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은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하며, 만약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에는 주파수 이상으로 정전이 발생하는 특수한 재화다. 따라서 최대 수요 또는 최대 전력을 예상해 발전설비를 건설한다. 일반적으로 최대 수요는 냉방 수요로 여름철에 발생했지만, 2009년부터 난방 수요로 겨울철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부하를 보이며 예비전력이 5.5%까지 떨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겨울철 수요 급증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산업적 피해는 물론 전력으로만 난방하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추위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전력 수급 문제는 정부 정책과 전기 사용이라는 전체 소비자의 집합 행동에 좌우되므로 공공 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초과 수요 발생 시 전력 이용에 대한 문제는, 그 피해의 발생 원인과 규모에 따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지난겨울 연일 이어진 한파와 함께 1월 17일 12시경에 최대 전력이 역대 최대치인 7만 3137㎿를 보였다. 공급 예비전력도 5.5%인 4020㎿로 나타났다. 1월의 평일에는 7만㎿를 웃도는 최대 수요를 보임으로써 전력 수급 불안의 조짐을 보였다. 겨울철 최대 전력은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 또는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발생한다. 평평한 부하 모양이 오전 8시대 이후 근무 집중도가 향상되면서 약간 오르는 모양새를 보이다가, 점심시간 즈음에 급감한다. 반면에 오후에 나타나는 부하는 기온이 하강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초 평일의 예비율은 6% 수준을 보였는 데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실제 예비율은 이보다 더 낮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태양광과 풍력의 총 용량은 1월 10일 현재 약 890㎿인데, 이 중 낮 12시경에 50% 정도가 부하 삭감에 기여한다고 가정하면 신재생에너지 용량 중 445㎿는 예비 용량 계산에서 고려하면 안 된다. 또한, 두 번째로 부하가 높은 시점인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는 해가 져서 태양광은 부하 삭감에 기여하지 못하므로, 태양광 512㎿ 및 풍력 용량 중에서도 이용할 수 없는 일부 용량을 차감해야 한다. 이는 현상적으로 오전 12시경에 최대 전력이 나타나지만, 오후 5시 이후에 예비력이 더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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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응
최대 전력이 증가하며 예비율이 낮아지자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거래소는 겨울철 전기 절약을 해달라는 TV 광고를 제작해 방송했다. 그럼에도, 평일 예비율이 향상되지 않았다. 올해 1월 10일(월)에 부하가 발생해 예비율이 낮아지자 1월 12일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오전 10∼12시, 오후 4∼6시엔 전기난방 자제'를 요청하고, 공공기관 위주로 전기 절약을 유도했다. 그러나 1월 17일(월) 찾아온 한파는 10일 최대 수요 기록을 깨고 예비율도 5.7%에서 5.5%로 하락시켰다. 〈전기사업법〉제29조 및〈에너지이용 합리화법〉제7조에서는 천재지변 및 수급 안정을 위한 지식경제부장관의 에너지 이용에 대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식경제부는 전력 수급 비상 시 운영을 위해 '국가위기관리지침'에 근거해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서도 전기 공급을 중지하거나 전기사용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약관 제47∼49조). 또한, 한전은 '전력시장운영규칙'에 근거해 비상 시 수급 조절 계획을 작성한다. 비상 시 수급 조절 운영 계획에 따르면 예비 용량의 한계치를 4000㎿로 정하고 매 1000㎿마다 4단계의 대응 조치(관심, 주의경계, 심각)를 마련해 두었다. 심각(Red) 단계에서는 긴급 부하 차단을 하도록 했다. 〈전기사업법〉제29조에 따른 행정 처분은 정부와 전기사업자 사이에서 효력이 발생하고 손실보상〈(전기사업법〉제30조)도 정부와 전기사업자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정부의 전기사업자에 대한 공급 중단 지시에 의해 전기 공급이 중단된 집단은 한전과의 약관에 의해 다음달에 전기요금 할인을 받고 한전은 면책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정전 시간 동안 이로 말미암아 재산상 · 신체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이 약관 규정에 의해 전기사업자나 국가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보상 절차 규정이 현행〈전기사업법〉에는 없다. 그리고 전기사업자의 공급 중단 사유의 고지 등과 관련된 조항도 없는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전력 수급 불안의 원인
전기의 낮은 상대 가격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원인은 전기의 상대 가격이 낮다는 것이다. 보일러용 등유 주유소 판매 평균 가격의 열량당 단가는 135.71원/M㎈인 반면, 일반용 전기의 열량당 단가는 130.61원/M㎈으로 나타났다(동일 기간 실내 등유의 판매 평균 가격은 1,191.51원/ℓ). 보일러 등유에 포함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차감하면 열량당 단가는 123.81원/M㎈인데, 이는 전기의 일반용 평균 판매의 열량당 단가보다는 저렴하지만, 일반용(갑) 고압A의 열량당 단가보다는 높다. 지역난방이나 도시가스 이외에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난방하면 전기가 석유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러한 요인이 겨울철 전력 부하 패턴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거래소는 2009년 3월에 '2008∼2009년 동계 부하 특성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①주간 시간대의 부하량 증가 ②난방용 에너지원의 전기에너지로의 이전 현상 지속 ③심야전력억제에 의해 심야전력의 소비량 증가가 둔화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같은 기간의 동절기 최대 전력 시점에서 난방 부하는 전체 부하의 22.6%를 점유한다고 추정했다.
시간대별 전기 요금의 부재 전기는 수요와 공급이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발전 설비의 계획은 최대 수요와 최대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의 정전 확률(LOLP : Loss of Load Probability)을 고려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설비 건설을 유도한 대가로 비싼 요금을 받는 것이 형평에 맞으나, 현재 소매 가격은 시간대별 요금을 적용하지 않거나 적용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시간대별 가격의 문제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과 지능형 전력망의 핵심 내용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최대 부하 시점에 전기 소비를 줄일 유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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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수요 관리 프로그램의 부족 부하 관리 프로그램 중에 가격에 의한 부하 관리 프로그램으로 ▲기본요금 피크 연동제 ▲계절별 ·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도 ▲지정 기간 수요 조정제도 ▲주간 예고 수요 조정제도 ▲심야전력 요금제도 ▲직접 부하 제어제도 ▲비상 절전제도 등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 부하 관리 프로그램은 여름철 부하 관리 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덜 개발돼 직접 부하 제어제도 정도가 겨울철에도 적용 가능하다. 겨울철 부하 패턴에 맞는 부하 관리 프로그램이 취약한 상황이다.
수요 예측의 어려움 날씨의 급변으로 현재 최대 전력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위의 표는 차수별 '전력 수급 기본 계획'상 2010년도 최대 수요를 보여준다. 2009년도에 작성된 '제5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예측한 2010년도의 최대 전력과 2011년 1월 초 최대 전력 사이에는 1000㎿ 이상의 부하 차이가 있다. 3차와 4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도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설비를 4차 계획 수준으로 건설했다. 현행 변동비 반영 시장(CBP)에서 특히 LNG 발전에 대한 투자 과잉을 우려해 설비 투자에 대해 일정 부분 정부가 규제했다. 현재 CBP 체제는 공급 설비는 정부 계획대로 투자하도록 했지만, 수요 예측에서 사후적으로 수요량을 과소 추계해 현재 수급 문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겨울철 최대 전력 문제 해결책은
첫째, 정부는 가격 정책과 수급 안정 정책의 조화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전기절약이라는 국민의 선의善意에 의존한 정책은 문제를 주기적으로 반복해 발생시킬 뿐이다.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적정 가격으로 중단 없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적정 가격은 낮은 가격을 의미하지 않으며, 공급 중단 확률을 줄인다는 것은 설비 용량 증축 등을 위한 투자 확대를 뜻한다. 따라서 한전과 한전의 발전자회사는 내부 경영 개선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발전 시설 투자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적정 가격과 공급 중단 확률의 최적점을 에너지 시스템 차원에서 탐색해야 한다. 공공 부문에서 이러한 노력을 선행해야 에너지 가격 정책의 수용성 향상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정부는 전열기 사용에 대한 통계를 구축하고, 이에 따른 수급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기 요금이 타 에너지원의 가격보다 낮아 전력 사용이 많다는 의견을 경청하는 한편, 전기가 도심의 사무실에서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이용의 매력도가 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건물 난방 온도 규제가 개인 전열기 사용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정책의 '풍선 효과'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한전 등은 겨울철 부하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용도별 부하 패턴을 분석해 겨울철 전력 사용 패턴에 적합한 부하 관리 수단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수요 관리 효과의 기준이 되는 전력 수급 기본 계획상의 '수요 관리 전'최대 수요를 보다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상 시에 전체를 위해 희생되는 지역 집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다만, 그 배려는 전력 소비를 더 부추기거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켜서는 안 되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러한 배려는 전력 산업 규제에 대한 정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기에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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