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은 7월 25일 서울시 서초구 엘타워에서 국내 전력 산업에서 스마트 그리드 역할을 조망하고, 전력 산업 관련 전문가의 다양한 정보 공유와 지식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자 '제2회 전력 시장 · 스마트 그리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올해 제2회를 맞은 컨퍼런스는 최근 국내외 전력 산업의 이변과 정세 변화에 따른 관련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되짚어 보고, 이에 따른 총체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을 비롯해 다양한 전력 시장 관련 정책과 스마트 그리드 정책의 발전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컨퍼런스는 문영석 에경연 부원장의 '원전 등 에너지 믹스 재검토 방향'이란 주제의 특별강연을 비롯해 총 3개 세션으로 진행했다.
'스마트 그리드 미래'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에서 이경훈 지식경제부 스마트그리드팀 팀장이 '제1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 계획 · 스마트 그리드 정책 방향'을, 문승일 서울대학교 교수가 '스마트 그리드로 열어가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표했다.
'전기요금과 스마트 그리드 표준화'를 다룬 두 번째 세션에서 정한경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이 '스마트그리드를 활용한 전기요금제도의 선진화'를, 고정하 지경부 기술표준원 연구사가 '스마트 그리드의 표준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그리고 '스마트 그리드 하에서 다양한 전원 개발의 필요성'이란 주제로 진행한 세 번째 세션에서 이원용 지경부 연료전지 PD가 '수소연료전지 역할 및 발전 방안'을,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 사업자의 대응 방안'을, 황우현 한국전력공사 처장이 '대용량 전력 저장 시스템의 기술 실증 현황 · 발전 전망'을 발표했다.
김진우 에경연 원장은 개회사에서 "컨퍼런스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제1차 지능형 전력망 기본 계획에 담긴 정책 방향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스마트 그리드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아울러 국내 전력 산업의 대내외 환경 변화를 고려한 바람직한 전력 산업의 발전 방향을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기회다"고 밝혔다.
본지本誌는 전력 시장 · 스마트 그리드 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요약해 지상중계紙上中繼한다.

원전 축소 시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문영석 에경연 부원장은 우리나라 에너지 믹스 정책의 재검토를 시사했다.
문영석 부원장은 "지금의 에너지 믹스 정책에 따른 투자비와 신규 원전 건설 차질에 따른 대체비 등을 고려하는 동시에 기존 에너지 믹스 계획과 신재생에너지 전원의 특성을 반영하는 등 종합적인 분석으로 국가 에너지 믹스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전원電源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지기에 신재생에너지 전원의 확대는 급격한 기술 혁신을 동반해야 한다"면서, "기술 혁신이 따르지 않으면 국민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다"고 지적했다.
문 부원장은 "원전 비중을 급격히 축소할 경우 대체 전원을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면서, "줄어든 원전 비중만큼 화력 발전으로 대체하면 발전 원가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없는 반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화력 발전보다 더 크게 발생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문 부원장은 "에너지 믹스와 전원 구성 정책 재검토는 전기요금 영향,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 영향,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비용 증가에 대한 국민의 부담 수용도, 원전의 안전성 제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등 사회 · 경제적인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SG 시장 창출 지연, 경직된 산업 구조 탓
이경훈 지경부 스마트그리드팀 팀장은 그동안 스마트 그리드 사업의 시장 창출 지연 원인을 분석한 뒤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경훈 팀장은 "스마트 그리드 시장 창출 지연 원인은 스마트 그리드 관련 기기의 높은 초기 투자비와 경직된 전기요금 체계로 말미암은 소비자 참여 제약, 경쟁 · 혁신을 창출하기 어려운 독과점의 전력 산업 구조 등이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정책 방향에 대해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한 진입 장벽을 제거하고, 초기 시장을 창출하도록 지원하며, 체계적인 기술 개발 계획 수립과 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 조성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팀장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의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마트 그리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노후 전력망 현대화,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일본은 태양광 발전 계통 연계, 중국은 송전 계통 강화 등을 위해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활용한다"고 해외 동향을 설명했다.

스마트 그리드, 원전 확대 정책에도 필요
문승일 서울대학교 교수는 9 · 15 순환 정전과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 결과를 분석한 뒤, 현행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문승일 교수는 "9 · 15 순환 정전의 원인은 비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로 말미암은 전력 수요 급증과 수요 관리 · 수요 반응 시스템 미비, 이상 고온에 따른 전력 수요 예측 실패, 양수발전소 등 예비 전력 운영 미흡 등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월 정전 대비 위기 대응 훈련에서 전력 수요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지난 동계 전력 수급난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비 전력 500만㎾를 유지했으며, 정전 대비 훈련으로 전력 수요 550만 ㎾를 줄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요금 현실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고, 수요관리와 수요 반응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부하 관리 제도와 관련해 "절전이 정부규제에 따라 이뤄짐으로써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전력 수요가 많을수록 유리한 불합리한 제도다"면서, "스마트 그리드가 그 해법이다"고 밝혔다.
한편, 문 교수는 "현행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양수발전소 또는 스마트 그리드가 필요하다"면서, "양수발전소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와 환경 파괴 등의 영향으로 쉽지 않기에 스마트 그리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에서 진행하는 해상 풍력 발전 단지의 연계를 위해서도 스마트 그리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펼쳐질 스마트 그리드 정책과 관련해 국민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하고, 녹색 기술 제품의 초기 시장 확보 및 관련 시스템을 융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실시간 전기요금제 도입이 성공 포인트
정한경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스마트 그리드를 전력 회사 중심의 폐쇄적 전력 산업 구조로부터 소비자 중심의 개방적 전력 산업 구조로의 이행과 전력 공급 인프라에서 산업 플랫폼 역할의 차세대 전력망으로의 변화로 정의했다.
정한경 연구위원은 "스마트 그리드 사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수요와 공급의 실시간 상호 작용에 따라 전기요금을 결정해야 하고, 이 가격에 따른 전력 수요와 공급을 다시 설정하는 연속적인 과정이야말로 스마트 그리드의 성공 요인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현행 전기요금 체계와 관련해 "총괄 원가주의 원칙에 의한 전반적인 전기요금 수준 규제, 전국 단일 전기요금 체계, 용도별 우선 구분 전기요금체계 등의 특징이 있다"면서, " 이 같은 전기요금 체계는 원가와 괴리를 불러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전기요금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정 연구위원은 "분명하고 의미 있는 가격 신호를 담은 전기요금 제도 설계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을 촉진하는 강력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 에너지효율향상과 전력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스마트 그리드를 활용한 구체적인 전기요금 설계 대안을 검토하는 등 선진 전기요금 제도의 도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연구위원은 수용가 그룹별 전기요금 제도 개선 중기 실행(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주택용은 실시간 요금제 등의 동태적인 전기요금 제도 적용을 준비해야 하고, 이 제도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과도한 누진 제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소규모 사업용은 전력 공급 원가가 낮은 시간대에 사용하도록 하는 가격 신호를 제공해야 하고, 현행 일반 · 교육 · 산업용을 통합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사업용은 실시간 요금제와 함께 임계 피크 부하요금제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표준 목표는 적합성 평가 시스템 구축
고정하 지경부 기술표준원 연구사는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한 국제 동향과 추진 전략을 소개했다.
고정하 연구사는 국제 동향과 관련해 "미국은 '스마트 그리드 2030 국가 비전'을 수립한 뒤 2009년 부터 에너지 안보 확보와 노후 전력망 현대화에 집중 투자하고, 유럽은 온실가스를 20% 감축하고자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로 확대하는 'Climate & Energy Package 20-20-20'을 추진하며, 일본은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40배로 확대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계통을 연계한 마이크로 그리드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