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풀지 못하던 전도성 플라스틱 물질의 전기 전도도를 제한하는 원인을 밝혀냈다. 이로써 향후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하는 차세대 고성능 플라스틱 전자 소자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연구는 광주과기원 히거센터 부센터장인 이광희 교수와 솔라에너지연구소 강영호 박사가 주도하고, 김나라 박사 과정생(제1 저자)이 참여했으며, 물리학 분야 권위지〈Physical Review Letters〉9월 7일 자에 게재됐다.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인 전도성 플라스틱은 가볍고 유연하며 가공하기 쉽고 저렴하다. 또한, 가시광 영역에서 빛을 잘 투과하기에 ▲광학 재료 ▲전기 발광 소자(OLED 디스플레이) ▲접거나 말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가볍고 투명한 태양전지 ▲인공 피부나 연골 같은 인공 장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두루 활용하는 핵심물질이다. 그러나 잘 정렬된 결정 구조를 갖는 금속과 달리 엉킨 실타래처럼 무질서한 구조를 갖기에 전기 전도도가 낮아(금속 대비 최대 1%) 고성능 미래형 전자 소자에 응용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자유자재로 제어하기 어려워 전도도 저하의 이유를 규명하기 어려워 지난 20여 년간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이광희 교수 연구팀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전도성 플라스틱(PEDOT : PSS) 물질의 구조를 선택적으로 조절해, 이 물질의 전도도가 저하되는 원인을 명확히 규명했다. '고분자 사슬간 구조변화'와 '그레인 경계 간 구조 변화'를 조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교수팀은 다양한 용매 처리(디메틸설폭사이드와 에틸렌글리콜)를 통해 전도성 플라스틱의 구조를 ㎚(고분자 사슬 간 구조 변화, 10억 분의 1m)와 ㎛(그레인 경계 간 구조 변화, 100만 분의 1m) 크기에서 자유롭게 조절해 전기 전도도의 저하를 제한하는 요소가 바로 ㎚ 크기의 사슬 간 상호작용에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로 피닷-피에스에스(PEDOT-PSS) 물질에 대한 전도도 저하 원인에 관한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광희 교수는"이번 연구는 전도성 플라스틱의 전기 전도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하는 초석을 다진 매우 뜻깊은 연구 성과로, 향후 유연하고 가벼운 고성능 미래형 플라스틱 전자 소자 구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20년간 물리학계 논란 종지부 1977년에 발견한 전도성 플라스틱 물질은 화학과 응집 물질의 융합 연구 학문을 탄생시켰다. 이 물질의 전도성은 화학적 도핑으로 형성된 전하와 파이- 공액 결합으로 인한 이들 전하의 운동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들 전하의 전도도에 관한 물성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결정성을 갖는 일반적인 금속 물질 내부의 전하 이동은 드루드 모델에 의해 잘 기술되는 반면, 무질서한 1D 고분자의 집합으로 이뤄진 전도성 플라스틱 물질은 포논에 의한 호핑모델로 대부분 기술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전도성 플라스틱 물질의 합성 기술과 박막 형성 기술의 발전으로 이들 물질의 물성 및 결성성이 향상됐다. 이 때문에 이들 물질 내 전하 이동현상을 호핑 모델로 더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나타났다. 따라서 전도성 플라스틱 물질 내부의 전하 이동을 기술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나, 이의 진보는 더뎠다. 이를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전도성 플라스틱 물질의 무질서도를 결정하는 단위 길이의 크기에 관한 논쟁이다. 즉 '균질한 금속 모델'과 '불균질한 금속 모델'간 논쟁이다. 균질한 금속 모델에선 ㎚ 단위 고분자 사슬 간 커플링이 물질의 3차원 전도도의 요소라고 주장한다. 반면, 불균질한 금속 모델에선 낮은 전도도 매질 속에 분포하는 높은 전도도의 ㎛ 단위의 그레인 간 커플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여태까지 전도성 플라스틱 물질의 전도 특성에 관한 실험 결과들은 실험 변수로 두 가지 다른 커플링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외부 변수, 즉 압력, 자기장 또는 합성 방법 변화 등 만을 시도했기에 두 모델 간 논쟁에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없었다. Poly(3, 4-ethylenedioxythiophene) : poly (styrenesulfonate) PEDOT : PSS는 PSS가 PEDOT에 용해성을 부여하고 도핑 역할을 하는 물질로, 소수성이다. 고전도성을 갖는 PEDOT가 풍부한 그레인들이 친수성이며, 저전도성을 갖는 PSS가 풍부한 매질 속에 분포하는 그레뉼라 전도성 고분자 모델시스템이다. 특히, PEDOT : PSS는 극성 용매(디메틸설폭사이드(DMSO)와 에틸렌글리콜(EG))를 더하거나 극성 용매에 담금 처리를 통해 전도도가 100∼1000배 증가하는 현상이 최근 알려졌는데, 이에 관한 기전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연구자들은 고분자 사슬이 펼쳐짐의 원인이라 했고, 어떤 연구자들은 저전도도인 PSS가 빠져나감이 원인이라고 기술했다. 이 연구는 PEDOT : PSS의 DMSO를 첨가할 때와 EG에 담금 처리를 했을 때 전도도가 500배 증가하는 이유인 PEDOT : PSS의 구조적 변화를 X-레이 산란 실험, 온도에 의존하는 전도도 변화, 반사율 측정 등을 통해 밝혔다. 실험 결과는 DMSO의 첨가가 고분자 사슬 간 커플링을 선택적으로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전도도가 2에서 700S/㎝까지 증가했음을 밝혔다. 이때 무질서도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전하 이동도가 크게 증가해 부도체-도체 상전이 현상이 나타남을 밝혔다. 반면, EG 담금 처리는 PSS매질의 감소를 가져와 그레인 간 커플링을 증가시키고, 전하 밀도를 높여 1000S/㎝까지 전도도가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이때 무질서도와 전하이동도에 큰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균질한 금속모델'이 PEDOT : PSS의 전하 이동을 더 잘 기술함을 명확히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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