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국가 주요 기간 시설이자, 보안 산업인 원전. 울산지검 특수부 수사 결과, 원전을 운영하는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미국 CCI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한수원 본사 간부가 구속될 당시 한수원과 지식경제부에서 비리 척결 의지를 천명한 후에도, 2010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납품 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동료 직원이 자살한후에도 부정행위는 끊이질 않았다. 부정은 한수원 본사와 일선 발전소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심지어 이를 감사해야 할 감사실장까지수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 안전성을 크게 우려하는 가운데 발생한 한수원 납품 비리 사건은'우리나라 원전 과연 안전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원전은 국가 보안 산업이란 특수성으로 베일에싸인 곳이다. 울산지검 특수부의 원전 납품비리 수사 결과 베일이 벗겨지면서 복마전伏魔殿이드러났다. 납품 비리와 관련한 한수원 임직원이 무더기기로 구속 기소된 것이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7월 10일 "한수원의 설비 공사 수주 및 납품 비리와 관련해 5월 3일 1차로 5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추가로 26명을 구속 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업체로부터 납품 업체 등록과 수주 편의 제공 명목으로 7,000만 원을 받은 1급인 K처장과 L처장을포함해 본사 간부 6명이 구속 기소됐으며, 자재 납품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약 4억 5,000만원을 받은 ○발전소 기계팀 P과장 등 일선 발전소간부 16명이 구속 기소됐다. 또한, 한수원 간부 7명을 상대로 수억 원대 금품을 살포한 K중공업 C대표를 포함한 업체 대표 7명과 특정 업체로부터 6억9,000만 원을 받고 본사 고위 간부를 상대로 로비한 Y씨 등 브로커 2명이 구속 기소됐다.

부정부패, 한수원 본사에서 일선 발전소까지
울산지검 특수부는 수사 결과 발표에서 "2011년 9월경 성명불상자姓名겘詳者가 은행 주차장에서 거액의 현금을 음료수 박스에 담아 포장하는 것을 봤는데 뇌물로 의심된다는 울산시민의 전화 제보를 바탕으로 2012년 3월 24일 한수원을 상대로 한 로비스트 Y씨를 구속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면서, "수사 결과 발전소 현장 직원에서부터 본사 처장까지 자재 납품과 관련한 편의 제공에서 입찰 담합 종용에 이르기까지 비리 전반을 밝혀냈다"고 밝혔다.
본사 K처장은 감사실장 근무 시 업체 대표에게수천만 원을 받았으며, 협력 업체 등록과 입찰 담당본사 직원들까지 금품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본사의 일선 발전소에 대한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발주 금액 10억 원 이상 또는 모든 발전소를 상대로 하는 주요 입찰의 경우 한수원 본사를 거쳐야 함). 그뿐만 아니라 ○발전소 기계팀은 K씨를 포함해 팀원 5명이 구속됐고, 전기팀과 계측제어팀도 각 2명씩 구속되는 등 팀 전체가 금품 수수에 연루될 정도로 비리는 구조적·조직적으로 이뤄졌다. 더욱이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2011년 10월부터 고리 2발전소 납품 비리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동료 직원이 자살했음에도 직원 7명이 계속해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한수원 업체 등록 및 납품 과정에 브로커들이 개입해 로비를 자행했다. 대형 원자로부터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갑 등에 이르기까지 한수원에 납품하기 위해선 협력 업체로 등록해야만 각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업체 등록은 한수원 본사로부터경영·품질·기술 검사를 거쳐야 하고, 이후 한수원이 발주하는 각종 공사를 수주함에 있어 수요 예측을 통한 입찰 준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를 노린 브로커들이 컨설팅을 빙자해 직접 금품을 받고한수원 직원들을 상대로 골프, 향응, 금품 제공 등의로비를 대신하기도 했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원전 비리는 안전과 관련한중대 범죄임을 인식하고, 수수자뿐만 아니라 공여
자도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등 엄정한 수사를진행했으며, 단순한 금품 수수 외에 그간 베일에 가렸던 한수원과 관련한 전반적인 비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원자력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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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특수부에서 원전 납품 비리 수사 결과발표 직후, 원전 운영 관리·감독 기관인 지경부는 "한수원 납품 비리 수사 결과에 대해 우선 국민께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검찰 수사 대상이 된원전 부품이나 제품이 기본적으로 안전성과 관련은없지만… 향후 규제 기관이 적절하게 판단·조치할계획이다"고 밝혔다. D상사가 원자로 격납건물 내배관 등에 설치한 특수 보온재가 아닌 값싼 일반 보온재, M사에서 납품한 밀봉 유닛 복제품을 염두에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밝혀진 부실시공과 불량 자재납품은빙산의일각이다"면서, "2월 9일 고리원전 1호기의 고장 사실을 한 달간 조직적으로 은폐한 한수원의 행태를 떠올리면 도대체 어디부터 점검하고개선해야 할지 그저 막막하다"고 한다.
한수원이 양치기 소년의 이미지를 벗는 길은 무엇일까. 김균섭 한수원 사장이 대국민 사과문에서 밝혔듯이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원전의 안전성을확보하고, 소통과 투명성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다.

<Energy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