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 무엇을 바꾸고 있나 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혁명…… 섬처럼 고립된 사건은 없다
애플의 아이폰은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변화의 신호탄과도 같다. 사용자의 손길에 즉각적이고 생동감 있게 반응하는 터치스크린과 단순한 인터페이스 자체도 놀라운 것이었지만, 즐길 수 있는 방대한 콘텐츠는 압권이었다. 또한, 휴대폰에 내장되어 있는 기능이나 콘텐츠를 사용하는 게 전부였던 당시, 원하는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해 자신만의 사용자환경을 튜닝할 수 있다는 점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글 강창대 기자
2018년 4월 17일 오전 7시,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는 한국CIO포럼의 이강태 명예회장을 강사로 초빙해 제1회 조찬 포럼을 열었다. 이강태 며예회장은 명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면서 경영인으로서도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BC카드와 하나SK카드 사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한국CIO포럼 명예회장과 더불어 국가정보화포럼에서는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다. 말하자면, 경영과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사다. 최근에는 <경영을 살리는 IT, IT를 살리는 경영> 1, 2권을 저술하기도 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와 혁신
이날 조찬 포럼에서 이강태 명예회장은 “ICT를 무기로 혁명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강연을 하며 교육혁신을 통해 창의성을 배양하고, 지속적인 학습으로 부가가치를 함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처한 절박한 현실이 있다. 강의의 도입부에서 이강태 명예회장이 던진 질문은 이러한 현실을 대변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성장률과 출산율 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는 가운데 가계부체와 청년실업률, 자살률 등과 같은 부정적인 지표는 증가추세에 있다. 이런 현실을 꼬집고 이 명예회장은 “왜, 우리나라에는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 3개 회사밖에 없는가?”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start up) 성공사례가 드물다는 점, 각종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 점, 혁신에 성공한 기업이 드문 점, 생태계의 조성과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정보보안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등의 문제를 짚으며 그 이유를 분석해 나갔다.
이 명예회장은 우리나라가 봉착한 복합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ICT를 제시했다. 이미 세계유수의 경영 전문가들이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고, ICT는 경쟁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서 민첩함(Agility)은 성공의 요소 가운데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CEO 조사에서도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도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기업이 “기술 혁신의 빠른 진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CEO들이 6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고 IT를 전공했다는 점도 기업 환경의 변화를 시사한다.
이즈음에서 이 명예회장은 “한국이 과연 IT 강국인가?”라며 고정관념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IT제품은 무엇인가, 한국에 플랫폼 개발사나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형성돼 있는가, 대중소기업이 수평적 협업관계를 이루고 있는가, 한국은 IT의 새로운 개념이나 트랜드를 만들면서 국제적인 IT표준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가, IT를 통한 전환(transformation)의 성공사례가 있는지 등의 질문이 바로 그렇다. 한국 ICT가 이러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 대해 이 명예회장은 “새로운 혁신 프로세스를 조직 내에 정착시키는 IT 역량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T 역량이란 세부적으로, CEO의 IT에 대한 이해 부족과 CIO의 현업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수평적 협업 대신 수직적 계열화, IT 거버넌스(governance)의 취약, IT프로젝트 전문가의 부족, 컴퓨터 기반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의 미숙, 정보보호 역량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비용의 증가와 생산성 저하, 정보 유출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전환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와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 특징은 융합에 의한 수요의 창출이나 단순 노동의 종말, 특이점(singularity) 등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강태 명예회장은 ICT를 무기로 혁명에 동참할 것과 교육 혁신을 통해 창의성을 배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부가가치를 함양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1980년대부터 예고된 정보화 혁신
디지털 혁신 또는 흔히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독일 태생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다. 슈바프는 세계경제포럼(혹은 다보스포럼)의 회장이며, 그는 1971년에 세계경제포럼의 전신인 유럽경영포럼(European Management Forum)을 창설한 인물이다. 2016년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에 견주어 이전에 없던 광범위한 변화를 지칭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3차 산업혁명은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의 네 단계를 설명하는 방식에 따르면,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 등장함으로써 제조업이 기계화된 것을, 2차 산업혁명은 석유 내연기관과 전기,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결합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슈바프가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제조업에 CPS(Cyber Physical System)가 도입되는 것이다. 즉, 맞춤형 생산과 대량생산이 공존하는 소량다품종 생산(Mass-customization) 사회의 도래를 예고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제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여러 특징들은 이미 리프킨이 3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제시한 인터그리드(에너지 인터넷 또는 스마트그리드)나 제조업의 디지털화 등에도 등장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엘빈토플러(Alvin Toffler)가 1980년에 저술한 <제3의 물결>에서도 어느 정도 예견되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 또렷이 구분되기 보다는 정보화의 혁신이 훨씬 발전된 양상을 띠면서 본격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시점을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수사’적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와 서비스, 인공지능의 결합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IoT라는 개념은 사실상 유비쿼터스와 유사하다. 유비쿼터스라는 말의 등장은 1974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IT 교수였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가 “우리는 유비쿼터스적인 분산된 형태의 컴퓨터를 보게 될 것”라면서 “컴퓨터라는 것이 장난감, 아이스박스, 자전거 등 가정 내 모든 물건과 공간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988년,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Mark Weiser)가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컴퓨팅 개념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99년에는 일본에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ubiquitous network)라는 개념이 정립되기에 이르렀다. 유비쿼터스는 라틴어 'ubique'를 어원으로 하는 형용사로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하는, 편재하는'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정보통신망에 접속하여 다양한 정보통신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wikipedia)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의미와는 달리 유비쿼터스는 공공부문 등 제한된 영역에 적용돼 왔다. 그 이유는 데이터를 서버로 입력하기 위한 통신 인프라가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안의 만능기기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유비쿼터스가 쉽게 망과 연결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부분을 IoT, 즉 ‘사물인터넷’으로 칭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4차 산업혁명이란 유비쿼터스 기술이 망에 연결되면서 각종 서비스와 결합하고, 여기에 방대한 데이터와 데이터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 인공지능이 결합함으로써 나타나는 일대 혁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변화의 특징에는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리더십이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란 디지털 제조(digital manufacturing)와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으로 일컫는 변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애플 등 스마트폰 판매 기업들이 휴대폰을 통신제품으로 팔지 않고, 인터넷검색, 음악서비스, 각종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중심기기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휴대폰 제조업체로 알려진 샤오미는 제품의 개발 과정까지 서비스로 만들고 있으며, 휴대폰은 단순히 통신 단말기가 아니라 고객 밀착형 서비스제품으로 개념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샤오니는 자사의 포지셔닝을 휴대폰 제조업체가 아니라 인터넷기업으로 선언하기까지 했다. 또한, 3D프린터가 발전하면서 제조업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생산과 유통, 소비가 전통적인 제조업 프로세스였지만, 3D프린터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제조업은 서비스업 속성을 갖게 됐다. 사물인터넷 역시, 제품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이제 제품은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제품 자체가 독립된 상품으로 존재하기보다 서비스 플랫폼 상의 기능적 가치에 의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띠게 됐다. (국내 제조업의 서비스와 촉진 기본전략 연구, 산업통상자원부, 2016.10)
플랫폼리더십은 이미 ICT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운영체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운영체제 모두 OS의 API를 개방해 누구라도 보완자나 협력자(혹은 third party)로 참여해 자신의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플랫폼의 소유주체는 API를 개방하고 협력자를 끌어들임으로써 플랫폼의 서비스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독자적 생존 전략과도 다르지만 아웃소싱(outsourcing)과도 판이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플랫폼 소유 주체가 독자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3D TV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실감나는 3D TV를 개발해 내놓는다 하더라도, 3D영상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없다면 3D TV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혁신 현장] 현대일렉트릭, Hannover Messe 2018에서 INTEGRICT 브랜드 공개 현대일렉트릭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존 전력 설비 제조에서 에너지수요 관리 솔루션 제공으로 변화함에 따라 ICT 에너지 솔루션 신사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CT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ICT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전력기기 제품 및 산업자동화 기술에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여 고객 자산(빌딩, 공장, 선박)의 에너지 사용 및 유지·보수·관리를 최적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현대일렉트릭은 독립법인 출범에 앞서 2017년 3월 프리미엄 브랜드 ‘인티그릭’(INTEGRICT)을 출시하고, 스마트쉽 솔루션, 전력설비 자산관리 솔루션, 에너지 솔루션으로 나누어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은 전력 에너지의 생산, 소비, 판매, 운영을 통합 관리하여 전력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설계, 조달 및 구축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빌딩 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관리하는 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공장 내 에너지 소비를 통합적으로 분석 및 관리하는 FEMS (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하게 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Microgrid Solution), 유휴 전력을 저장하여 전력이 필요할 때 송전할 수 있게 하는 ESS (Energy Storage System)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일렉트릭은 4월 2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국제 산업박람회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 2018’에 참가하여 전력설비와 사람 간의 연결성을 강조한 자산관리 솔루션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에 현대일렉트릭은 이 박람회에서 INTEGRICT(인티그릭) 브랜드를 최초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현대일렉트릭은 총 14개 부스(128㎡)를 사용해 ▲자산관리솔루션(Asset Management Solution) 체험존 ▲빌딩·공장의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에너지 관리 솔루션’(Energy Management Solution) ▲선박기관 및 전력 계통을 원격으로 관리하며 경제운항을 지원하는 ‘스마트십 솔루션’(Smart Ship Solution) 등 INTEGRICT(인티그릭)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Energy News>
http://www.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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