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기 안전 실태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한국전기하이테크 안희석 대표. 그러나 그는 말하는 우리 전기계의 미래는 밝다.
2006년에 이어 작년 5월 초에도 여수국가산업단지내 한화 석유화학 등 공장 5곳에서 시설물 안전 관리미흡으로 발생한 정전은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사고를 초래했다. 불과 단 몇 초의 정전사고라 할지라도 화학공장 특성 상 정상 가동까지는 2~3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로 그 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기와 관련된 사고를 이야기하자면 작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매 여름마다 뉴스거리가 되는 아파트 단지의 정전사고는 올해도 어김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매년 발생하는 것일까. 95년 설립 당시부터 전기안전관리대행과 전기안전진단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회사를 꾸려오고 있는 ㈜한국전기하이테크의 안희석 대표를 만나 전기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기 안전의 현실 전기 안전과 관련해 다방면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안희석 ㈜한국전기하이테크 대표에게 '전기재해, 이것만 지키면 예방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안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접지와 누전차단기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전기사업법과 산업안전기술기준에 의하면 모든 금속제 외함을 담는 전기기계들은 무조건 접지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안전진단을 나가 보면 잘 안 쓰는 기계나 동력기기, 작은 공장에서의 프레스, 사출기 등과 같은 기계는 접지를 안 한 경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안 대표는 "최근 정부가 초등학교에 인조 잔디 및 야간 조명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야간 조명조차도 접지를 하지 않고 보급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002년 홍수가 발생했을 당시 가로등 누전으로 인한 감전 사고로 단 하루 만에 16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규정에 나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감전 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누전차단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나 누전차단기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누전이라도 돼서 전기가 끊어지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소재가 망가져서 손실이 얼마인 줄 아느냐"라는 말이란다. 안 대표는 돈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고 했다. "혹시라도 누전이 돼서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뚜껑을 여는 순간 작업자가 감전으로 사망한다면 그것만큼 손실이 나는 게 어디 있겠나?"
① 2년 6개월 간의 연구 끝에 한전 납품을 앞두고 있는 안전장구 절연내력 시험 장치 ② ㈜한국전기하이테크의 전기안전진단 현장 ③ 전력신기술 제19호로도 지정된 ㈜한국전기하이테크의 누전탐사기로 누전탐사를하는모습
다양한 기술 개발 ㈜한국전기하이테크는 전기안전관리대행과 전기안전진단 외에도 각종 기술 개발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전력신기술 제19호로도 지정된 누전탐사기는 높은 정확도로 선진국에서 나온 제품들보다도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인체 감전에 관한 연구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인체 더미(Dummy) 역시 2007년 ㈜한국전기하이테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다. 인체 감전을 연구함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물이 많은 환경에서의 감전 현상이다. 실제 사람이 실험에 참여하기에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 때문에 전기적 특성이 인체와 똑같은 인체 더미를 두고 내장된 센서를 통해 무선으로 데이터를 받아 안전하게 실험을 할 수 있게끔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테크인과 공동으로 약 2년 6개월에 걸쳐 개발한 안전장구 절연내력 시험 장치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최종 우수 판정을 받아 한전 납품을 앞두고 있다. 시범 적용을 거쳐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헬멧이나 절연 장갑, 절연 장화, 각종 피복과 같은 안전장구는 전기가 살아있는 환경에서 착용을 하는 것이기에 안전장구의 성능이 떨어지면 작업자의 생명까지도 위협한다. 안 대표는 "이러한 안전장구들을 정기적으로 시험을 하고는 있지만, 수동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지고 표준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 이를완전자동화시켜국내에서최초로100㎸를 발생시킬 수 있는 성능으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와 안전 효율은 낮은 편이지만 청정하고 무한한 자연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산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국가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개발 및 설치에만 집중한 나머지 설치 이후의 관리는 여전히 소홀하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아직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인한 전기재해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 하지만 영국이나 덴마크와 같이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한 역사가 깊은 나라에서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떨어져 나가 민가에 충돌한 사건들을 그저 외국의 사례라고 지나치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나 고도의 기술과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들이 마치 유행처럼 너무나 짧은 시간에 확산되어 버려 관리자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생각하면 말이다. 인버터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에는 태양광과 풍력, 그리고 연료전지를 들 수 있다. 인버터가 타거나 그로 인한 지역 정전 사고 등의 전기재해를 예측해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위험은 배터리에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는 한전에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가 필요 없다. 그러나 자가발전의 태양광이나, 바람의 방향을 예측하지 못해 생기는 인버터의 헌팅(Hunting)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풍력발전기에 배터리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연료전지는 폭발 사고를 대비한 철저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안 대표는 "안전과 관련해 스스로가 중요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에 의해서 지적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들만 설치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며, "배터리실의 방폭 문제는 안전공사 검사 대상이 아니다 보니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체 중에서 방폭형 구조를 취한 곳은 상당히 드물다"고 밝혔다. 또한 태양광의 솔라셀의 경우 현재로서는 거의 완벽하게 접지를 하고 있어 감전사고가 보고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도 시간이 경과해 봐야 안다고 안 대표는 지적했다. 즉 접지도 규정에 따라 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관리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면 감전 사고는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2008년 12월 대전유성삼성연수원에서 안희석 대표가 ' 전기설비 안전사 고'와 관련해 강연을 하고 있다.
전기계의 미래 10여 년이 넘도록 전력기술인협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안희석 대표는 전기계가 좀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위축되어 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전국적으로 대학에서 전기과가 사라져가는 추세 속에 열의를 가지고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도 많이 줄었다고 안 대표는 이야기했다. 실제 ㈜한국전기하이테크는 2007년 과학기술처가 발주해 진행한 '연구실 표준안전 관리기준 개발보급'연구에도 참여했었다. 초등학교에서 실험을 하던 아이들이 실명을 하고, 연구실 폭발 사고로 재능을 꽃피워 보지도 못한 인재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연구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였다.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도 어려움의 원인으로 꼽았다. 안 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완화라는 부분을 놓고서 안전에 대한 정책을 흔들 때마다 많이 힘들어진다"며,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안전관리 분야가 정책이 수시로 변동되다 보니 결국 예측할 수 없는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 활동 강화를 이유로 산업안전에 관한 규제를 폐지하고, 산업안전 관리자에 대한 의무고용 등을 완화하면서 산업 재해가 증가한 통계는 이미 보고된 바 있다.
㈜한국전기하이테크는 각종 매스컴과 함께 전기안전에 관한 협조 취재도 하고 있다. ① KBS 《추적60분》- KTX 통과 시마다 발생하는 유도장해 관측 ② MBC《 불만제로》- 전기밥솥의위험성에대한실험 ③ SBS《 모닝와이드》- 여름철전기안전관련촬영협조
그리고 그는 용역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용역 회사가 관리하는 상당히 많은 전기 시설물에 전기 기술자가 아닌 일반 기술자를 투입을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기인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또 비전문가에 의해 관리되는 시설물의 안전도 보장할 수가 없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됐다. 그럼에도 안희석 대표는 전기계의 미래에 희망을 걸었다. "전기는 날로 발전해가는 IT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사회의 기저동력원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전기계는 굉장히 전망이 밝은 분야이다."그러면서 그는 애정 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 전기인들도 열심히 보고 느끼고 또 공부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이 근무한 연수가 곧 능력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한국전기하이테크는 안전장구 절연내력 시험장치의 개발을 계기로 한전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전주에 승좌하지 않고도 차량에 탑승한 채 혹은 밑에 서서 애자를 관측할 수 있는 장치를 곧 개발할 예정이다. 한편 본격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뛰어들어 우리네 태양광에 비싼 외제 인버터 대신 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인버터의 성능과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에 있다. 정부가 태양광의 발전 용량을 제한함에 따라 시장이 많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부터가 태양광에너지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본질과 효율, 안전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안희석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의 경영 방침을 묻자 안희석 대표는 술술 백범김구 선생의 좌우명을 읊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遂作後人程(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오늘도 ㈜한국전기하이테크의 전 직원들은 전기 안전과 관련된 업무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것이다. 전기 안전에 대한 정부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 그리고 오늘 내가 깨끗하게 걸어간 이 길이 전기인들의 이정표가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서 말이다.
글_전화영 기자, 사진_백종윤 기자 <㈜한국전기하이테크 (02)978-7284 / www.elec119.co.kr>
장바구니
주문내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