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원리를 응용한 소자로 엽록체에서 빛에너지를 흡수하는 기능의 색소에 해당하는 인공색소를 광흡수체로 사용하고, 이를 나노입자 및 나노촉매와 결합시켜 태양전지에 적용한 것이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태양광 흡수용 염료고분자, n형 반도체 역할을 하는 넓은 밴드갭을 갖는 반도체 산화물, p형 반도체 역할을 하는 전해질, 촉매용 상대전극, 태양광 투과용 투명전극을 기본으로 한다. 이 전지가 기존의 반도체 태양전지와 다른 근본적인 차이점은 기존의 태양전지에서는 태양 에너지의 흡수 과정과, 이 과정에서 형성된 전자-정공 쌍이 분리 ㆍ 이송되는 과정이 전지 내부의 전위차에 의해 반도체 내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것에 반해,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태양 에너지의 흡수는 염료가 담당하고, 생성된 전자의 분리 ㆍ 이송은 전자 농도차에 의해 확산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나노입자에서 이루어진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기본구조는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투명기판의 샌드위치 구조를 갖는다. 전지 내부는 투명기판 위에 코팅된 투명전극, 그 위에 접착되어 있는 나노입자로 구성된 다공질 TiO2, TiO2 입자의 표면에 단분자층으로 코팅된 염료고분자, 두 전극 사이에 30~100㎛ 두께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산화 ㆍ 환원용 전해질 용액 그리고 전해질 환원용 상대전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양광이 전지에 입사되면 투명기판과 투명전극을 투과한 광양자는 염료고분자에 의해 흡수된다. <그림 2>에서 화학구조로 나타난 염료는 태양광 흡수에 의해 여기 상태가 되면서 전자를 생성하고, 이렇게 생성된 전자는 TiO2 전도대로 이송되어 투명전극을 통해 외부회로로 흘러가서 전기에너지를 전달하게 된다. 태양광 흡수에 의해 산화된 염료는 전해질 용액으로부터 전자를 공급받아 원래 상태로 환원된다. 이 때 사용되는 전해질은 주로 <그림 2>의 I-/I3- 의 산화 ㆍ 환원 쌍으로서 상대전극으로부터 전자를 받아 염료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자를 생성하고 이송하는 과정은 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경우 기존 태양전지에 비해 여러 계면(반도체 | 염료, 반도체 | 전해질, 반도체 | 투명전극, 전해질 | 상대전극)을 포함하고 있고, 이 계면에서의 전자의 이동이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각각의 계면에서의 물리화학 작용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이 본 태양전지 기술의 핵심이다.
염료감응 태양전지 모듈
염료감응 태양전지 모듈을 설명하기 전에 용어의 혼돈을 피하기 위해 먼저 이 전지의 단위셀과 모듈에 대한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실리콘 태양전지의 경우 사용하는 기판의 크기가 정해져 있으므로, 이 기판 위에 하나의 단위셀을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단판 웨이퍼로 된 단위셀을 여러 개 연결하여 넓은 패널로 만든 것이 모듈이다. 그러나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경우에는 단위셀이라 하면 1㎠ 미만의 작은 크기의 소자를 의미한다. 그 이상의 크기로는 단일면적으로 셀을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태양광을 흡수하는 전극의 면적이 넓어지는 경우, 광흡수에 의해 생성된 전자가 이송되어 수집되는 도중 반도체 내부의 결함이나 다른 물질과의 계면에서 정공과 재결합하여 소실될 확률이 증가하여 태양전지의 활성전극 폭이 1㎝ 이상으로 커질 경우 효율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면적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유리기판 위에 폭 1㎝ 이하의 띠 형상으로 단위셀을 나란히 배열하고 그 띠 사이에 전하 수집을 위해 그리드 전극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소자는 크기와 관계없이 이미 모듈의 개념을 지니고 있고, 크기도 작게는 수 ㎠에서 크게는 1㎡의 크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모듈 또는 서브 모듈로 불리우고 있다. 즉 염료감응 태양전지에서의 모듈이라 함은 25㎠ 정도의 작은 면적의 모듈이 될 수 있고, 1㎡이상의 대면적 모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염료감응 태양전지 모듈의 기본 구조는 <그림 3>과 같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효율이 높은 모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면적에서 전자의 흐름이 정공과 재결합하여 소실되지 않고 집속될 수 있도록 태양광 흡수용 전극 및 전하 수집용 그리드의 설계, 효율적인 패키징 시스템의 설계 및 제작이 필수적이다. 대면적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형태별로 Parallel 모듈과 Z형, W형의 Serial 모듈이 있다. 1995년 이래 지금까지 주로 Parallel형 모듈을 제작 ㆍ 연구했는데, 이때 전도성 내부 패턴을 산성의 전해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폴리머나 세라믹 조가 페이스트(글레이즈)를 사용했다. 2001년까지 이와 같은 형태의 Parallel형 모듈에 관한 연구는 잠시 주춤하다가 새롭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Parallel형 모듈은 활성 면적이 넓고 광전변환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대면적 광전기화학형 태양전지는 금속배선과 비교해 전기전도도가 열세인 투명전극을 사용해야만 하는 한계로 인해, 전자 수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전하 수집기(Charge Collector) 역할의 그리드(Grid)가 필요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면적 태양전지는 캐리어 발생과 수송이 단위셀과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보통 그리드는 태양광이 투과할 수 없는 금속 소재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활성면적의 감소로 이어져 전지의 발전단가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상용화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모듈 설계 및 제조 기술이 필수적이다.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기존의 실리콘 및 화합물반도체 태양전지와 비교하여 비교적 단순한 공정으로 제조되지만, 요오드 기반의 전해질로 인해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금속(Ag, Al, Cu 등)을 그리드로 사용할 경우 금속 부식(Corrosion)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그리드를 활성 면적 안의 전해질로부터 분리시키거나, 전해질에 부식되지 않으면서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금속 또는 부식성을 갖지 않으면서 이온 활동도가 우수한 전해질을 개발해야 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수명에 있다. 원리상 20년의 수명이 보장되나, 최근까지 액체 전해질의 누수 및 경년열화 문제로 수년 이상의 사용 기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실링 기술의 발달로 10년 이상의 수명을 지닌 태양전지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유연기판에 대량 생산을 위한 태양전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가의 고분자 고체 전해질(Solid Electrolyte)과 같은 추가적인 기술이 계속 요구되고 있어 양산화가 지연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 전극 염료감응 태양전지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저가라고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당장 획기적인 저가로 제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태양전지의 저가화를 위해서는 구성 요소 중 가장 가격이 높은 투명전도성 기판과 염료의 저가화가 선행돼야 한다. 투명전도성 기판은 염료감응 태양전지 모듈 전체 가격의 50%까지 차지할 정도로 고가여서 상용화를 위해서는 저가 기판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향후 전략적으로 가격을 제어 할 것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백금 전극, 장수명 안정형 전해질과 은 그리드 전극도 저가형으로 대체해야 하고, 실링 공정 비용도 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 탄소나노튜브 촉매 전극은 이러한 것을 감안하여 개발된 것이다. 우선적으로 백금 상대전극을 대체하고 전기전도도가 향상되면 안정형 그리드 전극으로 사용하며, 궁극적으로는 고가의 기판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유리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 개발한 <그림 4>의 탄소나노튜브 전극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백금 전극 태양전지와 동일한 사양으로 제작했을 때 동등한 성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보다 저렴하도록 개발했다.
<그림 4>의 모듈에 사용된 탄소나노튜브는 1~2$/g의 저가로 제조된 양상형 다중벽 탄소나노튜브로서, 백금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사용된 탄소나노튜브는 높은 비표면적, 높은 전기전도도, 화학적 안정성 및 기계적 유연성을 지니고 있어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필요한 제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또한 바인더를 이용한 습식 공정과 스크린 프린팅 공정으로 제작되므로, 전극 제조 공정이 상온에서도 가능하여 기판이나 다른 소재에 열적 손상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필름과 같은 소재에도 적용이 가능하여 유연 태양전지제작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반면 백금의 경우 300℃이상의 열처리가 필요하고, 기판에의 접착력이 약해 쉽게 기판과 분리되어 이동형과 같이 기계적 응력이 가해지는 곳에서는 소자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림 5>의 모식도는 탄소나노튜브 전극의 기본적인 제작 공정을 나타낸 것이다. 탄소나노튜브라고 하더라도 모든 종류를 염료감응 태양전지에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전지에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하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적용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그 이유는 탄소나노튜브가 촉매로 작용하기 위한 필요한 요건이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조건이란 충분한 촉매 활성점, 높은 전기전도도, 높은 비표면적, 적절한 바인더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나 결함이 없는 탄소나노튜브는 촉매 활성점이 충분하지 않아 촉매 특성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림 6>은 한국전기연구원에서 개발한 태양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전극을 보여주고 있다.
탄소나노튜브 전극은 상대전극으로 뿐만 아니라 그리드 전극용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드 전극으로 사용되는 전극 재료는 알루미늄이나 니켈이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안정성 문제 때문에 은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은 그리드 전극은은 나노입자로 만들어진 페이스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가이고, 전해질과의 접촉 시 쉽게 부식되기 때문에 보호막 제조가 필수적이어서 공정면에서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 전극은 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기계적 유연성이 높아 전기전도도만 확보되면 우수한 그리드 전극 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확보된 최고의 전기전도도는 50Ω/sq.로서 아직 부족한 편이다. 향후 그라핀이나 금속을 일부 복합화한 전극이 개발되면 충분한 전기전도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그림 7>은 대면적 염료감응 태양전지 모듈 패널을 보여주고 있다. 이 패널은 실제 실용 패널은 아니고, 백금 전극과 탄소나노튜브전극을 이용하여 제작된 다양한 서브 모듈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한 패널에 모아서 만든 것이다. 실제의 모듈 패널은 한 종류의 서브 모듈로 구성하게 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약점인 입사각에 따라 발전량의 차이가 크게 나는 문제, 발전 최소 문턱광량이 높은 문제, 온도 상승에 따른 효율 급감 문제 등이 없고, 투명으로 제작이 가능하므로 BIPV 용도로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무리 - 향후 연구 과제
향후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반도체 TiO₂의 표면개질 또는 대체 산화물반도체 개발에 의해 전지 효율 및 수명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현재 가시광만을 사용하여 발전을 하는 기존 태양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태양광에 대한 흡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자외선 및 원적외선까지 이용하여 변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제안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지의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액체 전해질을 대체하는 고체 전해질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나아가 Grätzel형의 전지의 한계를 극복할 신구조에 관한 연구도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으며, 메커니즘 규명 연구를 통해 기존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신소재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나노튜브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경우, 현재 개발된 모듈은 탄소나노튜브의 특성상 투과도가 나쁜 것이 단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전극의 촉매 특성을 향상시키고, 두께를 최소화하여 투명성을 높이는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탄소나노튜브를 그리드 전극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도성을 높이는 복합소재 기술 개발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그라핀이나 도전성 고분자의 활용도 촉매 전극이나 그리드 전극 모두에 유용한 기술개발이 기대되므로, 앞으로 적극적인 연구가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2010년 경 상용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본고의 탄소나노튜브 전극이 성공적으로 상용 제품에 적용될 것과, 국내에서 다양한 신기술들이 개발되어서 우리나라가 이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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