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기준 우리나라 전기공학과 개설 대학 수는 65개고 재학생 수는 1만 2852명이며 매년 2800여 명이 졸업한다. 그런데 졸업생은 "전기과를 나왔는데 취업이 안 된다", 기업체는 "전기를 전공한 사람이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산학 간 인력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하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그 해법은 없을까. 한 포럼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대한전기학회 '산학연 전기 기술 인력 양성 지원 센터'는7월 18일 강원랜드 컨벤션호텔에서 대한전기학회2012 하계학술대회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전기계발전포럼'을 개최했다 '. 전기 기술 인력 양성 교육의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은 구자윤 대한전기학회 회장의 포럼 소개 및 개회 선언, 목형수 대한전기학회 회원교육이사의 '대학 전기공학 교육 교과 과정 분석'주제 발표, 문제민 한국전기공사협회 교육처장, 정형용 한국전력기술인협회 교육처장, 김한수 대한전기협회 기술기준처장, 김명식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기술지원팀장, 이은홍 한국전기사업진흥회 팀장, 백경진 수도전기공고 부장의 지정 토론 순으로 진행했다.
기사 자격증 취득에 급급한 기초 이론 교육 목형수 대한전기학회 회원교육이사는 '대학 전기공학 교육 교과 과정 분석'이란 주제 발표에서 전국 대학 전기공학과 65개 중 37개 학과를 대상으로 수도권, 충청 · 강원권, 호남 · 제주권, 영남권 4개 권역별로 교과 과정 비중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교과 과정 비중은 ▲수도권은 전기 기초, 실험 실습 및 제어, 재료 및 물성, 전력 기술, IT 및 컴퓨터, 전기 기기, 통신, 전력 전자, 신재생에너지, 기타순으로 ▲충청 · 강원권은 전기 기초, 실험 실습 및 설계, 재료 및 물성, IT 및 컴퓨터, 전력 기술, 전기 기기, 통신, 기타, 전력 전자, 신재생에너지 순으로 ▲호남 · 제주권은 전기 기초, 실험 실습 및 설계, 재료 및 물성, 제어, IT 및 컴퓨터, 전력 기술, 전기 기기, 전력 전자, 광공학, 기타, 통신, 신재생에너지 순으로 ▲영남권은 전기 기초, 실험 실습 및 설계, 제어, 전력 기술, 전기 기기, 재료 및 물성, IT 및 컴퓨터, 통신, 전력 전자, 기타, 신재생에너지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기초 이론 비중은 높지만, 전기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전기 설비 설계와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등 신기술 관련 비중은 매우 낮았다. 한편, 학부제 대학과 달리 학과제 대학은 여타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험 실습 비중이 높았다. 목형수 이사는 그 이유를 '공학 교육 인증제'를 시행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공학 교육 인증제는 ▲수요 지향 교육 -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 방향 설정 ▲성과 중심 교육 - 학생이 배운 것을 확인해 가는 교육 ▲지속적 품질 향상 - 성과 평가를 통한 지속적인 교육 개선 등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포럼을 진행한 이건영 대한전기학회 회원교육이사는 "공학 교육 인증 과정은 학위 명칭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 과정을 학생에게 제공하며, 일반 과정과 다른 기준으로 졸업 심사하는 교육과정이다"면서, " 캡스톤Capstone설계(종합설계포트폴리오)에서 대학전全기간에 배운 능력을 점검하기에, 그 실적물이 능력 평가의 핵심 지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사 심사 시 종합 설계 포트폴리오(제안 내용 및 결과 등)를 점검하면 학생의 전공 능력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학 미스 매치, 불편한 진실 문제민 한국전기공사협회 교육처장은 '전기공사업 인적 자원미스 매치 요인 및 개선 방안'이란 주제 발표에서 미스 매치 요인을 정책적, 교육적, 기업적 측면에서 설명했다. ▲정책적 측면 - 장기적 인력 수급 대책 및 수요 예측 시스템 부재, 중소 전문 기업의 경영 환경 및 현장 여건에 맞는 정책 미흡 ▲교과적 측면 - 기초 이론 중심의 교과 과정 및 실무 교육시간과 강사 부족, 국가 기술 자격 취득 위주의 학습 환경과 검정 과목의 경직성 ▲기업적 측면 - 중소 전문 업체의 영세성으로 말미암은 자체 OJT(on The Job Training : 직장 내 훈련) 및 교육 참가 여건 부족 그리고 3D 업종이라는 인식, 현장 기피 성향, 젊은 층 유입 한계 등이다. 문제민 처장은 전기공사업계 미스 매치 개선안을 교과 과정, 인력 양성, 산 · 학 · 관 공동 노력에서 찾았다. "첫째, 산업 현장과 기업 실정에 맞는 교과 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신성장 산업의 경계업역 과정을 개발하고, 산학 협력 실무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전기공사협회 인터넷 교육과 실무 교육을 학생들에게 오픈해 산학 미스 매치를 해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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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정책적으로 기능 인력 양성 비중 및 동종 업계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 기능직 경시의식, 전기공사는 3D 직종이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협회는 기능 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하고, 전기공사 시공 능력 인증제를 도입했다. 셋째, 전기업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산 · 학 · 관이 공동 노력해야 한다. 전기공사는 모든 전기산업과 첨단 기술의 결정체이자 종결자다. 적정 공사비, 고령화, 인력난, 산학 미스 매치 등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에너지 분야 인력 수급 허브 구축 정형용 한국전력기술인협회 교육처장은 '글로벌 환경에서의 전력 기술 인력 양성'이란 주제 발표에서 글로벌 전력 산업 인력 양성 목적을 국가 경쟁력 강화, 전 세계 전력 산업 공동 번영, 청년 실업 해소로 꼽았으며, 전력 산업 인력 양성에 관한 통합적 시스템 체계 미흡, 체계적 양성 프로그램 부족, 원자력과 송전 등 특정 분야에 치우진 인력 양성, 전력 기술인 노령화와 20대(대학생 등) 계층 취약으로 말미암은 인력 부족 등을 지적했다. 정형용 처장은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글로벌 환경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 및 연구원을 양성할 수 있는 통합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에너지 분야별 인력 수급 허브 구축 및 산 · 학 · 연 · 관 교류를 활성화해 국제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수요 기반 산업 전문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특성화 교육)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술 기준 및 법규 관련 교육학과 전무 김한수 대한전기협회 기술기준처장은 '기술 기준 국제화에 대응한 전문 인력 양성 방안'이란 주제 발표에서 한국 전기 규정(KEC) 제정과 기술 기준 전문 인력 양성에 관해 설명했다. 김한수 처장은 "2015년까지 기술 기준 선진화 및 전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국제 표준(IEC)을 기반으로 KEC를 제정해 2016년이후운영할계획이다"면서, " KEC는 대내외적 환경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고 제정 배경을 밝혔다. 대외적 환경변화는 ▲WTO, TBT, FTA 등에 의한 기술 선진화 요구 ▲사실상 기술 규정 전쟁 시대 도래 - 국제 표준과 신기술의 신속 도입 · 반영 ▲국제 경쟁력 향상 요구 - 국제 시장에 우위를 선점할 규정 · 기준 필요 등이다. 대내적 환경 변화는 ▲현 기술기준 · 규정의 한계 해소 ▲전기 안전 수준의 선진화 요구 증대 ▲신기술 및 기술 진보에 능동적 · 선제적 대응 - 지능형 전력망 전기 안전 시스템 조기 구축 필요 등이다. 김한수 처장은 "KEC의 산업계 적용 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KEC를 일정 기간 현행 판단 기준 수준과 대등한 규정으로 병행 운용한 후 판단 기준을 폐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처장이 밝힌 기술 기준 전문 인력 양성 현황이다.
[TIP] TBT 협정(Technical Barries to Trade agreement) | 무역 거래에서 기술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협정이다. 동경 라운드 MTN Code 중 하나로 1980년 1월 1일 발표한 협정이다.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기술 장벽을 허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무역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 검사, 인증 제도, 규격 등을 새로 만들거나 개정하면 국제 기준 또는 국제 관행 준수를 의무화하자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1980년대 TBT 협정이 존재함에도 기술 장벽과 관련한 통상 마찰이 많이 증가했고, 이후 UR 협상의 결과 동경 라운드 체제에서 WTO 체제로 이관됐다. 우리나라는 1980년 10월 TBT 협정에 가입했다.
"첫째, WTO · TBT 협정 등에 따라 도입한 국제 표준(ISO, IEC 등)과 기존 기준이 기술적으로 달라 국제화에 대응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둘째, 국제 표준에 대한 교육 인식 부족 및 적용 미흡에 따라 접지 설비, 피뢰 설비 등 국제 표준 적용기반을 위한 기초 인력이 부족하다. 셋째, 최근 상당 기간 기초 인력 수급 불안정(기술 기준 및 법규 관련 교과학과 전무)으로 기술 기준 전문 인력의 공백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기초(대학)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학계와 산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 넷째, 기술 기준 국제화에 대응하는 기술 인력의 전문성을 향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기준 교육 참여(공학 인증제 등)를 통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학 및 전문 교육 기관 등에서 전력 설비 분야 국제 표준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김한수 처장은 KEC 교육 · 인증 추진안으로 ▲현행 기술 기준 해설 교육의 확대(국제 표준 도입, KEC 등) - 전기 안전 및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 ▲KEC 해설 교육 적용 활성화 - KEC 해설 교육 과정 정규화 시범 운행, 법정 교육으로의 KEC 교육 추진, 교육 과정 세분화를 통한 특정 기술 분야별 적용 능력 제고, 적용 사례 위주의 산업계 현장 교육 실시 ▲KEC 인증 추진 및 교육 제도와 연계 시행 - 전기 설비의 설계 · 시공 · 감리 · 점검 · 검사자 KEC 자격 인증 추진, 공공기관(한전, LH공사 등)의 설계 및 시공 등에 관한 KEC 인증 추진, 시공 능력 평가 항목 중 KEC 인증 취득 시 전기공사 기술가중치 부여 등을 제시했다.
우수 인력 이탈 우려, 교육 기피 김명식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기술지원팀장은 '중전기 분야 인력 양성 현황과 개선 방안'이란 주제 발표에서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기술을 다양한 제품으로 연결하게 하는 국부 창조적 역할을 하는 설계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은 기술력, 자금력이 부족해 전문 인력 양성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며, 전력용 기자재(발전, 송전, 변전, 배전 등)를 생산하는 데 현장 중심의 설계 인력은 매우 필요하나 중전기기 설계, 제작 기술 인력 전문 양성 기관도 없고 국가 기술자격증도 없다. KS 인증 획득 시 일정 자격을 갖춘 품질 관리 담당자를 지정해야 하나 산업공학 관련 학과를 졸업한 국가 기술 자격증(품질경영기사 등) 소지자가 부족해 한국표준협회의 장시간, 고비용 교육으로 품질 담당자를 힘겹게 확보하는 실정이다. 중전기기 설계, 제작 기술 및 품질 담당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로 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 한편,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내 품질 관리 개론, 단체 표준 인증 심사 기준 해설, 관리도 이론 및 실습 등으로 이뤄진 품질 관리 교육을 개설했지만 참여도가 저조하며, 기 교육자 및 경력자 등 우수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로 업체에서 교육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교육 참가자의 기본 지식(CAD 등)이 부족해 실무 교육에 어려움이 따르므로, 이 부분은 선행 교육 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현장 투입 시 업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강사의 실무 경력을 의무화하고, 교육 과정에서 이론보다 실무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신성장 사업 이끌 전문 인력 양성 절실 이은홍 한국전기산업진흥회 팀장은 '전기산업계의 인력 활용 현황과 개선 방안'이란 주제 발표에서 전기산업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전기산업계의 문제점은 현장 실무에 능한 기술 · 기능 인력 부족, 미래 전기산업 신성장 핵심 인력 부족, 전기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제도 미흡, 인력 양성보다 스카우트에 의존하는 전기업계 인력 확보 관행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첫째, 현장 실무에 능한 기술 · 기능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과 과정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위주로 바꿔 기업의 사내 교육 부담을 줄이고 ▲현장 우수 전문인력을 교수 요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졸업반 현장 체험 실습이수자에 대한 학점 제도 등을 운영해 현장 실무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수도공고 현장 실습 및 채용 제도가 좋은 사례다. 둘째, 미래 전기산업계를 이끌어갈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한 학과 신설 및 산학 연계 맞춤형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부품, 친환경 디바이스 기기, 고효율 기기, 전력 IT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 등 미래 전기산업의 신성장 핵심 인력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설계 및 도면 인지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춘 인력 ▲전기 기기 국제 표준(IEC, ISO) 및 품질 관리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즉, 전기산업 2020년 수출 500억 불을 달성하기 위한 신성장 사업 분야 전문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전기 인력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확대해야 한다. ▲에너지 인력 양성 프로그램(트랙)에 대한 예산 지원을 확대하고(현재 5개 분야 56개 트랙에 417억 원 지원) ▲자체 인력 양성 역량이 부족한 전기 제조 중소기업의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 인력 채용 중소기업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인력 채용 시 인건비 일부 지원 및 세금 감면 혜택 등이다. 넷째, 스카우트에 의존하는 전기업계 인력 확보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동종 업계 전문 인력을 부당한 방법으로 스카우트 시 법적 제재 방안을 마련하고(정부 R&D 과제 참여 제한 등) ▲우수 전기 기술 인력이 꿈과 희망을 품고 전기산업계에 근무하도록 기업 스스로 기술 인력 근무 여건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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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학부제 정책에 따라 축소됐던 전기학과가 회복세를 띠기 시작했다. 이공계 기피현상 속에서도 전기학과 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기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산 · 학 간 인력의 미스 매치를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공 분야 교육 인증제, 민간 자격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심지어 전기산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인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그리드 등을 이끌어가기는커녕 여타 산업에 제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국내외적으로 전기산업은 급변하는데, 이를 이끌어갈 동량지재棟梁之材양성은 과거에 안주한 채 조용하기만 하다. 지금부터라도 교육 현장과 산업 현장 간 괴리를 좁혀 상승 효과를 내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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