생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래핀 시트(graphene sheet)의 표면을 가로질러 흐르는 액체가 전기를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출력 전압이 약 0.1 V 정도여서 전자장치를 구동하기에는 역부족으로 평가됐다.
그래서 연구팀은 그래핀 대신 이황화몰리브덴(MoS₂)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 소재는 액체 방울의 흐름에서 5 V 이상의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를 위해서는 플라스틱 필름에 이황화몰리브덴을 홑겹이면서 면적인 넓은 필름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나고야대의 소재·시스템 연구소의 유타카 오노(Yutaka Ohno) 교수는 이황화몰리브덴을 넓은 기면(substrate)에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사용한 방식이 삼산화몰리브덴(MoO₃)과 황가루를 첨가한 사파이어 기판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학 증착을 통해 원하는 형태의 이황화몰리브덴 필름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폴리스티렌 필름을 베어링 재료로 사용해 합성된 이황화몰리브덴 필름을 플라스틱 필름 표면으로 비교적 쉽게 전송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DEG는 배관의 내부 곡면에도 부착할 수 있을 만큼 유연했다. 그래서 자가전원 우량계나 산성비 모니터처럼 액체에 사용하는 IoT 기기는 물론, 산업폐수를 모니터하면서 스스로 전력을 만드는 수질센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오노 교수는 이황화몰리브덴을 활용한 나노 발전기가 물방울, 분무, 해파 등 여러 형태의 액체 운동에서 에너지를 채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빗물이나 폭포 등 유체역학 애플리케이션에도 이 장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림 1]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일본 연구팀이 개발힌 DEG에서 위로 움직이는 물방울에 의해 5 V 정도의 전압이 생성되는 모습의 도해(출처: phys.org, Credit: Adha Sukma Aji) [그림 2] a. 홍콩 시립대 DEG의 개념도 b. 유리기판 위에 제작된 4개의 병렬 DEG장치(출처: techxplore.com, Credit: City University of HongKong / Nature) 물방울이 만드는 140V 전력으로 LED 100개를 밝혀
홍콩 시립대(City University of Hong Kong: CityU)의 연구팀도 물방울 기반의 발전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장치는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ieldeffect transistor: FET) 기술이 없이 에너지 변환 효율과 순간 전력 밀도를 높일 수 있으면서도 전계효과 트랜
지스터와 같은 구조를 가진 발전기다. 이 연구에는 홍콩 시립대 기계공학부의 왕 주안카이(Wang Zuankai) 교수와 미국 네브래스카대 링컨 캠퍼스(University of Nebraska-Lincoln)의 쩡 샤오 청(Zeng Xiao Cheng) 교수, 중국과학원의 나노에너지 및 나노시스템 연구소의 창립이사 겸 수석인 왕중린(Wang Zhong Lin) 교수 등이 참여했고, “순간 전력밀도가 높은 물방울 발전기”(A droplet-based electricity generator with high instantaneous power density)라는 제목으로 <네이처> (Nature)에 게재됐다.
지구 표면은 약 70%가 물로 덮여 있다. 그래서 파도와 조수, 빗방울에 함유된 저주파 운동에서 전기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있다. 그러나 기술적 한계로 인해 효율적으로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찰전기 효과(Triboelectric Effect)에 기반한 기존의 DEG는 물방울이 표면에 부딪힐 때 접촉대전(contact electrification)과 정전기 유도(electrostatic induction)에 의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표면에서 발생하는 전하량은 계면효과(interfacial effect)에 의해 제한적이고 효율이 매우 낮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변환효율을 높이기 위해 DEG 개발에 2년을 투자했다. 그리고 FET와 유사한 설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여타의 비슷한 장치보다 수천 배에 이르는 50.1W/㎡의 순간 전력밀도를 달성했다.
홍콩 시립대 왕 주카이 교수는 연구팀의 연구 성과에 대해 두 가지 요인을 꼽았다. 우선, 연구팀은 준영구(quasi-permanent)적인 전하를 가진 전기 소재인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olytetrafluoroethylene: PTFE)에 떨어지는 액체 방울이 고밀도 표면전하의 축적과 저장을 위한 새로운 루트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연구팀은 물방울이 PTFE의 표면에 지속적으로 부딪칠 때, 생성된 표면 전하가 축적되어 점차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새로운 발견은 이전 연구가 직면했던 낮은 전하 밀도의 병목현상을 극복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연구팀의 설계에도 특징적인 면이 있다. 그것은 현대 전자 기기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FET와 유사한 독특한 구조 세트다. 이 장치는 알루미늄 전극과 PTFE 필름이 도포된 이듐 주석 산화물(ITO) 전극으로 구성된다. PTFE/ITO 전극은 전하 생성, 저장 및 유도를 담당한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PTFE/ITO 표면에 부딪혀 퍼지면 알루미늄 전극과 PTFE/ITO 전극을 자연스럽게 브릿지(bridges)함으로써 원래의 시스템을 폐쇄 루프 전기 회로로 변환한다.
이러한 설계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통해 고밀도 표면전하가 PTFE에 축적될 수 있게 한다. 그러는 동안, 퍼지는 물이 두 전극을 연결하면 PTFE에 저장된 모든 전하가 전류를 생성하기 위해 완전히 방전될 수 있다. 그 결과, 순간적인 전력 밀도와 에너지 변환효율이 모두 높아질 수 있으며, 15 ㎝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이 140 V 이상의 전압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때 생성된 전력은 100여 개의 작은 LED 전구를 밝힐 수 있다. 왕 주카이 교수는 “순간 전력 밀도의 중가는 추가적인 에너지가 아니라 물 자체의 운동에너지의 변환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연구팀의 성과는 지구 표면을 약 70% 덮고 있는 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림 3] 15 ㎝ 높이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100개의 작은 LED 전구를 밝히는 140 V 전력을 만들어내는 장면 (출처: techxplore.com, Credit: City University of HongKong / Nature) [그림 4] PTFE 필름의 표면전하 밀도가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변화된다. (출처: techxplore.com, Credit: City University of HongKong / Nature) 밤에도 작동하는 태양전지‘ Anti-Solar Cells’ 태양전지는 햇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장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태양전지는 낮 시간대에 전기를 생산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밤에도 작동하는 태양전지가 있을까? 캘리포니아대 대비스 캠퍼스(UC Davis: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의 전기·컴퓨터 공학부의 제레미 먼데이(Jeremy Munday) 교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먼데이 교수는 소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야간 태양전지의 시제품을 개발해 오고 있다.
먼데이 교수와 트리스탄 뎁(Tristan Deppe) 석사과정은 <ACS 포토닉스>(ACS Photonics) 2020년 1월호에 게재한 콘셉트논문에서 실제로 특수 설계된 광전지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야간에도 평방미터당 최대 50 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태양전지 패널이 낮에 생산하는 양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먼데이 교수는 이 특수한 광전지가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태양전지의 작동과 유사하지만, 그것과는 역행(reverse)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주변에 비해 따뜻한 물체는 적외선과 같은 열을 발산한다. 기존의 태양전지는 태양에 비해 차갑고, 그렇기 때문에 빛을 흡수한다. 또 다른 예로, 우주는 매우 차갑다. 그래서 만약 따뜻한 물체로 하늘을 가리킨다면, 그 물체는 그곳을 향해 열을 발산할 것이다. 이 방법은 주거시설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야간 냉각(nighttime cooling)을 위해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던 것이다.
먼데이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햇볕을 거르거나 태양을 회피하면서 낮 시간대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장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열복사전지(thermoradiativecell)라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열을 주변으로 방사함으로써 전력을 생산한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사용해 엔진에서 나오는 버려지는 열을 포획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먼데이 교수는 이 장치를 따뜻한 곳에 두고 하늘을 향해 놓은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했다. 밤하늘을 가리키는 열복사전지는 우주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적외선을 방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태양전지가 햇빛을 흡수함으로써 장치 전체에 전압을 생성하고 전류가 흐르게 한다. 반면 열복사전지 같은 장치는 적외선과 같은 빛이 방출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먼데이 교수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거나 태양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으면 낮에도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러한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면 24시간 동안 작동하는 잠재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주간과 야간에 전력망의 균형을 맞출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먼데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림 5] 기존의 광전지나 태양전지(왼쪽)는 태양의 광자를 흡수해 전류를 만든다. 열복사전지(오른쪽)는 깊은 우주의 냉기에 적외선(열)을 방사하면서 전류를 일으킨다. 캘리포니아대 대비스 캠퍼스의 연구자들은 열복사전지가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발생시킴으로써 주간과 야간에 걸쳐 전력망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출처: eurekalert.org, ⓒ Tristan Deppe/Jeremy 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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